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다운로드 횟수 17억 건, 연 매출 2천억 원, 2년 연속 판매량 1위. 이 모든 기록이 단 하나의 게임으로부터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핀란드 게임회사 Rovio Entertainment(이하 로비오)의 '앵그리버드(Angry Birds)'다.

위와 같은 신화를 창출한 앵그리버드의 후속작이자, 출시 3시간만에 애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한 '배드 피기즈(Bad Piggies)'의 이야기가 KGC2013의 마지막 날 진행되었다. 초청 강연자로 강단에 선 로비오의 Markus Tuppurainen 수석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바라본 배드피기즈의 출시 과정' 이라는 강연을 펼쳤다.

▲ Markus Tuppurainen 로비오 수석 디자이너

Markus는 어린 시절, 비디오게임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게임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적성인 '그림' 을 살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 게임 개발사에 취업했다. 2002년에 게임업계에 발을 딛은 그는 12년 간 약 40개 정도의 모바일 디바이스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Markus가 지금의 일터인 로비오에 입사했던 시기는 2010년. 앵그리버드가 대박을 쳤을 무렵으로, 앵그리버드 시리즈 대신에 새로운 게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그는 '인크레더블 머신(Incredible Machine)'에서 영감을 받은 배드피기즈를 제안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조합해 하나의 비행도구를 만들고, 각각의 부품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날아가는 경로가 달라지는 방식 역시 다른 게임들에게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 Bad Piggies의 컨셉 설정에 큰 도움을 준 Incredible Machine



▲ Markus가 옛날부터 구상해온 게임의 컨셉 디자인


이에 2012년 5월, 바로 게임 개발에 돌입하게 되었다. 특히 그가 게임 개발 중 신경썼던 부분은 바로 인터페이스로, 오브젝트의 크기와 그에 따른 유저들의 터치 정확도, 버튼 및 게임 UI의 위치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유저들의 목적 의식을 높이기 위해 스테이지 달성 화면의 이미지나 분위기를 수정하기도 했다.

Markus는 '단순히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불편함 없이 게임을 마음껏 조작할 수 있는지다' 라며 '언뜻 띄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써야 할 것이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의무다' 라고 강조했다.

게임 내 오브젝트의 구동 등 프로토타입 개발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Unity 3D 엔진이었다. 배드피기즈는 2D 게임이기 때문에 유니티 3D엔진을 사용하면 오히려 수정할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개발팀은 정면에서는 평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레이어를 겹쳐 배경 및 오브젝트를 구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Markus는 초반에는 좀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이 방식이 배경의 공간성과 오브젝트의 위치 등을 입체감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게임 내 스테이지 달성 화면의 이미지나 분위기 수정을 거쳤다 (우측이 최근)


▲ 앞에서 보면 평면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입체감이 느껴진다

이 밖에 더 자유로운 유저의 선택을 위해 다양한 탑승기 부품 추가 및 샌드박스 레벨을 만들었다. 샌드박스 레벨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맵을 활보하고 흩어진 별을 습득하는 모드로, 이 레벨에 개인적인 애정이 있던 Markus는 모든 개발을 일정 안에 끝내고 나서 임원진에게 해당 레벨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추가된 샌드박스 레벨은 유저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며,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각각의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서 자신만의 탑승기를 만들어야 되는 게임의 특성상, 더 이상 화면에 다른 기능을 추가하기란 힘들었다. 그러나 튜토리얼 만큼은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였기 때문에 Markus 및 동료들은 '튜토리얼 북' 이라는 기능을 추가해 각 스테이지 별로 힌트를 제공했다. 이를 두고 그는 유저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래픽 컨셉은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평했다.



기획부터 최종 개발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단 5개월. Markus는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프로듀서가 모두 같은 방에서 작업하며 의견을 공유한 것이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전달하는 등의 부가적인 시간이 사라진 덕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총 5개월 간의 개발 기간이 끝나고, 배드피기즈는 작년 9월 27일 정식으로 서비스되었다. 출시 기념 행사는 로비오의 관례대로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에 화려한 광고로 시작했으며, 이후 배드피기즈는 출시 3시간 만에 북미 및 유럽 몇 개 국가 등 세계 각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지금도 팬사이트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Markus는 "게임 공략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즐겁다" 등 유저들의 호평과 언론의 깊은 관심이 무척 만족스럽다며, 앵그리버드와 배드피기즈를 사랑해주는 유저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로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