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게임은 '재미' 를 주는 컨텐츠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재미를 우선적으로 생각할까? 재미보다 특정한 목적을 우선시하는 게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른바 기능성 게임이라 불리는 이 분야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회 공헌 혹은 개인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혹은 게임업계에서 차별점을 보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개발자들이 기능성 게임 개발에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은 좋습니다만, 단순한 환상으로만 기능성 게임의 세계에 들어온다면 많이 힘들 겁니다."

두 팔 벌려 환영할 줄 알았는데, 블루클라우드의 권선주 대표이사는 오히려 단호했다. 기능성 게임 전문 개발사로 한국 앱스토어 교육 및 어린이 게임 1위와 전체 무료 2위를 기록한 바 있는 블루클라우드가, 그것도 대표이사가 이토록 단호한 태도를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KGC2013의 마지막 날 진행됐던 권 대표의 강연 안에 있다. 권선주 대표는 기능성 게임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성 게임, 우리는 이렇게 만들었어요' 라는 타이틀의 강연을 진행, 기능성 게임의 제작 경험을 나누고 청중들에게 적절한 충고 및 방향을 제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 앞서, 권 대표는 "기능성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들 '교육적인 컨텐츠, 재미 없는 게임'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능성 게임이 교육만을 다루지도 않고, 아예 재미를 배제하지도 않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놀이와 즐거움보다는 '특별한 목적' 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 이 바로 기능성 게임이라 정의했다.

'특별한 목적' 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이어 권선주 대표는 기능성 게임 4종을 보여주었다. 블루클라우드의 'Injini' 는 인지장애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게임이며, 또 다른 작품 '병원놀이' 의 경우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병원이란 개념을 좀 더 친근하게 인식시키기 위해 만든 게임이다.

기능성 게임의 대표격인 'Re-mission' 은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게임이다. 또한, 퇴역 군인들을 위해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Family of Heroes' 역시 기능성 게임에 포함된다.

권선주 대표는 이 4종의 기능성 게임은 단지 '교육' 을 목적으로만 개발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Re-mission의' 경우, 게임 내에서 암세포를 처치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좋은 아이템인 '주사'를 통해 아이들의 인식을 바꾸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Family of Heroes' 의 경우 전시(戰時)에서 벗어나 단조로운 일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퇴역 군인을 위한 시뮬레이션으로, 외상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상적인 도덕 관념을 새로 학습시켜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임이다.

이처럼 기능성 게임은 개인 혹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이는 통계로도 나와 있다. 권 대표가 제시한 통계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기능성 게임의 매출은 상승해 왔으며, 2015년까지는 이러한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다양한 목적을 가진 기능성 게임이 시중에 많이 있다

▲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기능성 게임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기능성 게임은 사회에 공헌하면서 전망도 밝은 분야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기능성 게임으로 수익을 얻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능성 게임은 수익을 목표로 개발되지 않을 뿐더러, 수익이 창출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

개인적 문제로 인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혹은 교육을 위해....기능성 게임 개발 희망자들의 동기는 다양하나 섣부른 환상만 가지고 접근했다가는 곧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 권선주 대표의 설명이다.

그녀는 블루클라우드가 한창 개발하고 있는 기능성 게임을 예로 들었다. 해당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던 기간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게임의 바탕이 되는 연구만 14개월이 소요되었다. 오랜 개발 기간은 곧 막대한 개발 비용을 의미한다.

"게임 개발도 보통 일정이 자주 변경되지 않습니까. 기능성 게임은 그보다 더 많이 변경됩니다. 심지어 실험을 했는데 예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네. 그 개발 버전은 모두 리셋입니다., 새로 시작하게 되는 거죠. 기능성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드는 돈은 생각보다도 많이 나갑니다."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연구만큼은 다르다. 권 대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인지장애 아동 대상의 프로젝트 역시 연구에서 큰 고비를 여러 번 맞았다. 게임 내 책정된 난이도가 실제 인지장애 아동에게는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면 다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반복 작업을 거쳤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 반복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권선주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아니다. 바로 개발 팀원들의 피로도다. 개발 기간은 길고, 어쩌면 지금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언제든지 초기화될 수 있다는 건 큰 피로로 돌아온다. 여기에 연구가 필수 조건이라는 특성 상, 외부 전문가의 이야기를 따라 개발 방향을 세워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획할 수 없다는 것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 밖에 관련 학문에 대한 공부와 함께, 개발을 성공해도 명성을 얻는 등 성취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개발원의 피로도를 높이고 의욕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특수한 목적의 게임이니 만큼 한정된 이용자가 형성됩니다. 문제는, 해당 이용자가 문제 해결에 굉장히 깊은 관심을 갖는다는 겁니다. 기능성 게임은 개발을 완료한들 끝난 게 아닙니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주지 않을 때 쓴 소리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바로 입문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의 생각에 달렸다. 권 대표는 전문가와 함께 해나가야 하는 만큼, '내 문제는 나 혼자 푼다!'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부분 유료화나 판매가 쉽지 않은 시장이니 정통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하면 안 된다며, 공통의 문제 의식을 가진 스폰서를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기능성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공헌하는 매력적인 분야다. 하지만 섣불리 환상을 가지고 뛰어 들기 보다는,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 블루클라우드의 권선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