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라는 IP를 가지고 만든 MMORPG! 상상만으로 흥분되는 이 일이 '스타워즈:구공화국 온라인(이하 구공화국)'으로 실체화되었을 때의 열정적인 반응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2011년 12월 구공화국이 정식출시될 때 온 세상은 구공화국으로 뒤덮히다시피 했다. 온라인과 상점은 물론 미국 월스트리트도 구공화국이 점령했다. 구공화국의 마케팅 물량공세와 유저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출시 한 달 동안 150만장을 팔아치우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구공화국은 서구 MMORPG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흥분은 잠시였다. 비평 매체의 평가를 합산한 메타크리틱 점수가 85%밖에 되지 않은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60시간에 달하는 레벨업 컨텐츠가 예상과 다르게 한 달만에 바닥 나버렸다. 핵심적인 시스템들은 탑재되지 않았고, 유저들은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용자수는 하향곡선을 그렸고, 바이오웨어는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그래서 스타워즈:구공화국은 망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구공화국은 서구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이용자를 보유한 MMORPG의 자리에 올라선 상태. 위기의 한가운데서 구공화국을 구한 것은 '무료화 선언'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2013). 바이오웨어의 제임스 오렌(James Ohle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강연을 통해 구공화국을 개발할 때 발생한 문제들과 출시 이후 직면한 어려움 그리고 부분 유료화 모델 선택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전세계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 바이오웨어의 제임스 오렌(James Ohle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구공화국은 바이오웨어의 스토리텔링에 스타워즈를 합쳐서 클래식한 MMORPG를 만들자고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야망이 넘치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은 크게 앞서나가고 있었고, 엔진은 증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튼 300명이라는 거대한 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6년부터 개발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팀의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비롯해 기술적인 문제와 효율에 대한 이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로 협력을 해야하다보니 이쪽 팀은 일이 끝났는데 다른 팀의 일이 마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하기도 했다. 몇 달 안에 플레이 가능한 빌드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엔진의 기능이 미흡해 하나의 공간에 제한된 숫자의 캐릭터만 존재할 수 있엇고, 이는 클라이언트와 서버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이었다. 경매장 검색을 만드는데 4명의 개발자가 한 달의 시간을 들여야했던 것은 예 중의 하나. 채팅이나 길드 만들기, PVP 등 MMORPG라면 기본으로 갖춰야할 것들을 만들다보니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 여유가 없어졌다.




출시를 앞두고도 걱정거리는 남아있었다. PVP 활동 등 후반 컨텐츠가 아직 개발중이었고, 길드, 경매장, 파티 찾기 등의 소셜 기능들은 아예 넣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공개테스트를 하기에도 역량이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클래스마다의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스토리를 영상화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둬냈다. 개발팀은 스스로 게임을 잘 다듬었고 안정적으로 출시할 수 있을 걸로 생각했다.

2011년 12월. 성공적인 출시와 뜨거운 반응은 개발팀을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문제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준비한 콘텐츠는 빠르게 소모되어버렸고 유저들은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놓은 월드 PVP는 버그와 함께 밸런스 문제가 생겨버렸다. 유저들은 길드 기능이나 파티찾기, 커스터마이징 등 기본적인 시스템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을 서비스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부분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5월에는 이용자 수가 130만으로 줄어들었고, 큰 규모를 자랑했던 개발팀의 인력도 구조조정을 해야했다. 바이오웨어의 창립자인 그렉 제스척(Greg Zeschuk), 레이 무지카(Ray Muzkya)마저 은퇴를 선언했다. 언론매체들은 구공화국의 종말을 예언했다. 길드워2는 MMORPG의 구세주로 묘사되었고, 판다리아의 안개가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총체적 위기 상황에 개발팀은 회의감에 빠져있었고 유저수도 여전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무료화 선언'은 바로 이 때 나왔다. 더 자주 업데이트를 하고 신규 유저와 회귀 유저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버 통합과 함께 서버를 이전시키자 서버의 인구 비율이 건강해졌다. 파티 찾기 기능이 추가되면서 고레벨 유저들이 파티찾기 기능으로 고레벨 콘텐츠를 더 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고레벨 컨텐츠도 지속적으로 추가되었다.

카르텔 팩(Cartel Packs)이라는 뽑기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수익구조도 좋아졌다. 많은 유저들은 이를 전혀 구입하지 않았지만, 일부 유저들은 여기에 수백달러를 지불했다. 고정적인 월정액 수입에서 성공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무료화 선언 이후 2백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신규로 가입했다. 다시 로그인 창에는 대기표가 떴고, 카르텔 팩은 엄청나게 팔렸다. 컨텐츠가 많아지면서 게임은 활기를 되찾았고 신규유저가 늘어나자 서버 인구도 건강해졌다. 개발팀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훨씬 더 민첩해졌다.

사망 선고를 받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스타워즈:구공화국'. 구공화국을 구원한 것은 위기의 순간에 결정한 부분 유료화로의 전환이었다. 제임스 오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강연을 마치며 앞으로에 대한 장미빛 기대 역시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 몇년 동안의 멋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확장팩도 곧 나올 겁니다. 헌신적이고 충성도 높은 팬도 보유했죠.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팀원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저들이 구공화국에 훨씬 더 많이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