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비식 오픈월드' 등의 밈과 함께 오픈월드 게임에 진심인 면모만을 보여주는 회사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유비소프트는 퍼즐, 전략, 플랫포머 등 다양한 장르의 팬들에게 익히 알려진 IP를 갖추고 있습니다. 유비소프트 몽펠리에의 '레이맨'도, 13여년 전 작품을 끝으로 신작을 만나보기 힘들어진 '페르시아의 왕자'도 그 일부죠.

지난 18일, 오랜만에 세상에 등장한 '페르시아의 왕자'는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횡스크롤 플랫포머라는 점은 30여 년 전 과거의 원작을 닮기도, 또 개발사인 유비소프트 몽펠리에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둘의 만남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즐겁고, 경쾌한 모습이었습니다.

게임명: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장르명: 액션, 메트로배니아
출시일: 2024. 1. 18.
리뷰판: 1.0.1
개발사: 유비소프트 몽펠리에
서비스: 유비소프트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S5

플랫포머 명가, '페르시아의 왕자'를 만나다

▲ 그 때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레이맨'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의 개발을 담당한 것은 유비소프트의 대표적인 IP 중 하나인 '레이맨'을 개발한 유비소프트 몽펠리에입니다. 당시 레이맨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상반되는 높은 난이도 때문에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꽤나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IP만큼이나 플랫포머 장르에 대한 개발진의 노하우도 탄탄해졌고, 그 결과 2013년 출시된 '레이맨 레전드'는 메타크리틱 91점(Xbox 기준)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가 플랫포머 장르와 갖고 있는 관계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시간의 모래' 시리즈 로 익히 알려진 3D 버전 작품들이 등장하기 이전, 1990년 MS DOS로 출시된 원작은 2D 횡스크롤 어드벤처 장르였습니다. 요 근래 플랫포머라고 정립된 게임들과 비교하면 속도감도 없고, 퍼즐이 복잡한 것도 아니었지만,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과 특유의 묵직한 애니메이션은 이후 게임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0년대 초반 불어온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광풍에 따라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도 유비소프트에 의해 보다 액션에 치중한 작품으로 변모했지만, 게임 구석구석에는 언제나 플랫포머의 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구간들이 존재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이번 '잃어버린 왕관'은 IP 원작이 가진 감성에 그간 축적한 플랫포머에 대한 노하우가 집약된 특징을 갖는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어릴 땐 이 장면만 봐도 무서웠는데

▲ 30년도 더 지난 지금, 다시 횡스크롤로 돌아온 모습을 보게 될줄이야

아무리 30여년 전 원작이 횡스크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지만, 2000년대 이후로 3D 액션 어드벤처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IP를 메트로배니아로 재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비주얼의 문제보다는, 그간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인식의 차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작 명맥이 끊어지긴 했어도 '페르시아의 왕자'는 유비소프트의 간판 타이틀 중 하나고, 한동안 대형 오픈월드 게임만 선보였던 회사의 행보를 지켜본 게이머라면 '페르시아의 왕자' 신작이 횡스크롤 플랫포머라는 소식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서도 유비소프트 몽펠리에는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장르를 선택했고, 기억 속에 잊혀져 가는 IP를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내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결과가 대단히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시점이 고정되어 있고, 특유의 게임플레이 메커닉에 따라 연출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횡스크롤 플랫포머 장르는 여타 AAA 게임과 비교해 평가 절하를 당하는 면모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초적인 즐거움을 주는 데는 이만한 장르도 없죠. '할로우 나이트', '오리' 시리즈 등 각종 플랫포머들이 현재까지도 사랑 받고 있다는 점도 이를 대변합니다.

물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횡스크롤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게임들은 저마다 고정된 시점과 게임플레이의 한계에서 오는 연출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선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는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도 다르지 않습니다.

액션, 퍼즐, 연출까지... 꽉 찬 육각형 게임플레이

게임을 시작하고 곧장 진행하는 튜토리얼부터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비주얼 측면입니다. 화려하고 쨍한 이펙트를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활용하면서 서양권에서 아니메(Anime)라고 일컫는 카툰 스타일의 비주얼을 완성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투 사관학교' 스킨들의 이펙트를 생각하면 얼추 비슷한 느낌입니다.

비주얼은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와도 맞닿아 있고, 튜토리얼은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주얼적인 측면부터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연출을 통해, '잃어버린 왕관'은 앞으로 펼쳐질 게임플레이가 호쾌하고, 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쨍한 연출

▲ 튜토리얼 보스부터 느낌이 옵니다 "아, 게임 참 호쾌하구만!"

튜토리얼 부분의 짤막한 전투가 끝나고, 스토리는 재빠르게 게임의 주무대로 향하게 됩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잠깐 설명하면, 이 게임은 시리즈 최초로 주인공이 페르시아의 왕자가 아닙니다. 젤다의 전설의 주인공이 젤다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승전 축하 도중 납치된 페르시아의 왕자를 찾기 위해, 7명의 정예 용사로 구성된 '임모탈스'는 신비한 산에 오르게 되고, 플레이어는 임모탈스의 막내 '사르곤'이 되어 왕자를 찾는 여정에 함께합니다.

왕자가 주인공이던 시절에서 왕자를 찾는 게임으로 플롯에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시간의 모래' 시절부터 이어진 시리즈 특유의 신비함을 간직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게임 또한 '시간'은 스토리 측면에서도, 또 게임플레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곳 앞으로 풀어갈 퍼즐도 '시간'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 카메라를 잘 쓰면, 횡스크롤에서도 이런 연출이 가능하네요

게임의 특징은 장르가 장르이니 만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적을 상대하는 전투, 특정 구간을 돌파할 때 필연적으로 만나야만 하는 플랫폼과 퍼즐. 그리고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탐험 요소가 그것입니다. 애니메이션 풍의 호쾌한 연출과 시리즈 특유의 세계관은 이 세 가지 특징을 한 데 아우르는 목표를 상당히 충실하게, 그리고 잘 이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투는 공격과 회피, 그리고 패링을 이용한 직관적이면서도, 타이밍 싸움이 필요한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소울 라이크 장르의 전투와도 유사한 측면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거점을 활성화하고, 상점에 들러 회복약의 사용 개수를 늘리는 등도 소울 라이크 팬들에게 익숙한 메커니즘이죠.

거기에 공격 버튼과 방향키를 조합해 각종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투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위쪽 방향키와 공격을 함께 누르면 적을 띄우거나, 달리는 도중 적을 공격해 강하게 밀치는 등 상황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접근법을 제공하죠. 진행에 따라 기술이 늘어나면 가끔 헷갈릴 때도 있지만,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접근 방식이 다양하니 그만큼 자신의 손에 맞는 전투 스타일을 구축하기도 좋습니다.

▲ 그간 배운 기술을 시험하는 장인 보스전

구간마다 등장하는 보스전은 지금껏 배운 다양한 탐험용 기술을 시험하는 장의 역할을 합니다. 탐험을 하는 데 주로 사용되지만, 전투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설계된 덕분입니다. 각 보스들은 저마다 콘셉트에 맞는 공격 방식을 갖추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연출은 전투의 박진감에 보탬을 줍니다.

플랫포밍에서는 유비소프트 몽펠리에의 노하우가 유감 없이 빛을 발합니다. 조작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튜토리얼 이후, 전반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퍼즐과 발판이 플레이어를 맞이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장르 특성 상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즉사를 한다든지, 소위 '억까' 패턴을 보이는 사례는 잘 보이지 않았고요. 함정의 경우 잘못 닿으면 체력을 잃고 시작 부분으로 여지 없이 돌아와야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유발 요소는 장르의 특징적인 부분이기에 감안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 방법은 아는데 손이 안 따라줄 때

▲ 찬물 마시고 정신을 차리자...

게임의 주 무대가 되는 '카프 산'은 비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세상입니다. 얼마 전에 산에 도착한 병사들이 이미 깡마른 해골이 되어 있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의 세월로 받아들여지는 미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모래' 시리즈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신비함을 간직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련된 각종 기술, 그리고 기믹들은 게임의 전반적인 신선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며 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학습하게 되고,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표방한 만큼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지역을 다시 방문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물론 사용하는 기술이 많아질수록 퍼즐의 난이도도 올라가지만, 그만큼 비주얼 연출 측면도 함께 발휘되기에 몰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대부분의 퍼즐은 '답이 눈에 잘 보이지만, 그대로 수행하기가 까다로운'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더 많았던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의 취향 영역이지만, 피지컬에 자신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도전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플랫폼, 퍼즐 연출도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

▲ 크게 어렵진 않지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편


편의성 옵션으로 접근성까지 확보한 메트로배니아의 재해석

이처럼 특징적인 연출과 만족스러운 게임플레이를 보여준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에서 또 하나 인상에 깊이 남은 점이 있다면, 장르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을 배려한 편의성 옵션이 다양하게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이전에 못 간 구간이 열린다'는 특색을 가진 구조에 따라 동선이 비선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탐험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더 없는 즐거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도대체 이 다음에 어디를 가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좌절감을 선사하기도 하죠.

그간 레이맨 시리즈를 개발하며 많은 피드백을 확보한 덕분인지, 유비소프트 몽펠리에는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해 플레이어가 쉽게 피로감은 느끼는 부분을 일부 보조하려는 시도를 보여줬습니다. 지도에 다음 목적지를 보여주는 옵션과 각 장소의 모습을 이미지로 남길 수 있는 기능, 그리고 심지어 플랫폼 구간을 아예 뛰어넘을 수 있는 접근성 옵션을 통해서 말입니다.

▲ 게임 초반부터 지도에 목적지를 표시하는 모드를 설정할 수 있고

▲ 다양한 보조 옵션을 사용해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지금 가진 기술로는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려운 장소에 도달했을 때, 해당 장소의 모습을 저장해 두는 기능은 기존 메트로배니아 게임에서는 흔치 않은 새로운 시스템입니다. 스크린샷 형태로 저장한 이미지는 지도에 아이콘을 표시되고, 새로운 기술을 획득한 뒤에 이미지를 보고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내 모드를 켤 경우 X자 표시된 빨간 문으로 이미 표시되어 있어 사용할 일이 줄어들지만, 탐험 모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기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플랫포밍 지원 모드는 아예 플랫폼 구간을 건너뛸 수 있도록 하는 지극히 파격적인 접근성 옵션입니다. 이를 활성화하면 플랫포밍이 필요한 구간 시작 지점에 포탈이 생성되고, 이를 사용하면 플랫포밍 구간 마지막 지점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습니다.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구역을 완전히 건너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희소식입니다.

▲ "딸깍"

다만, 이렇게 구간을 점프해 버리면 곳곳에 숨어 있는 재화나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장비 업그레이드와 포션 사용 횟수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꽤나 많은 재화가 필요한 편이라, 몇 번 시행착오를 겪는 한이 있어도 플랫포밍 구간은 직접 진행하는 것이 추후 보스전을 대비하는 데 더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런 모든 설정들은 모두 취사선택이 가능한 '옵션'으로, 플레이어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게임을 편하게도, 또 어렵게도 즐길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던 '레이맨'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며, 평소 이러한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소울 시리즈'의 전투, '레이맨'의 플랫포머, 거기에 메트로배니아 플레이 스타일까지 얹힌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은 얼핏 지극히 매니악한 장르들의 조합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심한 배려로 완성된 접근성 옵션과 게임의 전반을 아우르는 비주얼 연출은 기존 장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한 편, 더 많은 이용자층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합니다.

원작 페르시아의 왕자가 출시 된 지는 이미 30여 년이 훌쩍 지났고, 직전작 또한 출시된 지 약 13년 정도가 흐른 오늘날, 유비소프트 몽펠리에가 보여준 IP의, 그리고 장르의 재해석은 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까지 갖게 합니다.

물론, 꽉 찬 육각형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완벽한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PS5 기준 L2 버튼으로 방어, R2 버튼으로 회피를 하면서 L1,R2,R3 등으로 기술을 사용해도록 만들어 둔 조작은 생각보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고, 조작감은 결국 플랫포밍의 실패로 이어지기에 깨나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던 구간도 상당했습니다.

또 퍼즐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답을 알아내는 것 자체는 간단하지만, 풀기 위해서는 지독하게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특히 시간 제한이 있는 퍼즐의 경우 플랫포밍 판정이 아니기에 접근성 옵션도 사용할 수 없는 점 등은 일부 이용자들에게 어려움을 선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조작감 또한 옵션 설정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키매핑을 지원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구간이 일부에 한정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반적인 만족감에 비해 아쉬운 점은 상당히 적은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간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즐겨 온 이들에게도, 이제 막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도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은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