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하여 소셜게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아니 관심의 증대라고 하기에는 조금 약하다. 흡사 열풍과 같았다. 특히 소셜게임은 '간편하게', 그리고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나도 한번?'이라는 마음으로 여러 개발사들이 뛰어들었다. 기존 게임시장이 워낙에 경쟁에 치열할 뿐더러, 제작비가 대폭 상승한 것도 한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적게는 서너 달이면 하나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특히 SNS 열풍과 함께 커다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소셜게임은 일종의 노다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렇게 너도나도 뛰어든 소셜게임 시장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많은 게임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그러나 점차 비슷한 느낌 일색이던 소셜게임도 점차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의 소셜게임 시장이 발전한 이유는 포기하지 않고 시장을 지켜온 개발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이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 ▲ 소셜게임 하면 빠질 수 없는 징가의 '시티빌' ]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소셜게임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더 많다. 인간으로 치자면 아직 유아기 단계라고 할까. 그런데 이런 소셜게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로 소셜게임에 핵이 등장한 것이다.



1. "소셜게임에 핵?"

소셜게임에 핵이라는 단어는 쉽게 조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셜게임에 핵을 왜 사용할까? 그리고 이게 어떠한 문제를 일으킬까.


온라인게임에서 핵은 게임의 재미를 해치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편법"으로 앞서나갈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게임이 주는 본연의 재미를 교묘하게 비틀어버린다.


예를 들어 PVP가 강조되는 어떤 게임에서는 한 번의 타격으로 상대방과의 대결에서 무조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핵이 있었다. 다른 게임에서는 먼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땅을 파고 이동할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정상적인 모습의 핵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핵이 소셜게임에 있다. 사실 온라인게임에 비해 소셜게임에서 갖는 '핵'이라는 의미가 더 낮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는 '소셜게임에 핵이 있어봤자 아닌가?'하고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 ▲ 유튜브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핵과 관련된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




2. 소셜게임에서의 수익구조

소셜게임의 핵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소셜게임의 수익구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소셜게임은 부분유료화 정책을 따른다. 즉, 현금을 결제하지 않아도 게임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결제한다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른바 '부족함'에서 게임의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작물을 심거나 적을 처치하는데 '에너지'가 소모가 된다. 이러한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이상 조작하고 나면 더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소비된 에너지는 일정 시간마다 아주 작은 단위로 채워진다.


이러한 구조로 짧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라면 하루에 두 번, 많게는 세 번 정도 10분~30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더 길게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에너지를 빨리 채워줄 그 '어떤 것'을 찾기 마련.


여기서 유료아이템이 등장한다. 일정량의 에너지를 강제적으로 채워주는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고 여기서 수익을 창출한다. 만약 유저가 현금을 사용하는데 부담을 느끼거나, 짧게 플레이하는 데에 어떠한 거부감도 없다면 무료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반대로 게임을 길게 플레이 하고 싶으면 현금을 사용해 남들보다 앞서 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



[ ▲ 소셜게임 심즈. 에너지가 17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




혹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아야 완료가 되는 퀘스트를 강제적으로 넘어가게 하는 유료 아이템도 있다. 여러명의 플레이어를 친구로 등록하기 번거롭거나, 다른 사람에게 무언갈 부탁하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유저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기 마련이다.


다른 하나는 차별화된 아이템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는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과는 별도로 현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따로 존재하고, 이런 아이템은 수익성이 조금 높은 건물이나, 멋있는 외관을 갖는 등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다. 이런 아이템들로 말미암아서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구매를 누른다.


그밖에 다른 수익구조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소셜게임 대부분은 이러한 아이템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다.



3. 다시 돌아와서, 소셜게임에서의 핵!

다시 핵 이야기로 돌아오자. 핵은 게임업체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 즉 유저가 무언가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부분을 간편한 조작을 통해 획득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정상적인 방법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게임사의 수익구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게임이 가진 중요한 가치중 하나는 평등이다. 누군가 편법으로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만큼, 할수 있는 만큼, 들인만큼 그 결과치가 정해진 로직에 따라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면도 있다. 그런데 이 평등을, 기회의 평등이라는 룰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 핵이다.


소셜게임의 핵은 다른 사람과 같은 시간 내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평등한 시간'을 벗어나서 조금의 조작으로도 다른 사람의 노력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 에너지를 강제로 채워주는가 하면, 2레벨의 유저를 몇 번의 클릭으로 30레벨, 40레벨로 상승시키기도 한다. 바꾸어 말하면, 대량의 유료 아이템을 데이터 조작을 통해 공짜로 마구 사용하는 셈이며, 이것이 소셜게임에서 현재 유통되는 핵의 정체다.


핵이 있는 소셜게임은 생각보다 많다. 징가의 대표적인 소셜게임인 C게임은 물론이거니와, F게임, 디지털 초콜릿사의 Z게임 등 웬만큼 유명한 게임에는 모두 핵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의 소셜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 ▲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들이 피해의 대상. ]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게임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서비스되며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T게임은 서비스된 지 수일 만에 페이스북 게임 순위 50위대를 기록하며 국내 소셜게임 개발사에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게임에도 핵이 있었다.


T게임은 일정 지역에 건물을 건설하고, 레일을 설치하여 마을을 꾸미는 종류의 소셜게임이다. 건물들은 일정 시간마다 코인을 주고, 기관사를 고용해 돈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이렇게 획득한 코인들로 다른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으며, 레벨별 건물별로 벌어들이는 돈이 다르고 건축물의 종류가 달라지는 형태의 소셜게임이다.


T게임에서 사용되는 핵중 하나는 저레벨을 고레벨로 만들어버리는 기능이 있다. 저레벨의 유저를 고레벨로 만들어 건물을 짓는 것에서 시작해서 기관사의 고용까지 고레벨에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모두 끝마친 후 게임을 재실행하면, 레벨은 다시 저레벨로 돌아가 있지만, 건물이나 기관사는 고레벨일때 클릭한 그대로 작동된다. 또다른 핵은 코인을 강제로 늘려주기도 하니 두 핵을 조합하면 못할 일이 없다.




[ ▲ 2레벨임에도 5레벨의 건물이 지어져 있다. ]




소셜게임 Z는 T게임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소셜게임이다. 마을 주변에 나타난 좀비들을 사냥해서 돈을 벌고, 그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집을 꾸려가는 게 게임의 주된 목표다. T게임과는 달리 하루에 소모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 제한된 상황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마을을 지켜나가는지가 중요하다.


Z게임의 핵 역시 레벨을 올려서 소모된 에너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고레벨의 무기도 구매할 수 있다. 이 게임도 다시 시작하면 저레벨로 초기화 된다. 그러나 레벨이 올랐을 때 사용한 에너지만큼의 활동은 경험치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악구조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 ▲ 3레벨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경험치 ]




4. 아직은 초기단계!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할때..


핵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그 유료아이템분의 수익을 잃어버린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비슷하게 시작한 다른 유저가 핵으로 급성장해서 떵떵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상대적으로 게임에 대한 동기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들에게 자신의 플레이가 오픈되어 있는 특성상 게임의 흥미를 급속도로 떨어뜨리는데 작용하기도 한다.


부정을 저지른 유저로 인해서 선량한 플레이어도 흥미를 잃게 되며, 그렇게 유저들이 떠나게 된다면 결국 핵을 사용해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 가려던 유저도 게임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결국,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수를 전체적으로 떨어뜨리는 계기가 된다.


핵의 사용은 게임 개발사의 수익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부족함'을 핵을 통해 강제적으로 채움으로써 유료 판매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익이 줄어들면 업데이트와 신규 게임 개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나아가 핵으로 인해 유저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의 지속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제2, 제3의 파동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것.


현재 소셜게임의 핵은 매우 간단히 무료로 얻을 수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자세한 설명이 첨가된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어서 피해는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게임도 대량의 계정도용 사태를 겪고 나서야 보안 강화, OTP 도입, 오토 단속 등의 해결책을 내놓고 지금도 여전히 싸움중이다.


돈이 있는 곳에 불법도 몰려들듯이, 소셜게임이 성장하면 할수록 소셜게임을 노리는 부정/불법 프로그램도 활개를 칠 것은 뻔한 일이다.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보안과 핵에 대한 대처에 힘쓰지 않는다면 이제 한참 성장하고 있는 소셜게임에 있어서 커다란 피해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소셜게임은 이제 컨텐츠뿐만 아니라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