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라는 단어는 게이머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온갖 사회적 합의나 규칙 그리고 여러 제약에 묶인 현대인에게, 사회적 합의나 규율 같은 것은 무시하고 망망대해를 멋대로 누비는 해적들의 모험담은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엔 충분하죠. 물론 현실의 해적들은 이상과 다르지만, 어쨌거나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재미를 주는 '게임'의 관점에서 정말 탐이 나는 소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로망을 담은 '스컬 앤 본즈'가 드디어 16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최초 공개 이후 7년, 그리고 출시 연기는 7번이나 거치면서 말이죠. 보통은 그렇게 된 타이틀을 기대작으로 꼽진 않겠지만, 스컬 앤 본즈는 조금 달랐습니다. 유비소프트가 소위 '유비식'이라는 말을 듣긴 해도 수준급으로 오픈월드를 잘 주무르는 데다가 고증과 분위기 하나만큼은 잘 뽑아내는 곳이니까요. 특히 10년 전 어쌔신 크리드4 블랙플래그에서 한 번 해적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으니, 이번엔 과연 그 로망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기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죠. 그 거대한 꿈을 안고 출항한 '스컬 앤 본즈'였지만, 첫 출항부터 삐걱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게임명: 스컬 앤 본즈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4.2.16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유비소프트
서비스: 유비소프트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액기스만 뽑아낸 약탈과 무역, 해상전의 재미


'스컬 앤 본즈'의 무대는 17세기, 소위 '해적의 황금시대'로 손꼽히는 시기입니다. 그 시기 인도양 어딘가에서 해적선과 영국 무역 연합의 전함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게임이 시작되죠. 거물 해적인 존 스컬록이 말한 물건을 성공적으로 약탈한 뒤 해적단이 그 물건을 '생트안'으로 옮겨서 처분하면 끝날 상황이었지만, 끈질기게 쫓아온 영국 무역 연합의 집중 포화를 맞고 해적선은 침몰하게 됩니다. 그 선단을 지휘하던 래슬러 선장도 없어지고 선원도 뿔뿔이 흩어져서 조난을 당한 상황. 유저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선원들을 규합해 해적으로서 잃어버렸던 악명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진행하는 것이 '스컬 앤 본즈'의 주요 내용이죠.

어찌 보면 전형적이지만, 그만큼 로망이 검증되어있는 시나리오인 만큼 '스컬 앤 본즈'의 첫 시작은 상당히 나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처음 게임에 시작할 때부터, 그 핵심인 항해와 해상전에서 유비소프트의 관록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난파선 가득한 거친 바다에서 돛을 폈다 접었다 키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적 함선을 정면의 화포는 물론이고 측면으로 틀면서 화력을 집중해 침몰시켜버리는 그 쾌감이 처음부터 확실하게 각인됐기 때문이죠.

물론 집중포화로 침몰한 이후 생트안에 가서는 여느 유비 게임이 다 그랬듯 자잘한 의뢰를 받으며 밑바닥부터 올라가긴 해야 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맵을 가득 채운 마커들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들을 빨리 만들 수 있도록 템포를 끌어올렸습니다. 생트안을 주름잡는 거물 스컬록이나 그곳에 거점을 잡은 상인들이 얄궂은 소리 툭툭 내뱉고 으르렁거리기는 하지만, 그 일거리를 잡다보면 커터, 슬루프까지는 일사천리로 맞추고 해적선장 노릇하기엔 충분한 수준이 되죠.

▲ 분전했지만 결국 물량엔 장사가 없다고 엑세터 호는 침몰

▲ 정신을 차린 뒤에는 자신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후

▲ 같은 신세가 된 선원 동료들을 모아서

▲ 해적의 본거지 생트안에서 Re:제로부터 시작하는...읍읍

그렇게 빠른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스컬 앤 본즈가 해상전이 반복파밍 루틴으로 넘어갈 때 '핵심'만 간결히 잘 짚고 넘어갔기 때문일 겁니다. 이미 지난 오픈베타를 통해서 밝혀진 것처럼, '스컬 앤 본즈'에는 백병전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타 게임의 피니셔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하죠. 적선을 끌고 오는 연출에 추가 보상을 조금 더 받은 뒤 침몰시키는 게 전부니까요.

이미 10년 전에 해상 백병전을 구현한 '블랙플래그'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퇴보처럼 보이고 아쉽긴 합니다. 해적하면 럼 한 병 쭉 빨고 커틀러스 휘두르며 머스킷 총 빵빵 쏘는 그런 로망이 있는데 이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니까요. 그런 상황임에도 저렇게 평가한 이유는, 거친 파도 위에서 범선을 타고 함포 사격을 하며 전투하는 로망은 확고히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 역시도 이미 블랙플래그를 통해서 보여준 것이긴 하지만, 조작법을 좀 더 단순하게 가다듬고 장갑과 화포 세팅으로 약탈과 전투 효율을 높이는 재미를 한층 더했습니다.

▲ 스컬 앤 본즈식으로 말하자면 "화물은 빼앗고 사람은 바다 밑바닥으로 보내버려라!"

▲ 물론 잘못 건드려서 뼈도 못 추리고 침몰할 수도 있으니 주의

▲ 거친 바다 위에서 꾸준하게 지도 보고 망원경 정찰하면서 강약약강하는 것이 해적의 맛

스컬 앤 본즈의 약탈은 크게 적선 침몰과 거점 약탈 두 가지로 갈립니다. 그냥 적선을 가라앉힐 수도 있지만, 각 세력의 주조소나 벌목지 혹은 요새 같은 곳을 그냥 습격해서 털어버릴 수도 있죠. 약탈하는 과정에서 경비탑이나 방벽을 먼저 허물고, 중간중간 신호를 받고 귀환하는 전투함을 가라앉혀야 하는데 성벽 등 건물에 잘 먹히는 무장이나 전투함 장갑마다 잘 먹히는 무장이 다릅니다. 그에 맞춰 이런저런 세팅을 하면서 해상전을 벌이는 맛이 비교적 초반부터 빠르게 이어집니다. 무기 종류별 특성도 최근 트렌드처럼 사용 포탄에 맞춰서 대체로 공유하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걸 몰라도 바로 적응할 수 있죠.

배 조작이나 포 조준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편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옛날의 해상전을 캐주얼하게 그리고 반복 사냥하기 좋게 바꾼 만큼 그 부분만큼은 유비소프트가 타협하지 않은 파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파도나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에 따라 포각과 조준선이 상당히 달라지고 파도에 포탄이 묻혀버리는 일도 생기는데, 그것까지 고려하고 치열하게 움직이면서 선단을 습격하는 맛이 있으니까요. 그냥 무미건조하게 빙빙 돌면서 제원 산출한 값을 고스란히 때려박는 게 아닌, 경험과 감에 의존해 쏘는 해적의 포술을 체험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침수 피해 같은 각종 배의 이상 같은 것도 게임에 맞춰서 잘 짜임새있게 추려낸 만큼, 유비소프트가 아직 그런 부분에서 감이 죽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뢰에 수리 박격포 같은 기묘한 물건도 있지만, 해상전의 묘미는 간단하면서도 생생하게 잘 살렸다

▲ 약탈은 거점의 적 경비탑이나 배만 부수고 대기하면 OK. 지역을 이탈하면 취소되니 운전에는 주의

▲ 앞으로 만들 것에 대한 안내도 충실하게 잘 되어있으니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서 해적왕이 되는 거다


7년의 공백을 채워주기엔 허전한 뒷심


난파된 해적선의 일개 선원이었던 주인공이 어느새 거물 해적의 문턱에 들어선 순간부터 '스컬 앤 본즈'는 아쉬운 점들이 보입니다. 물론 이미 그때면 이 게임에 백병전이 없고 상륙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다는 것도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시기긴 합니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어쌔신 크리드4 블랙플래그를 생각해보면, 후반에는 그냥 백병전이고 뭐고 다 귀찮아서 해상전에서는 함포와 충각으로 침몰시킬 때가 잦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없어서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쓸만한 배도 여러 척 구비하고 화포도 다 갖춘 뒤에는 어지간한 세력이 선단 단위로 덤벼들지 않는 한 침몰시키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그 뒤에 유령선이나 악명 높은 현상수배자, 바다 괴물들을 때려잡는 것까지 하고 나면 뭔가 허전합니다. 해적으로서 악명을 떨쳐나가는 과정을 처음에는 꽤나 잘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명성을 떨친 뒤에는 크게 호응도 없고, 소위 말하는 '루틴'이 꾸준히 반복됩니다. 그 루틴을 액기스만 모아서 압축했기 때문에 한 번 한 번이 지루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그걸 계속 반복하면서 "이제 뭐 함?"이라는 질문에 답을 할 필요는 있는 것이죠.


그간 쭉쭉 악명을 높여주고 이런저런 물건에 세계관 탐사의 이유까지 얹어 준 거물들이 흐름을 꽉 잡아줬지만, 그 뒤부터는 무언가 붕 뜨는 느낌입니다. 그 무렵이면 이미 배와 장비를 대강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맞춘 상태일 거고, 최종 단계까지 맞추기 위해서 위해서 꽁꽁 숨어있는 마커들을 찾아가면서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이른바 유비식 오픈월드 잔반처리(?)가 이어집니다.

'스컬 앤 본즈'에서는 늘 그런 식으로 끝나는 상황을 막고자 멀티플레이를 기반으로 설계했지만, 문제는 이 부분이 베타를 거친 지금도 썩 좋게 흘러가는 느낌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멀티플레이 콘텐츠 설계 자체가 상당히 부실합니다. 일단 전설 지도 쟁탈전 같은 PVP에 정예 선단 레이드 같은 코옵 모드들을 마련해뒀고, 보상도 꽤나 좋은 편이라 참가할 만한 메리트는 확보한 상태이긴 하죠. 그런데 매칭 시스템이나 채팅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 "같이 수송단 터실 분"

▲ 멀티플레이 기반에 채팅을 만들어놓고 쓸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 초반부터 보이는 보물 지도 추격전은 나름 묘미가 있지만 한 번 뒤쳐지면 만회할 방법이...

일단 매칭은 처음에 월드 진입할 때부터 같이 잡힌 유저들과 쭉 플레이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그 월드에 멀티플레이에 관심이 있는 유저가 없다면 좀 더 활성화된 월드로 옮기는 수밖에 없죠. 하다못해 채팅이라도 해서 참가를 요청하고 싶지만, 채팅 기능은 아직 미지원이라서 안 됩니다. 그러니 그 유저들이 있는 곳에 가서 상호작용을 하거나 혹은 공식 디스코드에 가서 활성화된 채널을 찾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죠.

요즘 멀티플레이 게임은 외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만큼, 게임 내에서 시스템이 구비가 되어있지 않아도 앞서 말한 것처럼 즐길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게 게임 내에 이를 위한 최소의 시스템조차 없는 게 당연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높일수록 유저풀이 늘어나고, 그 풀이 있어야 게임이 활성화되는 것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기본이니까요.

우편함을 지정된 곳에 가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시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살리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뢰도 나오는 마당에 굳이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스컬 앤 본즈는 배를 타고 함포전을 하는 MMORPG에 가깝다는 인상이 드는 터라, 그쪽 관련 편의성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이 갈수록 뼈저리게 느껴지거든요.

물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는 있습니다. 스컬 앤 본즈의 대부분의 콘텐츠가 후반에 가면 제조 시설을 차지하기 위한 PVP '적대적 인수'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이는 비슷한 랭크대의 유저가 모여야만 구도가 완성되니까요. 그래서 무작정 사람들을 모으기보다는 비슷한 랭크대 플레이어를 걸러서 한 곳에 넣는 작업은 필수이긴 했습니다.

다만 초반에 노출되는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상시도 아니고 지정된 장소에 정해진 시간에 뜨는 것도 아니라 '멀티플레이'라는 것 자체가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상황인 건 좀 아쉽습니다. 플레이어마다 각자 루틴이 있고 그걸 하다 보면 빠른 이동을 하기도 애매한 지점에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런 시기에는 참가가 애매해지죠. 운이 좋게 활성화된 채널에 들어가면 비교적 덜하지만, 그런 게 여러 번 반복되면 멀티플레이 콘텐츠의 의의나 접근성이 빛을 바래니까요.

나중에 암시장이 열리고 무역은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멀티플레이와 밀수 무역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쓰게 되긴 하지만, 그 시점까지 유저를 끌어당길 무언가나 접근성이 낮다는 것이 '스컬 앤 본즈'의 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도양을 주름잡는 해적이 되기까지 맵에 있는 수많은 마커를 지우며 거점을 장악하고 거물이 되는 과정이나 스토리는 무난하고 그래픽이나 해상전의 구성도 명불허전 유비소프트란 말이 나오지만, 그 이후 밀리는 뒷심을 극복하기 위해 꾸린 멀티플레이 콘텐츠의 소개나 구성 그리고 접근성은 그 과제를 훌륭히 해냈다고 보기엔 애매하니까요. 더군다나 일부 버그나 어정쩡한 캐릭터의 움직임과 조작감 그리고 경계선을 넘었을 때 서버의 처리 같은 걸 보면 안 좋은 의미로도 유비다운 느낌입니다.


▲ 밀수 업자 소굴이 열리고 암시장이 열린 순간부터

▲ 주요 거점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 월드 보스 공략도 예고되어있지만 이를 대비하기까지의 중간 단계가 늘 먹던 맛인 게 살짝 아쉽다


핵심은 간단하게 다듬었어도 그 틀을 넘지 못한 '스컬 앤 본즈'


돌이켜보면 '스컬 앤 본즈'는 최초 공개 당시부터 한 명의 해적이 되어 바다를 누빈다는 것보다는 해적단을 이끄는 선장으로서의 역할에 좀 더 집중한 게임이었습니다. 이미 그때도 백병전은 배를 반파시켜놓고 끌어온 뒤에 컷신으로 끝냈고, 함포 사격과 충각 등 해상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죠.

이미 그런 골조가 구축이 되었던 상황에서 7년이라는 시간이 왜 더 필요했나 의문일 정도로 '스컬 앤 본즈'는 조금 애매합니다. 싱글플레이가 아니고 멀티플레이 게임이긴 하지만 초반에는 다른 유저와의 상호작용도 PVP가 열리는 일부 이벤트나 무역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없고, 여러 유저가 합심해서 어느 거점을 약탈하거나 선단을 습격하는 방식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유비소프트가 그간 축적해온 해상전의 짜임새는 허투루 말할 게 아니긴 합니다. 날씨와 바다의 상태에 따라서 확연히 느껴지는 조작감의 차이에 파도와 갖가지 요소에 따라 좌우되는 화포의 포각 등등 진짜 배타고 해상전을 하는 듯한 묘미를 핵심만 담아서 간소하게 잘 풀어냈기 때문이죠. 앞서 투덜거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배타고 나가서 함대와 만나게 되면 또 바다를 한 번 휘젓게 될 거 같긴 하니까요.

다만 그렇게 약탈하고 꾸역꾸역 수집한 뒤에 뭘 더 해야 할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스컬 앤 본즈'의 매력이 급락하기 시작합니다. 여느 유비 게임이 다 그렇듯 맵 곳곳에 마커는 많지만, 그 마커들을 하나하나 지워간다고 해서 특별한 경험을 주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어쌔신 크리드나 파 크라이는 그래도 재미난 퀘스트들도 많고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많았으니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지만, '스컬 앤 본즈'는 그에 비해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멀티 기반이라 이야기 흐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돈을 좀 더 벌고 악명을 쌓아서 거물 해적으로 인정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그런데 그 거물 해적이 되어서 뭘 더 할 수 있냐,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못해주고 있는 것이 '스컬 앤 본즈'의 문제입니다. 단순히 약탈만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넘어서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함대가 신경전을 벌이는 그 바다의 이야기를 나름 설득력 있게 잘 풀었지만, 그 뒤로는 무언가 이어지지 않아서 붕 뜨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것을 결국엔 후반부에 무역은이나 여러 재화를 독점하기 위한 PVP 콘텐츠 그리고 파티플레이 못지 않게 짜임새 있는 함대전으로 풀고자 하는 게 현재의 스컬 앤 본즈의 구조입니다. 거기서 우세를 점하고 보상을 만끽한다는 그 목표 하나만으로 꾸역꾸역 콘텐츠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방식도 고만고만한 데다가 나중에는 서로 치고 받는 싸움이 꽤 길어져서 피로도도 높은 편이죠. 함선 종류나 장비도 아직 수가 적어서 최적화 세팅이 너무 뻔히 정해진 느낌이라 단조로운 느낌이기도 하고요.

▲ 생트안을 벗어나 인도양의 거물들과 접촉해 의뢰도 받고

▲ 알음알음 밀수 업자들과 만나서

▲ 공급망 확인하고 가로채려는 해적은 상어밥으로 만들자

▲ 업그레이드하고 상품 관리하고 무역하고...약탈 외에 시뮬레이션 요소까지 틀을 갖췄다

그래도 유비소프트가 아예 각을 잡고 엔드콘텐츠가 결국 '반복파밍'과 '관리'라는 점을 캐치하고 해상전이나 여러 가지를 그에 맞춰 잘 깔끔하게 다듬은 터라, 그런 부분에 취향이 맞다면 '스컬 앤 본즈'는 나름의 묘미가 있습니다. 모험은 별로 없지만 약탈한 무역품을 곳곳에 팔고 밀주나 아편을 만들 거점과 공급처를 확보해서 돈을 긁어모으는 해적의 또 다른 로망만큼은 나름 잘 갖췄기 때문이죠. 업그레이드하고 공급처 갔다가 돌아오는 사이에 화물 노리는 다른 세력들을 손봐주고 재료 부족하다 싶으면 중간에 들어서 털어주고 생산 설비 관리하는 등등. 머리를 비우고 루틴을 바쁘게 반복적으로 돌리면서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루틴 최적화의 재미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하겠습니다.

스컬 앤 본즈에 대해 이런저런 평이 많지만,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아마 해적에게서 '모험'이나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겁니다. 그렇지만 바다를 누비며 약탈은 물론이고 사업체를 꾸리며 거물이 되는 과정을 즐긴다면, 유비소프트의 그 '짬'이 느껴지죠. 다만 그게 7년 이상이나 걸려서 나온 것이라고 보기엔 공백도 많고, 어딘가 디테일이 부족한 데다가 전형적인 유비식 구성이라는 게 썩 달갑지 않습니다. 그래도 '스컬 앤 본즈'의 뼈대를 맛볼 수 있는 8시간의 체험판은 무료로 공개됐으니, 한 번 데모를 접하고 체험해보기를 권합니다. 좋든 싫든, 장점이든 단점이든 '유비소프트'의 그 맛은 보장된 작품이니까요.

▲ 신규 월드 보스, 월드 이벤트 업데이트가 예고된 '스컬 앤 본즈', 과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