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FPS처럼 고도로 경쟁적인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컨트롤러를 정확히 움직이는 에임, 고주사율 모니터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벽' 하나가 더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가디언지는 현지시각 3일, 사람마다 시각적 정보를 인식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전했다.

Plos One에 게재된 해당 연구 내용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초당 이미지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데 선천적으로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연구를 감독한 더블린 트리니티 컬리지의 신경과학자, 케빈 미첼(Kevin Mitchell)교수와 연구진은 18세에서 35세 사이의 8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조명 앞에 참가자를 앉히고 조명이 깜빡이(플리커링)는 시간을 높이는 것으로, 참가자가 깜빡이는 빛을 감지하지 못하고 일정한 밝기의 빛으로 감지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80명의 참가자들이 감지한 기록은 꽤나 큰 차이를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초당 35번의 깜빡임 이후 빛이 일정하게 느껴졌다고 대답한 반면, 초당 60번 이상까지도 깜빡이는 빛을 감지하는 참가자도 존재했다. 화면이 바뀌는 속도를 초 단위로 나타내는 FPS에 비교하면, 이들은 세상을 60프레임으로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연구를 담당한 케빈 미첼 교수는 "우리는 주관적인 경험에만 접근할 수 있기에, 순진하게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번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 하나를 특정한다는 것에서 의의를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다른 사람들보다 세상을 더 빠르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연구는 개인의 시각적 시간 해상도(visual temporal resolution)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서도 비교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작위 참가자 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에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욱 큰 규모의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깜빡이는 빛의 속도를 인식하는 차이에 따라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에 참가한 대학원생 클린튼 하를렘(Clinton Haarlem)은 "구기 스포츠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찾고 추적해야 하거나, 경쟁 게임처럼 시각적 장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인식 속도의 개인차가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개인차를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도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의 반응 속도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향상할 수 있지만, 반사 신경이란 뇌가 시각적인 정보를 습득한 이후 이를 반응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시각적인 정보를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인지하는 것에 대한 훈련 여부나 방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케빈 미첼 교수와 그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인 간 빛을 깜빡이는 속도를 인지할 수 있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혔을 뿐, 이러한 차이가 어디에서 오고, 또 무엇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