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웹젠이 서브컬처 RPG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서브컬처라는게 모바일 시장에서 다소 과하게 소비되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한 장르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서브컬처 장르는 모바일 시장에서 '메인'스트림, 주류라고 할 정도가 됐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서브컬처 신작들이 출시되는 상황이고 퀄리티들 역시 다들 만만치 않죠. 그런 가운데 성공하는 게임은 한 줌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승자가 유저를 독식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진대 웹젠이라고 하면 뮤, R2로 유명한 개발사였기에 관심 역시 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브컬처 신작을 만든다고 해봤자 덕심을 제대로 자극할 수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스타 현장에서 '테르비스'를 시연하자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하이퀄리티 애니메이션 2D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테르비스'는 시연과 동시에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적어도 비주얼만큼은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죠.



15분가량의 시연을 통해서는 '테르비스'의 기본적인 시스템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컷신의 퀄리티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테르비스'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여느 서브컬처 RPG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속성, 역할군, 진형 위치(전열, 중열, 후열)로 구분되는 여러 캐릭터가 존재하며, 이들을 조합해 파티를 꾸리는 전형적인 모습이었죠. 장비, 진급, 전용 장비로 추정되는 아티팩트에 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비의 경우 갑옷, 바지, 신발 등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형태와는 뭔가 다른 보석 형태라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각 장비의 옵션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시연 버전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죠. 다만, 똑같은 캐릭터를 뽑을 경우 해금되는 형태로 추정되는 진급과 전용 장비라고 할 수 있는 아티팩트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여느 서브컬처 RPG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 서브컬처 RPG좀 해봤다면 한눈에 알 수 있는 구성이다

그렇다고 '테르비스'가 늘 봐왔던, 이렇다 할 특징 없는 서브컬처 RPG라는 건 아닙니다. 첫인상은 평범한 편이었지만, 시연한 지 몇 분 만에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요소 역시 분명히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전략성에 대한 얘기입니다. 최근의 수집형 RPG, 서브컬처 RPG를 보면 전략성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최적의 파티를 짜기보다 필수 캐릭터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죠. 어떤 의미에서는 딜찍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르비스'는 달랐습니다. 앞서 언급한 속성, 역할군, 진형 위치, 그리고 캐릭터 간의 스킬 연계 효과인 체인 스킬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연 버전의 도전 모드는 제법 높은 난이도를 요구했기에 전략적인 요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지기 일쑤였습니다. 적의 약점은 뭔지, 파티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떤 스킬을 쓰는 게 좋을지 고려해야 했죠.

▲ 아무렇게나 배치하는 게 아니라 적의 특성도 파악해서 진형을 짤 필요가 있다

파티는 주인공을 포함해 5명의 캐릭터로 구성됩니다. 진형의 기본은 탱딜힐 구성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가디언 클래스의 주인공처럼 체력이나 방어력이 높은 캐릭터는 전열에, 힐러나 딜러처럼 공격력은 강하지만 방어력이나 체력이 약한 캐릭터는 중열이나 후열에 위치하는 식입니다. 개중에는 전열을 건너뛰고 중열이나 후열을 공격하는 적도 있는 만큼, 어떤 적을 상대하는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배치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각 캐릭터는 평타를 비롯해 3개의 스킬을 사용하는데 오토 스킬은 알아서 쓰지만, 매뉴얼 스킬과 스페셜 스킬은 유저가 직접 써야 합니다. 평타와 오토 스킬만으로 깰 수 있을 정도로 '테르비스'의 전투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매뉴얼 스킬과 스페셜 스킬, 그리고 체인 효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뉴얼 스킬은 기본 스킬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강력한 한 방을 날린다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등 캐릭터마다 다른 스킬들을 지니고 있죠. 어떤 캐릭터가 어떤 스킬을 쓰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게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투의 열쇠가 되는 건 스페셜 스킬로 간단히 말하자면 필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력할뿐더러 공격 스킬의 경우 상태 이상 효과를 지닌 것들이 있는데 이때 체인 효과를 통해 다른 캐릭터가 쓰는 스페셜 스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도로시→히메나→주인공(아처)의 스페셜 스킬 체인 효과가 대표적입니다. 아처 클래스인 주인공의 스페셜 스킬은 기본적으로 단일 대상으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데 마비에 걸린 적이 있다면 광역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스페셜 스킬에 마비 효과가 있는 캐릭터가 없다면 도로시의 스페셜 스킬로 현기증 상태 이상을 먼저 부여하고 이어서 히메나의 스페셜 스킬로 현기증에 걸린 적을 마비 상태로 만든 후 주인공이 스페셜 스킬을 쓰면 한 방에 적을 일망타진하는 식입니다.

▲ 스페셜 스킬의 체인 효과는 캐릭터마다 다른 만큼, 다양하게 조합해 보자

하이퀄리티 애니메이션 2D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게임답게 '테르비스'의 비주얼은 여러모로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만 좋은 게 아니었죠. 리얼 크기에 가까운 캐릭터들의 모델링 역시 여러모로 덕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비주얼이 첫인상을 담당했다면 파티 조합과 체인 효과 등의 전략적인 요소는 '테르비스'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유저를 게임에 묶어두는 강력한 요소로서 여타 서브컬처 RPG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테르비스'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느껴졌습니다.

여러모로 '테르비스'는 신작 서브컬처 RPG를 기다렸을 유저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반가운 신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과 전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상황. 남은 건 이제 덕심을 극대화하는 스토리뿐입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부분인 만큼, 추후 스토리도 제대로 준비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서브컬처 RPG로 돌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