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성공한 도전만을 기억하지만, 모든 도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도전은 1%에 불과하다. 성공을 위해서는 99%의 실패를 인내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21세기의 IT를 상징하는 인물로 칭송해 마지않는 스티브 잡스는 성공의 신화를 이루기에 앞서 실패의 달인이었다.

'실패는 한걸음 앞에, 성공은 반걸음 앞에 있다'는 말처럼 너무 앞서나가는 시도는 오히려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꼭 지켜봐야 한다. 만약 운이 닿는다면, 그 사람은 어느 순간 1%의 성공이라는 날개를 달고 성공한 도전자로 역사에 기억될테니.

비디오 게임업계에도 애플 못지않은 실패의 달인이 있다. SEGA. 사실 실패의 역사를 논하자면 세가만한 회사가 있을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세가의 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만든다는 드림 캐스트나, 2000년대 초반 약 7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용두사미에 그친 쉔무 등.


그러나 이런 실패들은 이후 세가의 성공에 자양분이 된다. 드림캐스트의 노하우는 아케이드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나오미 기판에 이어졌고, 쉔무는 현재 세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과 같이 시리즈의 모태가 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개발사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세가의 뛰어난 실력을 말해주는 증거가 아닐까.

사실 일본 비디오 게임 전성기 시절에서부터 비롯된 이인자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세가는 역사도 깊을 뿐더러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캐릭터 산업 등 손을 댄 대부분의 시장에서 꾸준하게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혁신과 실패를 오고가며 언제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세가가 자회사를 설립하고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솔직한 심정은 '일단 기다려보자' 였다. 오랜 실패의 역사로 추정컨대, 트렌드에 다섯걸음 정도는 가뿐히 앞서가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태어날 실패작들에 대한 기대(?)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 달리, 설립된 후 불과 1년여 밖에 흐르지 않은 세가 네트웍스는 일본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흐름이 빠르기는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체인 크로니클, 뿌요뿌요 퀘스트, 킹덤 컨퀘스트 2, 보더 브레이크, 드래곤 코인즈, 소닉 시리즈 등 다수의 게임들을 흥행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 세가 네트웍스의 카드 육성 RPG, 체인 크로니클. 높은 완성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으로는 원래 도전 정신이 강했던 세가의 DNA를 물려받았으니, 세가 네트웍스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모바일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 열려있으니까. 지난 1년이 세가 네트웍스의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질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든든한 흥행작을 보유했고, GREE나 포케라보 등 일본의 유명한 모바일 게임 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기반도 다져놓았다.

일본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으니 다음 목표는 글로벌이다. 한국의 모바일 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소문도 있고 때마침 도쿄 게임쇼로 일본을 방문했으니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터.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의 힘을 빌어 다짜고짜 문을 두드렸는데 생각보다 쉽게 세가 네트웍스의 문이 열렸다.

도쿄 게임쇼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인데, 뜬금없는 방문자를 친절히 맞이해준 것은 세가 네트웍스 국제 사업 개발부이구치 카즈마 부장, 그는 일본에서 세가 네트웍스의 해외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 이구치 카즈마 부장
"세가 네트웍스는 2012년 7월 2일 설립되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 분야에 대처하기 위해 세가의 사업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작되었다. 세가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IP나 콘텐츠들을 이용해서 스마트 디바이스용 게임 및 상품을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국제 사업 개발부는 아시아 및 유럽과 북미 지역을 포함하는 다양한 해외 지역에 세가의 게임 콘텐츠를 현지 파트너와 제휴하여 서비스하는 등 해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세가 네트웍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우리가 흔히 스마트 디바이스라고 부르는 분야를 담당하는 세가의 자회사. 덕분에 소닉같은 대형 IP를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기도 하고, 비디오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만들던 경험을 모바일 게임에 도입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가라는 거대한 회사의 노하우를 물려받은 세가 네트웍스는 초기부터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체인 크로니클과 뿌요뿌요 퀘스트, 글로벌 시장에서 4800만을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한 소닉 시리즈 등이 주요 타이틀이다.

"기존의 드래곤 코인즈나 운명의 클랜배틀 등 흥행에 성공한 게임과 더불어, 최근 일본 아케이드 센터(오락실)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보더 브레이크 mobile - 질풍의 건프론트는 매출 3위, 풍부한 세계관을 담은 체인 크로니클도 매출 3위에 오를 정도로 성과가 좋다.

이외에도 전통의 퍼즐을 모바일용 게임으로 재해석한 뿌요뿌요 퀘스트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소닉 시리즈는 소닉&세가 올스타 레이싱과 소닉 점프, 소닉 대쉬 등 시리즈 통산 4800만 다운로드를 넘겨 해외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보더 브레이크 mobile - 질풍의 건프론트 (한국명은 보더브레이크 mobile - 폭풍의 건프론트) 는 현재 포플랫을 통해 한국에 서비스를 준비중이기도 하다."


▲ 전통의 퍼즐을 모바일로 재해석한 뿌요뿌요 퀘스트. 역시 일본에서 흥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는 세가 네트웍스가 포케라보와 협업 형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와 전통을 함께 갖춘 세가가 신흥 모바일 회사와 함께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고, 또 그렇게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신기하다.

"세가가 갖고 있는 노하우나 게임들은 많은 스마트 디바이스용 게임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디오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아무리 잘 만들고 있어도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은 또 다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세가 네트웍스는 풍부한 IP와 개발력을 갖추고 있고 포케라보는 모바일 분야에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서로 돕고 배울 수 있는 장점이 많다."


최근의 세가 네트웍스를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체인 크로니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일본의 앱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3위를 차지한 흥행작. 세가가 만들었으니 뭔가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이 아닐까 싶었지만, 너무 평범하게(?) 완성도만 높은 게임이 나와 의외였다.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게임들과 앞으로 만들어나갈 새로운 게임들, 그리고 시장에 도전하는 모험가득한 게임들까지... 세가 네트웍스는 여러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 세가가 갖고 있는 장점과 모바일로의 도전이 융합된 게임 중 하나가 체인 크로니클이었다.

세가는 유형 무형의 자산이 많다. 과거부터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경험하고 쌓아왔던 것들. 당연히 실력과 경험을 함께 갖춘 개발자들도 많고 그들의 노하우를 살려서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찾았다. 체인 크로니클의 경우 RPG의 세계관에 전투는 타워 디펜스, 캐릭터는 카드 배틀에서 진화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앞서도 언급했지만 세가 네트웍스는 불과 1년여라는 짧은 기간에 흥행 게임들을 출시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모바일(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사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데, 향후 세가 네트웍스의 모바일 전략은 어떨지 궁금했다.

"세가는 오랜 역사 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소닉을 필두로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에서도 이런 IP들의 인기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게이머분들께서 좋아해주시는 게임도 많지만,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들도 있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살려서 양질의 게임들을 꾸준히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흥행한 소닉&세가 올스타 레이싱


승승장구하는 일본 시장과 달리, 한국의 분위기는 다소 미온적이다. 이미 서너개의 게임을 출시했으나 솔직하게 말해 흥행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 운명의 클랜배틀은 한국에 출시된 후 초기에는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나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미풍에 그쳤다.

이구치 카즈마 부장은 국제 사업 개발부를 담당하고 있으니 한국 시장의 진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 그는 현재의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와 연계해서 몇몇 게임을 진출했는데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본다. 다만 언급한대로 수치 자체의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문화가 다른데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응을 하려다보니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고, 이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다보니 시작이 좋지 않았던 면이 있고, 또한 일본 문화를 고려해서 만든 게임으로는 한국에 맞는 게임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회사에게 우리 게임을 제공하고,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세가 네트웍스는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카드 육성 RPG '보더 브레이크 mobile - 질풍의 건프론트'를 한국의 포플랫을 통해 전개할 예정이다.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 역시 퍼블리셔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의 마케팅을 돕게 된다. 덕분일까? 보더 브레이크 mobile의 경우 한국에서 흥미를 끌기 어려운 SF 기반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홍보부터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한국 서비스 중인 보더 브레이크 - 폭풍의 건프론트


이구치 카즈마 부장의 말에 의하면 향후 세가 네트웍스의 게임들이 한국에 진출할때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퍼블리셔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그는 한국 시장을 배운다는 말로 현재 세가 네트웍스의 전략을 설명했다.

"한국 시장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한국의 개발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불과 1~2개월 사이에 바뀔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속도에 발맞춰줄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해서 함께 진출하는 것이 세가 네트웍스에게도, 파트너에게도 유리하다고 본다.

버추얼 테니스는 유료 게임으로 한국에 출시되었는데 괜찮은 성적이 나왔다. 이런 류의 게임들은 그냥 출시할 수도 있겠지만, 현지화가 필요한 게임이라면 우리의 콘텐츠를 한국에 맞게 바꿔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회사와 함께 진출하려고 한다. 한국은 일본과 문화가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해 최대한 배운다는 태도로 접근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단순히 흉내만 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구치 카즈마 부장의 설명. 그는 앞으로 본격적인 세가 네트웍스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는 말로 포부를 밝히며 본격적인 한국의 진출을 예고했다.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흉내만 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한국 시장에 진출할때는 거기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하고 우리가 만든 게임이 그대로 한국에 통용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세가 네트웍스의 다양한 게임들을 한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고품질의 모바일 게임들을 한국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 세가 네트웍스에서 선보여드릴 게임들에 대해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 세가 네트웍스 국제 사업 개발부 - 이구치 카즈마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