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1987년 MSX 시절, 시대를 뛰어넘는 독특한 콘셉으로 무장해 잠입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던 메탈기어 시리즈. 그리고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인기를 끌었던 메탈기어의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라는 영화광 청년은 이제 단순한 개발자를 넘어 '감독'이라 불릴만큼의 거장이 되었다.

원체 팬의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만나는 적은 무조건 쓰러트리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 전투를 최소화하고 잠입이라는 독특한 액션을 사용해 게임을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메탈기어 시리즈는 명작이라 불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도쿄 게임쇼 2012에서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최신작인 메탈기어: 라이징도 등장해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 도쿄 게임쇼에는 메탈기어: 라이징 외에도 또 하나의 메탈기어 게임이 출시되었다. 특히 이 새로운 메탈기어의 장르는 기존의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형태인 모바일 소셜 게임.





[ 솔직히 처음 발표를 들었을때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다. ]



DeNA와 함께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GREE의 부스에서 시연해볼 수 있었던 메탈기어의 모바일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소셜 옵스'는 과연 어떤 게임일지 직접 체험해보았다.



▷ 유명세에 기댄 게임? 카드 배틀 게임의 기본은 갖췄다!


잠입 액션을 어떻게 소셜로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기본적인 진행은 다른 카드 배틀 게임들과 비슷하다. 즉 시간에 따라 모이는 에너지를 소모해 미션과 배틀을 수행하고 미션 보상이나 보물상자 등에서 얻은 카드들을 지속적으로 강화&진화해 나가면서 자신의 덱을 완성해나가는 것.


세계관이 메탈기어 시리즈인 만큼 등장하는 카드들은 위생병, 소총병, 군위관 등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아군과 적군들이며, 주인공인 솔리드 스네이크 역시 카드로 등장한다. 체험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차후 메탈기어 시리즈에 등장했던 유명인들의 카드가 등장해 게이머들을 유혹할 것은 당연할 것으로 보인다.




[ 게임 화면. 미션 수신 - 클릭으로 미션 수행 - 이벤트 발생, 혹은 단계 완료 ]




미션이 시작되면 익숙한 무선 송신을 통해 내용을 전달받게 되며,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미션의 지역을 잠입 및 전투 등으로 돌파하게 된다. 물론 소셜게임인 만큼 잠입과 전투 모두 간단한 클릭 한번으로 해결된다. 시리즈 전통의 잠입을 약간이나마 재현해주길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미션을 에너지를 소모해가면서 수행하다보면 미션의 단계마다 적 병사와 마주치거나 상자를 얻는 등의 이벤트도 벌어진다. 미션의 엔딩에 도달하게 되면 보스가 기다리고 있으며, 개인전이 아니라 자신의 덱을 모두 활용해 전투를 벌이게 된다. 물론 잠입과 마찬가지로 역시 클릭 몇번이면 끝!






▷ 강화와 희귀도, 카드 배틀 게임의 핵심은 그대로...


시리즈 별로 워낙 매력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더욱 기대되는 부분. 메탈기어: 소셜 옵스는 미션과 배틀, 카드 구매 등으로 모을 수 있는 여러 카드들을 계속 성장시키고 강화시켜나가며 자신의 덱을 완성시키고 최강의 부대(?)를 소유하는 것이 목표이다.


게이머의 덱은 8장의 카드로 구성되며, 각각의 카드가 갖고 있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합해 미션과 배틀을 수행하게 된다. 각각의 카드는 최대 레벨과 희귀도, 공격력과 방어력 등의 수치를 갖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희귀도가 높고 레벨이 높을수록 카드의 위력이 강해진다.


강화는 다른 카드 게임들과 비슷하다. 필요없거나 남는 카드를 선택해서 다른 카드의 재료로 사용하면 재료 카드가 소모되면서 카드가 강화되는 방식. 특이한 점은 카드를 강화할 경우 시리즈 전통의 골판지 상자로 병사들이 차례차례 들어간 후 레벨업이 된다는 것. 팬이라면 의외의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 잉여 카드 세 명을 더해서 -> I wanna take you to the 골판지 상자 -> 강화가 되었다! ]




특이한 것은 메탈기어. 메탈기어는 일종의 로봇 병기로 시리즈 대대로 등장하는데, 메탈 기어: 소셜 옵스에서는 미션의 보상으로 부품을 얻을 수 있으며 모두 모으면 메탈 기어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메탈 기어 역시 공격력과 방어력 등의 수치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덱에 최대 8장까지 들어가는 병사 카드와 달리 덱 당 한개만 넣을 수 있고 부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능력이 뛰어난 메탈 기어 역시 강력한 부대를 만들고 싶다면 또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메탈 기어의 팬이라면 대환영, 팬이 아니라면 글쎄...



사실 카드 배틀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은 콘텐츠가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클릭으로 이루어지는 전투를 통해 카드를 모으고, 모은 카드들을 합성해 강력하게 만들면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최고의 덱을 얻을때까지 계속 반복하면 된다.

솔직하게 말해 메탈 기어라는 유명세를 제외한다면 '메탈 기어: 소셜 옵스'는 잘 만들었지만 평범한 카드 배틀 게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명 IP를 활용하는 다른 카드 배틀 게임들 역시 비슷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래픽과 세계관을 제외하면 순수한 게임성의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찾기 힘들다.




[ 보스전은 이런 식으로 아래쪽이 아군. 나름 전투중 피해량까지 숫자로 표시된다. ]



그렇지만 너무 먼저 실망하지는 말자. 이런 의외의 단순함이 지금까지 수많은 게이머들의 지갑을 열었고, 유명 IP는 때로는 잘 만든 게임성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메탈기어 솔리드: 소셜 옵스 역시 마찬가지. 카드 배틀 게임과 똑같은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게임 내에 등장하는 골판지 상자나 메탈 기어, 잠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든 미션 등 의외로 충실하게 메탈기어 시리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어 있다.

게다가 온갖 희귀도로 무장한 채 등장할 것이 뻔한 등장 인물 카드는 팬들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메탈 기어의 팬이 아니고 카드 배틀 게임에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면 굳이 권하지 않겠지만, 만약 메탈 기어에 대해 멋진 추억을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접속해 즐겨볼만하지 않을까?




[ 팬이라면 과감히 프리미엄 가챠! 결과는 책임 못진다. ]





[ 노년에 도쿄 게임쇼까지 끌려나와 고생 많으신 솔리드 스네이크 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