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차지했을 수도 있고 운이 좋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건 분야를 막론하고 1위라는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쏟아져나오는 게임들만 매달 수십개가 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순위권에 들어서기는 커녕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점차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자리잡은 일본의 모바일 게임 산업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카드 배틀로 칭해지는 특정 장르가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고만고만한 게임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알리기 위한 순위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에 가깝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간혹 한두개의 새로운 게임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모바일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흥행에 성공한 신작 게임들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면서 희대의 풍운아가 되어 정체된 시장을 한번씩 들었다 놓는다.


한번은 운일 수 있다. 그러나 두번, 세번을 넘어 다섯번이라면 어떨까? 한국의 게이머들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일본의 소셜 게임 개발사 '포케라보'는 일본에서 20위권 안쪽의 매출 순위에 무려 다섯개의 게임을 한번에 올렸던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매출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들에 힘입어, 포케라보는 GREE나 DeNA, 겅호 등 익히 잘 알려진 대형 모바일 게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이폰에서 4위, 안드로이드에서 6위의 탄탄한 모바일 게임사로 성장했다. (2012년 12월 기준, Appannie 조사자료)


포케라보는 다음 목표로 한국을 꼽았다. 그냥 한번 찔러보자는 의도가 아니다. 좀 더 적극적인 진출을 위해 포케라보의 한국 지사까지 검토중에 있으며, 최근 사전등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운명의 클랜배틀"과 발맞추어 네트워크&마케팅을 담당하는 후미아키 요시히로 부사장과 담당자들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



[ 한국을 방문한 포케라보의 후미아키 요시히로 부사장 ]





후미아키 요시히로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한국 시장의 진출에 앞서 무엇보다 '한국 시장을 바로 알자'는 것. 그냥 대행사를 시켜 조사를 할수도 있겠지만, 직접 발품을 팔며 한국의 개발사와 만나고 퍼블리셔와 대화를 나눠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항상 해외 진출의 1순위는 한국이라고 생각했다. 포케라보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도 하고, 일본과 다른 한국의 시장에 대해 알려면 듣기보다 직접 느껴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과거에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얻지 못했고, 진출에 앞서 한국 시장을 정말 제대로 조사하고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한번 더 한국에 찾아왔다."


일본은 ARPU(1인당 결제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모바일 시장의 규모 역시 한국보다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한국을 방문할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도 모바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게임들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온라인 게임과 닮은 점이 많다. 몇몇 카드배틀 게임이나 소셜 게임들은 길드전과 집단 전투, 레이드 등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은 커뮤니티의 요소들을 갖고 있다.

시장이 크다는 이유도 있지만 모바일 분야에서 일본의 소셜 게임은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왔는데, 한국 시장에서도 이런 콘텐츠들이 통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포케라보에서 운명의 클랜배틀을 개발한 후모토 슌스케 PM도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일본과 한국의 유저들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진출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GSTAR2012] 모바일로 20vs20의 집단 전투를! 운명의 클랜배틀, 후모토 슌스케 PM






[ GSTAR2012 - 운명의 클랜배틀, 각성에 대해 설명하는 후모토 슌스케 PM ]




모바일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덕분에 신생 개발사가 엄청난 흥행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신생 게임사들은 게임 못지않게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포케라보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 중의 하나인데, 포케라보의 특징이나 정체성이라 할만한 것이 있을까?


"포케라보는 2007년 11월 설립되었고, 다양한 경험과 함께 어플리케이션 중심의 개발을 빠르게 시작했다. 일본은 지금도 웹브라우저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케라보는 일찌감치 스마트폰 중심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만큼 충분한 개발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 결정이 빠른 것도 역시 장점이다. 2011년 말 '야규 토모(야구 친구)' 라는 브라우저 기반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시장의 변화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 바로 스마트폰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면서 대처해왔다. 또한 게임의 실적이나 매출 역시 모든 직원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열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제일 궁금한 부분. 누구나 올라가길 바라는 최고 매출 순위에 무려 5개의 게임을 한꺼번에 올릴 정도로 흥행 성적이 '꾸준하게' 좋다. 이렇게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갈수 있는 비결이 뭘까?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포케라보의 게임들은 대부분 평점이 5점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대처도 빠르다. 운영에 만족한 게이머들은 게임 내부의 크로스 프로모션 배너들을 통해 다른 포케라보의 게임들을 즐기게 되고, 결국 여러 개의 게임들이 함께 성장해 왔다.

그리고 하나의 회사 내부에 여러 개의 스튜디오가 있다면 보통 서로 실적을 경쟁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케라보는 호응이 좋은 이벤트를 바로 다른 스튜디오에서 전달받아 함께 진행할 정도로 노하우에 대한 공유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이 빠르다."




[ 2012년 12월 조사된 포케라보의 매출 순위 (포케라보 제공) ]





실제로 후미아키 부사장이 살짝 보여준 포케라보의 직원 커뮤니티에서는 PM이 질문을 하자 10 여분만에 다른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이 정보나 노하우에 대한 답변을 올렸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한 아이콘의 크기부터 개발에 필요한 정보까지, 포케라보에서는 모든 경험들이 이렇게 공유된다고 한다.


포케라보는 오는 한국 진출을 위해 지사 설립을 검토중에 있고 실제로 채용 공고까지 올라와 있다. 인원은 계속 충원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포케라보는 한국 진출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에서의 포케라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히 인지도가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그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개발의 주력은 일본에서 진행하겠지만, 디자인적인 요소들은 문화 차이 때문에라도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의 많은 부분들은 일본에서 진행되겠지만, 한국만의 느낌이나 멋을 살리기 위해서 진출에 앞서 한국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영입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쌓이고 한국 지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좀 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계획들은 성공을 해야 한다. (웃음)"



성공을 바라는 많은 게임사들은 모험적인 스타일의 게임들보다 이미 재미가 보장된 안정적인 스타일의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포케라보의 경우 내부에서 게임을 개발할때 어떻게 의사 결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게임 다섯개를 개발한다면 그 중 한개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의 게임을 만들어보곤 한다. 처음 회사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스케쥴이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최근의 포케라보에서는 새로운 요소들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 포케라보의 또 다른 인기 모바일 게임, 영광의 가디언 배틀 ]




한국에서도 많은 개발사들이 일본에 진출하길 원한다. 포케라보가 바라보는 일본 시장의 현재가 궁금하다. 그리고 조언을 해준다면?


"케타이(피처폰)의 숫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약 3년 정도 후면 스마트폰 시장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일본은 피처폰 시절부터 카드배틀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카드배틀 게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결국 지금 일본 시장에 카드배틀 게임을 출시한다면 카드 게임들의 요소는 꼭 갖추고 거기에 더해 새로운 재미가 있어야 한다.

과거 일본의 게임사들이 미국에 진출했을때 카드 게임의 규칙을 모르는 유저들이 많다보니 대다수의 유저들이 금방 게임을 떠났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성공한 게임들이 있어서 쉽게 적응하게 될 것이다. 다만 디자인의 취향은 확실히 한국과 일본이 다른 점이 많으니 그 나라 사람들만 아는 문화를 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면 결국 흥행은 운영의 노하우가 결정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카드 배틀 게임을 제대로 만든다면 의외의 경쟁 요소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퍼즐앤드래곤처럼 진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흥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한국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친숙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확인해본 인상은 어떤지 궁금하다.

"모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첫번째로 일본은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 게임에 익숙하다보니 게임을 찾을때 카테고리로 들어가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찾거나 앱스토어의 랭킹 등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은 온라인 게임 위주로 성장해서 그런지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을 찾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언어의 장벽 등 다양한 문제때문에 한국의 게임사들이 일본에 진출해야 게임을 즐기는데, 한국은 상당한 숫자의 게임사나 게이머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게임사들의 게임 특히 일본 게임들을 굉장히 많이 플레이하고 또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준비가 끝난다면 본격적으로 한국의 시장에서 포케라보의 게임들을 선보이게 될텐데, 한국 진출에 앞선 소감을 듣고 싶다.

"일본의 게임사들은 해외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포케라보가 한국 진출에 앞서 한국의 개발사와 퍼블리셔, 미디어들을 먼저 만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을 제대로 알고 진심을 갖고 시작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포케라보의 이름을 알리고, 앞으로도 한국의 진출에 적극적으로 열의를 갖고 해볼 생각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