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가고는 합니다. 여러 외부 상황 때문에 타의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솟아난 영감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직감의 인도에 따라 다른 길로 접어드는 일도 있죠. 그렇게 전혀 모르는 업계로 뛰어드는 일은 보통은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곤 하지만, 종종 그 과감한 도전이 어느덧 결실을 맺어가는 경우도 있죠.

브릿지뮤직의 강보영 대표는 그중 후자였습니다. 음악을 전공하다 게임에 매력을 느끼게 된 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로 과감하게 뛰어들었죠. 처음에 갈팡질팡하다가 자신의 꿈을 함께 할 동료 그리고 든든한 멘토와 함께 차근차근 나아가면서 어느덧 첫 작품 '28'을 올해 게임쇼에서 시연 버전으로 선보일 정도까지 다듬어나갔습니다.

게임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예술가가 영감과 직감 그리고 집념으로 자신의 세상을 넓히면서 만들어 가고 있는 '28', 그리고 그 도전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브릿지뮤직의 멤버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좌측부터) 브릿지뮤직 백선아 사운드 디자이너, 강경이 그래픽 디자이너, 안민경 PM, 강보영 대표


"28, 악기 연주법을 녹여내며 감성을 더한 리듬 퍼포먼스 게임"
Q. 첫 작품인 '28'을 올해 도쿄 게임쇼 그리고 지스타에서 선보였는데, 언제부터 개발했나요?

강보영 = 작년 9월부터 팀원들과 같이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디토’라는 이름의 게임이었는데,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PC 리듬 게임이었죠. 그걸 작업하다가 올해 1월부터 일신해서 작업 중인 것이 현재의 ‘28’입니다.


Q. 게임의 이름이 특이한데,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나요?

강보영 = 그래서 보통 다들 돌려 말하고는 하는데, 저희는 그냥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웃음). 사실 이 게임이 저희가 겪었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낸 게임이기도 한데, 그거를 18살 때부터 28살 때까지 작중 인물들이 겪은 이야기로 담고자 했거든요. 그 마지막 종착점, 28살의 시점을 제목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작년 9월 팀을 결성했을 때 스터디 카페에서 처음 시작하다가 사무실을 얻었는데, 그때 사무실 번호가 28호실이었어요. 여러모로 의미가 있던 숫자라서 자연스럽게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또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가 게임을 다시 갈아엎고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기억이 그 숫자에 짙게 남다 보니 그 제목이 입에 붙어버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Q. 제목만으로는 아무래도 28이 어떤 게임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것 같은데, 좀 더 소개를 하자면?

강보영 = 제가 이번에 처음 게임 개발에 도전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음악을 전공했었습니다. 전공자 입장에서 음악 게임, 리듬 게임을 봤을 때 무언가 음악을 즐기는 느낌보다는 눈으로 보면서 찍는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음악을 사랑한 만큼, 또 여러 곡을 연주하고 즐겨왔던 만큼 그런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 기존 리듬 게임이 어찌 보면 중간중간 시간에 짬이 날 때 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렇게 짧게 짧게 즐기는 것이 아닌, 스토리텔링이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두드리는 게 아닌, 음악의 흐름을 타면서 감정과 진심을 전달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그런 게임을 지향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게임 개발을 전공한 사람, 작곡가, 디자인 전공한 사람, 이렇게 파티원을 모아서 팀을 꾸리고 작업하고 있는 것이 ‘28’이라고 하겠습니다. 장르적으로 말하자면, 리듬 '퍼포먼스' 게임이라고 할까요.



Q. 보통 리듬 '액션' 게임이라고 하는데 '퍼포먼스'라고 한 것이 인상적이군요.

강보영 = 단순히 노트에 맞춰서 키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액티브하게 연주하는 그 느낌을 어필하고 싶었거든요. 음악을 느끼면서 진짜로 연주를 하는 그 느낌은 '액션'보다는 '퍼포먼스'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저희 게임은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을 담기 위해 그에 맞는 주법에 따라 패드를 조작하는 식으로 설계했죠. 실제로 시연 현장에서 유저들이 '액티브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음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누르고 흔드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하는데, 그게 저희가 원하는 반응이라서 흡족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런 걸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퍼포먼스'라고 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음악을 보고 찍는 게 아니고 ‘느끼게 한다’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28의 음악을 어떻게 구성하고 작업해 나갔나요?

백선아 = 우선은 스토리와 분위기를 먼저 생각하고, 그와 연관된 내용은 가사에 먼저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그러고 난 뒤에는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에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의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서 저희 스스로가 직접 인하우스로 작업하면서 계속 세부적인 것까지도 고쳐서 다듬어왔었습니다.

그리고 노트를 보고 찍는 게 아니라 들으면서 음악을 느껴야 더 잘 찍을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계속 다듬어가고 있어요.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노트가 아니라 배경과 스토리 씬이 함께 어우러진 가운데에 노트가 자연스럽게 박자와 멜로디에 맞춰 움직이고, 그 흐름을 타면서 버튼을 누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에 동화되게끔 했죠.

강보영 = 박자에 맞춰 찍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에 좀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도록 그 노트에 맞춰 키를 누르면 그때마다 그에 맞는 멜로디라인이 나오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노트만을 누르는 방식이지만, 단조롭게 박자만 맞추지 않고 연주하는 느낌을 더 살릴 수 있도록 했죠. 여기에 악기의 주법을 참고한 특수 노트로 그 느낌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Q. 버튼을 짧게 누르거나 길게 누르는 것 외에 악기의 주법을 노트에 활용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그런 느낌을 녹여낸 건가요?

강보영 = '28'은 주인공 캐릭터들이 클래식 악기를 연주한다는 컨셉이 핵심입니다. 아무래도 제 전공도 그렇고, 또 악기에서 사용하는 주법을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클래식의 주법을 녹여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안민경 = 그래서 저희가 채택한 주법은 플루트의 트릴, 피아노의 글리산도,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주법입니다. 피치카토와 글리산도는 각각 아날로그 스틱을 해당 방향으로 짧게 튕기거나 혹은 쭉 길게 이어가는 식으로 구현했고, 트릴은 트리거 버튼을 연타하는 식으로 해석했습니다.

백선아 = 그 주법에 맞춘 노트를 실제로 플레이할 때 악기 연주의 그 느낌이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할 때 그 주법에 맞춘 사운드가 나도록 여러 번 시도했고, 그렇게 해서 그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었죠.

강보영 = 실제 악기를 연주할 때의 몸짓을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지만, 그 느낌을 담은 손놀림이나 몸을 음에 싣는 그 감각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몸으로 부딪치면서 다듬어간 느낌이에요. 음악 전공자가 둘이고 또 악기도 실제로 다루던 사람들이니, 계속 의견을 나누고 또 각자 아는 지인들에게도 테스트해 보면서 그 감각을 전하고자 노력했죠. 그래서 실제로 악기를 다룬 적이 있는 분들은 플레이하면서 옛날에 악기를 연주하던 그 느낌을 떠올리고는 하더라고요.

▲ 일반 노트와 롱 노트 외에

▲ 악기의 주법을 반영한 노트를 추가하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감성을 살리고자 했다


Q. 청각적, 촉각적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는데, 시각적으로는 어떻게 그 느낌을 살리고자 했나요?

강경이 = 스토리와 음악에 맞게 시각적인 요소를 구현하려면 무엇이 좋을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뮤직비디오 그런 것이 먼저 떠올랐어요. 그 포맷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더욱 효과적으로 음악과 저희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다음 단계였죠.

그래서 단순히 노트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좀 더 역동적인 도형과 라인으로 구현했습니다. 그러면서 배경이 최대한 가려지지 않게끔 했죠. 그리고 주법에 맞춘 특수 노트는 단순히 처음에 나올 때만 그렇게 특이한 것이 아니라, 그 주법을 실제로 잘 소화해냈을 때 그 느낌이 시각적으로도 보일 수 있도록 했죠. 예를 들어 트릴 주법은 두드릴 때마다 노트가 점점 더 커져서 마지막에 빵 터지는 듯한 연출을 넣는다거나, 피아노 건반을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타는 글리산도는 그 진행 방향으로 쭈욱 흘러가는 느낌을 게이지로 표현하는 등 실제 악기가 아니라서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감성을 시각으로 보충하고자 했습니다.


Q. 노트는 한 줄이지만 여러 주법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을 살렸는데, 이러한 요소가 진입장벽이 되지 않을까 고민일 것 같습니다. 특히 리듬 게임은 스테이지가 가면 갈수록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러한 두려움을 깨고 스토리 그리고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나도 궁금합니다.

강보영 = '28'은 리듬 게임 매니아 외에도, 음악을 좋아하거나 예전에 악기를 다룬 적이 있던 사람들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어렵지 않게 레벨을 디자인하고 있죠. 한편으로는 이번 지스타에서 리듬 게임 매니아들이 어려운 곡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걸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잘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시스템을 접목했다보니 리듬 게임 매니아들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했는데 그걸 오히려 즐기면서 도전을 이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적응 기간 동안에는 쉽게 가다가, 뒤로 갈수록 어렵게 하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노트 라인이 하나라 방법을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해야 하는데,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여러 키를 빠르게 우수수 누르는 그런 식의 단조로운 레벨 디자인은 아닙니다. 음악을 할 때를 떠올려 보면, 곡이 꼭 빠르다고 어려운 게 아니고 느려도 어려울 수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음악 전공자로서 경험을 녹여서 여러 가지 악곡과 레벨 디자인을 광범위하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Q. 사각형, 육각형 모양의 노트 라인이 나오는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안민경= 3박자 계열은 육각형, 4박자 계열은 사각형으로 나옵니다.

강보영 = PS2 시절의 '렛츠 브라보 뮤직'을 연상하는 분이 있는데, 사실 그 게임은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게임은 꼭지점이 핵심이라면 저희는 꼭지점 사이에 리듬을 어떻게 쪼개서 연주하느냐, 그리고 그때의 감성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더 관건이에요. 지휘자가 아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시점이니까요. 그에 맞춰서 노트를 짠 뒤에 저하고 백선아 디자이너가 플레이하면서 "이게 아니야!"라고 하면 또 강경이 디자이너가 노트를 수정하는 작업이 몇 번이고 반복됐죠. 그래서 아마 강경이 디자이너가 굉장히 힘들었을 거에요.

강경이 = 그래서 버려진 노트가 정말 많았습니다(웃음).

강보영 = 저희 브릿지뮤직이 정말 작은 팀이긴 한데, 그 안에서 음악 전공자가 둘이라 비중이 굉장히 높죠. 그래서 음악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게 강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음악, 박자 개념을 아예 몰랐는데 전공자들에게 물들어서 이제는 4분의 3박자 쿵짝짝 4분의 4박자 강약중강약 이런 게 자연스럽죠.

▲ 박자 계열에 따라 사각형, 육각형으로 노트 라인이 달라진다


Q. 주법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했지만, 게임 내 음악은 팝이나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습니다. 이 주법과 다른 장르의 음악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서 중점을 둔 포인트가 있다면?

백선아 = 실제로 그 문제를 여러 차례 겪었습니다. 특히 보컬곡을 설계할 때 정말 난제였죠. 멜로디라인을 고스란히 따를지, 아니면 보컬은 보컬대로 악기는 악기 사운드대로 갈지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고 이리저리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데 보컬은 보컬대로 하고 메인 악기의 사운드에 맞춰서 짜보니까 뭔가 엇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따로국밥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 주법이 어떤 악기의 주법이다 혹은 이 노래에는 이 악기가 메인이아 이런 식의 틀에 얽메이지 않고 오직 멜로디라인을 중심으로 구성했죠.

강보영 = 백선아 디자이너가 작곡 뿐만 아니라 지휘 경력도 있는데, 지휘자는 그 공연에 나오는 모든 악기의 음과 특색을 다 알아야 하는 직책이에요. 그래서 그 파트를 연주하는 악기의 소리가 어떻게 나와야 매력적인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작곡에 그치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이 부분에서 왜 이런 소리가 나오지? 하는 파트가 없도록 테스트하고 또 조절하고 조율하는 그 작업을 쭉 해왔죠. 클래식 주법을 가미한 플레이 스타일로 여러 장르를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Q. '28'의 코어로 음악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내세웠는데, 그 스토리를 이끌어갈 캐릭터의 모습을 어떻게 게임 안에서 담아내고자 했나요? 또 아무래도 리듬 게임은 노트를 보면서 플레이하게 되는데, 노트와 배경 그리고 캐릭터의 비중을 어떻게 배분하고자 했나도 궁금합니다.

강경이 = 처음 작업할 때 가장 큰 고민이 그거였어요. 앞서 잠시 말하긴 했지만 노트 라인이 너무 강조되면 캐릭터가 묻히고, 캐릭터가 너무 튀면 노트가 묻히는 딜레마가 있죠. 그 톤을 최대한 배경에 맞추되, 캐릭터 또한 눈에 띄도록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거쳐서 조율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 노트의 흐름을 보고 악곡, 그리고 어떤 캐릭터가 연주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쨌거나 메인은 노트고, 플레이하면서 집중하다보면 배경보다는 노트에 집중하게 되니까요. 이 부분은 노트 라인의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악기마다 색을 지정해서 그 노트 색만으로 아 지금은 피아노구나, 바이올린 파트구나, 이런 걸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거죠. 하단에 아이콘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둔 것이고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각 캐릭터의 테마색과도 맞췄습니다. 그래서 그 노트색을 보고 피아노, 그리고 이 캐릭터가 연주하는 파트라고 파악할 수 있는 셈이죠. 배경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 흐름을 음악과 색으로 알 수 있게끔 했습니다.

안민경 = 배경 화면도 뮤직비디오처럼 여러 연출 기법을 섞어서 화면을 구성했는데, 사실 음악에 몰두하다 보면 잘 안 보이고 맥이 끊어지는 느낌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다시보기 기능이나, 악곡을 플레이하고 난 이후 스토리 중간에 컷신을 삽입하는 등등 메시지를 담은 화면을 보여주기 위한 기능을 추가로 작업했습니다.


Q. 시연 버전에서는 리듬 게임에 잘 안 쓰이던 주법이 게임을 시작한 뒤 추가 설명이 없이 바로 나왔는데,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이를 어떻게 개선하려고 하나요?

안민경 = 그래서 튜토리얼 작업에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핵심은 이 낯선 플레이 방식을 어떻게 스토리, 게임플레이 템포에 맞춰서 제시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죠. 그냥 대놓고 튜토리얼! 이런 것보다는 알게 모르게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음악에 녹아드는 그 감성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니까요.

현재 방향으로는 아무래도 '28'이 밴드부 친구들의 이야기라, 연습하는 과정에서 그 노트에 대한 가이드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차근차근 악곡에 익숙해지는, 그런 흐름을 생각하고 있어요. 18살 그리고 28살로 이어지는 밴드부의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곡의 난이도도 구성하고 있고요.





▲ 연주와 음악, 그리고 청춘의 이야기 세 가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모로 고심하고 있다


"풋풋한 청춘 같은 초보의 첫 도전, 내년 8월에 그 결실을 보여줄 것"
Q. 게임 개발 경험이 없다가 작년부터 게임 개발에 돌입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은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을 꼽자면?

강보영 = 우선 가장 큰 난관은 제가 게임에 대해 잘 몰랐다는 거죠. 옛날에는 "나 게임 안 하고 공부했다" 이런 말이 좋은 말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아닌 거요. 인생의 경험 중 하나가 비어있는 셈이니까요.

아예 게임을 안 했던 건 아니긴 한데...그 옛날에 게임을 했던 것을 꼽자면 슈퍼마리오, 지뢰 찾기 이런 것들이 떠오르네요. 그러다가 한참 나중에 리듬 게임을 보고 어 저런 것이 있구나 싶었죠. 음악을 전공했던 제 경험을 녹여낸 게임을 만들고 싶다,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 생각에 멋도 모르고 뛰어든 거죠.

그렇게 해서 게임 개발을 공부하고 멤버를 모아서 작업에 들어가는데,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았던 거요. 우선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부터 부족했죠. 그걸 계속 질문하면서 어떻게든 알아가고 또 템포를 맞춰가기 위해서 노력했죠. 그리고 저희 멤버가 제각각 파트가 다 다른데, 그러다 보니 서로가 다 생각이 달랐어요. 그 자리에서는 "응 알았어"라고 했는데, 자기가 아는 식대로 받아들인 거죠. 나중에 보면 작업 결과물이 제각각이었고 그걸 조율하기 위해서 우선 서로 이해한 것, 서로가 생각하는 방향을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맞춰가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죠.

심지어 그걸 이끌어야 하는 저 자신이 게임을 잘 몰랐고, 게임을 만들기는커녕 게임 자체를 별로 안 해봤다는 게 정말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경솔했던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아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충동이 저를 계속 채찍질해서 공부하고 또 회의하고 이러면서 여기까지 왔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회의만 하는 날이 정말 많았는데, '28'로 확정이 되고 나서는 점차 궤도에 올라 내년 출시를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왼팔의 이것이 동료의 ...읍읍

▲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처럼, 현실에서도 힘을 모아 역경을 이겨냈다


Q. PC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 버전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는데, 닌텐도 스위치 버전 개발에 어려움은 없나요? 또 그럼에도 닌텐도 스위치 버전 개발에도 나선 이유를 꼽자면?

강보영 = '28'이 닌텐도의 감성에 맞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작감부터 조작법, 사운드, 휴대성, 그리고 닌텐도가 그간 이어왔던 '감성'까지 모든 면에서 리듬 게임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 생각해요. 제 개인적으로 게임 음악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닌텐도를 통해서 깨달았던 것도 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게임 개발을 처음 시도하는 입장에선 꽤 어려운 플랫폼이긴 해요. 그래서 어렵긴 한데, 게임쇼 참가 이후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이식을 잘하는 퍼블리셔들과 연락이 닿고 있어요. 계약이 체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인데, 그렇게 된다면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거라 봅니다.


Q. 패드 대응에 대해서만 언급이 됐는데, 키보드로는 플레이가 불가능한가요?

강보영 = 현재로서는 저희가 준비한 주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패드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바일은 생각하지 않고 PC, 콘솔로 무게를 실었죠. 패드에 연결해서 플레이하는 게 일반적인 플랫폼을 먼저 잡고 패드 플레이를 구축해나갔다고 할까요?

물론 타 플랫폼 확장 및 키보드 대응은 고민 중이긴 합니다. 어떻게 해야 저희 게임의 핵심 포인트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까, 이게 제일 관건이거든요. 그것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배제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생각의 폭이 요동치고 있는데, 어떻게든 최대한 그걸 담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Q. 올해 TGS, 지스타 2023 등 게임쇼에서 유저들과 처음 현장에서 만났는데, 가장 기억나는 피드백과 참가 소감을 말하자면?

안민경 = 도쿄게임쇼에 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감개무량했죠. 제 꿈이 도쿄게임쇼에 참가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이루어진 셈이니까요. 그게 이루어지니까 또 마음가짐이 달라지더군요. 아, 정식 출시해서 다시 유저들과 마주하고 싶다라고요.

피드백은 아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라면, 지스타에 진짜 게임을 정말 접하지 않았던 분도 오신 게 정말 의외였다고 할까요. 그 중에 변호사가 한 분 있었는데, 그분이 게임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아니라서 이리저리 부스를 둘러보다가 저희 부스에 계속 오시는 거에요. 지스타에 나온 다양한 게임 중에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게임이 얼마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저희였던 거죠. 게임을 잘 몰라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방향성이 인정 받은 것 같았죠.

일단 가장 시급한 피드백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리듬 게임은 프레임 단위로 굉장히 민감한 장르라 그쪽을 먼저 개선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코어를 만들기 위해 달려오다 보니까 그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못 썼던 것 같아요. 현장 시연에서 그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아울러 유저들이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판정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체감햇죠.

강보영 = 게임 개발도 처음이고 게임쇼 참가도 처음이라 정말 우여곡절이 많긴 했는데, 유저들과 만나면서 바로 컨디션이 올라오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포션을 먹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돌아와서 피로가 몰려오긴 했는데, 또 유저들의 후기나 지스타 사진 이런 것들을 보다보면 다들 설레서 잠을 설치고 그랬었죠. 제가 계속 "여러분 또 내일 나가야 하니까 잠 좀 자세요"라고 했지만 저조차도 잠이 잘 안 왔거든요(웃음).

인상 깊은 분이라면, 지스타에서 이번에 거의 첫 주자로 입장하는 분이 있었어요. 그분이 리듬 게임을 즐기는 분이라 저희 게임을 보고 바로 와서 플레이하고는 '기대된다'고 말하더니 다음날부터 입장하자마자 바로 저희 부스를 찍고 다니더라고요. 또 리듬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3시간, 4시간 계속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본 뒤에 "오랜만에 재미 있는 게임을 찾았다"고 딱 한 마디 말하고 가셨는데, 그게 정말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 지스타 2023에 참가, 3개 스테이지 분량의 시연 버전을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Q. 출시 예정일은 언제고, 또 정식 출시 버전에서 볼륨은 어느 정도로 선보일 예정인가요?

강보영 = 현재로서는 내년 2024년 8월 출시가 목표입니다. 그때 PC, 스팀으로 먼저 출시하고 추후에 콘솔로 내고자 하고 있죠. 패드가 기본이라 콘솔 대응은 아주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닌텐도 스위치를 먼저 고려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Xbox 등 다른 플랫폼도 가능할 거 같고요.

이미 코어는 다 만들어둔 상태라 나머지는 말 그대로 '작업'인 단계입니다. 그 반복 작업의 완성은 6월까지는 다 될 것 같고, 중간에 오프라인 행사를 나간 뒤에 피드백에 따라서 예정보다 한 달 정도는 늦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안민경= 스테이지는 15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볼륨이 작아 보이지만, 스토리가 들어가는 리듬 게임인 만큼 각 스테이지 그리고 그 사이 시나리오를 고퀄리티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죠. 현재는 3개 스테이지가 구현된 상태고, 나머지를 추가로 작업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타 리듬 게임처럼 콘텐츠 DLC로 곡이 추가되거나 스토리가 더 추가되는, 그런 방향도 고려 중입니다.


Q. 올해는 TGS, 지스타에 참가했는데 내년에도 출시에 앞서 28을 현장 시연 혹은 체험판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강보영 = 내년에는 플레이엑스포, 게임스컴, 지스타 이렇게 세 곳에 나가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체험판까지는 모르겠어요. 여러 플랫폼 대응을 위해 작업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테스트 빌드를 마련해서 배포하거나 그런 것은 현장 시연과는 또다른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테스트 일정을 짜고 조율하는 그런 단계는 아직은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Q. 내년이면 첫 작품으로 데뷔하게 될 텐데, 브릿지뮤직이 어떤 개발사가 되겠다 포부를 밝힌다면?

강보영: 첫 작품은 리듬 퍼포먼스 게임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장르를 더욱 확장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내보이고 싶어요. 그리고 그 핵심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을 겁니다. 제 또다른 기반이기도 하고, 또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중핵이니까요. 음악만 들어도 재미있고, 또 음악과 함께 플레이하면서 더욱더 감성이 느껴진다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내년에 출시할 28, 그리고 그외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올해 여러 유저들이 현장에서 응원해주셨는데,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저희 게임이 내년 게임쇼 시연 그리고 출시됐을 때 유저들이 플레이하면서 특유의 음악과 감성을 느끼고 모두 즐겁게 공유할 수 있도록 열심히 잘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