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슈퍼히어로의 캐릭터성을 내세워 게임으로 제작된 타이틀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 타이틀들은 대부분이 영웅의 능력과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한 탓일까요? 기자가 느끼기에 게임성과 스토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허공에 붕 뜬 모습의 타이틀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이라는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북미의 전형적인 코믹스 영웅의 이야기를 그린 이 타이틀도 등장하면서 기자에게는 그리 큰 기대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저 캐릭터성과 특유의 분위기에 집중된 그저 그런 영웅물쯤으로 취급하고 말았지요.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본 결과는? 제가 가지고 있던 앞서 말한 편견을 모두 없애버린 타이틀입니다.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도 배트맨의 열성적인 팬입니다. 그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낮게 깔린 중저음의 목소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코믹스와 영화에서 보았을 때 이야기지 배트맨을 소재로 제작한 게임에서는 다릅니다. 자신이 실제로 플레이하고 좀 더 직관적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게임에서는 그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런면에서 게이머의 입장으로 보았을때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은 게임 자체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단순하게 배트맨의 팬이기 때문에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게이머의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은 특유의 게임성과 재미를 보장하고 있는 타이틀이지요. 그런 편견을 깨주게 된 타이틀의 후속작이 돌아왔습니다. 해외 유명 매체에서도 올해의 게임상의 강력한 후보로 추천되고 있는 '배트맨 : 아캄시티'.

'배트맨 : 아캄시티'는 히어로를 주제로하여 제작한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고 얼마나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답을 던져준 타이틀입니다.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함께 탄탄한 시나리오와 멀티가 없는 싱글 플레이만 가능하지만, 그에 반하여 상당히 풍성한 볼륨, 그리고 배트맨 특유의 캐릭터를 잘 살린 것도 모자라 등장하는 악당의 세밀한 표현들까지... 물론, 영웅은 1명밖에 존재할 수 없다!라는 이유 때문일까? 멀티 플레이가 불가능하지만, 이 점이 아캄시티의 평가를 깍아 먹기에는 너무나도 사소한 문제입니다.


[ ▲ 단순한 배경이지만 연출이 매우 멋지다. ]


▷ 이것이 바로 다크히어로의 진면목이다!


게임내에 배경이 되고 있는 '아캄시티'는 고담시 안에 있었던 아캄 수용소를 배경으로 제작된 전작의 부족한 볼륨을 방대하게 만들어 준 결과물입니다. 각종 강력 범죄자들을 수용소로는 모자라 아캄시티라는 거대한 도시 안에 가둬놓고 도시 내에서 일정부분 자유를 보장했습니다.

이런 '배트맨 : 아캄시티'의 설정 자체는 아캄시티에서 등장하는 많은 악당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이유를 제공해주게 됩니다. 뜬금없이 다수 악당이 출현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악당을 모아둘 상황을 설정해 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게임 내에 많은 악당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배트맨 : 아캄시티'의 잘 짜인 시나리오 덕분에 어색하지 않은 세계관을 연출해 주었습니다.

등장하는 악당 역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합니다. 각기 악당 한 명을 적으로 두어 하나의 게임이 등장해도 좋을 만큼(이미 영화에서는 그렇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개성과 성격이 뚜렷한 악당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조커를 시작으로 투 페이스프리즈맨, 리들러팽귄, 포이즌아이비할리퀸등 배트맨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악당들이 대거 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등장한 다양한 악당과의 이야기가 게임 내에서 펼쳐지고 있으며 영화보다 화려한 연출과 액션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캄시티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전작에서 한정된 맵인 수용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이제 도시로 나오게 설정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도시로 나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픈월드의 형태를 띠게 되었지요.

또한, 오픈월드만의 장점인 자유도와 그에 비례하여 넓어진 이동 거리는 활강이라는 배트맨의 능력을 활용하여 더욱 손쉽게 이동하며, 임팩트있게 연출되었습니다. 단순히 다음 진행을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배트맨이 되어 악당의 도시를 비행하는 느낌을 잘 표현하였으며 이동 중간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이드 미션과 악당의 잡담, 무선 통신의 감청 등은 더욱 실감 나는 플레이를 만들어줍니다.

메인 퀘스트는 두말할 것 없지만 사이드 미션도 워낙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다양한 퀘스트와 시나리오도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다면 모두 소용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비 한글화로 발매되었던 전작과 다르게 아캄시티의 경우 완벽한 자막 한글화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 ▲ 악당의 개성이 잘 표현된 배트맨 : 아캄시티 ]

[ ▲ 이런 부분도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다. ]

[ ▲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 ]

[ ▲ 활공과 배트클로는 넓은 지역을 이동하는데 색다른 재미를 준다. ]


▷ 전작은 단순히 프롤로그에 불과했다.


아킴시티의 전투는 매우 화려하고 멋있지만 그렇다고 '조작법까지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리듬게임을 플레이하듯 버튼을 상황에 맞춰 눌러주거나 순간적으로 느려지는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반격 버튼을 눌러주는 것만으로 일반 부하들과의 전투가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게다가 얻은 경험치를 이용하여 각종 콤보를 익힐 수 있으며, 기술을 하나씩 배워 나갈수록 더욱 화려하고 강력한 배트맨의 전투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 등장하는 적들은 전작과 비교하면 상당히 영리해졌습니다. 배트맨의 대표적인 은신처(적의 시야에서 벗어나 숨을 수 있는 장소)인 가고일상을 부숴 숨지 못하게 하거나,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배트맨을 감지하는 능력, 그리고 배트맨의 과학수사에 한몫을 톡톡히 하는 탐정모드를 방해하는 능력을 갖춘 적도 등장합니다.

일반인보다 무술이 조금 뛰어나고 멋진 장비를 사용하는 영웅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받아서인지, 뜻밖에 적의 타격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특히, 총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악당을 조심하며 플레이해야 합니다.

전투는 적에게 직접 뛰어들어 멋진 콤보로 적을 상대하는 방법과 천장이나 어둠 속에 숨어 적의 등 뒤에서 일격에 적을 제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후자 쪽이 더욱 배트맨답긴 하지만 화려한 전투도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 ▲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는 테이크다운 ]

[ ▲ 어두운 분위기의 아캄시티를 잘 표현해주는 그래픽 ]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액션의 연출은 매우 화려합니다. 적의 등 뒤를 들키지 않고 다가가 발동하게 되는 특수 액션인 테이크다운은 게임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 부하들은 격투만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총과 같은 특수한 무기를 든 적의 경우 일반 격투로 상대하기 매우 껄끄럽습니다.

이때 특수 액션을 이용하면 더욱 수월하게 적을 처치할 수 있으며 멋진 연출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적에게 은밀하게 다가가기 위하여 공중에 숨을 수 있는 가고일상이나 지붕의 유무, 또 몸을 숨길 수 있는 수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배트맨은 기본적인 공격과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반격, 그리고 망토를 휘둘러 기절시키는 기술과 회피기술로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배틀클로를 이용하여 적을 끌고 오거나 연막탄을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적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벌기도 합니다.

새롭게 등장한 무기 중 원격 전기 충격기는 기본적으로 적에게 기절 효과와 함께 아캄시티의 많은 퍼즐을 푸는 열쇠 역할을 하게 됩니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급속냉동기는 흔히 이동할 수 없는 물 위를 얼려 길을 만들어가는 등 많은 무기와 장비들이 퍼즐에 이용되곤 합니다.

전작에도 큰 호평을 받았던 시스템인 탐정모드의 경우 이번작에도 각종 퍼즐의 실마리를 풀거나 적의 동태를 살펴보는데 사용되게 됩니다. 물론, 전작을 즐겨보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다양한 배트맨의 장비와 모드를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게 게임 내에서 자연스러운 튜토리얼 형식을 삽입해 두었기 때문에 사용에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 ▲ 맵에는 지나친 리들러 트로피도 표시가 된다 ]

[ ▲ 조커는 위너였구나 ㅠㅠ ]



▷ 전작보다 방대해진 분량


아캄시티는 상당한 볼륨을 자랑합니다. 물론, 전작과 비교해서 말이죠. 최근에 등장하는 멀티를 이용하여 거의 무한에 가까운 플레이타임을 보여주는 여느 게임들과는 확실히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점에 대해서 누군가가 배트맨 : 아캄시티가 싱글플레이고 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한 것과 같이 끝이 있는 게임이지만 분량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게임내에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비단 배트맨뿐만이 아닙니다. 초회 한정으로 수록되었던 캣우먼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DLC가 존재하며, 이 밖에도 다양한 DLC가 구성되어 있어 게임의 추가적인 분량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게임 내에 숨겨진 요소와 같은 리들러 트로피는 배트맨이 가진 장비 이외에도 캣우먼만이 진입하거나 풀 수 있는 퍼즐도 존재합니다.

그래픽적인 부분은 전작과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캄 어사일럼에 비한다면 맵의 크기와 분량이 방대해졌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많은 발전이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합니다. 맵의 레벨 디자인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초반,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갈 때는 지정된 공간과 장소만 이동하게 되지만 다양한 사이드 미션을 진행하거나 리들러 트로피를 모으는데 집중하게 된다면 다양한 공간에 배치된 멋진 퍼즐들과 스토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공간에 숨겨진 퍼즐과 사이드 미션은 메인 시나리오만으로 다소 부족할 수 있는 분량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멋진 시스템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배트맨의 매력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전작과 달리 이번 아캄시티는 무려 한글화로 등장했습니다. 번역의 질도 상당했지만 의외로 섬세하게 암호를 푸는 과정이나 게임내에 등장하는 텍스트도 한글화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Xbox360버전과 PS3버전의 경우 한글화가 되어 있으며 스팀과 PC판의 경우 비한글화입니다.

[ ▲ 다양한 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

[ ▲ CSI를 능가하는 과학수사를 보여주는 배트맨의 탐정모드 ]





배트맨 아캄시티를 모두 클리어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간 모아뒀던 배트맨 시리즈의 영화를 한편씩 모두 보게 되었습니다. 초대 배트맨부터 시작하여 가장 최근에 등장한 다크나이트까지 말이죠. 단순한 게임만으로 치부하기에 아캄시티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하고 정의롭기만 한 영웅이 아닌 조금은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도 가지고 있는 배트맨은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게임성만으로도 훌륭한 타이틀이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배트맨의 팬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캄시티를 플레이하고 나면 분명히 배트맨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시나리오와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어로를 소재로 만든 게임에 대한 기자의 편견을 확실하게 깨뜨린 타이틀인 배트맨 아캄시티.

아캄시티는 훌륭한 게임이며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분명히 구매한 유저도 자신이 투자한 금액을 절대 아까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해보지 않으셨다고요? 해보세요! 그리고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