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RPG 팬을 자처하는 만큼 이번 E3에서도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다크 소울과 캡콤의 드래곤즈 도그마였는데요, 둘 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RPG임에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같은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 독자적인 게임스타일로 출시 전부터 게이머들의 상당히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오전 12시 E3 행사장 문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수의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게임 시연대란 시연대는 전부 다 점거하기 시작했는데요, 운 좋게도 겨우 다크소울과 드래곤즈 도그마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다크 소울부터 소감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E3 데모 버전은 '실망' 그 자체입니다. 인터페이스부터 캐릭터 모션, 전투 방식, 패드 조작 등 전체적인 게임플레이가 전작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물론, 컨텐츠적인 차별을 추구했을 수도 있지만 짧은 플레이만 가능한 데모 버전에서는 그러한 차이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거대한 용이 나오는 레벨도 있어 기자뿐 아니라 주위에서 기자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 용이 브레스를 뿜으면 조작이 힘들 정도의 프레임 드랍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E3에 참가한 것이 나중 북미 출시 때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플레이를 위해 줄 서고 기다리는데, 플레이하다가 패드를 거의 집어던지는 북미 게이머들이 많더군요.









드래곤즈 도그마는 다크 소울과 정 반대입니다. 이미 공개된 스크린샷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픽도 상당히 좋고 정말 흥미진진하게 데모 버전을 플레이를 했을 만큼 전체적인 구성이 탄탄했습니다. 정말 "물건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부터 예상했던 대로 기본 골격은 캡콤 자사의 히트작, 몬스터헌터입니다. 몬스터헌터에서 보여줬던 정말 살아 있는듯한 움직임의 거대몬스터를 그대로 구현해놨습니다. 하지만 몬스터헌터처럼 다소 불편한 방식을 고집하며 게이머들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형태는 아닙니다. 세계관부터 인터페이스, 조작 체계, 스토리 텔링, 그래픽 등 골격 외 전반적인 부분을 북미 게이머의 입맛에 맞도록 심혈을 기울인 티가 팍팍 납니다.








칼과 방패를 든 검사를 플레이했는데 몬스터헌터처럼 큰 공격과 작은 공격이 있고 패드의 다른 버튼을 조합해 다양한 콤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동일합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그 버튼을 눌렀을 때 발동하는 동작과 스킬이 달라져 더욱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R1 버튼과 L1 버튼으로 조합할 수 있는 공격동작도 다채롭습니다.


예를 들어 하피가 갑자기 급강하하면서 돌진해 올 때 방패로 막은 후 차징 공격을 한 후에 하피가 도망가려고 날아오르는 것을 '잡기'로 붙잡은 후에 추가적인 공격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보스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몬스터헌터처럼 부위 파괴와 꼬리 절단이 더욱 실감 나게 구현되어 있고 각 상황에 맞는 전투 동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드래곤즈 도그마는 좀 더 파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법사 플레이어가 아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광역 수면' 기술을 걸면 갑자기 화면이 슬로우모션으로 바뀌면서 해당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을 다른 플레이어게 알려준다든지, 어떤 플레이어가 체력이 다해 쓰러졌을 경우 다른 플레이어가 다가가 살려줄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은 북미 시장에서 몬스터헌터가 왜 더 크게 흥행하지 못했는지 상당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물을 게임에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보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더는 이제 동료가 몇 번 죽었다고 퀘스트 자체가 실패로 뜨는 일은 없게 된 셈입니다.


기자의 짧은 데모 시연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밝혔고 분명히 지금은 장,단점이 뚜렷한 두 게임이지만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인 만큼 더욱 다듬어서 정식 출시 때는 정말 멋진 모습으로 RPG 팬들의 목마름을 한 방에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