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콘솔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소니는 지난 2월 21일 미국 뉴욕 해머스타인 볼룸에서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 미팅 2013(PlayStation Meeting 2013)'을 통해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4: 이하 PS4)'를 선보였다. 이 날 발표를 통해 소니는 PS4의 하드웨어 사양과 더불어 PS4 전용 컨트롤러 '듀얼쇼크4'를 공개했다.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 PS4는 PC 아키텍쳐 기반의 8코어 X86-64bit CPU와 1.84 테라 플롭스의 연산 능력을 보여주는 AMD의 최신 GPU, GDDR5 8GB 메모리를 탑재했다. 그러나 스펙이 상향되었다는 점보다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PS4에서 PC 타이틀을 포용하기 위한 하드웨어 및 정책적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서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 행사에서 '디아블로3'의 콘솔 타이틀 제작을 선언, PS3 및 PS4용으로 출시됨을 밝혔다. '디아블로3'의 경우 블리자드가 타이틀을 개발할 당시부터 '디아블로3는 멀티 플랫폼으로 구현할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콘솔용 타이틀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아블로3'의 콘솔 타이틀 출시는 이를 PS3과 PS4에서 즐길 수 있는, 단순한 '신규 플랫폼으로의 타이틀 출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콘솔 타이틀은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다. 소니나 닌텐도 등 대표적인 콘솔게임 업계는 전통적으로 자사 IP 및 고유 타이틀을 확보함으로써 독자적인 서비스를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다소 제한적인 전략을 구사해왔다. 콘솔 게임이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된 데는 자체 IP 및 고유 타이틀 확보를 위한 정책을 펼쳤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직면하는 하드웨어적 측면의 한계점도 있었다.

PS3의 경우 셀(Cell)이라는 신형 프로세서를 탑재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HD급 고퀄리티 게임을 유저들에게 제공해왔다. 독자적 CPU 탑재는 양질의 콘텐츠를 게임 유저들에게 선사하기 위함이었으나,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제약으로 작용했다. 특히, PS3는 자체 프로세스를 사용했으며 PC 기반 기기에서 구동되는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부분은 게임 개발자는 물론 유저들에게도 게임 경험의 폭을 제한시키는 장벽으로 다가왔다.

콘솔 기기의 경우 부분 부품의 업그레이드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출시 당시의 스펙이 차세대 기기가 나오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되며, 타이틀 역시 고정된 기기 스펙에 맞추어 개발된다. 그래서 출시 당시만 해도 콘솔 기기가 고스펙 PC와 맞먹는 사양으로 선보이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빠르게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PC의 사양을 따라잡지 못하고 도태됐다. 이러한 콘솔기기 한정으로 제작된 타이틀 역시 최신 기술을 도입한 PC 게임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PS4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선을 타게 된다. 소니는 PS3에 장착해왔던 셀(Cell) CPU를 버리고 PC 아키텍쳐 기반의 8코어 X86-64bit CPU를 채택했다. PC 환경과 유사해진 하드웨어로 인해 게임 개발자들은 콘솔 한정이 아닌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타이틀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기존 PC 게임을 PS4 타이틀로 제작하는데 한층 더 수월해짐으로써 유저 입장에서도 PC 게임을 PS4에서 즐기는 등 플랫폼을 넘나드는 게임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드웨어적으로 PC 게임을 콘솔 기기에서 연동시키는 것이 하드웨어적으로 개선됨은 물론 소니는 PC 게임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려는 전략도 함께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소니 WWS '요시다 슈헤이'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PC 개발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 많은 PC 게임이 PS4로도 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PS4에서 PC 게임을 지속적으로 수용한다면, 게임 시장에서의 콘솔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짐은 물론 PC 기기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콘솔 기기를 통해 콘솔게임은 물론 PC 게임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어디까지나 게임 한정으로 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PC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최근 콘솔게임 시장은 암흑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콘솔 시장은 죽었다'라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의 콘솔 타이틀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하루 일매출이 십억원을 넘어가는 게임이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모바일 분야와는 달리, 국내의 콘솔 게임은 온라인에 밀려 이미 마이너한 시장이 된지 오래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측면에서 북미 유럽시장에의 판매 수치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하향추세를 그리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소니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본사 건물 중 하나인 '소니 시티 오사키'를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콘솔 시장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져만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1일 미국에서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 미팅 2013'에서 PS4가 발표, 고스펙의 하드웨어와 더불어 본격적인 클라우드 시스템의 도입 및 소셜 기능의 강화로 콘솔 시장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란, 게임을 구현하는 하드웨어는 서버에 두고 유저는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를 뜻한다. 게이머의 입력은 서버로 전송되며 서버는 해당 입력을 서버에 입력해 유저의 모니터에 전송한다. 즉, 게임 서버는 소니한테 있고 PS4가 클라이언트가 되어 인터넷을 통해 게임 화면을 전송받는 형태로 PS3 및 PS2 타이틀을 돌릴 수 있다.



소니는 작년 7월 2일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인 'GaiKai(가이카이)'를 인수한바 있으며, 가이카이의 강력한 네트워크 기술을 통한 친구와의 다양한 상호작용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PS4의 경우 PC 기반이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 타이틀 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형태가 유사한 PC 게임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노려볼 수 있다. 밸브(VALVE)의 '스팀(STEAM)'서비스가 PS4 내에서 지원이 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루머가 현실이 되어 PS3를 통해 스팀의 게임들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많은 PC 기반 게임들을 콘솔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콘솔이 게임산업의 메인 플랫폼으로 등극하는 일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선두주자였던 '온라이브'가 매각되었듯 아직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PS4의 과감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단순히 PS3와 PS2 타이틀 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기반이 유사한 PC 게임의 발전까지 영향을 주는 그야말로 '차세대 기기'로써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PS4의 출시가 단순한 '차세대 콘솔 기기의 선언'이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PC 아키텍쳐 기반을 통한 PC 게임 흡수는 물론 플랫폼의 구분을 허물어버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PS4와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기기 'Xbox720(가칭)' 역시 조만간 그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다. 차세대 콘솔 기기들이 선보일 무한한 가능성에 게임 업계의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콘솔 플랫폼 한정'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제 2의 도약을 꿈꾸는 콘솔게임 시장이 PC 게임을 아우르는 진정한 차세대 플랫폼으로써 군림하지는 않을지 앞으로의 귀추에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