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모바일 게임을 말해보라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보통 퍼즐앤드래곤이 꼭 포함된다. 당연하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만 전세계 유저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이 약 800억 원을 돌파한 게임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 매출 20억 원을 넘나드는 게임이니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흥행 게임에 대한 관심은 개발사로 이어진다. 당연히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솔직히 게이머들은 물론이고 게임업계의 종사자들 역시 퍼즐앤드래곤의 성공을 일궈낸 비법이나 노하우가 궁금하다. 그런데 난관이 있다. 겅호의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가 강연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그를 외부에서 만나는 것조차 좀처럼 쉽지 않다.

도쿄 게임쇼를 한 달 남짓 앞두고, 도쿄 게임쇼의 공식 홈페이지에 믿기 힘든 공지가 올라왔다. 평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모리시타 대표가 포럼의 강연에 참여하는 것도 부족해서 성공 비결과 회사의 운영까지 모두 들려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도쿄 게임쇼의 포럼은 온갖 업계 종사자들로 붐빌 수밖에 없었다.

해당 강연은 닛케이 엔터테인먼트 편집장을 역임하고 현재 닛케이 BP 히트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시나다 히데오 씨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사람들이 평소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와 모리시타 대표에게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시나다 씨가 질문하고 이에 대해 모리시타 대표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목표하고 있는 게임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 닛케이 BP의 시나다 히데오 사회자와 겅호의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좌측)


모리시타 대표는 퍼즐앤드래곤이 대성공을 거둔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런 기록들보다는, 아무래도 퍼즐앤드래곤을 통해 게이머들의 수가 확대된 사실이 기쁘다. 별로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게임에 익숙해지고 충분히 즐길 줄 안다." 라고 답했다.

겅호는 지금까지 가정용 콘솔 게임부터 PC 온라인게임까지 다방면으로 다루어왔지만 대부분 유저층이 젊은 남성층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이런 현상이 못내 아쉬웠던 모리시타 대표에게 퍼즐앤드래곤의 대 히트는 그야말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기존 게이머는 물론, 게임을 전혀 모르던 젊은 여성층에게도 사랑받는 타이틀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퍼즐앤드래곤의 성공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이에 대한 모리시타 대표의 답변은 '알고 싶지 않다' 였다. 시장은 날마다 변화해가고 있고, 변화의 속도도 아주 빨라지고 있는 지금, 오히려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데 연연하는 건 과거의 영광에만 묶여있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타이밍과 행운이 잘 맞아 떨어진 덕택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런 말은 당연하잖아요. 모든 게임사가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그저 적절한 타이밍과 행운이 맞물려 퍼즐앤드래곤이 대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겸손한 어조로 성공을 이야기한 모리시타 대표는 '왜 성공했을까?' 를 분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만하지 않는 자세라고 말하며, 현재에 집중하기보다는 혁신적인 도전을 계속하다보면 성공이 찾아올 거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겸손한 대답을 기대했던 청중들이 아니었다. 이에 모리시타 대표는 '내 고집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도 있다.' 라고 겸연쩍게 말했다. 퍼즐앤드래곤의 화면 UI를 세로로 기획한 것은 특히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척 탁월한 선택이었다. 엄지 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 모든 행동이 가능하고, 던전 이미지를 제외한 화면의 거의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 유저들의 편의성을 높였던 것이다.

또한 모리시타 대표는 드롭(퍼즐의 구슬)의 움직임이 시원시원하게 이루어지길 원했고, 사운드나 터치감도 좀 더 멋지게 바꾸고 싶어했다. 이에 개발진을 추궁해 몇 번이고 수정했으며, 해당 부분이 만족되자 대표는 여성들도 전혀 거부감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게끔 간편한 조작방식으로 바꿀 것을 주장했다. 이처럼 점점 원하는 형태로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바로 대표가 생각하는 퍼즐앤드래곤의 성공 요인이라는 것이다.

▲ 모든 행동은 엄지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이뤄진다

이후 모리시타 대표가 직접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겅호의 사내 모습을 담은 해당 영상 속에서는 놀랍게도 '반말' 이 툭툭 튀어나왔다. 모리시타 대표와 자연스럽게 반말을 주고받는 일반 사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본 청중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모리시타 대표는 '겅호는 일체감을 추구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계급을 따지기보다는 모두가 동등한 위치라는 인식이야말로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 겅호는 다양한 시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카니발에 겅호의 모든 직원이 단체로 참여하기도 했고, 게임을 개발하다 버그를 발견했을 때 다른 프로젝트라도 업무를 멈추고 디버깅 작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다수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회 사분위기 역시 이러한 시책의 일환이다.

모리시타 대표는 신입 사원의 면접을 볼때 절대 어떤 업무 능력이 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오직 '술 모임을 좋아하 지' 나 '농담은 잘 하는지'등 사원들과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볼 뿐이다.

이처럼 재미있는 게임,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모리시타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사내의 모든 사람이 함께 힘을 합칠 때 비로소 회사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일체감을 조성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 "어~ 나 일하고 있지. 근데 이건 뭔 촬영이야?" 다정한 반말이 오고가던 사내 촬영 영상



▲ 지난 8월 도쿄 아사쿠사에서 열린 삼바 카니발에 겅호의 모든 직원이 참가한 모습


"게임업계에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모든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배움을 통해 지금의 제가 있고 겅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그가 언급한 성공의 요인은 '사람'이다. 각 회사를 경쟁상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업계를 일구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도움을 받았다면 다른 기업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처럼, 겅호는 앞으로 많은 개발사와 협력해 그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새로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 밖에 모리시타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꿈꾸고 있으며 약간의 기회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실제로 그런 전략을 펼치면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글로벌 진출 기회는 꼭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회가 아무리 작다 해도 꼭 잡으려 한다는 거죠." 그는 중요한 건 게임이 얼마나 재밌느냐지, 얼마나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춰줬느냐가 아니라며 겸손한 가운데서도 신념을 잃지 말기를 당부하며 대담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