최후의 1인이 승리하는 배틀로얄 장르는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이후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면서 어느덧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직관적인 목표와 대규모 멀티 플레이 환경을 구축하기 쉽다는 점, 랜덤성과 이를 극복했을 때 얻는 성취감이 높아 여전히 많은 게이머가 배틀로얄 장르를 즐기고 있죠.

잘만 만들면 기본 이상은 갈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일까요. 블록체인 개발사들도 이전부터 꾸준히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을 선보여 왔으며, 최근에는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갈라게임즈가 얼리 엑세스로 출시한 Web3 게임 '그릿'은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를 소재로 한 배틀로얄 게임입니다. 에픽게임 스토어에 출시하면서 주목 받기도 했죠. 모두가 평등한 시작을 원칙으로 하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갈라게임즈는 어떻게 P2E요소를 넣었을지, 또 배틀로얄 게임으로서의 차별화는 어떤지 한 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게임은 국내법상 아직 서비스되지 않아 글로벌 버전으로 플레이했습니다.



그릿은 배틀로얄 장르의 전형적인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비공정에서 낙하해 원하는 지역에 착지합니다. 이후 주변에서 총과 방어구, 소모품을 파밍하고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생존해야 합니다.

만약, 게임 중간에 사망할 경우 1:1 결투로 되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딱 한 번 제공되며, 해당 결투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전장에 참가해서 생존 게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평소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을 즐겨했다면 익숙한 느낌과 함께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하다고 느껴집니다.

배틀로얄 게임으로서의 차별화 포인트는 세계관 설정과 아이템 파밍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그릿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들의 혈투를 담고 있습니다. 당연히 캐릭터와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해당 시대에 맞춰져 있으며, 윈체스터 소총과 볼트 방식의 단발 저격총 등의 클래식한 총기로 싸워야 합니다.


서부 배경을 적용해서 재밌게 느껴졌던 것 중 하나는 마상 전투입니다. 필드 곳곳에 존재하는 말을 타고 평야를 질주하면서 적에게 총을 쏘는 맛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말의 조작 방식이 조금 특이해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익숙해진다면 서부 영화처럼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무기는 칼, 도끼부터 리볼버, 샷건, 소총, 저격총 등이 존재하며, 5개의 등급에 따라 성능에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찾아 돌아다니고 때론 적을 죽여 그들의 아이템을 약탈하기도 해야 합니다. 다만, 필드에 뿌려져 있는 장비들이 꽤 많았고 또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비교적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 장비 파밍에서 오는 부담감이 크진 않았습니다.

총을 쏘는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총의 종류도 꽤 많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완성도와 사운드가 잘 구현되었다고 느껴졌죠. 반면 총기 밸런스와 작동 방식 등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총마다 반동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고 줌 상태에서 쏠 경우 화약 연기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장비 파밍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카드 시스템입니다. 장비마다 스페이스, 클로버, 하트, 다이아 카드가 표시되어 있으며, 해당 카드에 따라 장비에 특별한 효과가 적용되는 방식인데요. 가령, 다이아 카드가 부착된 총으로 상대를 쏘면 일정 시간 동안 적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이렇듯 카드마다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무기 종류에 어떤 카드가 적용됐느냐에 따라 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달라집니다. 작은 이점 하나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슈팅 게임인 만큼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파밍 시스템은 생존 전략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아쉬웠던 점은 전체적인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져 보인다는 게 가장 큽니다. 그래픽은 저사양 게임이니 그렇다고 쳐도 캐릭터의 모션이나 조작감이 생각보다 좋지 못합니다. 단순 걷고 뛰기부터 재장전 그리고 파크루까지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액션의 가짓수는 꽤 많은 편이지만 어딘가 엉성한 느낌이 듭니다.


슈팅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총으로 적을 맞추는 것도 썩 좋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총의 반동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고 적을 맞췄을 때의 타격감이 부족했으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에임이 크게 벌어져 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요구합니다. 다만, 맞추기 어려운 점은 글로벌 버전에서 플레이하기 위해 VPN을 사용한 탓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Web3 한정으로 본다면 달라집니다. 일단 배틀로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까요. 퀄리티가 낮긴 해도 게임의 재미를 해칠 정도까진 아닙니다.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그릿만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Web3 게임으로서의 그릿은 NFT 전리품으로 건슬링어 박스와 NFT 소모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먼저, 건슬링어 박스는 만 개의 캐릭터가 담겨 있는 상품입니다. 해당 박스를 구매하면 만 개 중 한 개의 NFT 캐릭터를 얻을 수 있으며, 해당 캐릭터는 고유의 외형과 특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게임에서 즐기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사고 팔 수가 있죠. 쉽게 말해 능력을 가진 스킨을 사고 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NFT 소모품은 무기부터 갑옷, 체력 회복, 폭탄 등 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포함한 상품입니다. 장비처럼 5개의 등급이 존재하며, 인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와 동일한 품질을 제공하지만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충전 횟수를 제공하죠. 이런 상품을 미리 들고 간다면 타 유저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NFT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인 게임 상품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배틀 패스와 NFT 소유자끼리 승점을 통해 경쟁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경쟁 요소 등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릿을 정리하면 배틀로얄 Web3 게임으로서 괜찮은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입니다. 굳이 NFT를 구매하지 않아도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고 게임 내에서 파밍과 전략만 잘 구사한다면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토큰을 소모해서 NFT 캐릭터나 소모품을 구매한다면 다른 유저보다 앞서 나갈 수 있죠.


게임과 블록체인을 따로 생각한 게 아니라 게임 플레이와 최대한 어우러질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정말 돈을 벌 목적이라면 다른 Web3 게임을 하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또 배틀로얄 장르를 선호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도 그릿을 즐길 이유가 마땅치 않습니다.

일단 국내 정발이 되지 않아 VPN을 써야 하는데 슈팅 게임에서 핑이 높다는 것은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설령 VPN을 써가면서 즐긴다고 해도 다른 배틀로얄 게임과 차별화되는 엄청난 재미나 퀄리티를 선사해주는 것도 아니죠.

결과적으로 그릿은 게임의 의도와 목적 자체는 괜찮지만 국내에서 즐기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은 서비스 초기인 만큼 추후 또 다른 NFT 서비스나 콘텐츠가 추가되면서 내실과 외실을 다져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