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어 게임즈가 개발 중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 '데블위딘 삿갓'이 4월 9일 스팀을 통해 얼리엑세스를 실시합니다. '데블위딘 삿갓'은 국내 인디 게임에 관심이 있는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간 여러 차례 국내외 게임쇼에 참가하면서 눈도장을 톡톡히 찍은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디 게임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2D 도트가 아닌 3D라는 점, 그리고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룩한 가상의 조선이라는 매력적인 세계관, 여기에 더해 스타일리시한 횡스크롤 액션이 여러모로 시선을 잡아끌었었죠.

그랬던 '데블위딘 삿갓'이 정식 출시에 앞서 얼리엑세스를 통해 최종검증에 나섰습니다. 초반 3개의 스테이지를 통해 메트로배니아로서의 완성도를 검증하는 한편, 다양한 적과 보스를 통해서는 경쟁작들과는 차별화된 '데블위딘 삿갓'만의 스타일리시한 횡스크롤 액션을 선보인 건데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얼리엑세스의 성과가 곧 정식 출시에서의 성과로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데블위딘 삿갓'이 과연 인디 게임 기대작에 어울리는 게임이었을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데블위딘 삿갓'은 메트로배니아인 동시에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는 건 이 두 가지 모두 나름의 완성도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메트로배니아로서는 훌륭한데 전투가 재미없다거나 반대로 메트로배니아로서는 그저 그런데 전투만 재미있다면 사실상 반쪽짜리 게임인 셈이죠.

메트로이드 시리즈, 그리고 캐슬배니아 시리즈가 정립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맵을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탐험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갈 수 없었던 지역이 맵을 탐험하면서, 그리고 보스를 잡거나 하면서 얻게 되는 능력이나 장비를 이용해 갈 수 있게 되는 게 대표적이죠.

▲ 횡스크롤 액션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렇다고 메트로배니아로서의 완성도가 낮다는 건 아니다

이러한 메트로배니아로서의 특징은 '데블위딘 삿갓'도 당연히 지니고 있습니다. 작게는 전략이 끊겨서 움직이지 않는 엘리베이터나 열리지 않는 문의 전력을 복구하는 요소부터 유물이라고 해서 이중 점프나 벽점프를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까지 다양하죠. 이중 점프나 벽점프를 가능하게 해주는 유물 등 일부 필수 유물의 경우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지만, 단순히 능력치를 강화하는 유물의 경우 NPC에게 사거나 맵 구석에 숨겨져 있기에 일일이 찾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특수 능력이 유물의 전유물인 건 아닌데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얻는 능력도 있습니다. 주인공 김립의 악귀화한 왼팔이 대표적이죠. 악귀의 손아귀라고 해서 원거리의 적에게 빠르게 날아가 베는 능력으로 잘만 활용하면 점프로는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곳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일종의 그래플링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알찬 건 비단 능력만이 아닙니다. 메트로배니아로서 맵 구성 역시 알찬 편이었죠. 여기서 말하는 알차다는 건 단순히 넓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그저 넓기만 해서야 지루할 뿐이죠. 이는 메트로배니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기적으로 얽힌 맵은 자칫 잘못하면 복잡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맵을 탐색하도록 유저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메트로배니아는 이를 일종의 보상을 줌으로써 해결하는데요. '데블위딘 삿갓'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NPC나 보스, 세계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각종 기록부터 테크닉이라고 해서 능력치나 스킬을 해금하는 데 쓰이는 일종의 스탯 포인트 인자를 추가로 얻거나 숨겨진 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유물이나 검을 숨겨놓음으로써 탐색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다만, 메트로배니아로서 아쉬운 점이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능력의 활용처가 대표적인데요. 모든 메트로배니아가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게임들은 능력을 얻게 되면 이를 보스 공략의 키포인트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플링 능력을 예로 들자면 점프로는 닿지 않는 보스를 그래플링 능력을 활용해 공중에서 공격해 땅으로 내려오게 한다든가 방패를 뺏는다거나 하는 식이죠.

하지만 '데블위딘 삿갓'은 그런 면이 옅었습니다. 이는 후술할 전투 시스템이 원인으로 보이는데요. 특정 능력으로 보스의 기믹을 파훼하는 형태가 아닌 유저가 죽고 또 죽으면서 도전을 반복하고 패턴을 익혀서 보스를 쓰러뜨리는, 소울라이크를 떠올리는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 보스전은 기믹을 파훼하는 방식보다는 정통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형태에 가까웠다

물론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메트로배니아로서의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데블위딘 삿갓'의 장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메트로배니아로 본다면 유저의 실력에 의존하는 '데블위딘 삿갓'의 보스전은 제법 난도가 높기에 단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메트로배니아를 기반으로 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본다면 단점으로만 치부되지는 않는 거죠.


이처럼 메트로배니아로 본다면 일장일단이 있는 '데블위딘 삿갓'이지만,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찰진 손맛을 자랑하는 게 여러모로 인디 게임의 일반적인 수준은 넘어섰다는 느낌이죠. 그렇다고 딱히 조작이 복잡하다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액션 게임에서 조작법은 영원한 숙제와도 같습니다.

복잡하면 복잡한 대로, 단순하면 단순한 대로 문제입니다. 이는 소울라이크를 기반으로 한 '데블위딘 삿갓'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울라이크에 가깝다고 해서 마냥 묵직한 게 정답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데블위딘 삿갓'은 소울라이크가 가진 액션의 문법을 자신에게 어울리는 형태로 재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울라이크가 가진 액션의 문법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정교한 공방과 대부분의 행동에 스태미나가 소비되는 걸 들 수 있습니다. 공격과 회피, 그리고 가드를 할 때마다 스태미나가 줄어드는 만큼, 여러모로 생각하면서 전투를 진행해야 하죠. '데블위딘 삿갓' 역시 비슷합니다. 약공격, 강공격, 가드, 회피 크게 4개의 행동이 가능한데 이중 약공격을 제외한 다른 액션들은 모두 기력(스태미나)을 소비하기에 이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력이 모두 소모되면 짧은 시간 탈진 상태에 빠져 무방비해지는 만큼, 보스전에서는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면서 상황에 따라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해야 하죠.

이렇게만 얘기하면 평범한 횡스크롤 소울라이크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데블위딘 삿갓'은 여기에 자신만의 특색을 더하는 요소로 집중 반격(반격기)을 넣음으로써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가드와 회피가 단순한 방어 수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핵심 공격 수단 역할도 하도록 말이죠. 그렇다고 그냥 아무렇게나 적의 공격을 막고 회피한다고 해서 집중 반격이 발동하는 건 아닙니다.


집중 반격을 쓰기 위해선 먼저 집중력 게이지를 모아야 합니다. 집중력 게이지는 저스트 가드, 저스트 회피를 할 경우 채워지는데 1칸 이상 채웠을 경우 집중력 게이지를 소모해서 강력한 집중 반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평타의 공격계수가 100%라고 했을 때 스킬이 200~300% 정도인 데 반해 집중 반격은 1,000%나 될 정도이니 그 위력은 굳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저스트 가드, 저스트 회피가 주는 이점은 또 있습니다. 기력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기력이 넉넉하다는 건 강공격이나 스킬을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사실상 '데블위딘 삿갓'의 진면목은 저스트 가드나 저스트 회피를 얼마나 잘하는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죠.

▲ 짧은 시간 기력도 회복할 수 있으니 사실상 집중 반격을 안 쓰면 손해인 셈

그렇다고 '데블위딘 삿갓'이 저스트 가드나 저스트 회피, 그리고 집중 반격만을 강요하는 게임이라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저스트 가드나 저스트 회피에 실패한다고 해서 이렇다 할 디메리트가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데요. 저스트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받는 피해라고 해봐야 기력을 소모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기력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아니라면 딱히 디메리트라고 할 수 없는 거죠. 그렇기에 '데블위딘 삿갓'의 보스전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닌 자연스럽게 저스트 타이밍을 노리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보스의 패턴을 분석하고 자신의 기력을 관리하면서 빈틈을 노리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짜릿한 손맛을 선사하는 식으로 말이죠.


성장 시스템은 소울라이크를 기반으로 '데블위딘 삿갓'만의 요소를 녹여낸 형태였는데요. 화폐이자 경험치인 엔그렘을 모아 레벨업을 하고 인자를 얻는 것까지는 소울라이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건 딱 여기까지였죠. '데블위딘 삿갓'은 인자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스킬을 해금할 때 이를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게 함으로써 성장 시스템에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생체, 공격성, 강인성, 기민성, 악귀 총 5개의 인자가 있는데 검술 테크트리의 경우 공격성 인자만 쓰일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격성 인자가 주로 쓰이는 건 맞지만, 개중에는 공격성 인자가 2개나 필요하다거나 강인성 인자나 기민성 인자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얻을 수 있는 인자는 한정된 만큼, 유저는 주어진 인자를 가지고 이를 어떻게 배분하면 좋을지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합니다.


▲ 이걸 익히면 다른 걸 익힐 수 없게 된다. 어떤 걸 먼저 익힐지는 유저에게 달렸다

'데블위딘 삿갓'은 얼리엑세스 버전이라는 걸 고려해도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메트로배니아로서의 깊이감은 다소 옅은 편이었지만, 딱히 모난 데 없는 수준이었고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서는 경쟁작들과 차별화된 액션과 손맛을 선사함으로써 눈길을 끌었습니다.

물론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웠다는 건 아닙니다. 메트로배니아로서 그리고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서의 아쉬움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텔링이 무엇보다 아쉬웠는데요. 얼리엑세스라는 걸 고려해도 '데블위딘 삿갓'의 스토리텔링은 다소 난잡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컷신이나 연출, 전개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기보다는 일단 대충 붙여둔 느낌이었달까요.

다만, 이러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쉬운 점을 찾기 위해서 하는 게 얼리엑세스인 만큼, 다양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훨씬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