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사 아스테로이드제이의 장원선 대표가 3년 동안 개발에 매진한 하이스피드 액션 게임 '닌자일섬'이 오랜 개발 끝에 11월 중, 정식 출시를 알렸습니다.

3년. 그 누구라도 길게 느껴질 시간일 겁니다. 하지만 1인 개발자에게 3년은 더욱 가혹합니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하는 1인 개발 특성상 쉰다는 건 개발이 멈춘다는 걸 의미하기에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야 하죠. 장원선 대표 역시 그랬습니다. 그야말로 3년간 멈추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닌자일섬'의 퀄리티는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게임을 기대하는 유저들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죠. 출시에 앞서 잠시 숨 고르기 중인 장원선 대표입니다. '닌자일섬' 출시까지 2개월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닌자일섬'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아스테로이드제이 장원선 대표


Q. TGS 2023에 처음 출전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라면 한 번쯤은 목표로 하는 게임쇼인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지금도 여전하지만, 제가 어릴 때에는 E3나 TGS 같은 건 정말 꿈의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로 일하면서도 항상 게임쇼에 출품하는 걸 동경했었는데 이렇게 제 게임으로 오게 되니 감격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도전과제를 하나 깬 기분이기도 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오니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좀 더 젊었을 때 올 걸 싶달까요. 그러면 게임쇼를 더 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닌자일섬'을 개발한 지 햇수로 3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거의 완성된 거로 보이는데요.

= 햇수로는 맞는데 사실 3년 동안 100% 역량을 집중했던 건 아닙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3년째 개발했지만, 본격적으로는 1년 반 정도 됐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전에는 생계를 위해서 이것저것 병행하면서 만들었거든요. 그래도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계셔서 더 오래 끌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막판 최적화나 콘텐츠 추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인 개발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아무리 잘해도 QA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게임이니 익숙하기도 하고 어디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놓쳤던 부분의 QA를 받음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Q. 분량은 어느 정도 되나요.

=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짜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한, 진심인 유저들이라면 3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을 잘하는 유저를 기준으로 했을 때고 대부분은 그보다는 2~3배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습니다.


Q. 좀 이른 질문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1인 개발을 계속하실 건가요.

= 사실 '닌자일섬'을 1인 개발하게 된 것도 제 의지와는 무관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할까요. 전 평생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시장에서 평생 저를 원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감내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환경에 저항하고 싶었습니다. 날 원하지 않아? 그럼 나 혼자서 만들지 뭐.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1인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혼자서 개발하니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고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잖아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1인 개발이어도 얼마든지 게임을 완성할 수 있다는 건 증명한 것 같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이전에 시장에서 1인 개발이라는 키워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울림이 있었는데요.

= 냉정하게 본다면 과거에는 1인 개발이라는 게 어느 정도 면피용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1인 개발이니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는 그런 시선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도 많이 사라졌고 이제는 순수하게 퀄리티로 승부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저는 인디 게임의 진정한 라이벌은 다른 인디 게임이 아니라 할인을 하는 대기업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시하고 꽤 지난 AAA급 게임이 80~90% 할인을 해서 만원도 안된다고 했을 때 그 게임이 없다면 저라도 인디 게임이 아니라 그 게임을 살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제 게임을 비롯한 인디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들이야말로 정말 저희에게는 소중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게임 중에서 인디 게임을 선택해주신거니까요. 앞으로의 인디 게임들은 그런 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예전부터 꼭 묻고 싶었던 건데 왜 닌자인가요.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닌자나 사무라이 같은 걸 좋아하셔서 그런 건가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일본 문화에 조예가 깊다거나 엄청나게 좋아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즉흥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닌자일섬'을 개발하기에 앞서 8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닌자일섬'의 프로토타입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닌자 게임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게 반응이 제일 좋아서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됐는데 하필 그때 노재팬 이슈가 터지고 그랬습니다. 그때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고민했었던 시기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일지매나 그런 걸로 바꿀까 싶었는데 괜히 어설프게 바꾸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 같아서 결국은 닌자를 그래도 유지했습니다.

한편, 닌자라고 해도 정통파 닌자는 아닙니다. 사이보그 의수를 단 와패니즘 닌자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Q. 거의 완성된 것 같은데 출시 일정은 확정된 건가요.

= 11월 중으로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거의 완성된 상태로 지금은 폴리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팀으로 먼저 출시하고 성적을 봐야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콘솔로도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목표가 패키지 게임을 내는 거여서 꼭 콘솔로 출시하고 싶습니다. 만약 출시한다면 스위치로 가장 먼저 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폴리싱이라고 해도 최적화나 밸런스 다양하죠.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 레벨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플랫포머 장르는 레벨 디자인이 조금만 어설퍼도 엄청나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대로 조작했는데 미끄러진다거나 떨어져서 죽는 그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죠. 사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스토브 인디를 통해 얼리 액세스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피드백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공격력이 너무 낮아서 적을 공격하는데 제대로 죽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거였습니다. 하이 스피드 액션을 목표로 하는 '닌자일섬'에게는 치명적인 피드백이었죠. 그때 좀 반성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혼자서 잘해봐야 알 수 없는 것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의미에서 최대한 불합리한 부분이 없도록 레벨 디자인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닌자일섬'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만큼, 출시까지 계속 조정할 것 같습니다.



Q. 얼리 액세스라고 하니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특히 인디 게임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유명한 게임이 얼리 액세스를 한다면 아쉬워도 좀 기다려주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디 게임은 다릅니다. 옆으로 치워둔 순간 그 게임의 수명 역시 다하는 거죠. 피드백을 받으려고 한 얼리 액세스인데 오히려 안 좋은 첫인상만 남기고 그대로 잊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얼리 액세스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장해야 했기에 하는 게 맞을까 계속 고민했었습니다.

그래도 스토브 인디를 통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던 만큼, 지금에 와서는 하길 잘했다고 생각 중입니다. 실제로 피드백을 보내주시는 분들의 그 의견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줄 모릅니다. 방금 말한 것처럼 그냥 구석에 버려두고 잊어버려도 되는데 아쉬웠던 부분을 피드백해준다는 건 그만큼, 게임을 사랑해준다는 거니까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와패니즘 닌자라고 했었는데 목표로 한 시장이 있을까요.

= 딱 여기다 싶은 그런 건 없습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국내보다는 해외입니다. 국내를 목표로 했다면 닌자를 주인공으로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북미 레딧을 보면 대체로 좋아해주는 반응이어서 그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닌자일섬'을 자양분으로 해서 다음에는 메트로배니아라던가 좀 더 진화한 플랫포머 액션 게임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고 보니 재미있는 피드백을 받은 것도 있는데요. 페북을 통해 '닌자일섬'의 주인공이 뛰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닌자는 그렇게 뛰지 않는다고 메시지가 온 적이 있습니다. 더 슈퍼 시노비 같은 고전 게임을 하면서 많이 연구했었는데 뭐가 잘못됐을까 하고 봤더니 나루토 달리기를 보여주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닌자라는 소재도 세대 차이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Q.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1인 개발은 매 순간이 위기라고. 그럼에도 이때는 정말 힘들었다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최근 일인데 두 달 전부터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졌습니다. 너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쌓인 게 터진 거였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는데 그때가 가장 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프니까 좀 우울해졌달까요.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했는데 아프려고 노력했던 건가 하는 생각에 침울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건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1인 개발, 혹은 소규모 개발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한들 성과는 노력과 상관없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거니까요.

이때를 제외하면 딱히 큰 위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항상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괜찮았다가 위기가 찾아오면 흔들리고 할 텐데 항상 위기였으니 위기인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차기작으로 메트로배니아를 구상 중이라고 하셨는데 장르적으로는 꽤 규모가 큰 것 같습니다. 당장 개발할 건 아니지만, 큰 규모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데에서 부담은 없을지 궁금합니다.

= 상황에 따라 다를거 같습니다. 만약 '닌자일섬'이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팀을 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러모로 제가 목표로 한 메트로배니아를 만드는 데 여러모로 수월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혼자서 계속 개발한다고 해도 마냥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닌자일섬'을 개발하면서 나름대로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 만큼,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닌자일섬'을 개발하면서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던 만큼, 차기작을 개발할 때는 그런 시행착오도 줄어들 테니 개발기간도 3년은 안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건 아직은 구상일 뿐입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닌자일섬'이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플랫포머도 구상 중이라고 하셨는데 '닌자일섬2'일까요.

=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닌자일섬'은 근거리 액션 플랫포머로 개발한 건데 구상 중인 건 원거리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아직은 구성일 뿐입니다.


Q. 3년간 꿋꿋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소회를 밝힌다면?

= 일단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욕심을 부리자면 돈이 아깝지 않았다는 그런 최고의 찬사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 찬사를 듣고자 지금도 매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신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꼭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