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너하임 현지에서 열리고 있는 블리즈컨 2010 행사에서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와 과일장수 김원기 선수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블리자드의 초청으로 블리즈컨에 참가한 두 선수는 블리즈컨 2010 첫 날 열린 이벤트 매치를 통해 스타크래프트1의 아이콘 대 스타크래프트2 초대 우승자로 승부를 겨뤘으며, 2:0으로 김원기 선수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 블리즈컨에 참여한건 처음이라고 들어다. 온 소감은 어떤가.


김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할 줄 몰랐다. 사람들이 게임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특히 개막식과 함게 계속 터져나오는 함성소리가 너무 대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열정 가득한 게임쇼가 어서 열렸으면 좋겠다.

임요환: 티겟이 상당히 비쌈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매진되는 팬들의 관심과 또 행사장에 도착해서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예전부터 미국에서 경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경기를 하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럽고 행복하다. 비록 게임에서는 졌지만, 많은 팬들이 성원을 보내주셔서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에도 다시 이렇게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와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 어제 경기에 대한 상대방의 플레이를 평가한다면?

임요환: 경기 참여를 위해 미국으로 오면서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곳에 도착해서 김원기 선수의 연습 장면을 뒤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연습하는 것을 보니 역시 능글맞더라. 김원기 선수는 본 경기가 아니면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웃음). 어제 경기에서 지긴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기였다.

김원기: 사실 어제 래더에서 3승 7패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경기 전 부스에 들어가니 긴장이 되어서 힘들었지만 며칠 간 연습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다행히 게임이 잘 풀려 이기게 되었다.


- 임요환과 경기해본 소감은 어떠한가.

김원기: 경기에 앞서 임요환과 같은 최고의 선수와 같이 경기를 한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고 영광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마음의 부담을 덜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를 얻게 해준 것 같다.


- 컨셉아트를 받았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김원기: 단순한 컨셉아트가 아닌 블리자드 직원분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가있는 컨셉아트였고, 순전히 나를 위해 만들어진 컨셉아트와 액자이기에 더욱 고마웠다. 원래 선물이나 기념품등을 잘 챙기지 않는 성격인데, 이번 선물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 스타크래프트1과 2의차이점이라면.

임요환: 스타크래프트1은 다양한 유닛 컨트롤과 건물 운용 등을 쉴 새없이 조작해야 하는 재미가 크다. 스타크래프트2는 그 외의 모든 부분이 재미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전체적인 그래픽의 향상과 3D의 구현이 매우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나에게 좋아진 점을 꼽으라면 유닛들의 인공지능이 좋아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결국 승부는 2:0으로 김원기 선수가 승리하며 GSL 우승자의 위용을 뽐냈다.



- 스타크래프트2는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전향을 결정한 시기는 언제인가.

임요환: 스타크래프트2는 스타크래프트1의 프로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사실 스타크래프트1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그러다보니 팬분들도 점점 사라져 스스로 고민이 많았다. 프로게임단의 코치나 감독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선수로서 팬분들 앞에 나설 지에 대한 심각하나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고민으로 아직 선수로 더 활약하고 싶은 내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 전향 선언에 대한 파장을 고려했었나.

임요환: 파장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GSL 예선 하루전에 전향 발표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대한 조용히, 가장 늦게 말해 파장을 줄이고 싶었다.


- 스타크래프트1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임요환: 우선은 내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을 가능하게 해준 건, 다른 게임을 한다는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준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 스타크래프트2는 워크래프트3 선수, 스타크래프트1 선수들 중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가.

임요환: 게임이 3D라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스타크래프트1 출신의 선수들에게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김원기: 스타크래프트2는 초중반의 운영이 스타크래프트1과 흡사하기에 아직은 스타크래프트1 출신의 선수들에게 더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거라 예상하는가.

임요환: 사실 고민이 많은 시기에 좋은 게임이 나와줘서 힘들었던 고민을 해결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운이 좋았다고 생각된다. 스타크래프트1을 처음 할 때, 게임을 즐기던 입장에서 시작했었지만 스타크래프트1이 프로게임화가 되면서 나도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다. 이런 걸 생각해보면 마치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프로게이머로의 활동은 아마 최대 35살까지 가능할 것 같다. 우선은 앞으로 1~2년 동안 모든 노력을 기울여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싶다. 이후 능력이 된다면 그 이상까지도 꾸준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다.


- 스타크래프트2가 나올 때, 임요환을 위한 게임이라는 말도 있었다.

임요환: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될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언젠가는 전향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왔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좋을지에 대한 선택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프로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난 후, 지금이 바로 그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모두가 보기에 자연스럽게 전향할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전향을 선택하게 되었다.


- 30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임요환: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크로, 손놀림 등은 연습을 통해 유지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목표와 방향을 확실히 해야 한다. 나이가 들 수록 신경써야 할 것들과 인생에 대한 고민도 늘어가기 때문이다.


- 프로게이머 활동은 언제까지 지속할 생각인가.

김원기: 오래할 수 있다면 계속 꾸준히 하고 싶지만, 아직 병역문제가 해결안되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병무청이 허락할때 까지는 계속 할 것이다(웃음). 제대 후, 활동하고 있는 기존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그때 다시 프로게이머 활동을 할 것이다.


- 김원기 선수는 미국 현지의 인기가 대단하다.

김원기: 한편으로 좀 민망하기도 했다. 성격이 좀 활발하지 못하다보니, 팬분들이 다가와서 사진찍자고 하는 요청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수줍어 하는 면도 있다. 사실 영어도 잘 못하고 해서 외국인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려하면 무서워서 좀 피하기도 했다. (웃음) 지금은 미국 팬 분들의 성원이 고맙고 좋다.



▲ from 블리자드 to 과일장수 김원기, 헌정 컨셉원화



- 스타크래프트 2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구단이나 협회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는가.

임요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최고의 상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이 잘 되어서 협회의 한 종목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되지만, 불가능 하다면 스타크래프트2만의 새로운 구단과 협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2는 협회와 구단의 창단을 이미 전작으로부터 경험하고 실현해 봤기에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며, 이미 블리자드의 규모는 이전과는 몰라볼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기에 그 진행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 여겨진다. 스타크래프트2는 스타크래프트1의 십년간의 성공이라는 경험은 매우 큰 것이라 그 방향을 그대로 따를수도, 혹은 더욱 좋은 방향을 만들어 갈 수 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 스타크래프트 2로 전향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서운해하지는 않았나.

임요환: 직접 대놓고 서운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마음 속에 서운함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느끼게 되는 경우를 몇 번 겪었다.


- 팀 합류여부나 개인 스폰에 대한 생각은.

임요환: 현재 팀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중에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선 것도 아니고, 전향 한지도 얼마되지 않아 벌써부터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시기는 아닌 듯 하다.


- 김원기 선수는 실력은 최고이나 엔터테이너나 쇼맨쉽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원기: 게임 자체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로 말할 수 있다. 우선, 저그로 플레이를 하게되면, 게임 내에서 쇼맨십을 보여주기란 매우 어렵다. 특별한 유닛도 없고 컨트롤도 불가능한 종족이 저그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문제로는 내성적인 성격탓에 그런것에 능숙치도 않고, 미리 승리를 즐기거나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엔터테이너나 쇼맨쉽 등이 경기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 것들에 신경쓰다가 경기를 그르치기는 일은 겪고 싶지 않다. 좀 더 실력이 쌓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 귀국하면 곧바로 GSL 32강이다. 시차로 인한 피로가 부담되지는 않을까.

김원기: 블리즈컨이 끝나고 한국에 도착하면 GSL 32강이 이틀 남아 있을 것이다. 보통 경기에 앞서 이틀 정도 연습하기 때문에 시차 문제만 잘 극복하면 남아있는 이틀 동안 충분히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기에 문제 없을 것이다.

임요환: 나는 하루라도 쉬면 게임이 달라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번 GSL 32강이 최초의 고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다음 경기가 부담되는 프로토스 전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차 문제도 있고 해서 경기에 나가기 전까지 온전히 연습을 할 수 있는 날은 하루 정도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32강을 무사히 잘 통과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 하루에 몇시간 정도 연습을 하는가.

임요환: 하루에 서른게임 정도 연습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 30경기를 아주 영양가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김원기: 하루에 스무게임 정도 연습힌다. 임요환 선수의 말대로 얼마나 영양가 있는 경기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연습과 함께 자기 관리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번 GSL 결승에서 서로 붙어보고 싶지는 않은가.

임요환: 이미 말했다시피 나는 경기 준비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게임 결과가 바뀔 정도로 경기 준비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타입이다. 이번 대결에서는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 패배를 했지만 다음에 다시 대결하게 된다면 다른 일정 없이 연습과 준비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결승전에서 전시즌 챔피언을 만난다면, 최고의 매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원기: 늘 많은 준비를 하고 오는 임요환 선수이기에 솔직히 만나고 싶은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만나게 된다면 매우 흥미진진한 대결이 이뤄질 것 같아 재밌을 것 같다. 이런 상대를 결승에서 만나 이기고 우승하게 된다면 아마 최고의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드림매치가 다시 한 번?



- 스타크래프트2의 밸런스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요환: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자주 쓰는 유닛과 빌드는 하향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 탱크를 많이 사용했더니 탱크가 하향 조정되었고, 최근에 자주 사용하던 전진 3병영 빌드 역시 하향조정 되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그는 많은 부분에서 상향조정해주었다. 스타크래프트2의 종족밸런스 부분의 관계자에게 2시간에 걸쳐 작성하나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다. 종족에 대한 패치는 좋지만 너무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 보다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씩 천천히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블리자드가 게임에 대한 선수들의 건의사항을 잘 듣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다.

김원기: 독주는 불가능해야 좋은 것이다. 이번 패치로 인해 저그전까지 자주 사용되었던 날카롭고 매서운 빌드들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모두가 틀에 박힌 전투와 빌드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해서 우려스럽다. 물론 저그를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으로 이번 패치가 반갑기는 했지만, 게임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좋은 패치는 아니었다고 본다.


- 이번 GSL 우승으로 상금이들어오면 어떻게 쓸 생각인가.

김원기: 금액도 크고, 아직 그렇게 큰 금액이 필요하지도 않기에 부모님께 드릴 것이다. 이번 패치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저그가 더욱 강해졌으므로 이번 대회 역시 우승하지 않겠냐고도 하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력이 떨어진 것 같아 걱정된다. 이번 GSL 32강은 나에게도 고비이다. 32강을 통과한다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빌드나 전략이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공개 되는 것이라 늘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데 부담되지는 않는가.

임요환: 그런 부분 때문에 여러 개의 계정을 준비해서 연습하곤 한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리플레이에서 부대 지정과 같은 너무 자세하고 많은 부분까지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물론 게임을 즐기는 많은 유저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좋은 시스템일지몰라도 선수들에게는 자신만의 전략과 방식이 쉽게 공개되버려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 스타크래프트1에서 임요환처럼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이끌어갈 선수를 꼽는다면.

임요환: 사실 그런 부분이 전향에 있어서 가장 부담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이미 엄청난 주목과 이슈가 되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전향하는데 있어서 부담이 확실히 적을 수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2를 대표할만한 선수를 추천하는 것은 나에게 아직 너무 이르다. 아직은 게임에 집중하기도 버거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임요환: 세계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 대회가 더욱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에도 블리즈컨에 초청받게 된다면 이번처럼 GSL 32강 일정등 다른 일정과 중복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일정이 중복되지 않는다면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