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로켓캠프 강형석 캠프장

인벤이 주최하는 '인벤 게임 컨퍼런스(Inven Game Conference, 이하 IGC 2023)'이 금일(13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지하 1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다섯 번째 강연에서는 엔씨소프트 로켓캠프의 강형석 캠프장이 맡았다. 그는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의 확장, 배틀크러쉬'를 주제로 스매시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의 정수를 자사의 신작 '배틀크러쉬'를 개발하면서 어떤 식으로 재해석했는지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틀크러쉬'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강형석 캠프장은 게임의 장르이기도 한 난투형 대전 액션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핵심이 되는 난투라는 부분에 대해서 그가 예시로 든 게임은 스매시 브라더스였다. 기존의 대전 액션 게임과는 사뭇 다른 스매시 브라더스의 독특한 난투형 시스템에 영감을 얻은 그는 여기에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배틀로얄과 MOBA를 섞음으로써 일종의 하이브리드 장르의 게임인 '배틀크러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 장르의 특징을 취합한다는 건 얼핏 장점만을 가져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단점만 가져오는, 제대로 섞이지 않는 어중간한 장르가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강형석 캠프장이 생각하는 각 장르의 핵심 요소는 무엇이고 그걸 '배틀크러쉬'에 어떻게 가져왔을까.


'배틀크러쉬'는 대난투, 배틀로얄, MOBA 3개의 요소로 구성된 게임이다. 가장 먼저 중심이 되는 대난투의 핵심 요소에 대해 그는 쉬운 액션과 의외성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였던 대전 액션 게임들이 너무 어려워지고 고착화되던 상황에서 등장한 스매시 브라더스는 저 2가지를 핵심으로 삼은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다.

일반적으로 대전 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실력이 좋은 사람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력이 전부인 셈이다. 하지만 대난투라는 장르를 정립한 스매시 브라더스는 달랐다.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아니, 분명히 실력이 중요한 게임이지만, 일반적인 대전 액션 게임과는 결이 달랐다.

스매시 브라더스의 의외성을 상징하는 요소는 2가지다. 첫 번째로 HP가 없다는 것이다. 스매시 브라더스에서는 HP가 0이 되어도 진 게 아니다. 대신 링아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HP가 적더라도 언제든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강형석 캠프장은 '위대한 발견'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배틀크러쉬'에 적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배틀크러쉬'에서는 HP와 링아웃을 절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스매시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링아웃으로 승패가 결정 나게 하되 HP가 적을수록 더 멀리 날아가도록 만든 것이다.

▲ HP가 적을수록 더 멀리 날아가기에 불리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 끝나는 건 아니다

스매시 브라더스의 의외성 두 번째로 그는 4인 난투 시스템을 들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난투 시스템은 그다지 새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는 대신 여기에 30인 배틀로얄 시스템을 접목했다. 자신 혹은 자신의 팀을 제외한 모두가 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오는 전투의 의외성을 '배틀크러쉬'에 가져오고자 한 거였다. 여기에 더해 배틀로얄에서 생존구역이 좁아지는 걸 지형이 무너지는 형태로 가져옴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전투가 더욱 격렬해지도록 의도했다.

끝으로 많은 유저들에게 익숙한 MOBA의 탑뷰와 성장 시스템을 가져옴으로써 '배틀크러쉬'의 기본적인 형태를 다듬었다. 그렇게 쉬운 대전 액션, 링아웃으로 인한 의외성, 배틀로얄로 인한 난투의 의외성이라는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의 기본적인 철학을 담은 '배틀크러쉬'는 이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정말 재미있을지 '검증'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사내 테스트 반응은 뜨거웠다. 강형석 캠프장은 "자사 게임이기에 후한 평가를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외부 FG 테스트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사내 테스트와 외부 FG 테스트 양쪽에서 호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테스트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난전'에 대한 거였다.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을 표방하는 '배틀크러쉬'였지만, 그럼에도 난전은 마냥 즐거운 요소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러 명이 뒤섞여 뒤죽박죽 싸우는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피지컬이 좋고 실력이 좋아도 승패를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다른 유저가 나를 때리지 않아야 하는, 이른바 운빨이 필요한 그런 상황은 FPS 기반의 배틀로얄이 아닌 '배틀크러쉬'와 같은 근접 배틀로얄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가운데 개발팀이 선택한 방법은 회피기였다. 언제든 유저가 난전에서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난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대한 없앤 거였다. 다른 게임들과 달리 '배틀크러쉬'에서는 회피기를 통해 장소를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 싸울 수 있도록 한 거였다.

이러한 난전 이탈은 단순히 회피기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링아웃으로도 가능하다. 링아웃을 당하게 되면 멀리 날아가게 되는데 무너진 지형이 적은 상황이라면 이를 이용해 전투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물론 상대 입장에서는 다 이긴 걸 놓쳤으니 억울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강형석 캠프장은 "테스트 과정에서도 더러 발생한 상황인데 피격자는 링아웃이 된 만큼, 위기감에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고 링아웃 자체가 일종의 판정승으로 여겨져서 그런지 공격자들 역시 큰 불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가져온 수단은 점프였다. 스태미나가 허락하는 한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프는 난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형이 무너질 때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수도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난전을 해결하는 '배틀크러쉬'의 3가지 방안에 대한 설명을 끝마치면서 그는 "'배틀크러쉬'는 하이브리드 장르의 게임이지만, 하이브리드 자체를 추구하기보다는 스매시 브라더스가 정립한 난투형의 방향성을 현시점에 맞춰 발전시킴으로써 난투형 대전 액션을 확장하고자 한 게임"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근접 배틀로얄의 오랜 숙제로 여겨진 난전을 해결함으로써 제대로 된 대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이면서 강연을 끝마쳤다.

한편, '배틀크러쉬'는 오는 10월 하순부터 동남아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2월 베타 테스트를 계획 중이다.


■ 현장 질의응답


Q. 포세이돈, 프레이야, 닉스 등 신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하던데 신화 속의 모습이 아닌 '배틀크러쉬'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데 있어서 기준으로 삼은 요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 원전이 있는 캐릭터의 경우 신화의 설정을 어느 정도 따오긴 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게임의 세계관이랑도 관련된 부분인데 원전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배틀크러쉬'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재해석했다.


Q.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이라고 했는데 공개한 영상을 보면 여러 팀이 난투를 벌이는 게 아니라 두 팀이 맞붙는 모습이다. 새로운 장르라기보다는 MOBA를 좀 더 확장한 장르에 가까워 보인다.

= 트레일러로는 3, 4팀이 뒤섞여서 난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서 2팀이 서로 맞붙는 장면을 연출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3, 4팀이 난투를 벌이는 장면을 연출하면 자칫 너무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 공개한 트레일러는 아직 게임을 해보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에 연출상 대전 액션이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2팀으로 제한했다. 실제로는 여러 팀이 배틀로얄, 난투를 벌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Q. 대난투와 MOBA를 섞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앞서 대난투의 특징으로 의외성을, MOBA의 특징으로 파밍 등의 성장 요소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기껏 파밍을 해서 강해졌는데 한방 역전이라는 의외성이 발현된다면 오히려 불쾌해지지 않겠나. 이런 의외성과 파밍, 성장의 밸런스를 어떻게 조절했을지 궁금하다.

= '배틀크러쉬'는 대난투의 링아웃이라는 요소를 우리 게임에 어울리도록 재해석함으로써 의외성을 구현했다. 다만, 대난투의 링아웃처럼 날아갔다고 무조건 죽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질문한 것처럼 기껏 파밍했는데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한방 역전이 발생하는 그런 상황은 잘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편, 파밍의 경우 제대로 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비교하면 기본적으로 2배 정도의 스탯 차이가 발생하기에 한방 역전만을 노리고 파밍을 소홀히 했다간 이기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결국 파밍이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의외성이 너무 강하면 그건 그거대로 파밍과 성장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나. 그렇기에 내부에서도 의외성과 파밍의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Q. 지형이 무너지는 형태던데 모바일에서는 손가락이 배경을 가릴 때도 있지 않나. PC와 비교했을 때 전장의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이에 대한 불만은 없었나.

=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있을 법한 불만인데 테스트 과정에서 그런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잠깐 생각해 봤는데 결국 손가락으로 화면이 가려져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 같다. 지형이 무너지는 걸 조금이라도 늦게 파악하면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형이 무너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 점프나 회피를 통해 벗어나는 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그래서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는 데에 대해서 불만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Q. 근거리 캐릭터와 원거리 캐릭터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원거리 캐릭터가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태생적인 유불리 유무를 어떤 식으로 해결했을지 궁금하다.

= MOBA 등 캐릭터 기반 대전 게임에서 캐릭터 밸런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걸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무너지는 프로젝트들도 많이 봤다. '배틀크러쉬'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캐릭터 밸런스를 조절했는데 팀 기반이 아닌 캐릭터 개개인에 맞춰서 조절했다. 아무래도 팀 기반으로 캐릭터 밸런싱을 하게 되면 조합과 상성을 고려해서 밸런스를 조절해야 하기에 밸런싱의 난이도가 높은데 캐릭터 개개인에 맞춰서 조절하는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한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두 번째로 질문한 근거리, 원거리 캐릭터 간 사거리에 따른 유불리 유무는 회피(이동기)를 통해 해결했다. 일반적인 MOBA와 달리 '배틀크러쉬'의 회피는 스태미나만 허용한다면 몇 번이든 쓸 수 있다. 즉, 근거리 캐릭터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근거리 캐릭터는 회피의 스태미나 소모를 줄인다든가 연속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이점을 줬다.


Q. 배틀그라운드도 그렇고 비슷한 시스템인 이터널 리턴에서도 문제시 되는 티밍 이슈에 대해서 '배틀크러쉬'는 어떤 답을 내놨을지 듣고 싶다.

= 익히 알고 있던 문제인데 '배틀크러쉬'를 플레이 테스트하던 중에는 그런 티밍 문제가 발생한 바 없었다. 예시를 든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왜 '배틀크러쉬'는 티밍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되돌아보면 캐릭터의 스탯이나 성장치를 다른 유저가 알 수 없었던 게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명확한 해답은 아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았기에 논의한 경험이 없어서 명확한 답을 내리긴 어려울 것 같다.


Q. 영상을 보니 헤라클레스를 모티브로 한 듯한 캐릭터가 있던데 다른 유저를 상당히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CC기는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요소인데 밸런스 패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 일반적인 MOBA였다면 그랬겠지만, '배틀크러쉬'의 전투 코어는 MOBA와는 조금 다르다. MOBA라면 CC기를 걸고 딜을 넣어서 녹이는 그런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겠지만, '배틀크러쉬'는 기본적으로 모든 공격에 경적(CC)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한 대만 쳐도 아주 짧은 CC기가 걸리는 식이다. 모든 공격에 경직이 들어간 만큼, 오래 붙잡는다고 승패를 가를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Q. 난전을 배제한다고 했는데 난투형 장르에서 난전을 뺀 이유가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 회피기를 통해 전투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

= 난전과 난투를 명확히 구분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대난투에서의 전투는 난투라고 하지 그걸 난전이라고 하지 않는다. 보통 난전은 근접 기반의 배틀로얄 게임에서 여러 명이 뒤섞여 싸울 때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전략적인 부분이 녹아들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난전에서 이탈하기 위해서 넣은 게 회피를 통한 이탈이다. 한편, 회피뿐만 아니라 링아웃으로 인해서도 전투 이탈이 가능한데 공격자가 의도적으로 뒤쫓거나 하지 않는다면 거의 100% 확률로 이탈할 수 있다.


Q.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보면 의도적으로 싸움을 피하고 다른 유저끼리 싸울 때 이득을 취하는 하이에나 플레이를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껏 열심히 싸운 유저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지게 된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조절할 생각인가.

= 그러한 하이에나 플레이 역시 전략의 한 측면인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별도의 안전장치를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반대로 열심히 싸웠는데 정작 순위가 낮은 유저가 승점이라거나 그런 보상이 크다면 그것도 오히려 안 좋지 않겠나. 전략상 나올 수 있는 그런 부분의 보상을 조절하는 건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특정 오브젝트를 통해서든 의도적으로 싸움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 지형 붕괴가 대표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면 갈수록 지형이 붕괴되고 맵이 좁아지기에 남은 발판에서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유리한 쪽은 꾸준히 전투를 진행하고 파밍을 함으로써 강해진 쪽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본 구조상 전투를 마냥 회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