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을 배울 때 콤보는 프랙티스에서 연습하면 어떻게든 되고, 각종 기술의 프레임 정보 및 딜레이 캐치는 비록 양이 많지만 차근차근 중요한 것 부터 외워나가면 비록 시간이 들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혼자서 익혀나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사람과 실전을 하게 되면 연습한 콤보를 쓰기 이전, 콤보 시동기를 맞추는 것부터가 큰 문제가 됩니다. 눈감고 시동기를 난사하며 맞춰볼 수도 있지만, 플레이의 한계가 금방 찾아옵니다.

철권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인 특징인데,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 기본 공방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가지수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다양한 루트로 공격과 방어를 선택할 수 있지만,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공방을 풀어나가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개인 취향 혹은 기량에 따라, 사용 캐릭터 및 상대 캐릭터에 따라 정말 많은 공방의 선택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철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공방의 이해 방법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모든 공방의 기본은 '원잽'으로부터
철권을 포함한 모든 격투 게임은 기술을 가드/히트시켰을 때 움직일 수 없는 경직 시간이 생기고, 상대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다면 '유리', 늦게 움직일 수 있다면 '불리'라고 합니다.

또한 게임이 1초에 60번 움직이도록 이루어졌기에 격투 게임에선 1초를 60프레임으로 계산합니다. 발동 10프레임 기술이라면 1/6초 만에 기술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 개념을 확장해 기술을 가드/히트시켰을 때 몇 프레임 유리한가, 또는 불리한가도 프레임 수치로 적어 정확하게 계산합니다.

▲ 프랙티스나 프레임표에서 기술 후 얼마나 유리/불리한지 볼 수 있습니다


철권의 기술 대부분은 가드 되면 손해 프레임을 가집니다. 즉 상대가 먼저 행동할 수 있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불리해지는데요. 상대보다 먼저 기술을 내밀어 압박을 줘야 하는 만큼 유리한 것이 당연히 좋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가드시켰을 때에도 유리해지는 기술은 대체로 상당히 발동이 느려 가드 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기술은 리스크와 리턴을 가지기 때문에, 하이 리턴을 가지려면 대체로 하이 리스크를 동반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가진 철권 최속의 기술이면서, 동시에 가드 시에도 이득인 서서 왼손, '원잽'이 중요해집니다. 현재 잭-8을 제외하면 모든 캐릭터는 서서 왼손으로 발동 10프레임, 가드 시 +1, 히트 시 +8의 원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원잽은 가장 쉽고 빠르게 이득을 챙겨갈 수 있는데, 후딜도 적어 내밀기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기에 철권 공방의 기본을 이해하기 좋습니다.

▲ 대부분 캐릭터가 가진 공용 최속 기술, 원잽으로 공방을 파악해 봅시다


가장 기초적인 세트 플레이, '원잽 - 왼어퍼 - 짠발'
원잽을 가드시켜 +1 상황을 가져가는 것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출발합니다. +1이란 수치가 크진 않지만, 다시 원잽을 내밀면 상대의 최속 기술인 원잽을 1프레임 차이로 이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1이란 수치는 원잽 - 원잽을 통해 상대가 '기술을 내밀 수 없다'라고 인식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단인 원잽을 가장 확실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앉기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 이득이 +1이라도 있으면 상대의 최속 기술도 이길 수 있습니다


이를 견제할 겸, 다른 선택지를 제한하기 위해 원잽 후 왼어퍼가 가장 무난한 선택지가 됩니다. 왼어퍼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3LP 커맨드로 가진 기술이며, 보통 발동 13프레임에 가드 시 -1~-2 정도의 손해를 가진 안전한 중단기입니다. 캐릭터마다 조금씩 달라서 아예 없거나, 조금 느리거나, 발 커맨드에 있기도 합니다.

원잽 - 왼어퍼를 하게 되면 상대가 내미는 12프레임 이상의 기술을 이기면서, 앉기를 견제할 수 있고, 막혀도 손해가 적어 이후 공방도 제약이 적은 편입니다. 상대의 원잽에 지긴 하지만 앞서 우리는 원잽 - 원잽을 통해 상대를 굳혀뒀기에 왼어퍼가 안전하게 닿게 됩니다.

▲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중단인 왼어퍼


왼어퍼까지 가드시켰다면, 캐릭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 ~ -2 정도의 손해를 가지면서 일단 불리하게 되는데요. 손해라고 무조건 공방을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짠발'을 시도해볼 만합니다.

짠발이라 불리는 기술은 보통 2RK나 1RK로 발동하는 캐릭터 공용 하단을 의미하며, 또는 캐릭터마다 별도의 커맨드에 할당되어 있는 '몸을 숙이면서 하단을 때리는 빠른 공격'이나 기타 가벼운 하단 기술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1 ~ -2 손해, 바꿔 말하면 상대가 +1 ~ +2의 이득를 가져간 상태에서 비슷하게 원잽을 내밀거나 아니면 큰 기술을 내밀며 자신의 턴을 가져가려 할 때, 몸을 숙이면서 원잽을 피하고 빠른 하단 공격으로 대미지를 취해볼 수 있습니다.

하단기를 통해 대미지를 누적하고, 상대를 앉도록 유도하는 것이 철권의 가장 큰 승리 수단인 만큼 지속적인 하단 공격을 통해 상대를 괴롭히는 것은 아주 유효합니다.

▲ 상대의 허를 찌르면서 하단 공격을 넣어봅시다


격투 게임은 '상대가 싫어하는 짓을 반복'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택지가 다양한 철권 특성 상 이 원잽-왼어퍼-짠발 세트는 만능이 아닙니다. 일부 선택지를 나열해 보면, 원잽을 가드한 이후 횡이동을 통해 다음 이어지는 기술을 피하거나 짠손을 통해 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단을 읽으면 막거나 흘리는 것도 가능하지요.

여기서부터 다시금 공방에 대한 새로운 실타래가 풀어나가집니다. 상대가 횡이동을 자주 선택한다면 호밍기나 잡기를 통해 유효타를 낼 수도 있고, 상대가 자주 앉는다면 왼어퍼보다 강력한 중단기를 내밀어볼 수 있습니다. 화끈하게 중단 콤보 시동기를 누를 수도 있고요.

▲ 상대가 횡이동을 선호한다면 호밍기로 대처가 가능


하단류까지 의식해서 콤보 시동 점프 발기술, 통칭 '컷킥'을 눌러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 캐릭터가 9RK 또는 9LK 커맨드에 가지고 있는 기술로, 하단을 피하면서 상대를 띄울 수 있는 효과를 가진 기술의 통칭입니다. 대신 대부분 후딜레이가 있어 가드되면 발동 13프레임 정도의 기술까지 확정으로 맞게 되긴 합니다.

그렇다면 상대는 얌전히 가드를 유지하고 컷킥을 막고 후딜을 '딜레이 캐치'하려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대가 굳게 된 것이므로 다시금 원잽이나, '해머' 혹은 '좌/우종'류의 느리지만 더 큰 이득기를 눌러 더 유리한 공방을 가져가거나, 하단을 한 번 더 긁어볼 수도 있습니다.

해머류로 큰 이득을 가져왔다면 자신이 상대의 기술을 이길 수 있는 선택이 더 늘어나므로 더 강력한 기술을 통해 공방을 이어가면 됩니다.

▲ 상대가 역으로 하단을 시도한다면 점프 판정 기술로 크게 되돌려줄 수 있습니다

▲ 상대가 굳었다면 더 큰 이득을 가져오는 기술로 압박

▲ 이득이 많다면 자신도 더 큰 기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대의 버릇을 먼저 파악하면서 상대가 싫어하는 선택지를 계속 고르는 것이 격투게임 공방의 핵심이고, 철권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상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버릇을 캐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들을 내밀며 상대의 버릇을 끌어내고, 움직임을 유도하면서 자신의 승리 공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소개한 원잽 - 왼어퍼 - 짠발이 그런 것의 첫 템플릿입니다. 왼어퍼가 싫어서 잽을 내밀도록 하고, 짠발이 싫어서 앉도록 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내 버릇은 덜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 게임을 천천히 익혀나가며 공방에서 고를 수 있는 자신의 선택지를 조금씩 늘려나가면 실력도 점차 늘어납니다. 상대의 잽을 유도해서 앉거나, 상단 회피기를 누르거나, 횡이동을 해 보는 등 조금씩 손에 익혀두면 상대가 고민할 거리가 늘어나므로 게임 전반이 유리해집니다.

▲ 심리가 돌고 돌면 -6에서 먼저 내밀어 카운터 내기도 자주 일어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