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는 안드로이드와 함께 명실상부 세계 모바일 플랫폼의 양대 산맥이다. 아마 어떤 시장에서도 이렇게 균형잡힌 투탑 체계가 잡힌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iOS는 안드로이드와 더불어 나날이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FPS는 코어 게이머들을 위한 대표적인 게임 장르이다. 1초도 안되는 시간 안에 승부가 갈리고, 상대와 직접 리얼타임으로 대면해야 하는 FPS는 게임을 어렵게 생각하는 유저들에게 불가촉의 영역이다.

수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인 iOS와 코어 게이머들을 기반으로 하는 FPS 게임의 퓨전은 얼핏 상상하기 힘든 주제임은 확실하다. 실제로 모바일 FPS 게임은 적지 않게 출시되었으나 터치 패드라는 제한적 컨트롤 패널 하에서 유저들에게 민첩하고 정밀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FPS의 매력을 살리는 건 개발자에게 언제나 난제일 수 밖에 없었다.

'CMUNE'의 벤자민 조프(Benjamin Joffe)는 프랑스 태생으로 다양한 분야와 국가에서 활동한 능력있는 게임 개발자이며 동시에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페이스북 기반 FPS 우버 스트라이크(Uber Strike)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모바일과 소셜 플랫폼에서 세계 1위의 FPS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강단에 선 그의 이야기, 코어 게임을 iOS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강연이 KGC2013 마지막날 진행되었다.

▲ 벤자민 조프(Benjamin Joffe)


▲ 국내 시장에선 생소하지만 10억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우버 스트라이크'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페이스북을 합치면 우버 스트라이크가 된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시작한 벤자민 조프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청중의 관심을 끈 후 FPS 게임이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에 대해 논했다.

"FPS 게임의 모바일화는 아직 초창기 단계이다. 또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일반 게임과 다른 능력 역시 요구된다. 좋은 게임을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 문제는 이 게임을 어떻게 하면 많은 유저들이 오랜 기간 플레이하게 만드냐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세는 캐쥬얼 게임이다. 원터치로 퍼즐을 풀고,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푼 다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그런 게임이 현 시장의 주류이다. 모바일 시장의 코어 게임은 굉장히 드물다. 모바일 코어 게이머가 없는 것이 아니며, 코어 게임 수요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벤자민 조프의 강연 목적은 짧은 문장 속에 녹아있었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도전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신 모바일 FPS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그다운 말이었다.

벤자민 조프가 말하는 모바일 및 소셜 시장에서 성공을 위해 손봐야 할 네 가지 요소는 기술, 유통, 소셜, 운영으로 나뉘어졌다. 혁신적인 기술로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유통시키며,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게끔 소셜 서비스를 구축하고, 나아가 유저들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이 동반되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기술 분야에서의 중요성은 컨트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FPS 게임에서 실력만큼 중요한 것은 유저의 손에 알맞는 컨트롤 장비이다. 유수의 FPS 플레이어들이 경기장에 개인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지참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모바일로 돌아와보자. 유저에게 주어진 것은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정도의 태블릿 기기, 컨트롤 패널이라 해봐야 기기 자체의 액정 터치 패널이 전부이다. 이런 악조건 하에서 어떻게 해야 유저들에게 쾌적한 조작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가?

▲ 성공적인 모바일 FPS를 만들기 위한 요소들


벤자민 조프가 소개한 첫 예시는 콘솔 게임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듀얼 스틱 방식이다. XBOX나 P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개의 스틱을 이용한 컨트롤인데, 사실 콘솔 유저라면 알겠지만 패드를 가지고 플레이 한다 하여도 콘솔에서 FPS를 플레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방식이 시장에서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 듀얼 스틱 패널을 적용시킨 우버스트라이크 화면


두번째 방법은 현재 우버스트라이크에 적용중인 키보드, 마우스 형태의 패널이다. WASD버튼을 직접 구현하고 화면 왼쪽은 공백으로 두어 손가락을 마우스처럼 사용한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중대한 문제가 있다.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 같은 태블릿 기기를 이용할 경우 충분한 공간이 있기에 이런 컨트롤 패널이 가능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선택할 스마트폰의 경우 사실상 손가락 다섯개를 화면에 올려두면 다른 무언가를 볼 수나 있을까. 벤자민 조프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사실상 그도 아직 완벽한 모바일용 FPS 컨트롤 패널에 대한 답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모두가 창의력을 발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말할 뿐, 이는 모바일 개발자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임이 분명하다.


▲ 키보드 & 마우스 방식의 컨트롤 패널을 적용한 우버 스트라이크 플레이 영상


이와 동시에 기술적 분야의 문제는 게임 디자이너의 디자인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FPS 게임은 여러 종류가 있다. 퀘이크와 같은 하이퍼 FPS도 있고, 카운터스트라이크와 같은 정밀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게임도 있으며, 혹은 콜 오브 듀티와 같은 게임도 있다. 이 세 게임의 차이점은 게임 내 움직임의 속도감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로 퀘이크와 같은 엄청난 속도감을 가진 게임을 플레이하려 한다면 분명 기기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아니면 유저의 손가락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 무빙과 사격 부분을 분할한 데이어스 엑스의 경우 컨트롤 혼선이 적다.


시점 문제 역시 난감하기 그지없다. 유저가 직접 볼 수 있는 시야각이나 상하 시야 제한 등의 문제 역시 컨트롤 부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야각이 너무 넓을 경우 유저가 시점 조절을 위해 몇 번 씩이나 패널을 만져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반면에 너무 좁을 경우 유저에게 굉장한 답답함을 줄 수 있다. 이런 부분 하나하나가 게임을 개발하는 디자이너들에겐 고려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 그럼 그걸로 끝일까?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모든 게임은 문화 상품이기에 유통에 대한 문제가 동반되며, 모바일이라는 플랫폼 특성 상 소셜 기능 역시 필수로 요구된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게임이기에 적절한 운영 역시 필요하다.

▲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 만큼 중요한 판매 루트 모색


벤자민 조프는 기술 분야에 대한 짧은 설명이 끝난 후 이어 모바일 시장에서의 유통망 구축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가장 쉽고 좋은 유통 방법은 좋은 퍼블리셔를 찾아 컨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장르의 역시 검증되지 않은 게임이 좋은 퍼블리셔를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그럼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는 방법은 역시 광고이다. 광고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대상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는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 된다. 벤자민 조프의 광고법은 게임 기자들을 선 조사 후 적절한 컨택을 통해 게임 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비교적 저렴하나 광고는 큰 효과를 원할수록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신생 개발사들에겐 힘들 수 밖에. 가장 최상의 해법은 매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플레이 방식이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이슈를 갖춘다면 매스 미디어에서 광고 효과를 누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서든 어택 같은 게임은 분명 굉장히 오래된 회사이다. 그러나 이들이 장수 운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연예인들과의 파트너쉽을 통한 광고 효과에 기인한다. 매스미디어의 힘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강하며 동시에 광대하다. 더불어 초반엔 무료로 출시해야 유리하다. 듣도 보도 못한 게임을 위해 1 달러를 결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달러는 작은 돈이지만 그 1달러가 그 이상의 가치를 선물할지, 혹은 그냥 휴지조각이 되버릴 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돈도 많이 들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유통 과정을 해결하면 소셜 문제가 남아 있다. 무료 게임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나오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무료 게임은 세상에 차고 넘치기에 정글과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저들을 유지하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매력점이 있어야 한다. 우버 스트라이크의 경우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등, 일정한 유저 수 유지를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유저 간의 상호작용을 종용한다. 예를 들면 스크린샷을 즉석에서 찍어 공유한다거나, 실시간으로 같이 플레이할 수 있게끔 하며 말이다.

▲ 이런 식으로 버튼 하나로 공유가 가능하다.


벤자민 조프가 마지막으로 논한 주제는 출시 이후의 운영에 대한 문제였다. 게임은 잘 만들어놓고 운영에서 난장판을 쳐 실패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운영의 기본은 추가적인 콘텐츠의 추가이다. 새로운 무기, 갑옷, 전장, 게임 모드, 캐릭터.... 그 외에도 FPS에 추가될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다. 하지만 추가 콘텐츠의 추가는 동시에 양날의 검으로 개발자에게 다가온다. 더 좋은 무기를 만들고, 그보다 더 좋은 무기를 만들어내기를 반복하다 보면 기존의 장비는 아무도 쓰지 않는 장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만들어둔 콘텐츠가 잉여 콘텐츠가 되어버리고, 더불어 일어나는 파워 인플레이션으로 게임내 균형이 조금씩 깨지기도 한다. 더불어 인 게임 마케팅 역시 중요하다. 스팀에서 볼 수 있는 시한제 세일이나 특별 프로모션 등은 유저의 니즈와 자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좋은 예이다.

더불어 개발자는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항상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의미의 게임 흐름이 아닌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 수의 변동을 낱낱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런칭 한달이 지나면 보통 유저의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고, 그 이후로는 소폭의 변동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는 게임에 어떤 문제가 있어 유저가 줄어드는가?, 혹은 우리의 어떤 면이 유저를 계속 끌어들이는 힘을 보이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운영 뿐 아니라 차기작의 개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 지속적인 관리 보수만이 꾸준한 유저를 유치하는 길


한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이어진 벤자민 조프의 강연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미 십수년을 개발직에 종사했음에도 또 다시 새로운 진출을 모색하는 그는 은연중 진정한 프로 개발자의 면모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벤자민 조프의 강연은 FPS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강연이었다. 현 모바일 게임 시장을 관통하는 캐주얼 게임의 물결 속에서 하드코어 장르 게임들은 아직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FPS 외에도 RTS나 MMORPG 등의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화가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연이 끝난 후 짧은 질답이 이어졌다. 이하 내용은 질답의 전문이다.




Q. 한국에서는 태블릿 PC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태블릿 PC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없지 않지만 쉽게 볼 수 있는것 또한 아니다. 이에 맞물려 코어 유저만을 끌여들이면 수익성 부분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가?

벤자민 조프 : 동의한다. 태블릿 PC의 보급율이 모자란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사항이 코어 게이머를 노리는 FPS 장르의 게임이라는 특수성과 합쳐지면 분명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 출시될 게임을 보다 널리 보급되어있는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에 맞추어 개발할 예정이다.

Q. Ping과 Latency(지연 시간)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PC FPS 역시 국가간의 지연 시간 때문에 글로벌 런칭에 애를 먹고 있다.

벤자민 조프 : 그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게임에 접속하는 데 이는 일반적인 네트워크와 같은 회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로 제작되는 게임은 기기의 성능 유지를 위해 품질을 제한시켜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패킷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또한 우버 스트라이크의 경우 유저가 많은 곳에는 모두 지역 서버를 활성화시켜 두었기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