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3의 리메이크 소식에 반가워하지 않은 팬들이 있을까? 페르소나3은 참 많은 의미가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아틀라스에게 새로운 국면과 희망을 준 구세주 같은 타이틀이기도 하면서, 본가인 진여신전생 시리즈와는 다른 '페르소나'라는 시리즈의 정체성과 노선을 확립했고 스토리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타이틀이니까.

개인적으로도 몇 번씩이나 엔딩을 보고 또 보고 다시 손에 잡을 만큼 재미있게 즐긴 타이틀이기도 했다. 그 리메이크라니 솔직히 기대를 안 할 수가 있겠나? 이번 TGS에서도 이 페르소나3 리로드를 시연하기 위해 세가 부스를 찾았을 때도 과연 '페르소나3'은 일본에서도 대단한 위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즈니스 데이인데도 시연 줄이 도무지 줄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시연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던 '페르소나3 리로드'의 콘텐츠는 두 가지였다. 일반적인 전투와 던전을 탐색하는 '타르타로스' 탐험, 그리고 스토리 1장의 보스전인데 둘 다 체험하기에는 15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걸린 상태. 일단 전투와 탐색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는 타르타로스 탐색을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막상 그렇게 만난 '페르소나3 리로드'는 "이건 반칙인데"라는 말이 좀 절로 나왔다. 출시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좀 낡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최신 페르소나 시리즈의 감성으로 변경됐다. 나름 정렬된 UI는 P3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강렬하게 바뀌었고,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모델링 및 스킬 연출까지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 외에도 타르타로스에 조형물이 추가되어 파괴할 수 있다던가, P5의 바톤 터치 개념과 비슷하게 턴을 넘겨주는 '시프트'가 추가되는 등 추가된 요소들도 있는 편. 전투 이후 가끔 발생하던 셔플 타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카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전투 돌입 연출. 여전히 달려가서 후려치는건 비슷한데 돌입이 멋있게 바뀌었다.

▲ 턴 넘기기 개념의 '시프트'도 추가됐다.

플레이어의 눈에 가장 크게 와 닿는 건 연출과 그래픽의 변화라고밖에 할 수 없다. 쉽게 요약하면 P5의 연출과 그래픽 스타일로 일신된 P3. UI와 일러스트, 모델링의 변화뿐 아니라 위크 포인트 연출도 P3를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건 총공격 연출인 것 같다.

P5에서는 확실히 '강력한 일격'이라는 느낌으로 강렬한 연출이었지만, 기존의 P3의 연출 방식은 좀 달랐다. 다같이 달려가 우당탕 와장창 하는...뭔가 하찮아 보였던 총공격의 연출은 그 감성은 유지하면서 조금 진지해지고 마무리를 깔끔하게 보여주는 형태로 일신됐다. 전투 종료도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지 않고, 파티의 모습과 활약한 동료를 보여주는 컷인을 볼 수 있게 됐다.

▲ 약점 공략의 연출 역시 P5 스타일 느낌으로 확 달라졌다.

▲ 여전한 와장창 우당탕탕 느낌의 총 공격. 마무리 모션까지 나와서 놀랬다.

전체적으로 바뀐 그래픽과 컷의 등장 비율은 원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아졌다. 그래픽으로 달라진 점을 강조하면서도 연출을 추가해 게임의 진행 자체를 덜 심심하게 만든 느낌이랄까. P3R은 확실히 새 시대에 맞춰 옷을 바꿔 입은 P3라는 느낌이 강했고, 그게 전부지만 그걸로 모자라지 않다. 미묘하게 폰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의 감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건 묘하게 반갑다.

아직은 시연 버전이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적이지만 개발팀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 자체는 충분히 느낄만했다. 솔직히, 이렇게 내놓는 건 반칙이라고 투덜거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P5까지 경험하며 늘어난 아틀라스의 연출력과 감성을 다시 P3에 녹여내고 있는 셈이다.


▲ 그래픽과 연출 변화 정도만 볼 수 있었음에도 만족스러운 시연이었다.

그동안 페르소나를 즐겨온 시리즈의 팬들은 아마 이번 P3R의 발표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후일담과 여주인공 파트가 추가된 "완전판"이 나오면 그때 구매해야겠다는 생각. 솔직히 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이미 P4, P5가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P3도 여러 버전이 나왔으니 예외는 아니다. 본편이 출시되고 새로운 DLC가 추가되고, 내용이 추가되는 확장판들이 계속 나왔으니까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P3R의 시연을 해보면 기다리겠다는 생각이 꽤 많이 사라진다. 정확히는 "일단 사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라는, 더 급한 마음이 들게 된다. 우리가 알던 P3과는 다른 게임이면서도 같은 게임이라고 요약할 만큼 '리메이크'라는 목적을 가장 충실하면서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성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까. 이름처럼 '리로드'라는 이름에 정말 충실한 게임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시연 버전이 한정적인 전투 콘텐츠만 해볼 수 있었으니 아쉬움이 없는 게 아니다. 새롭게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해서 사이드 스토리의 변화, 추가적인 성우들의 연기 녹음 및 오리지널 스토리까지 포함되는 등 바뀐다고 할 부분이 정말 많으니까. 그럼에도 전투 파트만으로도 색다르고 훌륭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P3R은 페르소나 시리즈의 팬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타이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또한 P3을 즐긴 유저들은 현대적으로 일신된 모습의 멋진 이야기를 경험하게 해줄 게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