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는 JRPG의 전성기였습니다. 슈퍼패미콤에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에서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여신전생, 이스, 테일즈 시리즈 등 지금까지 회자되고, 시리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대단한 대표작들이 출시됐습니다.

이런 경쟁적인 시대에 테일즈 오브 시리즈를 제작한 울프팀에서 독립한 트라이에이스라는 제작사가 스타오션이라는 시리즈를 출시했는데요. 첫 작품인 1편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한 2편이 대박을 치게 됩니다.

괜찮은 스토리, 뛰어난 음악, 훌륭한 캐릭터 디자인에 게임성도 모난 부분이 없었습니다.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도 제작이 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출시 10년째인 2008년에는 PSP로 리메이크판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게임은 2편의 두 번째 리메이크 버전인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입니다.

게임명: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R
장르명: RPG
출시일: 2023. 11. 02.
개발사: Gemdrops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NSW, PS5, Steam(PC)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의 뼈대는 오리지널과 거의 똑같습니다. 여기에 그래픽, 전투 시스템, 음악, 캐릭터 디자인 등 꽤 많은 부분에서 현대적인 터치가 들어갔습니다.

배경은 3D에 캐릭터는 2D를 조화한 HD-2D 방식입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나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같이 최근 JRPG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원작의 BGM을 작업한 전설적인 게임 작곡가 사쿠라바 모토이가 모든 BGM을 리메이크했습니다.

게임 내 캐릭터 표현이 단순한 이런 게임에서는 일러스트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요, 캐릭터 일러스트도 2023년에 맞게, 아주 세련된 화풍이 인상적입니다.

일러스트를 오리지널, PSP 리메이크판, 본편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점도 원작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우와 BGM도 예전 작품들 것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주요 대사는 모두 풀 보이스입니다. 음성은 일본어가 기본이고, 영어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98년 작품의 리메이크지만, 시스템 자체가 최신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전투는 단순한 조작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템포가 매우 빠르고, 여러가지 변수를 계속 고려해야 합니다.

동료의 수도 11명(남, 녀주인공 제외)으로 아주 많고, 다양한 무기, 장비, 문장술(마법), 기계공학(머시너리)으로 전투에 변주를 제공합니다. 전투에 배치되지 않은 동료, 전작의 주인공들을 소환수 느낌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스타오션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험치를 모아 레벨업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스킬 포인트와 배틀 포인트로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스킬 포인트는 캐릭터들의 IC(아이템 크리에이션)와 특기들을 올려줍니다. IC와 특기들은 무기를 만들거나, 장신구를 만들거나 해서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유형이 있고요.

경험치 획득량을 늘리거나, 아이템을 훔치거나, 음식을 만들거나, 아이템을 감정하는 등 간접적으로도 게임 진행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 명이 같은 IC와 특기를 배우면 '슈퍼 특기'라는 것도 배울 수 있습니다. 캐릭터별로 어떤 특기를 올려줄건지 고민하는 것도 아주 큰 재미 요소입니다.

배틀 포인트로는 전투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과 필살기, 문장술(마법)의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전투는 단순하지만 재밌고, 시스템도 옛것 같지 않지만, 스토리는 확실히 90년대, 2000년대 JRPG의 그것입니다.

주인공이 어떤 사건으로 다른 행성에 떨어지고, 이런 저런 일을 겪다가 세계를 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로맨스, 약간의 라이벌, 약간의 위기와 절망을 섞은 전형적인 왕도물입니다.

요즘 게임처럼 스토리를 꼬아놓지도 않고, 캐릭터도 입체적인 성격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캐릭터가 자신의 성격을 보여주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도 옛날 스타일입니다. 나는 00년대 왕도물의 감성은 유치해서 싫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 게임도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은 다양한 숨겨진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스토리 라인만 쭉 진행하면, 동료, 아이템, 이벤트 등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소매치기를 통해 엄청난 무기를 만들 수 있도 있지만,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진행하면 평생 얻지 못하기도 한다는 얘기입니다.

동료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특정 동료를 얻으면 다른 동료는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어떤 이벤트 이전까지 얻을 수 있는 동료도 있고요. 옆에 게임 공략집을 펼쳐놓고 게임을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게임 안에 힌트가 전혀 없기 떄문에,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 하고 싶은 분들은 위키 공략 사이트가 필수적입니다.

플레이 타임은 메인 퀘스트를 따라갔을 때 25시간 정도입니다. 저는 최고 난이도를 선택해서, 순수 플레이 타임에 집계되지 않는 시간(레벨노가다, 세이브로드 반복한 아이템제작 등)을 모두 고려하면 3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나뉘어져 있고, 엔딩 이후의 플레이, 진엔딩의 요소도 있습니다. 진짜 끝까지 파헤치면 5~60시간의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R은 아주 좋은 RPG입니다. 구작을 해보지 않으셨던 분들에게도 괜찮은 게임이 될 수 있고, 구작의 추억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에게는 정말 선물같은 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기자기하고 매력적으로 재구성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옛날 감성의 멋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