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은 취향만 맞다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이 삭제되는 마법을 느껴볼 수 있지만 복잡한 게임 방식과 긴 플레이 타임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축에 속한다.

에미리트 게임즈에서 출시한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에 로그라이트 시스템을 접목해 장르의 특징과 장점은 계승하고 플레이가 무겁다는 단점을 최대한 없애고자 했다. 이들의 차별화된 전략은 스팀 평가 16,000개 이상의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

게임명: 어게인스트 더 스톰
장르명: 건설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3.12.08
리뷰판: 1.0.0
개발사: 에미리트 게임즈
서비스: 후디드 홀스
플랫폼: PC
플레이: PC


복잡한 경영보단 직관적인 건설에 집중

많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 도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캠페인마다 정해진 기간 혹은 성장 규모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게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반면,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정해진 기간 내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즉, 도시 건설과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아무리 도시를 잘 꾸몄다고 한들 무한으로 확장할 수 없다. 이러한 차이는 게임 플레이에서 큰 변화를 불러왔다.

가령, 도시를 오랫동안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건물의 형태와 위치 하다못해 도로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만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 경영에서 삐걱대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괜히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 칼같이 잴 필요 없이 일단 도시가 굴러가기만 하면 OK

이 탓에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유저 대부분이 게임을 하던 중간에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 순간 새로운 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관념을 갖기 쉽다. 어중간하게 커졌을 때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걸 뜯어고치기 어려우니 차라리 다시 시작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즉, 게임의 모든 요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게임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게임이니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지겠지만,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에게 있어서 이러한 점은 매우 큰 진입 장벽으로 다가온다.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앞서 언급했듯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도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오래 유지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되는 맵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제한된 자원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평판을 얻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기존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 유저의 상상력과 능력대로 주무를 수 있는 샌드박스를 더욱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샌드박스 요소를 없애고 게임으로서 주어진 목표를 차근히 깰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 덕분에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의 방대한 자유도 때문에 제대로 정을 붙이기 어려웠던 유저도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엉망진창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유지된다고 해도 일단 목표만 달성한다면 성공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설령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해도 해당 캠페인의 실패일 뿐 게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실패가 아니다. 로그라이트 장르의 특성상 실패를 해도 남는 게 있고 이를 또 다른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 어차피 도시를 건설하고 또 건설하기를 반복하는 게임이다 보니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없다.

▲ 경영보단 상황에 맞춰 특정 요소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도시를 만들고 규모를 키워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관리할 게 많아지고 어려워지는 순간이 온다.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딱 그러한 순간이 오기 직전에 목표를 달성 혹은 실패하게 레벨 디자인을 설계해 뒀다.

결과적으로 건설 게임의 재밌는 엑기스만 쏙 골라서 빼먹기를 반복하니 쉽게 질리지 않을뿐더러 한 판에 걸리는 플레이 타임도 길지 않아 가볍게 즐기기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과 로그라이트의 만남

앞서 언급했듯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오랫동안 도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게임이다. 아무리 도시 건설이 재밌어도 적당히 대도시 되려고 할 때마다 다시 촌락 규모로 돌아가길 반복하면 쉽게 질릴 수 있다.

게임 속 세계는 일정 주기마다 딱 한 곳 '그을음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리셋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이렇게 리셋된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게 된다. 플레이어는 총독이 되어 마을 밖으로 나가 임시 도시를 건설하고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봉인석을 만져 리셋 주기를 최대한 길게 늘여야 한다.

이처럼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일정 주기마다 리셋되는 환경 그리고 반복적인 도시 건설 등 로그라이트 게임으로서도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보여준다.

▲ 힘들게 도시 만들어도 어차피 날아가니 정을 주지 말자

게임 플레이는 크게 월드맵 정찰과 정착지 건설 두 가지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월드맵 구간은 정착할 땅을 고르고 입장하기 전 해당 땅의 생물군계를 살펴보고 적합한 대상단, 착수 보너스를 챙겨갈 수 있다. 이후 정착지 건설로 넘어가면 숲의 적의와 여왕의 노여움에 신경을 쓰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평판을 채워 도시 건설을 완료해야 한다.

게임의 승리 목표기도 한 평판은 여러 방법으로 채울 수 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국가에 이로운 행동을 하면 평판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을 주민들이 먹고 살만하고 국가에 물건을 바치거나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면 조금씩 평판이 오른다.

반대로 안 좋은 행동을 하면 평판이 깎인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여왕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데 수치가 쌓이면 즉시 도시 건설이 실패로 돌아간다. 숲의 적의는 게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여왕의 노여움과 달리 숲에 안 좋은 행동, 예를 들면 무분별한 벌목을 하면 숲의 분노를 사 주민들이 불안에 빠지고 심지어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 도시 건설에 성공 혹은 실패하면 여러 자원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러한 페널티는 결국 여왕의 노여움에 직결되므로 느긋하게 도시를 경영하는 게 아니라 숲의 적의와 여왕의 노여움이라는 타임 어택 시스템을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쉬운 난이도는 페널티의 수치가 크게 오르지 않아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베테랑 난이도로 가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한편, 이러한 페널티 요소가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도시를 건설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정착지 내에서도 두 가지의 타임 어택이 있지만 세계가 리셋되는 더 큰 개념의 타임 어택이 존재하므로 더 예쁘고 멋지게 도시를 꾸미는 게 아니라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시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게 된다.

타임 어택 외에 정착지 건설 중에서도 여러 페널티를 만나게 된다. 가령, 나무를 베어서 영토를 확장할 때 새로운 빈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때 위험도가 높은 곳이라면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특정 이벤트는 플레이에 도움을 주지만 자칫 잘못되면 게임을 터트릴 정도로 안 좋은 것도 있다. 이를 어떻게 대처할 지 는 오직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 여왕님의 명령만 잘 따라도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

이 밖에도 수많은 건축물의 상호 작용 그리고 생물군계의 활용 등 도시 건설의 빌드업 과정이 굉장히 세밀하게 준비되어 있다. 반복해서 도시를 건설해도 쉽게 질리지 않는 게 바로 이러한 랜덤성 그리고 수많은 이벤트 덕분이다.

다만, 랜덤성이 도시 설계에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가령, 방직 트리를 생각해서 준비했는데 중요한 방직 건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준비했던 모든 게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더더욱 신중하게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

정리하면 어게인스트 더 스톰은 건설 게임에서 난이도 상승의 주범 중 하나인 경영 과정을 없애고 건축과 설계에 최대한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도시 건축도 로그라이트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변수를 더했으며, 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과 차별화되는 이 게임만의 콘텐츠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 힘들게 정착했을 때의 성취감이 큰 편

사실 타 게임보다 조금 쉬울 뿐이지 이쪽 장르의 초심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요소가 많다. 가령, 생물군계를 파악해 건물의 빌드업을 꾸려가는 과정이나 한정된 자원의 통제 방법, 각종 페널티를 극복하는 과정 등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 역시 굉장히 많다.

개발사도 이 점을 인지했는지 최대한 친절하게 튜토리얼과 가이드를 만들어두긴 했지만 기존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많다 보니 설명이 직관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어렴풋이 인지한 상태에서 일단 한 번 깨져 봐야 알 것 같달까. 그래도 가장 쉬운 난이도에서는 페널티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여러 부분에서 초심자를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한 번 플레이 해보면 생각보다 짜임새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혹시 평소에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했거나 한 번 해보고 싶다면 이 게임을 통해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