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이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2회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게임의 문화적 측면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게임이 사회적, 정신적,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검찰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주요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꼽은 것이 포럼의 주요 화두가 됐다. 국내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은 "실제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단순하게 게임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행위"라고 의견을 모았다.

한덕현 교수(중앙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이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일반 국민에 대한 정신보건 관리가 허술하여, 환자인 사람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것이다"라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과거에 게임을 했다는 작은 팩트에만 의존한 것에 정신과 의사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일반 국민이 무서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며 "여태까지 이러한 사회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에 본질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 쥬노 킴 교수, 에스펜 올세트 교수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시드니대학교 정신의학과)는 "끔찍한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을 꼽는 것은 문제 해결을 쉽게 가려는 것에 불과하다"라며 "해외의 끔찍한 사건들의 배경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론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섞여 있지, 단순히 게임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에스펜 올세트 교수(코펜하겐IT대학교 게임학과)는 "미국에서 총기난사범의 관심사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몇몇은 게임을 즐겼지만,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공통적으로 글을 쓰고, 시를 읽고, 연극을 즐기는 등 문학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길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총기난사범이 문학을 좋아했다고 해서 문학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라며 "이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쥬노 킴 교수(왕립덴마크예술학교 시각예술학과)는 "만약 스웨덴 정부가 게임을 문제 삼았다면, 게임을 교육적인 매체로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

게임이용장애에 대해 스타서빅 교수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주제, 여전히 게임이용장애의 진단 기준과 정확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라며 "진단 기준이 얼마나 정확하고 정당성이 있는지 논란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또한, 게임이용장애가 아니지만 단순히 게임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과진단과 오진단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라고 덧붙였다.

올세트 교수는 북유럽에선 게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게임으로 연관 짓는 일이 적어서 걱정이 덜한 것으로 봤다. 올세트 교수는 "사회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지 않을 때 게임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매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제시했다.

게임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킴 교수는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규칙에 질문을 던지는 사고방식이다"라며 "게임이라는 플랫폼은 구조적인 환경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예술로 보는데, 이 관점에서 게임은 사회적으로 배포가 쉽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김기한 교수(서울대학교 체육학과)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대해 제언했다.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다르게 게임의 저작권자가 분명히 있다. 또한 업데이트에 따른 유불리가 자주 바뀐다. 두 요소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가 어렵다는 근거로 자주 제시된다.

김 교수는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가 100년 넘게 발전시켜 온 시스템 위에서 게임으로 대결하는 것이지만, 분명 100% 같지는 않다"라며 "그렇기에 e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연맹과 IP 홀더가 함께 참여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표준화된 규칙 위에서 참가자 모두가 똑같이 적용받는 것이다"라며 "단순히 패치가 자주 있다고 해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 패치가 얼마큼 공정성 있게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지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e스포츠 표준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명확한 움직임은 없지만, 앞으로 국제적으로 함께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라며 "e스포츠에 공정성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글로벌적으로 함께 만들어야 하고, 그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게임을 모든 문제의 희생양으로 삼아버리면, 결국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게임이용장애와 같은 왜곡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콘진원은 다양하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