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고 있는 렌달 로우라고 합니다. 이번에 한국에는 KGC 강연차 방문하게 되었으며, 저니라는 게임의 프로듀서를 맡았습니다. 저니라는 게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쟁하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담백한 인사말로 자기 소개를 마친 렌달 로우는 이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KGC (한국 국제 게임 컨퍼런스)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강연 발표 주제는 '당신의 인디 게임 성공을 돕는 법'으로 강연에 참석한 많은 국내 개발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다면 저니라는 게임은 과연 어떤 타이틀일까? 저니라는 타이틀을 소개하기 앞서 먼저 저니의 개발사인 '댓게임컴퍼니'라는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디게임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fLOw와 Flower를 출시한 회사로서 현재 등장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과 사뭇 다른 느낌의 경험을 제공하는 실력있는 개발사이다. 그리고 2012년 3월 13일 댓게임컴퍼니에서는 타이틀 저니를 출시하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되었다.


[ ▲ 얼마전 발매된 저니 컬렉터스 에디션에 수록된 3 종의 타이틀 ]


"저니는 사회에서 서로를 어떻게 보는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담겨져 있는 타이틀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혼자 남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느낌을 확장시킨 타이틀이죠."


저니의 프로듀서 렌달 로우의 말을 들어보면 다소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저니라는 타이틀을 플레이해본다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니는 굉장히 독특한 장르의 게임이다. 특별한 시스템이나 방대한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유저는 단순히 산을 오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순례자와 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요즘 게임에서 필수라고 볼 수 있는 튜토리얼이나 잡다한 설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움직이고 길을 찾고 점프하거나 소리를 내는 두 개의 버튼만 존재한다. 처음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면 어느새 산의 정상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니라는 타이틀을 이용하여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온라인 상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경쟁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 내에선 언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유저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 ▲ 당신은 긴 여정을 떠날 것이며, 언제나 당신 곁에는 누군가가 함께 하고 있다. ]



저니는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유저라면 느닷없이 근처에 나타난 유저를 AI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이다. 어느정도 협력 플레이도 요구되며 퍼즐의 힌트를 주거나 거센 폭풍 속을 함께 이겨내주는 동반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간에 게임 내에서 어떠한 언어도 주고 받을 수 없다.

이런 점은 게이머가 저니의 세계관에서 단지 게임안의 즐거움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멀티플레이라고 하지만, 게이머의 여정(Journey)을 방해하지 않는다.


"저니는 독특한 온라인 게임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사람과 기분 좋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거든요.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선 지배욕이나 과시욕이 강력한 편이지만, 저니에서의 여행은 전혀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통해서 정말로 서로 함께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닌 것이죠.

저니의 멀티플레이는 독특한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경험이 많은 여행자는 가디언처럼 상대방에게 길을 알려주거나 서로를 보호해주기도 하죠. 어떤 유저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도 합니다. 어떻게 즐기느냐는 유저들의 선택입니다. 게임내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서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처음 저니를 플레이했을 때 받았던 느낌은 마치 수도자가 수행을 위하여 산을 오르는 경건한 기분을 받았다. 게다가 게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사원이나 사막부터 눈 덮인 산 꼭대기까지 모든 면에서 여정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도록 짜여진 배경은 2시간 남짓한 시간을 순식간에 가져갔다.

KGC 강연장에서 그는 저니의 캐릭터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인 부분을 모두 제거해버린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팔이 있으면 상대를 때리거나 왠지 물건을 집어 던질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으니 팔도 제거했다고 전했다.


"저니의 캐릭터가 고행을 떠나는 수도승의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한 것은 우연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캐릭터를 신비스럽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컨셉 자체는 개발 초반 아트쪽으로 많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아트 디자이너가 중국인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니에도 여정을 방해하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바로 공중을 떠 다니는 용 모양의 적이다. 저니에서 가장 긴박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등 공신인 존재이며, 플레이어는 공중에 떠 있는 용을 때리거나 어떻게 처리지 못한다. 조용히 어두운 공간에서 그것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다.


"괴물 같은 녀석의 존재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 세상에서 과거에 일어난 갈등과 대립을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실제로 얼마나 연약하고 약한 존재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게임내에 등장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만들었던 괴물의 경우 플레이어를 공격해도 슬프거나 무섭지 않았으며, 그냥 웃음이 나오는 모습이었죠. 그래서 괴물의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유저에게 약간의 패널티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공한 패널티는 괴물에게 공격 당하면 플레이어가 모은 스카프를 잘라먹는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스카프의 길이란 그것을 모으기 위한 유저의 경험과 지금까지 플레이한 결과물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스카프의 길이 자체가 경험이자 시간의 결과물이며 이것에 대한 패널티를 줌으로서 괴물이 완성된 것입니다."



[ ▲ 당신이 모든 여정을 마쳤을 때,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



저니는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수 많은 명장면을 유저의 머리속에 각인시킨다. 그중에서도 저니의 프로듀서 렌달 로우는 여정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눈 덮인 산으로 올라가기 직전, 사원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손 꼽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유저가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혼자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했던 기억을 되짚어 주기도 하며,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극복했다라는 희열감을 받을 수도 있기에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프로듀서로서 저니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저희 회사의 방침상 모든 게임의 뜻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에 대한 생각과 경험이 유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기 원하는 방향으로 뜻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석한 저니는 생명의 순환을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탄생한 이유가 아닐까요?"


처음 저니를 선보이고 렌달 로우는 많은 양의 팬 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감동적으로 즐겼다는 사람들의 메세지나 전작들과 함께 저니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꿔놨는지에 대한 메일을 받았을 땐 너무나도 기뻤다고 한다. 어떤 팬 메일에는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좋은 게임을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에게 온 처음으로 게임을 즐겨봤다라는 메일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보다 자극적이고 유저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게임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니(Journey)가 주는 감동은 신선함을 떠나 요즘 타이틀에서도 아름다운 추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시일은 조금 지났지만, 프로듀서로서 저니라는 타이틀을 개발하게 된 소감을 물어보았다.


[ ▲ KGC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저니 프로듀서 렌달로우 ]



"개발자로서 처음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와 함께 일을 시작했을때, 다른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갓오브워 시리즈와 같은 대작 타이틀과 함께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갓오브워 프로젝트도 나름대로의 느낌과 의미가 깊겠지만 저니와 같은 규모가 작은 타이틀도 나름대로의 보상과 느끼는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인디 게임은 인디 게임이기에 가능한 매력이 존재합니다. 댓게임컴퍼니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으며, 그들은 정말 특별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저니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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