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진 아니고, '뮤' 성공으로 웹젠이 엔씨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온라인게임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을 시절 이야기입니다. 웹젠은 당시 자금과 개발력을 총동원해 '썬(SUN)'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이에 맞서 넘버원 퍼블리셔 넥슨이 '제라'를 김학규 사단이 신작 '그라나도에스파다'로 맞불을 놨던 때가 있었죠. 국내 온라인게임 태동기 이래 가장 치열한 경쟁이었기에 후세(?)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BIG3' 전쟁이라 칭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쟁의 양상이었습니다. 하나는 살아남는 일반적인 전쟁과 달리 BIG3는 동반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제라는 서비스를 종료했고 썬과 그라나도에스파다는 초기 버그, 최적화, 오토 등 다양한 이슈에 몸살을 앓으며 대중들에게 멀어져 버렸죠. 이사건 덕분에 BIG3는 대작게임을 묶을 때 쓰는 마케팅 프레임으로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몰락한 대작의 대명사로 주홍글씨가 새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바로 알 필요는 있습니다. 제라는 확실히 망했지만 웹진의 '썬'과 IMC게임즈의 '그라나도에스파다'는 아직도 회사에서 훌륭한 '캐시카우'인 까닭이죠. 특히 '썬'은 전세계 180여 개국에 다국어로 서비스하면서 누적 회원만 700만 명, 해외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웹젠에서 썬을 개발하고 있는 김성태 기획팀장과 조흥래 그래픽 팀장은 이점을 아쉬워했습니다. 해외에서 잘 나가긴 하지만 퍼블리셔의 요구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는 해외 유저는 물론 국내 유저들도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업데이트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웹젠 썬 개발팀 김성태 기획팀장, 조흥래 그래픽 팀장


상암에서 판교로 이사하셨는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네 웹젠이 원래 구로에 있었죠. 상암으로 이사하면서 저도 근처로 이사했는데 갑자기 판교로 다시 이전해서 당황했습니다(웃음). 셔틀버스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직 정리를 덜 해 어수선한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지만 하나씩 잘 정리되고 있습니다.

판교역에서 걸어오면서 잠깐 둘러봤는데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곧 게임업체가 많이 오면서 게임밸리가 형성되는데 부대시설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아직 근처에 큰병원도 없고요. 백화점, 극장, 식당 등 기번시설은 부족한 편입니다. 얼마 전에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근처 내과를 못 찾아 배를 움켜쥐고 분당까지 다녀왔습니다. 당분간 아프면 안되겠더라고요(웃음).

▲웹젠이 입주해있는 판교 DTC타워 전경

▲근처에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썬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BIG3입니다. 당시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와 묶여서 대작 반열에 합류했었죠. 하지만 국내 성과과 좋지 못하자 실패한 게임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딱지가 붙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그라나도도 마찬가지지만 썬도 회사에서 투자한 이상 충분하게 성과를 거뒀거든요. 물론 회사에서는 만족 못할 수도 있겠죠(웃음). 결과적으로 국내 보다는 해외서비스가 잘됐는데 중국과 일본 해외 서비스 담당자는 썬 때문에 모두 승진해서 총책임자를 맡고 있거나 좋은 곳에서 스카웃돼 옮기신 분들도 여럿 있습니다.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배 아프진 않나요? 고생은 국내에서 다 하는데

배가 아프기보다는 국내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게임이 해외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이긴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큰 빛을 받지 못하는 건 슬픈일이기도 하거든요. 이번에 시행하는 업데이트도 그런 점에 조금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해외성과가 좋아서 생기는 애로사항은 없나요?

많죠.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이 코어타겟팅이 되다 보니 해외 유저 니즈에 먼저 포커스를 맞추다 되는데 그러다보니 중요한 것을 빠트리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퍼블리셔다보니깐 콘텐츠보다는 돈 되는 아이템 위주로 뽑아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해는 하지만 사실 기획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게 하면 게임 수명이 짧아지고 업데이트 타이밍도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도 놓친 부분을 바로 잡고 썬이 필요한 업데이트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단은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는 게임의 핵심이 되는 하이엔드 콘텐츠 추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규캐릭터, 전장, 투기장, 던전 등이 집중적으로 공개 될 텐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으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7년입니다. 기억에 남는 업데이트가 있나요?

에피소드1(ep1)은 반응이 뜨거웠던 반면 에피소드2(ep2)에서는 많은 질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는 ep1에서 좋았던 콘텐츠를 강화시키고 ep2에서 잘못되었던 점을 바로 잡는 컨셉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해외 퍼블리셔의 요청에 포커싱을 맞추는게 아니라 썬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하나씩 고쳐나갈 예정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매출은 동접이 늘면 따라오는거니까요.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오족 컨셉 일러스트

다음 업데이트될 신규 캐릭터 일러스트를 보니 기존 썬이 추구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맞습니다. 현재 썬의 전체적인 컨셉이 투박하고 거친 이미지가 부각되어 있는데 유저들도 다른 이미지를 원했고 개발팀에서도 이번에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나오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또, 썬에 코스튬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데 이와 맞물려 뭔가 꾸며보고 싶은 욕구에 맞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신규 종족 '미오'의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일러스트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나의 종족이지만 두가지 클래스가 있습니다. 하나는 건틀릿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근접 타격형 스타일이고 하나는 폴암을 사용하는 자연계 마법형 스타일이 있습니다. 외형은 작고 귀엽지만 구사하는 스킬은 기존 썬 캐릭터 스킬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의 썬 유저들이 꼭 한번쯤 키워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미오족은 남캐는 없나요?

썬에는 항상 반대 성향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남성 버서커 반대되는 성향에 여성 발키리가 있죠. 그래서 만들고자 하면 쉽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일단은 미오 종족 반응을 보고 남성 캐릭터는 천천히 생각할 생각입니다.

지난 업데이트 이후 반응이 괜찮은 콘텐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서히 반응이 오르고 있는 것은 '익스트림 챌린지'라고 하는 '하드 모드'입니다. 초반 지역의 몬스터를 100배 정도 강화시켜 도전하는 모드인데요. 처음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유저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차즘 장비가 강화되면서 도전이 많아지다 보니 긴장감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져서 지금은 매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미션에서도 디펜스모드같은 미션을 추가했는데 기존 미션이 몬스터가 살 고 있는 던전이나 지역을 쳐들어가는 형태였다면 디펜스 미션에서는 말 그대로 쳐들어오는 몬스터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편의성 기능이 대폭 추가했는데 썬에서는 화폐가 여러종류가 있어 지갑을 만들어 한번에 추가한다거나 불편한 키세팅을 풀로 변경할 수 있게 바뀐것도 환영을 받았습니다.

▲숲 배경을 구현된 에피소드2


썬이 서비스한지 7년이 넘었는데 아무래도 신규유저 유입을 위한 콘텐츠도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입니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패치를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추가해야죠. 현재 썬은 초기 레벨업은 매우 쉽게 설정하고 10레벨마다 아이템 상자를 줘서 레벨업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또, 일부 캐시아이템도 지원하면서 초보들이 빠르게 고렙 라인으로 합류하는 방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음번 업데이트엔 어떤 콘텐츠가 추가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현재 계속 개발을 하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릴 순 없지만 2분기 정도에 길드와 스킬 리뉴얼이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유저들에게 자칫 혼란을 줄 수 있어 고민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ep1에서 유저들이 좋아했던 부분 위주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3레벨마다 스킬을 올릴 수 있는데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매 레벨 스킬을 올릴 수 있게 변경할 예정이고 스킬 효율도 기존보다 훨씬 더 좋아집니다.


▲다음 업데이트에 추가되는 지역

업데이트 내용을 들어보니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습니다. 개발팀에서 생각하고 있는 다음 업데이트 컨셉은 무엇인가요?

업데이트마다 유저 반응이 많이 달랐어요. ep1에서는 여러가지 콘텐츠가 환영을 받은 반면 ep2에서는 콘텐츠마다 반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환영받는 콘텐츠가 있다면 외면받는 콘텐츠도 많았죠. ep2를 업데이트하면서 이런 이야길 많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냥 그대로 놔두지 좋은 컨텐츠를 왜 건드리냐' 하지만, 개발팀에서는 계속 관성에 따라가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야 했습니다. 변화를 계속 주고 싶었던 거죠.

결국 일부 콘텐츠는 반응이 좋지 않았고 개발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다음 업데이트에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것도 이 때문이고요. ep1와 ep2가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콘텐츠에 짜임새를 맞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