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게임을 잘한다는 것'은 다양한 요소가 종합되는 부분이라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섞이고, 수많은 연습과 경험이 합쳐진 결과인 만큼 더더욱 그러하지요.

격투 게임을, 그리고 철권을 더 잘 플레이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많은 요소 중, 오늘은 '거리 조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철권은 '거리 조절'의 게임
격투 게임은 게임 타이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와 자신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강한 거리이면서 상대는 약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지가 되지요. 고수들의 영상에서 앞, 뒤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거리 조절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강한 거리'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강한 기술이 상대에게 닿는 거리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이 고른 캐릭터의 주요 기술들이 닿는 거리에 대해 감을 잡아야 합니다. 간단하게 빅터를 예시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자료를 보면 '격투 게임 고수는 이런 식으로 다 외워요?'라는 질문이 종종 나오곤 하는데, 반은 맞지만 반은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기술들의 리치는 이미지나 이론으로 외운다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편입니다.

주력기가 어느 거리까지 닿느냐에 따라 내 캐릭터가 싸울 위치가 정해집니다. 또는 반대로 지금 거리에서 어느 기술을 누를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기술의 거리 감각이 잡혔다면, 다음은 해당 기술의 용도를 숙지해 둬야 합니다. 철권의 캐릭터들은 수많은 기술들이 있지만, 의외로 실전에서 쓰이는 기술들은 많지 않은 편이니 자신이 사용할 기술 몇 가지만 분명히 익혀두는 것으로도 상당히 편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기술이나,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몇 가지의 주력기가 있겠지요.

위에서 예시를 든 빅터라면 아래와 같은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철권은 움직임이 다이나믹해 매 순간 거리 변동이 꽤 크지만, 이러한 감각으로 플레이한다는 느낌으로 충분합니다.



거리 조절에 실패해 기술을 헛친다면 가드 되는 것 보다 후딜이 큰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상대가 거리 조절을 실패하게 하면 큰 리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셈이지요.

따라서 이번엔 반대로, 방어하는 입장에서 리치를 해석해 보면 상대의 약한 점을 파고들 수 있고 게임 도중 자신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며 상대가 위치별로 선택하는 기술이나 버릇과 같은 정보를 토대로 점차 체득하면 더 견고한 공방이 가능해집니다.

위의 예시를 방어자 입장에서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상대 캐릭터의 리치에 더해 자신의 캐릭터의 장점이나 개인적으로 자신 있는 실력 요소를 결합해서 보다 디테일한 대전법을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나의 거리를 만드는 방법 - 대시와 백대시
거리 조절은 대시와 백대시에서 시작합니다. 대시를 통해 나의 공격 거리로 진입하고, 백대시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헛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권은 대시, 백대시, 횡이동 상황에서 모두 가드로 바로 이행할 수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백대시의 기본 조작은 44인데, 뒤로 가는 동작을 1 앉기로 캔슬한 후 다시 44를 입력하는 '코리안 백대시'를 통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44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백대시 모션 동안 4가드가 되기 때문에 중단 공격에도 안전하지만 441 백대시의 경우 1 입력 과정에서 중단을 맞는 경우가 생깁니다.

▲ 441이 기본 교양이긴 하지만, 때때로는 44만 입력해서 안전하게 한 번만 물러나는 것도 선택입니다


441 백대시를 최우선 툴로 사용하는 '니가와' 플레이의 경우, 전작 기준에서는 상당히 좋았으나 철권8에서는 어그레시브함을 위해 여러 기술의 상향 및 백대시 하향 등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니가와만으로 플레이하기는 다소 힘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대시 가드(664)로 접근하면서 백대시를 통해 상대가 헛친 기술을 캐치하는 것은 철권 승리의 황금 패턴 중 하나이므로 백대시를 빼고 플레이할 수는 없는 만큼 후진과 전진의 조화가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너무 뒤로만 가면 '나는 니가와를 해서 네가 헛치는 걸 잡아먹겠다'라는 것이 크게 티 나기 때문에 대처가 심플해집니다. 초심자 입장에서 니가와는 하는 난이도보다 뚫는 난이도가 더 높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으면 힘든데, 상대가 뒤로 가면서 기술을 내미는 타이밍을 보고 역으로 잡아먹는 형태로 공략하면 됩니다.

상대가 헛친 기술을 캐치하는 것은 순수 피지컬로 반응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예측, 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거리에서 상대가 내밀 건 어퍼 정도다'라거나 '상대는 이쯤에서 호밍기를 누르는 버릇이 있다' '이 거리에서 나에게 닿는 건 없으니 상대가 뭔갈 내미는 순간 띄우겠다' 같은 형태의 마인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이 니가와를 한다면, 원거리에서 무엇을 내미는지 확인합시다


대시를 하면 주도적으로 거리를 좁힐 수 있습니다. 대시하는 과정에서 프레임을 꽤 사용하긴 하지만, 보고 반응해야 하는 입장보다는 직접 대시를 누른 쪽이 더 빨리 기술을 내밀 수 있지요. 또한 대시를 하면서 66이나 666 커맨드에 할당된 강력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대시를 위해 66커맨드를 누르는 동안은 가드를 할 수 없으나, 움직임이 자유로운 데다 대시 모션이 크지 않아 상대가 대시를 기술로 끊는 것은 예측에 가깝습니다. 또한 대시 도중 언제든지 4를 눌러 가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시를 보고 캐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즉, 상대가 내 대시를 캐치하고 싶다면 예측으로 기술을 미리 내미는 형태가 됩니다. 이 예측을 간파할 수 있다면 대시하는 척 백대시를 통해 기술을 헛치게 만들어 이를 캐치해 큰 피해를 입히거나, 빠른 공격으로 먼저 때리면 됩니다.

이런 경험이 생기면 상대는 대시를 보고 굳게 되고, 상대가 굳었다는 의미는 자신이 심리적으로 상당한 이득 프레임을 가져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리를 좁히면서 선공권을 가져가게 되었으므로 여기서부터는 닿는 기술들로 이득 심리전을 굴리면 됩니다.

▲ 어썰트를 잽으로 끊으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움직임 또한 심리전!
대시/백대시는 기본 이동 조작인 만큼 별생각 없이 누를 때도 있지만 목적성을 띄면 더 강력합니다. 특히 백대시의경우 전작과는 달리 만능 툴이 아니게 되었지요. 습관적인 백대시 연타보다는 중요한 타이밍에 쓰이는 단 한 번의 백대시가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서로가 자신이 유리한 거리로 만들고 싶어 하는 만큼, 움직임 또한 심리전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즉 대시든 백대시든 뻔하지 않게 움직여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전 게임계 격언 중에 '상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혼란하게 만들 수 있다면 승률 상승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