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들이 출시 시기를 겹치고 싶지 않아 하는 작품이 으레 등장합니다. 일 년 주기로 계속 출시되지만, 매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타이틀을 잘 놓치지 않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죠. 2019년 '모던 워페어' 리부트 이후로는 특유의 그래픽과 총기 액션, 세밀한 애니메이션 등으로 FPS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콜 오브 듀티' 안에 속한 다양한 시리즈 중에서도, '모던 워페어'가 갖는 위치는 남다릅니다. 프라이스 대위를 비롯한 인상적인 등장인물들, 범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각국 특수부대의 모습을 화려한 연출과 함께 보여주는 것으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특히, 리부트 전 원작의 충격적인 반전들은 지금은 어른이 된 북미 게이머들의 학창시절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할 정도였죠.

그런 작품의 세 번째 리부트인 만큼, 올해 출시되는 '모던 워페어3'에 대한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싱글플레이 캠페인 측면에서는, 모든 팬들에게 거대한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게임명: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3(2023)
장르명: FPS
출시일: 2023.11.10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슬렛지해머 게임즈
서비스: Activision
플랫폼: PC, PS5, Xbox
플레이: PC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 그리고 싱글플레이 캠페인
▲ 시리즈의 메인 빌런, 마카로프의 등장으로 관심을 받은 이번 작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와 급박한 연출, 심지어 NPC 동료와도 끈끈한 전우애를 느끼게 만드는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 경험은 프랜차이즈 역사에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멀티플레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며 예전같은 비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팬들이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것은 프라이스 대위를 비롯한 핵심 인물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19년 첫 리부트를 시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모던 워페어'의 이야기인 만큼 이번 모던 워페어3의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여러모로 어깨에 가볍지 않은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원작 최대의 적인 '마카로프'를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언급해 왔고, 직전 작품에서는 FPS 시장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충격적인 미션, '노 러시안'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을 포함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 새로운 느낌의 '노 러시안'을 기대한 팬들에게도 중요한 작품이었죠

그러나, 정식 출시일 일주일 전에 미리 공개된 모던 워페어3 리부트의 캠페인은 팬들이 가진 그 모든 기대를 져버린, 말 그대로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고, 그마저도 실제 게임플레이가 아닌 컷신의 분량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편입니다. 바로 이전 작품인 모던 워페어2 리부트의 이야기와 매끄럽게 연결되지도 않을 뿐더러,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장면' 또는 연출도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지금껏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지원한 프랜차이즈의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이 최신작의 배경에는 새로운 요소로서 추가된 '개방형 전투 임무'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개방된 필드 안에서 선호하는 장비를 파밍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이렇게만 설명하면 아이디어 자체는 꽤 흥미롭게 들립니다. 이야기 전개에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살짝 추가하면서, '그저 길을 따라 총을 쏘기만 하면 되는' 레일 슈터 특유의 경험에 색다른 재미를 얹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개방형 전투 임무는 사실 이번 캠페인이 혹평을 받아 마땅한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개방형' 임무인가
▲ 파밍하고 임무 하면 끝나는 싱글 캠페인

이번 모던 워페어3 리부트 캠페인의 미션 대부분은 이 '개방형 전투 임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션 별로 서로 다른 주인공의 시점이 되어, 혼자서 적진 한 가운데 찾아가 임무를 완수하는 식을 채택하고 있죠. 여러 명의 동료와 함께 대규모 병력을 상대로 전투를 치르는 경험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게임이 출시되기 전 개방형 임무에 대한 설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몇 해 전 출시된 또 다른 콜 오드 듀티 시리즈, '콜드 워'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해당 작품 또한 기존 캠페인의 내러티브에 몇 가지 색다른 변화를 줬던 타이틀이죠. 냉전 상황이라는 배경 아래서 벌이는 첩보 활동을 주제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전달함으로써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하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개방형' 임무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멀티플레이로 제공되는 '워존'의 튜토리얼이라는 인상이 더 짙습니다. 전반적으로 빠른 이동 속도를 통해 맵을 활보하고, 높은 곳에서는 뛰어내릴 때 낙하산을 펼치고, 지도를 확인하며 곳곳에 배치된 상자에서 아이템을 습득하라는 것을 가르쳐주겠다는 의지가 거의 모든 곳에서 느껴졌습니다.

▲ 맵도 그렇게 넓지 않고, 목표도 몇 개 없음

▲ 보안 시설이라면서 적 병력이 스무 명도 안 되나..?

'적대 플레이어 없는 워존'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경험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일단 오픈 필드라고 부르는 맵 자체가 상당히 작고, 한 미션에 등장하는 적군의 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거기에 '개방형'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무기를 얻는 것 외에는 딱히 둘러볼 이유가 없기에, 지도에 찍혀 있는 임무만 냅다 수행할 경우 무척이나 빠른 시간에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습니다. 마땅히 소음기가 필요할 법한 미션에서도 처음부터 소음기 달린 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때도 있고, 또 요란하게 적을 소탕한다고 해서 돌아오는 패널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방형 임무'들은 장소가 어떻게 되었든 비슷한 경험만을 주며, 3시간이라는 짧은 캠페인 플레이 시간 내에서도 놀랍게도 '지루함'을 느끼게 만드는 데 성공하고 맙니다.

이 개방형 임무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레일 슈터를 벗어난 자유도를 쥐어주고 싶었든, 아니면 자신들이 주력하고 있는 멀티플레이 콘텐츠에 대한 교육의 목적으로 캠페인을 활용하고 싶었든, 이 결정은 그간 프랜차이즈가 쌓아온 스토리 측면에서 꽤나 많은 부분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 꽤나 좋은 인상을 심어준 첫 미션 이후에는 글쎄...

으레 레일 슈터라고 불리는 싱글플레이 경험은 많은 게이머들이 이야기하듯 '길 따라 가며 총 쏘는' 게임이라는 놀림을 받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개발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연출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데 최적화된 방법도 없죠. 그간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싱글 캠페인에서 팬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 대부분은 자유도를 배제한 채 게임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방형 임무'에서는 이런 내러티브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캠페인 미션 대부분은 초반부를 개방형 전투로, 후반에는 다시 레일 슈터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컷신으로만 스토리를 진행하기도 하죠. 이 '개방형' 하나 때문에 전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에도 큰 제한이 생긴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이야기, 전개, 결말
▲ 이런 부분은 또 잘 만들어서 더 속상합니다

사실, 문제는 개방형 임무뿐만이 아닙니다. 스토리 자체도 전작에서 지적된 빈약한 내러티브를 이제는 아예 걷어차버리듯 했다는 점도 지적받아 마땅합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이번 캠페인은 개방형 임무에 비중을 둔 나머지 스토리를 게임플레이 안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로 인한 컷씬-게임플레이-컷씬의 배치는 여느 게임에서 활용할 만큼 일반적이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스토리 전개가 파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의 발단은 이번 작품의 캠페인이 직전 시리즈의 캠페인에서 곧장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간 시즌제로 운영해 온 멀티플레이 콘텐츠의 스토리를 모른다면 뜬금없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가장 단적인 예가 전작 캠페인의 적으로 등장한 섀도우 컴퍼니 소속 '그레이브즈'로, 분명 전작에서 탱크를 타고 있는 녀석을 플레이어가 박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워존 시즌 중에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즌을 통해, 그레이브즈는 파라가 지휘하는 혁명군 등과 함께 러시아 PMC '코니'를 상대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DMZ 콘텐츠에서도 플레이어와 섀도우컴퍼니 NPC가 동맹 관계를 유지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멀티플레이 내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이었죠. 그러다보니 캠페인만 즐긴 유저들이라면 그레이브즈가 살아 돌아온 것도 이상한데, 갑자기 다시 친한 척을 하니 납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사실 탱크 안 타고 있었던 그레이브즈, 워존 시즌을 안 해봤다면 황당합니다

이처럼 파편화된 스토리 전개 방식이 이미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에서, 메인 빌런인 '마카로프'를 주축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컷씬으로만 전달되는 굵직한 이야기, 장소만 다르고 하는 것을 똑같은 개방형 임무, 자유도를 얻는 대신 포기한 연출까지. 3시간 남짓한 게임플레이를 마친 뒤 되돌아보면, 마땅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더구나 결말은 말 그대로 그간 '모던 워페어'를 사랑해 온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수준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내에서 꽤나 비중있는 인물을 허무하게 희생시키시는 것도 모자라, 이제껏 파편적으로 보여준 갈등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는 탄식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 이런 연출들은 아직 건재하지만, 무슨 스토리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게 흠


구작 맵 부활,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보여준 '좀비 모드'
▲ 이번 작품의 핵심은 역시 좀비 모드죠

장황하게 싱글플레이 캠페인에 대한 실망감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현재 '콜 오브 듀티' 플레이어 기반의 과반수가 멀티플레이 이용자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리부트 모던 워페어 시리즈로서는 처음 선보이는 좀비 모드 또한 많은 협동 팬들에게 관심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죠.

흔히 코어라고 부르는 일반 멀티플레이의 경우는 원작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 등장했던 맵들을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맵이 등장합니다. 그래서인지 직전작과 비교하면 맵의 규모가 수평적으로 넓으면서, 조금은 덜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취향의 요소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탁 트인 공간의 전투를 선호한다면 이번 작품의 멀티플레이가 더 손에 익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맵인 만큼, 비교적 현대에 정립된 게임플레이와 맞춰 보완이 이뤄졌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맵의 지형에 따른 다른 메타가 정립이 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좀비 모드는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첫인상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기존 팬들에게 익숙한 웨이브 클리어 형태의 콘텐츠가 아니라, 워존이나 DMZ를 플레이하는 느낌으로 좀비 모드를 재해석한 것은 신선한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과거 워존에서도 핼러윈 기간 등에 으스스한 콘셉트의 콘텐츠를 마련하긴 했는데, 좀 더 '좀비'에 치중한 콘텐츠라고 보면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 DMZ와 비슷하게 무장을 하고 진입하며

▲ 월드 내에서 각종 미션을 완수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좀비 모드는 DMZ와 유사하게 세 명이 하나의 파티를 이루며, 월드에 진입해 각종 계약을 수주하며 장비의 성능을 업그레이하게 됩니다. 맵의 중앙으로 향할수록 좀비가 더욱 강해지며, 이들을 원활히 처치하기 위해서는 파밍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주황색 구역에 있는 레벨2 좀비들부터 멧집이 굉장히 강해지기 때문에, 장비를 맞추고 진입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게임플레이 도중에는 기존 좀비 모드에서 익숙한 각종 버프 아이템이나, 재화를 이용해 무기를 구매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으며, 자신의 무기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는 '팩 어 펀치' 기계 또한 구현되어 있습니다. 파밍을 통해 모은 에센스(재화)를 팩 어 펀치 기계에 가져가 무기를 강화하고, 강화한 무기를 이용해 더욱 높은 레벨의 좀비를 상대하는 형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외에 월드를 진입하거나, 탈출하는 규칙은 DMZ와 유사합니다. 중간에 팀이 전멸할 경우 보유한 아이템을 모두 잃고, 가져갔던 무기가 밀수품이라면 그 또한 잃어버리게 되죠. 하지만, 이곳에는 적대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존재했습니다.

▲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팩어펀치도 건재

월드 전체에는 3인으로 구성된 여러 파티가 참가합니다. 자신의 팀 외에도 다른 팀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렇지만 이들은 동료일 뿐 적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마주치면 안심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파티의 임무로 인해 몰려오는 좀비를 대신 잡아줄 수도 있고, 부상당한 이들을 구원해 주는 등 아기자기한 상호작용도 가능했습니다.

기존 PvPvE 콘텐츠인 DMZ를 플레이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배틀 로얄 대신 협동이 더욱 취향에 맞는 이용자라면 모던 워페어3 리부트의 좀비 모드는 한동안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이나 총기 사운드 등은 이미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프랜차이즈이기도 한 만큼 나무랄 곳이 없고, 조금만 맵 안쪽으로 진입해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위험한 상황도 자주 펼쳐집니다.

다만, 지금까지 서비스해 온 워존이나, DMZ에 비교해서는 아직 계약의 수나 플레이할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는 운영을 보여줄 수 있다면 프랜차이즈의 또 다른 재미 요소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 상대 플레이어들이 적군이 아닌, 동료로 함께 하니 아주 든든합니다


어떤 이유를 들어도, 프랜차이즈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될 이번 캠페인
▲ 그간 쌓아 온 명성, 너무나 많은 가능성을 잃어버린 건 아닐지

사실, 이전부터 이번 작품에 대한 우려는 계속 존재해 왔습니다. 원래 DLC로 예정했던 작품을 무리해서 정식 출시를 감행했다던가, 원래 개발을 맡기로 한 개발사 대신 슬렛지해머가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는 등의 것들이죠.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소비자에게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결말까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의 캠페인은 그 어떤 면에서도 전보다 새롭거나, 기억에 남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 했고, 그 결과 길지 않은 플레이타임에도 지루함에 지쳐 몇 번이고 중간에 플레이를 멈춰야 했습니다. 역사가 오랜 게임인 만큼 스토리 측면에서 혹평을 받은 몇몇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 캠페인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수준으로 오랫동안 이름을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욱 슬픈 것은 이런 이야기가 아직도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하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죠. 앞으로 남아있는 이야기를 멀티플레이 시즌을 통해 풀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내년에 다시 8만 원이 넘는 가격에 '모던 워페어4'로 판매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알고 싶지도 않아졌습니다. 이번 작품의 캠페인은 앞으로 선보일 프랜차이즈의 싱글플레이 캠페인에 대한 거의 모든 기대를 내려놓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마도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싱글플레이 캠페인의 스토리가 궁금해 구매를 망설이는 게이머라면, 이번 작품의 구매는 절대로 말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콜 오브 듀티 특유의 멀티플레이를 즐겨왔거나, 과거 작품의 맵에 추억을 가진 게이머들,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는 좀비 모드를 플레이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올해 본 엔딩 크레딧 중 가장 황당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