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판타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올해 3월이면 출시 10주년을 맞이하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이게임즈의 대표작이자 지금도 꾸준히 단독 페스티벌을 열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IP이기도 하죠.

그 IP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아크시스템웍스와 함께 대전격투로 풀어낸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도 그 중 하나였죠. 그렇지만 대전격투 게임의 특성상 그랑블루 판타지의 이야기, 그리고 모험을 충족시키기는 다소 아쉬웠고, 그 테마를 담아낼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에 팬들의 눈이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최초 개발 시점, 그리고 공개 이후에도 꽤나 오랜 역경의 세월을 거친 상황에서도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했죠.

그 오랜 세월을 거쳐 다듬어온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체험판에서부터 이미 '그랑블루 판타지'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험의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갈증을 빠르게 해소할 만큼 박진감 있게, 그리고 밀도 있게 말이죠.

게임명: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4. 2. 1.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1.00버전)
개발사: 사이게임즈
서비스: 세가퍼블리싱코리아
플랫폼: PC, PS
플레이: PS



밀도 있게 꽉꽉 담아낸 그랑블루 판타지의 테마와 로망


이 게임의 원전이 되는 '그랑블루 판타지'는 2014년 일본에 출시됐지만, 국내에 나온 적이 없는 게임입니다. 자연히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죠. 물론 그랑블루 판타지 IP 기반의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가 국내에도 출시되긴 했지만, 장르의 특성상 이전부터 쭉 계속 이어진 주인공 일행의 모험을 완벽하게 보여주기는 어려웠죠. 대전 액션은 어떤 캐릭터가 있고 또 그들이 어떤 관계이며 그 세계에 무엇이 있나 하나하나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엔 적합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한 판 대결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그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한 화면에 직관적으로 담아내기엔 조금 애매하다는 점도 있죠.

그런 만큼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가 과연 10년 가까이 쭉 이어진 그 세계와 모험을 수박 겉핥기로 알거나 아예 모르는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가 가장 먼저 신경 쓰였습니다. 당장에 그랑 혹은 지타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멤버들이 오래도록 같이 모험을 사이라는 식으로 대했을 때 조금 어색했거든요.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출시 초에 좀 했을 때 보긴 했어도 이런 느낌이었으니, 이런 부분을 따지는 유저라면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겁니다.



▲ 그랑블루 판타지의 세계관을 몰라도 주요 단어는 노란 글씨 표기에 바로 용어 확인이 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부분은 빠르게 훌쩍 지나가고, 바로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기공단이 원래 누비던 지역이 아닌 새로운 공역에 들어선 뒤, 갑작스럽게 몬스터들이 난폭하게 몰려오게 되죠.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 루리아가 성수 '바하무트'를 소환하지만, 어쩐 일인지 바하무트가 아군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가까스로 이를 막기는 하지만, 그 이후 의식을 잃은 루리아와 이를 붙잡으려는 주인공이 추락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서 변방 마을 폴카 부근에 떨어진 주인공 일행은 하늘뿐만 아니라 여러 섬에서도 몬스터들이 갑자기 날뛰고 불길한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마을에서 만난 해결사 '롤랑'의 도움을 받아 비행선을 고친 뒤 제타 그랑데 공역 이곳저곳을 탐사하게 되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하늘의 모험을 그려낸 그랑블루 판타지의 특성상 다른 세계관에서 쓰이지 않는 여러 용어들이 나오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바로 알 수 있도록 인덱스 표기도 충실히 되어있고, 굳이 모르고 넘어가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JRPG식 정통파 판타지의 흐름을 충실하게, 그렇지만 밀도 있고 박진감 있게 바로바로 풀어내기 때문이죠.

▲ 어마무시한 위력의 '바하무트'를 소환해 몬스터의 습격은 막아냈지만

▲ 갑작스럽게 바하무트가 폭주하면서 그랑 사이퍼가 대파

▲ 새로운 공역에서 모험을 시작하는 가운데...원작의 상인도 만물상으로 등장?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스토리를 아예 안 보고 스킵스킵해서 넘어가는 유저라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인게임에서 요약 정리도 잘 되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떼어놓고 인게임 플레이만 해도 컨트롤러를 쭉 잡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액션이 초반부터 빠르게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기본 액션 시스템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액션 RPG를 해봤다면 친숙한 일반 공격과 특수 공격 그리고 이를 조합해서 발생하는 파생기와 스킬을 리링크식으로 풀어낸 것이 기본이니까요. 그렇지만 '리링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혼자서 무쌍을 찍거나 난적을 상대로 소울류를 하는 것이 아닌 동료와의 연계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시스템이 눈에 띕니다.

▲ 기본 공격과 특수 공격을 조합한 콤보, 어빌리티에 특유의 '링크 어택'과 오의 시스템을 활용한 액션이 핵심

특히 동료와 함께 적을 때리다보면 게이지가 차면서 활성화되는 '링크 어택'이나 각자의 오의를 단순히 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계하면 추가로 발생하는 체인 공격의 짜임새는 하면 할수록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보통은 동료와의 연계를 연출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수단 정도에 그치지만,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그것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편하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보스와 적 구성까지도 신경 써서 배치했기 때문이죠.

앞서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방향을 무쌍이나 소울류와 다르다고 했는데,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몬스터헌터나 MMORPG식 패턴에 액션 게임의 속도감을 더한 느낌입니다. 다양한 광역기와 돌진기 그리고 특수 기믹들이 난무하는 사이에서 각자 협력해 극딜 타이밍과 패턴을 피할 타이밍을 잡고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죠. 각 패턴마다 적 보스가 상당히 격하게 날뛰는 만큼, 그냥 무턱대고 공격하면 딜은 딜대로 못 넣고 공격은 고스란히 받는 양상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딜을 누적하고 브레이크 게이지를 채운 뒤, 큰 패턴에서 중간에 브레이크를 걸고 극딜을 넣을 수 있나 없나 여부가 쉽게 클리어하기 위한 과제입니다.

▲ 슈퍼 아머 상태에 광역기를 마구 흩뿌리는 것도 모자라서

▲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위력적인 공격을 퍼부어대니 타이밍을 잘 봐서 끊어두는 게 상책

▲ 정신차리기 전에 오의 연계+체인 그리고 그 사이사이 콤보로 극딜을 안정적으로 뽑는 맛이란

이때 주축이 되는 것이 스턴 게이지가 찬 순간에 동료들과 함께 발동하는 링크 어택, 그리고 오의와 체인 연계입니다. 우선 링크 어택은 적을 계속 공격하다 보면 스턴 게이지가 차면서 동료와 강력한 협공을 발동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 카운터가 계속 누적되서 100%까지 올라간 뒤에 '링크 어택' 발동하면 불릿 타임이 생기면서 어빌리티 쿨타임 감소에 체력 회복까지 하는 '링크 타임'이 발동하죠. 오의는 한 번 맞으면 마치 격투 게임의 난무형 초필살기처럼 고스란히 그 자리에서 맞게 되고, 자연히 그 사이에 파티원의 맹공 그리고 다른 오의에 체인 연계까지 이른바 '극딜'을 할 타이밍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게 먹히는 패턴과 안 먹히는 패턴, 그리고 타이밍이 있으니 이를 유의해서 효율적인 공략을 뽑아내는 재미는 확실했습니다.

심지어 그런 협동의 재미를 멀티플레이가 아닌, 싱글플레이에서도 꽤나 괜찮은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놀라운 점이었습니다. 보통 AI 파티원이 같이 다니는 게임에서는 AI 파티원 다수가 제대로 거들지도 못하거나 별다른 지시가 없으면 광역 패턴에 휩쓸려가기 일쑤인데, 이 게임에서는 파티원 중에 힐 어빌리티가 있는 캐릭터 두 명만 배치해두면 파티원의 안위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됐습니다. 일반 공격은 다소 무시하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광역 패턴은 알아서 잘 피해서 중간중간 체력을 조금씩만 주유해줘도 무사하기 때문이죠. 보스를 극딜해야 할 때도 쫄에 어그로가 분산되는 게 조금은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때는 오의나 링크 어택을 플레이어가 먼저 발동하면 그쪽으로 와서 공격하기 때문에 극딜 타이밍 잡기도 상당히 쉬운 편이었습니다.

▲ AI는 딜하는 건 다소 아쉬울 때도 있지만 보스의 까다로운 패턴은 알아서 잘 피하니 나만 신경 쓰면 OK

이렇듯 캐릭터 사이의 '유대'를 게임플레이에 강조한 만큼,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이야기는 그랑블루 판타지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바로 와닿게 됩니다. 동료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험하는 이야기는 이제 더 말이 필요 없는 정통 클리셰죠. 그렇지만 클리셰란 건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익숙하기에 더 와닿는, 그래서 파괴적인 위력을 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한껏 힘을 실은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협동'의 테마를 살리면서 개개인의 플레이까지 살아나는 게임시스템까지 더하면서 이야기의 몰입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 오픈월드를 맘껏 누비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믹과 특성이 살아있는 필드를 동료와 누비고


▲ 각종 난관과 시련을 동료와의 유대로 극복하는 짜임새 있는 게임플레이로

▲ 동료들과 함께 모험하며 난관을 극복하는 스토리에 힘을 실었다


격투게임급으로 색다른 각양각색의 매력, 다소 삐걱이는 반복의 지루함을 걷어내다


이미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싱글플레이 타임은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육성 시간까지 포함해서 약 20시간 정도, 액션에 친숙하지 않아서 난이도를 낮추고 여러 어드밴티지까지 적용한다면 14시간 남짓 걸릴까 싶은 수준이죠. 개인적으로 그 시간 동안 휘몰아치는 이야기와 액션만 해도 상당히 만족스럽긴 했지만, 오랜 세월 리링크를 기다렸던 팬이라면 좀 더 할 거 없나 찾아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마련해둔 멀티플레이는 싱글플레이에서 보여주지 못한 유저 간의 협동을 코어로 내세웠습니다. 그간 만났던 보스 몬스터들 외에도 여러 조건이 붙은 미션까지 클리어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재료를 모아서 강력한 장비를 만드는, 전형적인 RPG식 구성을 보여주고 있죠.

그 하나하나의 짜임새는 나쁘지 않지만, 싱글플레이에서 보여주었던 그 밀도에 비하면 좀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아울러 그 시점이면 싱글플레이에서 여러 편의기능이 해금됐을 무렵이라 더더욱 허전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죠.

▲ 싱글플레이가 끝날 무렵이면

▲ 다음 단계의 장비 파밍 및 캐릭터 육성을 위해 해당 재료를 주는 의뢰를 반복플레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멀티플레이를 왜 반복해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해 100% 만족스러운 답을 현 단계에서 주지 못하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엔딩을 보고 난 이후에 여담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콘텐츠적으로 캐릭터를 어느 정도까지 성장시킬 수 있고 어떤 테크까지 올릴 수 있나,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거의 부재하죠.

캐릭터의 어빌리티나 스탯은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장비를 착용해서 어느 정도로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어떤 장비를 파밍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상당히 미진한 편입니다. 약간의 재료가 있다면 대장간에 가서 확인할 수 있지만 재료가 하나도 없다면 확인을 못하니 답답하죠. 물론 그간 JRPG가 멀티 콘텐츠에서 불편했던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익숙한 유저도 있겠지만, 효율적으로 빌드 올리면서 쭉쭉 템포를 끌어올리고 싶은 MMORPG 스타일의 유저라면 막막하게 느껴질 겁니다.

더군다나 그 테크를 거치면서 성장하는 곡선이 너무 정직해서 중간에 계속 반복되는 파밍 욕구가 꺾이는 것도 불안한 요소입니다. 각 캐릭터에 맞춰서 진과 장비까지 다 세팅을 해두면 그 위력이 실감되기는 하는데, 그것 없이 하나하나씩 따로 맞춰가는 단계에서는 그만한 성장이 확실하게 체감되지는 않거든요. 물론 클리어 타임이 조금 빨라지면서 이전에 못 깼던 미션 하나하나 달성하는 성취감은 있지만, 장비 하나보다는 전반적인 '세팅'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보니 뭐 하나만 완성해서는 파괴력이 그만큼 바로 뒤따라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 하면 또 빡빡하니, 반복 파밍 숙제의 부담감은 있고 성취감은 느끼기 어려운 아이러니함이 생깁니다.



▲ 이런저런 세팅도 하고 육성해서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세팅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 전까지는 효과가 뚜렷하진 않으니

▲ 궤도에 오를 때까진 한 번 한 번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이슈는 사실 엔딩을 다 보고 난 뒤에 꾸역꾸역 파밍하는 게임들이 무조건 부딪히게 되는 문제입니다. 이를 시즌 업데이트로 풀거나, 다양한 직업이나 캐릭터를 추가하면서 유저에게 꾸준히 무언가 할 것을 만들어주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죠. 그 중 리링크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초창기 캐릭터 외에도 나루메아, 샤를로테, 제타, 칼리오스트로 등 그랑블루 판타지의 인기 캐릭터를 추가로 영입해서 새로운 전투 감각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죠.

그렇게 다양한 직업과 캐릭터 라인업을 내세울 때는 그 각각의 캐릭터가 과연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지가 관건입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왜 개발 기간이 이렇게 오래 걸렸나 이해가 갈 정도로 각자의 개성이 굉장히 뚜렷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격투 게임급으로 각자의 액션 스타일은 물론 심지어 고유 시스템까지 있을 정도였죠.

▲ 플레이하다보면 얻게 되는 캐릭터 잠금 해제 티켓을 셰로카르테에게 가서 교환하면 OK

예를 들어 '로제타'는 흔히 말하는 설치계 캐릭터라 세모 키를 누르면 특수 공격이 아닌 주변에 자동 공격을 하는 장미를 설치하게 됩니다. 그걸 어빌리티나 파생기로 추가 효과를 발동시키면서 광역으로 딜을 하는 것이 로제타의 스타일이죠. '나루메아'는 세모 키가 겐지/카구라의 자세로 바뀌는 것인데, 자세마다 콤보 스타일도 바뀝니다. '제타'는 공격 마지막에 공중 도약해서 돌진하는 피니시가 발동하는데, 타격 시점에 정확히 네모 키를 누르면 공중 돌진이 추가로 이어지면서 대미지가 증가하는 식이죠.

▲ 특수기가 반격에 타이밍 맞춰 누르면 에어리얼 콤보를 쭉쭉 이어갈 수 있는 제타

▲ 일반 공격 채널링 콤보나 어빌리티로 애완동물을 소환하고 특수기로 한꺼번에 몰아치는 페리

▲ 자세 변환, 콤보 피니시 등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 나루메아 등 각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 색다른 맛이 있다

이렇듯 각자가 너무 다른 시스템과 콤보 체계, 어빌리티를 갖추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졌다고 자부해도 새 캐릭터를 잡으면 느낌이 완전히 색다릅니다. 더군다나 앞서 말했듯이 리링크의 적 보스는 얌전히 딜만 하지 않고 이리저리 날뛰는데, 그 템포를 따라잡으면서 딜을 넣고 방어와 회피 그리고 기믹 파훼까지 하기는 쉽지 않죠. 물론 어디까지나 기존에 잡던 캐릭터 대비 딜을 넣기가 힘들다는 거지, 회피나 방어 메카니즘까지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라서 어찌저찌 풀어나갈 수는 있긴 합니다. 그래서 신규 캐릭터를 붙잡고 이런저런 도전을 해볼 수 있고, 이전과는 다른 플레이의 매력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 재미는 알고 있어도 신규 캐릭터를 처음부터 키우기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파티원으로 편성하지 않은 아군도 스토리를 클리어하다 보면 어느 정도 성장해 있고, 새로 영입한 멤버도 파티원과 비슷한 레벨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육성의 부담은 상당히 덜한 편입니다. 성장을 위한 마스터리 포인트도 미션을 클리어하면 공용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라 스탯 찍기도 쉽고요. 또한 장비도 완제품 드랍이 아니라 재료를 얻어서 대장간에서 만드는 방식이 그전까지는 상당히 불편했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어느 정도 템트리를 이해하고 바로 만들 수 있는 시점이라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죠. 그렇게 여러 캐릭터를 키우면서 파티 전체를 성장시키고, 최종 템트리까지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것이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 장비나 마스터리 포인트 세팅은 따로 해야 하긴 하지만, 스토리를 밀다 보면 레벨이 맞춰져서 육성은 편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실현된 그랑블루 판타지 팬들의 꿈, 그 다음을 향해


솔직히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실물을 처음 접했을 때는 실망감이 앞서긴 했습니다. 처음 발표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만한 스케일과 스타일의 풀 3D 그래픽 콘솔 게임이 흔하진 않았으니 기대감에 차있던 반동일 수도 있겠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출시가 늦어지다 보니,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그래픽을 보고 그간 기술이 얼마나 비약적으로 발전했나 역체감하게 되었으니까요. 퀄리티가 아주 떨어진다 이런 느낌은 아닌데, 이런저런 디테일을 훑어보면 아무래도 현세대에 비해 약간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오래도록 함께 여행한 동료들이 자기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소외감이 들 뻔했으니, 첫 단추에서는 무언가 삐걱이는 느낌이었죠.

그런 첫 인상을 플레이한 지 몇 분만에 단번에 날려버리고 다각도로 살펴보게 할 만큼,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상당히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특히 싱글플레이는 플레이타임이 좀 짧다는 것 빼면 흠잡기 어려운 짜임새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중언부언하지 않고 밀도 있게 흘러가는 스토리, 지나가면서 훑어봐도 히든 요소들이 가득한 맵, 캐릭터별 뚜렷한 개성과 파티원과의 연계를 살리는 시스템,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이 박진감 있는 보스전과 그 이전에 숨을 고르면서 액션을 즐기는 일반몹 사냥의 템포 배분까지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을 보여줬거든요. 더군다나 액션 게임을 잘 못해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어드밴티지까지 갖췄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죠.


그만큼 그랑블루 판타지를 해보지 않은 유저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플레이의 밀도를 중시하다 보니 '그랑블루 판타지' 원작과 관련된 정보는 부차적인 요소로 밀어둔 편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랑블루 판타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유저를 위해 루리아의 도감이나 페이트 에피소드 등을 통해 주요 용어나 각 캐릭터의 스토리를 전개해나갔죠. 다만 페이트 스테이지는 다소 아쉽긴 했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개성이 뚜렷한 게임인 만큼, 그 캐릭터를 입문하기 위한 요소로 튜토리얼 외에 체험 미션 같은 형태로 있었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페이트 에피소드'는 스토리만 알려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텍스트 외에 풀더빙까지 지원되는 만큼 몰입감은 남다르지만, 아쉬움은 조금 남아있긴 합니다.


▲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페이트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그리고 싱글플레이가 끝나고 멀티플레이 퀘스트를 계속 돌게 되는 시점부터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조금씩 아쉬움이 남습니다. 싱글플레이에서 보여준 스테이지의 짜임새는 멀티플레이에서도 유효하지만, 계속 반복 파밍하면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그걸 해야만 하는 동기부여가 싱글플레이만큼 공고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 과정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각자 스타일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마련해두거나, 멀티를 하기 어려운 유저도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짜여진 AI 파티원들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여러 캐릭터를 한꺼번에 육성이 가능해서 그렇게 츄라이츄라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도 않고요. 그렇지만 '스토리'라는 뚜렷한 구심점이 있던 싱글플레이에 비해 멀티플레이는 어느 시점까지는 그런 체감이 잘 들지 않다 보니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이상까지 테크를 갖추고, 파티원 빌드업이 마무리되고 난 시점이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그 중간중간 허들을 넘을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아쉬움은 있긴 하지만,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2024년에 주목할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바일 게임 IP를 콘솔 패키지 게임으로 풀어냈을 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적인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죠. 멀티플레이에 대해서 다소 아쉬운 말을 하긴 했지만, 이는 원체 싱글플레이가 너무 밀도 있게 잘 나온 터라 그보다 조금은 풀어진 멀티플레이가 비교될 수밖에 없어서였죠. 이 부분은 DLC라던가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통해서 개선될 수 있으니, 과연 사이게임즈가 앞으로 어떻게 화룡점정을 찍어낼지 기대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멀티 뿐만 아니라 싱글플레이로도 체감하는 동료 간의 유대의 힘, 그것이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