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토) 여러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행사 인터랙티브 아트 컨퍼런스(이하 IAC) 2024가 개최되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IAC에서는 이후 잠깐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인터뷰는 순서대로 IAC 주최자 배상현 대표, IAC 최고 후원자 스트리머 김나성, 블루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 양주영 디렉터 3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편, 이날 양주영 디렉터는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는 내용이 소속 회사인 넥슨게임즈의 의견이 아닌, 개발자 양주영 본인의 의견임을 분명히 밝혔다.


배상현 대표 "목표는 부끄럽지 않은 인터랙티브 아트를 남기는 것"
▲ IAC 주최자 배상현 대표

Q. 지금 이 시기에 IAC를 주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AI를 통한 변화, 개발 기간 코스트 변화, 알던 AAA 게임 개발 등 게임 개발 환경이 굉장히 급격하게 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큰 회사, 작은 회사 가리지 않고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강연에서 말했듯이 이런 시대일수록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창작자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더 집중하는 기둥 같은 역할이 어딘가에 필요하겠다고 판단되어 IAC를 개최하게 되었다.


Q. 기존에도 '게임은 문화다.'라는 담론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기존에 있던 담론들이 게임 예술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게임을 문화로 규정짓는 선언적 접근에는 다소 거부감을 느낀다. 나의 예술적 세계관은 백남준과 플럭서스(Fluxus)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접근을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고전 음악 미학자들이 자연인의 입장에서 예술을 바라보듯이, 나는 크게 선언하지 않고도 창작자들이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행사를 통해 그런 자연스러운 문화 예술의 표현을 지향했다. 하나의 선언이나 의도된 캠페인이 아니라, 문화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은 이미 문화 예술을 만들어 가는 이들로서, 그 자체로 현재의 문화 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Q. 그렇다면 여기서 얘기한 게임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가?

=나는 일반적으로 아방가르드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양주영 디렉터는 나를 아방가르드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양주영 디렉터가 참여한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게임은 분명 상업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나는 인터랙티브 아트라는 개념에 더 집중하고, 게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 고대의 바둑이나 장기, 기원전 라스코 동굴 벽화를 그리는 행위도 모두 유기적인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나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게임 모두가 인터랙티브 아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인터랙티브 아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다.


Q. 명백히 못 만든 게임도 예술의 영역인지? 아니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것이 예술이다, 아니다`를 결정할 사람이 아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예술이라는 것은 개인이 선언하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다. 어떤 것을 예술이라고 하거나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의미 없는 구분일 뿐이다.

이미 70년 전에 예술에 대한 관점은 많이 변했다. 예를 들어 변기를 예술작품으로 선언한 마르셀 뒤샹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당시에 많은 사람이 그것을 예술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결국 예술의 범위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우리는 예술에 대해 볼테르처럼 더 넓은 관용과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이런 태도가 예술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Q. 오늘 폐막식이 존 케이지의 4분 33초였던 것도 그 말의 연장선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재밌을 것 같다.


Q. 오늘 IAC 강연에서 사적으로 강연자분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이 IAC도 사적인 대화에서 시작되었는가?

=이런 행사를 시작하게 된 건 오랫동안 가진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한 사람들만 모이는 것보다, 이 주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다. 따라서 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다양한 얼굴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모았다. 결국 IAC는 이 주제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문가들로 큐레이팅 된 자리이다.


Q. 다음이나 내년에도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지?

=다음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도 있다.


Q. 짓궂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 큐레이팅 된 전문가들을 봤을 때 "이 사람이 정말 게임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큐레이팅의 공정성에 관한 생각은?

=큐레이팅과 참석자 선정은 결국 내가 한 선언의 일부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이 사람들을 예술가로 보는 것에 동의하든 아니든,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공기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저 오늘을 기록하는 것이다. IAC라는 이벤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며, 그 작품은 이미 소명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 행사를 통해 누군가는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고, 결국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Q. IGN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활동이 IAC강연과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IGN에서 정규 필진이 아니라 객원 평론가로, 필요할 때 요청받아 활동한다. 그곳에 소속된 것이 아니며, 각 활동은 나의 개성과 주관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IAC에서든 IGN에서든 나의 활동은 그 순간 나에게 온 기회를 통해 나라는 자연인이 문화예술이라는 공기의 일부 원소로서 그냥 흘려낸 것이다. 그냥 그 공기를 기록한 것일 뿐, 그것들이 발전하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아니다. `나`라는 핵심과 여러 플랫폼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게임 평론 무용론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평론가와 게이머의 시선 차이에서 나오는 괴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에 평론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나 자신도 평론을 써본 경험이 있지만, 평론이라는 개념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요시다 슈헤이님께서 강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사람들은 리뷰를 보기보다는 친구의 추천을 통해 게임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론이 과거에 비해 그 영향력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평론의 본질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문화와 역사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 본질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평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평론의 존재 여부 자체보다는 그 기능을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IAC의 포부는?

=이렇게 말하면 곤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그냥 자연스럽게 필요에 의해 생겨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은 나의 성장과 연결되어 있고, 내가 예술가로서 성장함으로써 IAC도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큰 목표는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인터랙티브 아트를 남기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의 상상과 오늘날의 현실을 비교하며 미래에 대해 더 나은 상상과 실현을 희망한다. 따라서 게임 개발이든 컨퍼런스 주최든, 문화 예술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스트리머 김나성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후원 결정"
▲ 최대 후원자 스트리머 김나성

Q. 평소에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알고 있다. 이 행사를 어떻게 보는가?

=이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그냥 놀고 싶어서이다. 게임에 대한 철학이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일상에서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 다양한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IAC 후원을 결정했고, 이 자리에서 게임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듣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Q. 다른 스트리머들의 후원도 기대할 수 있나?

=제안은 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강요는 못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스트리머도 인디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인디 게임 행사가 많이 개최되어 인디 게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후원과 같은 금전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민감할 수 있어서 후원에 대한 결정은 각 스트리머의 개인적인 선택에 맡기려 한다.


양주영 디렉터 "게임 제작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

Q. 오늘 행사에 대하여 한마디

=이번 IAC 참석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런 작가주의적인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게임 제작을 시작한 이래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행사에서 나눈 다양한 논의들이 매우 의미 있었고, 이러한 활발한 논의가 우리 게임 제작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참석자들과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로 좋았다.


Q. 강연 중 '에고'라는 말이 나왔는데, 에고 서치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에고 서치를 하면서 성과적으로 좋았던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에고'라는 단어가 갖는 두 가지 다른 의미에 대해 설명하겠다. 에고 서치는 일본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닉네임이나 이름을 검색해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찾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에 여기서 언급된 '에고'는 작가적 에고로, 이는 종종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내가 상업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매출과 수익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인 창작 욕구가 그것들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적 에고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에고 서치에 대해서는 이를 통해 특별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기보다 반응을 체크하는 일종의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사용된다. 물론 칭찬을 듣는 것은 좋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의견도 함께 접하게 된다. 그래서 에고 서치는 나의 일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작업의 주된 동기가 대중의 반응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Q. 작가적인 에고 관점에서, 너무 상업적인 콘텐츠에 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상업적"이라는 표현은 그 콘텐츠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의미인데,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좋은 것이다. 회사는 당연히 이익을 추구한다. 모호한 말일 수 있으나 "의도가 너무 상업적이어서 상업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라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결국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최대의 이익이다. 그 이익이 단순히 매출뿐만이 아니라 DAU, 유저들의 애정, 사랑, 관심 그리고 이 IP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무형의 가치까지 포함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으로 중요한 가치들, 예를 들어 신뢰나 사랑 같은 요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가치를 잃게 되는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너무 폭력적이거나, 노출이 심하다면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우리는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활동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업적이다." 라는 표현을 좋은 해석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Q. 강의 중 버튜버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버튜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버추얼 유튜버에 대해 내가 직접적으로 논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나의 전문 분야는 서사와 픽션을 다루는 것이라서 이 기준에서 보면 버추얼 유튜버는 내가 다루는 이야기 속 캐릭터가 아니다. 버추얼 유튜버는 오히려 현실 세계의 인물에 가까우며, 예를 들어 아이돌과 비슷한 존재로 볼 수 있다. 버추얼 유튜버는 자연인의 어떤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순수 창작물로서의 캐릭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버추얼 유튜버는 서브 컬처의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내가 다루는 범주 밖의 존재이며 나의 역할과는 다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Q. 블루 아카이브의 유튜브 영상에서 버추얼 유튜버의 기술을 쓰지 않나? 예를 들면 아로나가 있을 것이다.

=아로나는 버추얼 유튜버가 아니다. 아로나는 캐릭터로 모든 행동은 대본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고 그건 내가 다루는 캐릭터의 영역이다. 버추얼 유튜버를 말씀하신 것은 서브 컬처라는 사업 영역에서 활발하게 뭔가 돌아가는 프로듀서의 기획 제작의 영역으로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온 입장이니까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브컬처라는 영역을 같이 갖고 있고 어떻게 보면 이게 외형이 확장되는 역할을 같이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의미로서 좋다고 생각한다.


Q. 오늘 IAC에서 양주영 디렉터의 이름을 보고 찾아온 관람객이 많을 것이다. 그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도 이런 자리에 많이 오고 싶은지 묻고 싶다.

=당연히 나는 회사에 소속된 입장이고 회사에서 허락해줬기 때문에 강연에 왔다. 블루 아카이브 역시 많은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고, 나도 회사의 일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관심과 사랑도 결국은 블루 아카이브를 통해 생성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것과는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

그런 느낌으로 관심에 감사하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가 개인의 것이 아닌 걸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관심이니까 이는 나의 동료분들과 함께 나눠야 하는 관심이고 내가 오만해지지 않기 위해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기조로 나는 계속 열심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