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 기간을 보면 보통은 3일에서 1주일 내외입니다.

작년 9월부터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는 디아블로3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길다고 하더라도 2주를 넘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게임사들이 CBT 기간을 짧게 잡는 것은 콘텐츠의 양적인 문제도 있지만 게임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농축한 버전을 제공함으로써 유저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다음 베타나 정식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려는 마케팅적인 의도도 상당히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CBT 기간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오픈 베타 혹은 정식 서비스 기간 중에 터져 나오기도 하고, 영화 업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예고편에 나온 게 영화의 전부”처럼 “베타 동안 나온 게 콘텐츠의 전부”인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곤 합니다.




▲ 마케팅을 통해 화제가 되고 흥행은 했지만, 정작 내실은 없는 경우는 영화계건 게임계 건 흔합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자그마치 80일이라는 기간을 선언한 아키에이지의 4차 CBT는 실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고, 일견 무모한 시도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소비 속도가 톱 클래스인 한국 게이머에게 있어서 80일이라는 시간은 웬만한 게임 수십 개 정도는 “갈아먹고도 남을” 긴 시간이니까요.


그러나 CBT 기간의 절반인 40일을 넘긴 지금도 아키에이지의 세계에는 많은 유저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진행 중인 아키에이지의 지난 40여일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아키에이지가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를 예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40일동안 꾸준한 업데이트 보여줘...

3차 CBT와 이번 4차 CBT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신규 종족인 “하리하란”의 추가입니다. 기존에는 누이아 대륙에 누이안과 엘프가, 하리하라 대륙에 페레가 존재해 2:1의 구도였다면, 하리하란의 추가로 인해 진영 간 종족 수가 2:2로 균형을 갖추게 된 것이죠.

특히, 동양풍의 젊은 종족인 하리하란에 유저들이 몰리면서 누이아와 하리하라의 인구 비율이 4:6을 찍기도 했는데, 전체 종족의 42%를 하리하란이 차지할 정도로 신 종족의 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의 통계. 역시 시대의 대세는 미형 캐릭터이죠!



또한 3차 CBT까지 미구현으로 남아있던 원대륙이 추가되었습니다.

초기 원대륙은 수호탑만이 존재하여 영지 선포 외의 콘텐츠가 없는 빈 대륙이었지만 계속되는 패치로 35레벨 이후의 레벨업을 위한 사냥터 추가와 아키움 나무를 기르기 위한 광천수 자원의 등장, 원대륙에서의 하우징, 유물 발굴 등 지속적인 콘텐츠 추가가 이루어졌으며, 지난 1월 18일 패치를 통해 축성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아키에이지의 최종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공성전에 한 발짝 가까워졌습니다.

이 외에도 마인크래프트를 패러디한 “자유도”, 강력한 수중 몬스터인 “크라켄”, 해적들의 본거지인 “으르렁거리는 섬” 등 3차 CBT 때 미흡했던 바다 관련 콘텐츠들도 4차 CBT에서 추가되거나 패치를 통해 등장하면서 유저들이 즐길만한 요소가 보다 늘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강력한 수중 몬스터 크라켄! 난공불락이라 여겨졌지만 테스터들은 지난 12일 첫 킬을 성공합니다.




하지만 게임사가 의도하고 추가한 콘텐츠말고도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내고 즐기는 콘텐츠 역시 많았습니다.


CBT 초기에 대부분의 제작에 이용되던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남이 심어놓은 나무를 몰래 훔쳐가는 나무 서리 붐은 게임 내에 개인 농장, 절도 시스템 같은 사유 재산 시스템이 추가되게 만들 정도였고, 사냥터나 필드 보스를 차지하기 위한 원정대간의 분쟁은 진영과 진영 사이의 대규모 전쟁을 유발하는 등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실제 사회를 압축시켜놓은 것만 같은 가상현실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 나무가 귀하니 도둑이 들끓어 결국 도둑질의 증거가 남는 업데이트가...




앞으로 게임의 주 무대가 될 원대륙에서는 다양한 자원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원정대간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1월 28일부터 시작되는 공성전이 어느 정도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긴 테스트 기간 동안 비판의 목소리도, 긍정의 목소리도 높아

하지만 CBT에 참여하고 있는 유저들이 지난 40일 동안의 테스트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 것만은 아닙니다.

게임 엔진을 크라이엔진 2에서 크라이엔진3로 바꾸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불안정, 그래픽 품질의 저하, 퍼포먼스의 하락 등 최적화 측면에서 문제를 보였고, 테스트 기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갑작스러운 클라이언트 종료나 한 지역에서 전투가 오래 지속 될 경우 생기는 프레임 저하 등은 여전히 지적되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업계에서는 나름 알려진 스타 작가인 전민희 작가를 시나리오 작업에 투입했음에도 4차 CBT에서는 3차 CBT에 비해 세계관을 파악할만한 요소가 떨어지고, 퀘스트들도 단순 사냥이나 배달 위주에 억지성이 많은 스토리가 많아 몰입감을 떨어트린다는 이야기 역시 있습니다.




▲ 지문을 잘 안 읽는 게이머들의 특성을 고려해도... 생뚱맞은 경우가 많던 퀘스트



무엇보다도 가장 불만을 사고 있는 부분은 자유도 측면입니다.

게임 내에 “자유도”라는 이름의 섬이 존재할 정도로 게임 내의 자유도가 강조되었던 것에 비해, 실제 게임 내에서는 노동력과 같은 제약 요소들로 인해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것들을 즐기기 보다는 단순히 레벨업을 하고, 잉여 노동력은 추가적인 경험치를 얻기 위해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형태가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키에이지가 자랑하는 자유로운 직업 시스템에서도 언급되는 사항인데, 10개의 능력 중 3개를 선택해 120개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스킬 간의 연계 효과나 빠른 레벨업, PvP에서의 유리함을 위해 몇 몇 특성으로 편중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직업에 따른 특징이 부족하다보니 결국 "유리한" 쪽으로 조합이 많이 되던 선택 특성




이처럼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아키에이지이지만, 그것을 덮을 수 있을 정도의 긍정적인 평가 역시 적지 않습니다.

일단, 게임사가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첫 번째인데, 공식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트위터나 블로그, 그리고 유저 간담회와 같은 다양한 소통의 창구를 통해 유저들과 대화하고, 실제로 건의되는 내용 상당 수가 테스트 기간 중에 게임 내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 곧 적용되는 공성전에 대한 설명 및 유저들의 의견을 듣는 장이었던 간담회 현장



CBT 기간이 짧은 경우라면 테스트 기간에는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오픈 베타나 정식 서비스가 되면서 소통이 단절되는 식으로 보여주기식 소통이 많았던 것에 비해, 아키에이지가 보여준 지난 40일 간의 모습은 상당히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앞서 언급한 불안요소들 역시 CBT 기간이 긴 만큼 꾸준하게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기존 베타에서 적용되었던 콘텐츠들 ― 예를 들자면 던전과 같은 PvE 콘텐츠들 ― 이 완전히 폐기된 것이 아니라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라도 적용될 수 있는 만큼, 현재 단계에서 콘텐츠 부족을 논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3차 CBT까지는 파티를 맺고 다양한 퍼즐 요소를 풀어가면서 공략을 진행하는 던전 콘텐츠가 제공되었지만, 4차 CBT에서는 아직 이러한 PvE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 상태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집을 짓거나 자원 채집, 유저들끼리의 PvP 콘텐츠 등을 즐기면서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은 향후 다수의 콘텐츠가 적용되었을 때, 콘텐츠 소비의 속도를 가능할 수 있는 지침이 되는 한편, 다양한 업데이트를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PvP 콘텐츠인 진영간 전쟁만으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4차 CBT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를 받는 부분은 커뮤니티 기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개발사의 의도입니다.

최근 등장하는 MMORPG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 게임이 아니라 단순히 여러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키에이지는 유저 간의 협동이나 개인 간의 분쟁이 언제라도 세력 간의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등 온라인 게임이 갖는 커뮤니티 기능에 많은 공이 들어간 편입니다.

그동안 성공한 온라인 게임으로 평가 받았던 많은 게임들이 그 게임성도 게임성이지만 탄탄하게 갖춰진 커뮤니티를 통해 롱런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키에이지의 이러한 개발 의도는 장기적인 게임 운영에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 여전히 인기 많은 게임들을 살펴보면 커뮤니티 측면이 상당히 강조되는 편




■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위에서 본 것처럼, 아키에이지 4차 CBT의 절반 기간인 지난 40일은 단순히 나왔다가 시들어버리는 수많은 MMORPG 중 하나가 되지 않기 위한 XL게임즈의 노력이 엿보이는 시간입니다. 기반이 약한 땅에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없고, 뼈대가 부실한 가축에게 살집이 붙기 힘든 것처럼 아키에이지는 이러한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과정을 8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죠.




▲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기반이 잘 다져진 게임이 오래가는 법!



공성전과 해적 등 주요 콘텐츠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아키에이지……. 과연 쉽게 흥미를 잃곤 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남아있는 절반의 테스트 기간이 안고 가야할 과제일 것입니다.

튼튼한 뼈대 위에 재미라는 두툼한 고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아키에이지가 될 수 있도록 남은 40일 가량의 테스트 기간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