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많은 덕후들이 있습니다.

2D를 넘어 3D, 심지어 대중교통에도 덕후가 있다고 합니다. 덕질이란 자고로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 보니 주로 움직이는 대상을 덕질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죠. 저 역시, 반려견의 사진을 매일 찍거나, 좋아하는 게임 경기를 보며 프로게이머들의 방송을 보는 것이 저의 덕질이자 취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걸 주로 덕질하는 저에게도 요즘 새로운 덕질 대상이 생겼는데요. 바로 무생물체 '키보드'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쓰는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5월에 온갖 IT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컴퓨텍스(COMPUTEX) 출장을 다녀온 뒤 키보드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자칭 저희 팀 최고 키보드 덕후와 출장을 간 것이 화근이였을까요? 그곳에서 저는 키덕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VARMILO(바밀로)' 부스에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채로 귀국했습니다. 결국, 저는 바밀로 키보드를 구매한 뒤 회사에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파스텔 톤의 키캡에 제 귀를 자극하는 타건 소리, 모든 게 다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회사에서 입사 시 세팅해주는 키보드를 쓸 때보다 더 글이 잘 써지는 기분이였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키보드를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취향을 또 한 번에 저격하는 키보드 키캡을 발견했습니다. 제품의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 조금은 망설였지만, 좋아하는 것 + 좋아하는 것이 만나 결국 지름신을 불러왔습니다.


Matrix CRIMSON, Galaxy KEYCAP SET

Matrix CRIMSON KEYCAP
분류: 키보드 키캡
키캡 종류: PBT
각인 방식: 염료 승화 방식
호환 스위치: Cherry MX Switches
기타: 체리 프로파일, 104키


Matrix Galaxy KEYCAP
분류: 키보드 키캡
키캡 종류: PBT
각인 방식: 염료 승화 방식
호환 스위치: Cherry MX Switches
기타 : 체리 프로파일, 104키




Matrix CRIMSON, Galaxy KEYCAP SET
제품 외관

▲ 왼쪽이 CRIMSON, 오른쪽이 Galaxy 키캡 박스입니다.


▲ 먼저 CRIMSON 세트를 한 번 볼까요?


▲ 티원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검은색과 스페이스 바의 팀 로고가 눈에 띕니다.


▲ Q,W,E,R 키만 포인트를 준 흰색 키와 매트릭스 키캡 로고


▲ 엔터키엔 SNS에서 종종 보이는 티원 전용 응원 해시태그가 있습니다.


▲ 짜잔, 이 키캡은 풀배열이라고~


▲ 빨간색 키캡이 상당히 맘에 듭니다.


▲ 이번엔 페이커 선수의 사인이 들어가 있는 Galaxy 키캡 세트입니다.


▲ Galaxy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푸른색이 주요 색상입니다.


▲ 가까이서 보면 은하수 느낌도 물씬 납니다.


▲ Galaxy 키캡은 엔터키가 페이커 선수의 사인입니다.


▲ 해당 키캡 세트 역시 풀배열! ESC 키가 눈에 띄네요.


▲ F5까지 은하수 색의 키캡으로 되어있습니다.


▲ Galaxy 키캡은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페이커 선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꾸며진 내비게이션키


▲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 둘 다 구매했습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연장을 들고 키보드 튜닝에 들어가 보시죠.


▲ 참고로 제 키보드는 매트릭스 키캡과 호환이 되는 CHERRY MX BOARD 3.0S(갈축)입니다.


▲ 두 키캡을 가까이서 비교해 보면 질감이 살짝 다릅니다.


▲ 이쁜 건, 가까이서 크게 보는 게 최고죠


▲ 그렇게 이리저리 조합해 본 결과..


▲ Galaxy 키캡 세트에선 엔터키를, 나머지는 CRIMSON 세트에서 갖고 왔습니다.



Matrix CRIMSON, Galaxy KEYCAP SET
관상용인가 또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도인가..


취향이 듬뿍 담긴 키보드를 요 며칠 직접 써보니 마냥 좋을 줄 알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일단, 뭐니 뭐니 해도 외관은 정말 맘에 들어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강렬한 빨간색과 무난한 검은색의 조화로움과 더불어 페이커 또는 티원 팬이면 좋아할 만한 요소까지. 롤을 좋아하는 유저는 물론 키보드를 좋아하는 키덕들에게도 제 키보드는 호평받았습니다.

다만 매트릭스 키캡은 모두 PBT 키캡이라서 그런지 쓰는 동안 기존에 쓰던 ABS 키캡보다 표면이 매우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키캡을 바꿔 끼는 과정에서 SHIFT 키에 흠집이 나서 정명한 PBT의 내구성이 외부 충격으로 인한 파손과는 큰 연관이 없나 싶어 아쉬웠습니다.

현재 저는 두 개의 키보드가 있는데, 모두 ABS 키캡을 사용하고 있어서 PBT 특유의 거친 단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ABS 키캡은 쓰는 족족 마모되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기존에 쓰던 키보드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꾸미는 커스텀 키보드가 주는 감성은 시장에서 판매하는 키보드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난생 처음 커스텀 키보드를 직접 꾸며봤는데, 왜 많은 사람이 키보드 덕후를 자처하는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취미 생활을 즐기시고 싶으신 여러분, 이번 기회에 새로운 키캡 세트 물고 가시는 건 어떠신가요?

▲ 다음은 어떤 걸 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