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내려갑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으로 서버를 내려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 갑작스러운 서버 다운 공지에 채 마을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게임을 끝마친 유저들은 공식홈페이지로 향한다. 이상 원인을 찾으려는 숨가쁜 타이핑 소리. 서버를 언제 열어줄 거냐는 거센 유저들의 질문공세를 뒤로 개발팀으로 급히 발걸음을 돌린다.


"공지를 올려야 하는데요!"
"아직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대략적인 점검시간이라도 알려주세요!"
"그럼, 1시간 안에 해결해볼게요!"


급히 서버 점검 공지를 올린다. 하지만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는 문장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형식적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만다.


서버가 열려있고, 유저들이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은 운영팀. 그래서 일단 서버가 내려가 있는 상태에서는 서버 점검 공지를 올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서버 오픈 시기를 계속 확인하고 공지에 반영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버를 오픈하기 전에 미리 접속해 문제가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는 것도 운영팀의 일이다.


그러니까 서버가 내려갔을 때는 더 바빠지는 것. 서버가 내려간 어느 날, 워 오브 드래곤즈(WOD)의 운영팀 또한 무척이나 바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죄송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죄송하다, 미안하다 그런 사과멘트밖에 없었죠. 게임을 하다 못하게 된 유저분들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거잖아요. 서버가 다시 열릴 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없이 이것 저것을 체크하던 와중에 잠시 짬을 냈다. "서버야 살아나"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한다고 글을 남겼다. 서버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건강음료 상품을 주기로 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게 시작이었다.


WOD 운영팀 중 주로 게시판 등을 통해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운영팀원은 각각 마초, 까불이, 별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3명. 이후에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작은 이벤트들을 이어갔다. 사실 거창하게 '이벤트'라고 부르기도 뭣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운영팀의 모습에 기쁘게 참여해줬다.


1분만에 마감되는 것도 있었고, 10분만에 끝나는 이벤트도 있었다. 게임 서비스에 참고하기 위한 내용도 있었지만 말그대로 '그냥', '심심해서' 한 이벤트도 있었다. 여기 다 적지 못할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각종 이벤트들. 마초, 까불이, 별이는 캔커피, 바나나우유, 소세지 같은 순박한 상품으로 다가갔고 유저들도 부담없이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각자의 사비를 털어 진행하던 이벤트였지만 유저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자,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이벤트 비용이 편성되기에 이르렀다고. 홍보팀은 이 비용이 꽤 만만치 않은 규모라고 은근슬쩍 귀뜸을 한다. 운영팀에서 이벤트를 하라고 따로 비용이 책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말과 함께.



▲ 마초적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뜨개질과 화분가꾸기가 취미이기도 한 마초. 동방예의지국을 강조하지만 본인은 까부는 게 특기인 까불이. 유일한 홍일점으로 유저들의 프로포즈 공세에 시달리는 별이. 친근한 캐릭터 이미지로 사진을 대신한다.




고객상담팀에서 GM으로 함께 지원한 3인방


마초, 까불이, 별이 3인방은 처음부터 엠게임 운영팀에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전화로 문의가 오면 이를 상담하는 고객상담팀에 몸을 담고 있었다고. 유저들의 불만과 건의들을 생생한 육성으로 들어왔던 이들은 운영팀에서 유저들의 이런 고충을 직접 해결해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마침 새롭게 오픈하는 WOD 운영팀으로 지원하게 된 것.


하지만 겉으로 보는 운영팀과 직접 하는 운영팀은 차이가 컸다.


"오기 전에는, 내가 저 입장이 되면 해달라는 걸 다 해줘야겠다. 개발팀과 싸워서라도 해줘야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유저분들은 그냥 키보드로 딱 치면 바로 해결이 될 걸로 아시지만, 새로운 걸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였죠. 어떤 제보가 들어와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유저분들은 왜 수정을 안 해주는 거냐 하시잖아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바로 못해드리는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드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밖에서 쉽게 생각했던 현실의 제약. 하지만 이들 3인방은 포기하지 않았다. 되지 않는 것은 되지 않는 것이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연구했다.


다른 게임처럼 일반적인 문의 내용에 대해 메일로 답변을 여러 번 주고 받는다거나, 게임 내에서 처리하더라도 귓말로 대화를 하는 대신, WOD 운영팀은 아예 GM 캐릭터로 문의한 유저의 캐릭터 바로 옆에 다가가 인사를 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신고 내용에는 욕설을 퍼부었던 유저들도 GM이 직접 찾아와 대화를 하니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여러 번 문의 내용을 주고 받고 해야 하는 텍스트 방식과 달리 직접 찾아가 대화를 하니 문제 해결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어떤 유저가 WOD 아프리카 방송을 하면, 일부러 GM 캐릭터로 찾아가 함께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게임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라 방송으로 WOD를 보고 있는 다른 유저들까지 'WOD GM과는 의사소통이 된다'고 여기게 되었다.


"사실은 아프리카 방송을 보는 것도 개인 시간을 쪼개서 하는 거였죠. 그런데 너무 감사하잖아요. 우리 게임을 그렇게 방송으로 해주시는 거니까요. 한 번은 어떤 커플분이 WOD 방송을 하시길래 찾아갔는데, 밥 먹으러 가신다고 하는 거예요. 그 때 피자를 보내드렸어요. 게임 방송 더 하시라고. (웃음)"


이런 노력의 결실. WOD 유저들에게 마초, 까불이, 별이는 이미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 이런 글이 올라간 후로, 게임 내에서 '마초'를 만난 유저들은 '힘내라, 잘 사겨라'는 응원을 한다고



▲ 애니메이션까지...




이들이 말하는 GM의 고충. 그리고 보람


하지만 이들이라고 어찌 고충이 없을까. GM 캐릭터가 나타나면 '별이 나타났다'면서 쫒아와서 죽이는 정도야 사소한 일이다.


운영팀의 홍일점인 별이는 여성GM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쩍 악성 유저들의 음담패설에 시달려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성적인 놀림이나 비하를 당할 때는 운영팀도 사람인지라 화가 나기도 한다고. 하지만 운영팀이 앞에서 유저와 다툴 수는 없는 일. 속으로 상처를 보듬는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운영정책 상 심한 욕설을 하신 분께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렇게 제재를 당하신 분이 '임마 한 번 했다고 영구블록을 당했다'면서 글을 남기시거든요. 그러면 다른 유저분들은 운영팀이 과한 제재를 했다고 오해를 하실 수가 있죠. 절대 그렇지 않고,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 제재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보람이 없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별이는 자신의 생일날 유저분들의 엄청난 축하 메시지를 받고 '운영자가 아닌, 곁에 있는 친구처럼 느껴주신 것 같아' 감격했다고. 마초는 '유저분들이 건의한 것을 개발팀에 전달해, 실제로 적용되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단다. 까불이는 불량 이용자 신고가 들어오면 일부러 신고가 들어오자마자 '짠'하고 신고한 유저 옆에 나타나, GM 캐릭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유저들의 인식을 바꾸면서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라고.


진영별 대립이 펼쳐질 WOD의 방향에 따라 앞으로는 파이언, 록비로 운영팀도 진영을 나눠 좀 더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생각도 있다며 계획을 밝힌 이들은, 인터뷰가 마무리되는 와중에도 "유저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꼭 말해야 한다"며 유저 생각뿐이었다.


"8월 말이나 9월 초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을 겁니다. 45레벨 이상 몬스터가 나오는 지역과 상위 던전이 등장하고 그에 따르는 보상들도 등장하게 됩니다. 또 WOD의 탈 것인 모우를 통해 드디어 용을 얻을 수 있고, 그 용을 타고 싸울 수 있는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 신규 서버 오픈도 예정되어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