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의 대 히트로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PC방이 생겨나고, 리니지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등장하던 시기, 블리자드는 새로운 게임 하나를 다시 발매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디아블로2!


2000년 6월에 발매된 디아블로2는 초반에는 큰 인기를 못 얻는 것처럼 보였지만, 발매 한 달여가 지나면서 입소문을 타고 그 재미가 퍼지면서 웬만한 MMORPG 이상으로 히트를 치게 된다.

이듬해 디아블로2 : 파괴의 군주가 확장팩으로 나오면서 그 재미가 완전히 폭발, 그 해 디아블로2를 하다가 수능을 망친 고3 수험생들을 무수히 만들어 냈고, 이러한 디아블로2의 마력은 대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없었으니, 당시 웬만한 대학교 근방 PC방은 소 우는 소리(카우방)로 가득했고 게임에 빠져 F학점이 마구 양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때문에 학사경고를 받고 군대로 간 분들도 있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 수 많은 사람들을 나락으로 빠트린 악마. 디아블로2에 빠져서 게임 개발자가 된 분들도 제법 된다고...



그리고 이 악마의 게임이 한국 교육계를 흔들기 위해(?)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으니 바로 디아블로3가 그것이다.

2011학년도 수능을 이틀 앞둔 11월 16일, 인벤에서는 지스타2010에 앞서 정보 공개가 진행된 지스타2010 블리자드 프리뷰 행사에서 디아블로3의 시연 버전을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 악마가 다시 한 번...



▶ 전작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디아블로의 다섯 직업


디아블로3에서 제공하는 직업은 총 5가지로 수도사, 야만용사, 마법사, 의술사, 그리고 악마 사냥꾼이다. 각 직업은 직업별로 제각기 독특한 기술과 전투 스타일, 그리고 컨셉이 존재한다.


수도사의 경우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력(Spirit)을 사용하는데, 적에게 공격을 할 때마다 일정량의 정신력이 쌓여 그 정신력을 소비하면서 강력한 기술을 발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전투 스타일과 장비는 디아블로 2의 암살자(어쌔신)과 유사한데 근접 공격을 위한 장착무기를 활용해 적을 물리적으로 부수고, 사악한 악마들을 신성한 빛으로 불태워버린다.




▲ 소림승 컨셉의 수도사. 포지션 상으론 전작의 성기사(Paladin)이지만...



야만용사는 분노(Fury)를 이용해 기술을 사용하는데, 적을 공격하거나 공격 받으면 점점 분노가 쌓이고 이 분노를 이용해 강력한 공격을 하거나 적 다수를 기절시키는 등 폭발적인 힘을 선보인다.

디아블로2의 야만용사(바바리안)과 크게 바뀐 점이 없지만, 기술에 필요한 것이 마나가 아닌 분노라는 점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사에 보다 가까워진 모습이었다.(심지어는 PvP에서의 전투 스타일마저도!)




▲ 전작의 청년도 어느새 늙어버렸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야만용사



마법사는 디아블로2의 여마법사(소서리스)에 대응하는 직업이지만 단순히 원거리에서 마법탄을 날리기만 하던 기존의 마법사와는 다르게 적에게 근접해서 순식간에 동결시키고 강력한 전격마법으로 박살내는 등, 일반적인 마법사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마법을 활용하는 격투가라는 느낌이 보다 진하게 난다.

마법사는 일반적으로 마나(Mana)를 사용한다고 생각되지만, 특이하게도 비전력(Arcane Power)이라는 것을 이용해 마법들을 사용한다.




▲ 신세대 마도사? 독특한 느낌을 주는 디아블로3의 마법사



의술사는 부두교의 주술을 사용하는 사령술사(네크로맨서)의 느낌을 주는 직업으로, 마나(Mana)를 사용하며 부두교 주술의 소환물들(곤충 떼나 좀비, 두꺼비 등)을 활용하는 전투 뿐만 아니라 독과 저주 등에도 매우 능숙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화력보다는 장기적인 전투 수행에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소환물을 자폭시키거나 특수한 화합물이 조합된 폭발물들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적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부두교나 동남아시아 계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의술사



마지막으로 지난 블리즈컨2010에서 처음 공개된 악마 사냥꾼이 있는데, 원거리 공격 기술과 함정 장치를 이용한 전투에 능하며, 의술사와 마찬가지로 마나(Mana)를 이용한 전투를 한다.

캐릭터 컨셉 측면에선 전작의 아마존과 암살자(어쌔신)이 조합된 형태의 캐릭터인데 그림자 마법(Shadow Magic)을 이용한 능수능란한 전투와 적의 공격을 회피해 빠르게 이탈하는 능력은 치고 빠지는 형태의 액션성을 느낄 수 있었다.




▲ 블리즈컨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악마 사냥꾼




▶ 능력치 찍기와 지속 효과 기술이 사라졌다? - 기술과 특성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창이 뭐가 있나 하고 하나씩 열어보니 기술창과 특성창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기술창의 경우 디아블로2에서의 기술트리 형태와 다르게 일정 레벨별로 구입(Purchase) 가능한 기술이 존재하고, 레벨업을 할 때마다 기술을 새로 구입하거나 이미 구입한 기술을 강화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얻는 형태였다.


구입하는 기술은 전부 활용 기술(Active Skill)이고, 전작에서 온기(웜쓰), 강철피부(아이언스킨) 같이 방어력이나 저항력을 올려준다거나 마나 재생력, 특정 계열 기술의 강화 등 지속 기술(Passive Skill)은 전부 특성 쪽으로 미루어져서 기술은 오로지 사용 가능한 기술들만 존재했다.




▲ 지속 기술은 전부 특성에 통합되었다.



캐릭터의 능력치창을 보면 힘(Strength), 민첩성(Dexterity), 체력(Vitality), 의지력(Willpower)의 4종류가 있었는데 전작에서 레벨업을 하면 자유롭게 스탯을 찍던 것과 달리 레벨업을 해도 스탯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성을 찍어서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특성 탭에서는 이러한 캐릭터 능력치 외에도 특정 속성을 강화시킨다거나 방어력, 치명타, 저항력 등의 보조 능력과 관련된 것들도 존재하고 있어서 같은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주력으로 선택하는 능력치에 따라 생존력이 높은 캐릭터가 될 수도, 공격력이 높은 캐릭터가 될 수도, 혹은 치명타 확률이 높은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형식이었다.




▲ 이제 능력치는 특성과 장비의 영향을 받는다.




▶ 복잡한 인벤토리 걱정 끝! - 부적판


디아블로2에서는 인벤토리 안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특수한 효과를 받는 부적(Charm)이 존재했다.

조단링과 함께 거래 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유용성이 높았던 이러한 부적은 그 효과를 최대한 보기 위해서 캐릭터의 인벤토리를 부족하게 만드는 주 원인이었는데, 디아블로3에서는 부적판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부적판은 캐릭터의 장비칸에 존재하는 별도의 장비 슬롯인데, 이 부적판 안에 넣은 부적만이 그 캐릭터의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캐릭터의 레벨이 낮을때 부적판에 뚫린 슬롯이 적지만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면서 부적판의 슬롯이 확장되는 형태이다.




▲ 일종의 보조 장비 형태가 된 부적 시스템



즉, 이제 부적은 인벤토리 안에 소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캐릭터 스타일에 맞추어 부적판 안에 장착하는 일종의 장비 개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부적도 기존의 세세한 능력치까지 다 들어가 있던 것과 달리 핵심 능력치에 좀 더 초점이 집중되어 캐릭터 세팅을 하는데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 나만의 기술을 만든다 - 룬 시스템


디아블로3의 가장 독특한 시스템을 꼽으라면 룬 시스템이었다.

디아블로2에서도 룬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지만, 거기에서는 장비의 소켓에 특정 룬을 순서대로 박아서 타 클래스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거나 장비를 강화시키는 형태였다. 그러나 디아블로3의 룬 시스템은 장비가 아닌 기술에 룬을 장착하는 형태이다.


룬은 총 5가지 색상 ― 진홍색(Crimson), 남청색(Indigo), 흑색(Obsidian), 금색(Golden), 회백색(Alabaster)으로 나뉘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룬을 장착하여 기술의 형태나 속성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다수의 소환물을 불러내는 기술이 있다면 진홍색 룬을 스킬에 장착하면 소환물의 주변에 지속적인 화염 피해를 입히는 오라가 생기고, 남청색 룬을 장착하면 소환물이 공격하는 적이 느려진다거나, 흑색 룬을 장착하면 소환물의 숫자가 1마리로 줄어드는 대신 엄청나게 강력해지는 등 다양하게 캐릭터의 기술을 개조할 수 있다.



▲ 의술사의 두꺼비떼. 회백색 룬을 박으면 두꺼비가 자폭하면서 실명 가스를 뿌린다.



▲ 흑색 룬을 박으면 숫자는 1마리밖에 안되지만 매우 강력한 소환물이 나온다.


룬은 색상별로 7등급까지 그 능력치가 다르며, 높은 등급의 룬일수록 그 효과가 높아지는데 룬의 색상과 등급의 분류에 따라 각 캐릭터별로 약 1조개에 달하는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 디아블로3, 실제 플레이의 느낌은?


시연장에서 각 직업들의 특징과 시스템적인 큰 변화를 확인한 뒤, 본격적인 플레이에 들어갔다.


선택한 직업은 지난 블리즈컨2010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악마 사냥꾼!

디아블로2에서 아마존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효과를 가진 석궁 기술과 함정을 활용한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져서 하게 된 선택이었다.



▲ 치고 빠지기라는 전략적인 전투 스타일을 보이는 악마 사냥꾼



캐릭터를 생성하고 처음 시작하게 된 곳은 고통의 전당(Hall of Agony)이라는 곳으로 마우스 왼쪽 키에는 올가미 화살(Entangling Shot)이, 오른쪽 키에는 휘감기(Bola Shot)가 기본 기술로 설정되어 있고, 퀵슬롯 1번에 적 유닛을 무시하고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인 뛰어넘기(Vault)이 등록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전투는 멀리에 있는 적들을 올가미 화살로 느려지게 만든 다음 느려지면서 뭉친 적들에게 휘감기를 사용해 광역 피해를 입히고, 적들이 가까이로 접근하면 뛰어넘기로 이탈하는 원거리 전투의 정석적인 기동전 형태였다.



▲ 적을 느리게 만들고 연쇄 피해를 주는 올가미 화살



▲ 적에게 붙은 후 잠시 후 폭발과 함께 광역 피해를 입히는 휘감기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서 여러 가지 스킬을 배우거나 기존 스킬의 강화를 할 수 있었는데, 어떤 스킬들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캐릭터를 새로 만들기를 몇 차례 하면서 스킬들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소형 투척탄을 여러 개 적에게 던져 바닥에 튀기면서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투척탄(Granades), 미리 설치를 해둔 후에 적이 근처로 다가오면 활성 되어 해당 위치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가시 함정(Spike Trap), 근처에 접근한 적 전부에게 칼날을 뿌려 피해를 입히고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칼날 부채(Fan of Knives), 디아블로2에서 아마존을 대표하던 스킬인 연발 사격(Multishot) 등 원거리 공격 기술과 함정, 기계 장치 등의 스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함정류의 경우 사용 직후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설치를 해둔 후에 적을 유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전략성 높은 전투 방식을 필요로 했다.



▲ 멀티샷! 디아블로2에서 아마존을 했다면 익숙할 연발사격



▲ 워크래프트3에서 워든을 좋아했거나 WOW에서 도적을 했다면 한 번쯤은 보았을 칼날 부채



기본적인 기술들을 익힌 후, 시작 지점인 고통의 전당 주변의 적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처음 받은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탐험을 시작했다.


적들이 덤벼올 위치에 미리 가시 함정을 깔아놓은 후, 올가미 화살과 휘감기의 조합으로 적들을 무난하게 상대할 수 있었는데 올가미 화살을 적에게 명중시켰을 때 피해를 받은 적들의 몸이 번쩍이면서 멈칫거리는 느낌과 휘감기에 걸린 적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가 폭발을 하는 그래픽과 효과음은 디아블로2보다 한층 높아진 타격감을 느끼게 했다.

적들의 이동이 예상보다 빠를 때는 뛰어넘기를 사용해서 그 지역을 이탈하기도 하고 문을 열기 전에 가시 함정으로 적들이 갑자기 뛰쳐나오는 상황에 대비하기도 하면서 전투를 벌이다보니 어느새 첫 번째 지역인 고통의 전당을 벗어나 다음 맵으로 계속 진행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지역에서는 옥외에서 호위 임무를 진행했는데, 무기상인인 NPC를 데리고 적대 NPC를 처치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처치해야 되는 NPC에게 화살을 날리기 직전에 갑자기 등장한 강력한 몬스터 덕분에 허겁지겁 뒤로 후퇴해서 함정을 설치하고 화살을 날리면서 “호위해야 하는 NPC를 샌드백 삼아” 적들을 처치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 시연판에서는 실내-옥외-실내의 순서로 맵이 구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지역에서는 감옥에서 죽은 원령들을 해방시키는 임무를 받았는데, 감옥 안에 있는 원령들을 처치하자마자 맵 중앙에 등장한 간수(The Warden)와 감옥과 감옥 사이의 통로를 이어주는 다리 아래에서 무수하게 몰려드는 적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치르게 되었다.

악마 사냥꾼의 경우엔 뛰어넘기를 이용한 탈출이 가능했지만, 이러한 탈출기가 없는 클래스라면 약하지만 수가 많은 적들에게 퇴로를 차단당하고 간수의 강력한 공격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기 쉬울 것 같았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한 싱글 플레이 측면의 재미도 있지만, 멀티플레이에서 적절한 협동전 측면에서도 각자 역할 ― 단일 적을 상대로 강한 야만용사나 수도사, 광역 공격에 능한 마법사 식으로 플레이하기에도 적합해보였다.


싱글 플레이 외에도 투기장 시스템을 이용한 PvP 역시 즐길 수 있었는데, 단순한 1:1 결투가 아니라 팀을 구성해서 반복 형태로 스코어 승부를 벌이는 점은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스페셜포스 같은 FPS 게임을 연상케 했다.



▲ 기본적으로 디아블로3의 투기장은 팀 단위 전투이다.


1:1 승부라면 캐릭터간의 밸런스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만, 2:2 이상의 대결이 되면 각 직업별로 상성과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성과 룬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생기게 되고, 단판 승부가 아닌 제한 시간동안의 스코어 승부이기 때문에 상대의 조합에 맞추어 아군의 전략이나 주력 스킬의 전환 같은 머리싸움도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물론 의술사 같은 소환계 캐릭터가 PvP에서 상당히 유리한 감이 있긴 했다)



▶ 익숙하면서도 참신한, 그 이름에 걸맞는 디아블로3


디아블로3는 디아블로2를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큰 거부감 없이 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가 거의 없고, 복잡하게 캐릭터를 세팅하고 상황에 맞게 스킬을 사용해야하는 MMORPG와 달리 액션RPG 특유의 호쾌함과 쉬운 플레이를 잘 살려놓았다.


그래픽 측면에선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보다 실감나는 액션과 지형지물의 활용을 볼 수 있었고, 이러한 부분은 액션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타격감”을 한껏 끌어내주었다.




▲ 적에게 타격을 가하면 살짝 밀리는 느낌이라거나 폭발에 흩어지는 살조각 등, 타격감은 발군이다.



또 전작에 비해 여러 가지로 편의성이 개선되어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을 일일이 상점에 팔아치울 필요 없이 마력추출과 비슷한 형태로 파괴해서 제작용 재료와 돈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적은 단위의 골드나 필수 아이템은 클릭하지 않고 그 위로 캐릭터가 이동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습득 되도록 하기,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 Alt키를 계속 누르고 있을 필요 없이 한 번만 누르면 아이템 이름 표시가 토글 되는 등 소소한 부분이지만 귀찮을 수 있는 부분을 상당히 개선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 팬 뿐만 아니라 액션RPG를 즐기지 못했던 유저도 디아블로3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특성과 룬 시스템은 그 조합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룬을 조합했느냐에 따라서 특정 속성에 강할 수도,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최강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 없는 연구와 조합이 필요하며, 블리자드 게임 특유의 “배우기는 쉽지만 최고가 되기는 어렵다”라는 컨셉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공개된 기술의 숫자가 적고, 캐릭터의 단축키 창에 등록 가능한 슬롯의 수를 고려해볼 때 플레이하면서 사용하는 기술은 5개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성과 룬의 조합으로 같은 스킬도 전혀 다른 스타일로 만들 수 있고 이러한 점은 디아블로2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 ― 화염구(파이어볼)을 배우고 나면 화염화살(파이어볼트) 같은 하위 스킬이 완전히 쓸모없어지거나 시너지 효과를 위한 다리 역할만 하던 점을 대폭 개선해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 디아블로2의 스킬트리. 하위 스킬은 상위 스킬 습득과 시너지를 위한 징검다리 개념이 강했다.



어떻게 보면 디아블로3는 새로운 게임이라기보다는 디아블로2에 MMORPG에서의 장점을 조금 더 첨가한, 매우 익숙한 느낌의 게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으로 유저들에게 쉽게 다가가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디아블로3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무서움이 아닐까 싶다.


물론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의 게임이라기보다는 디아블로2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웨스트우드사의 NOX를 연상 시킨다라는 평도 있기는 하지만, 보다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액션RPG의 재미를 재조명하겠다는 블리자드의 발언처럼 손쉽게 즐길 수 있고, 여러 가지로 확장성을 가진 디아블로3는 어쩌면 “가장 블리자드스럽게 발전한 후속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지금의 단계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게임 시연회가 그 게임에 대해 겉핥기 수준으로 플레이해보는 것과 달리, 현장을 찾은 기자 및 커뮤니티 유저들은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디아블로3의 시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 마치 게임방에서 내기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몰입! 몰입!



어찌되었건 간에, 이러한 이야기는 전부 사족에 불과하다.

디아블로3는 기자가 시간도 잊고 플레이를 즐길 정도로 시연 버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이미 갖추고 있었고, 앞으로 정식 출시까지 또 얼마나 놀라운 요소들을 더할 수 있을지 기대를 갖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말만큼은 확실히 할 수 있다.

수능나락과 학사경고를 수없이 만들어낸 사악한 악마가 한층 강해져서 돌아올 날이 멀지 않았으니, 전국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바짝 긴장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