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백동준과 어윤수의 조군샵 GSL 결승전이 광진구 악스 홀에서 열린다. 두 선수 모두 생애 첫 우승을 향해 먼 길을 달려왔다. 이제 그 결실을 볼 차례, 과연 누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본래 기록은 역사의 발자취며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법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기록한 성적을 들여다보면 결승전에서 펼쳐질 우위도 어느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맵 배치는 초반에 어윤수가 유리하다가 후반에 백동준이 탄력을 받는 구조로 이루어져 흥미롭다. 올해 마지막 GSL 결승전이 될 백동준과 어윤수의 결승전에 대해 지금부터 면밀히 살펴보자.


■ GSL의 성지, 악스홀에서 열린 네 차례의 결승에 대하여

광진구 악스홀에서는 벌써 다섯 번째 GSL 결승전이 열리게 되었다. 이 정도면 이제는 GSL의 성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그간 네 번의 결승전 중 정종현이 3회, 4회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왕으로 등극했고, 신노열이 강동현을 꺾고 우승하면서 저그전 최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김민철이 이신형을 상대로 3패후 4연승을 거두며 기적과도 같은 역스윕 우승을 실현하기도 했다. 이는 GSL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과거 AX홀에서 열렸던 결승전에 대해 간략하게 돌아보도록 하자.



◈ 2011 펩시 GSL Aug. - 정종현(T) 4 : 1 김정훈(Z)

당시 oGs소속이었던 김정훈이 3회 우승에 도전하는 정종현을 막아서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당시 IM과 oGs는 스타크래프트2 무대를 양분하는 강팀들이었다. 당시 수많은 결승 진출자들을 배출하면서 팀의 위세를 한껏 떨칠 시기였기에 이들의 대결은 그러한 팀을 대표하는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종현의 압도적인 기량에 김정훈은 단 1세트밖에 따내지 못했다. 정종현이 3회 우승에 성공하면서 당분간 왕의 시대는 계속 되었다.



◈ 2012 핫식스 GSL 시즌2 - 정종현(T) 4 : 3 박현우(P)

역대 결승전 중 이만한 명승부를 찾기 힘들정도의 치열한 경기였다. 이 날의 경기에서 5세트 경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전투순양함 다수를 모은 정종현의 주력병력을 모선의 소용돌이를 통해 일거에 제압하면서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을 거뒀을 때, 많은 팬들은 전율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기세를 몰아 승부를 7세트까지 이끌고 갔지만 막판 역전까지는 힘이 부친 모양이다. 마지막 세트에서 치즈러시로 승리를 거머쥔 정종현은 이렇게 4회 우승에 성공했다.



◈ 2013 핫식스 GSL 시즌1 - 신노열(T) 4 : 2 강동현(Z)

협회 진영의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GSL에 참여한 이후, 비교적 단시간내에 첫 우승자가 나왔는데 그가 바로 신노열이다. 물론 2012년 GSL 시즌4와 시즌5에서는 적응이 필요했지만, 2013년 첫 시즌에 우승자를 배출한 것은 협회 선수들의 뛰어난 적응력을 대변한다. 이 경기에서는 1세트부터 무리 군주 공생충 라인전을 벌이며 인상 깊은 경기가 펼쳐졌다. 이 대회의 신노열 우승은 협회 최초이자 자유의 날개 마지막 우승자이기도 했다.



◈ 2013 WCS KR 시즌1 망고식스 GSL - 김민철(Z) 4 : 3 이신형(T)

이 결승전은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된 첫 결승이었다. 그러나 이신형의 압도적인 플레이가 순식간에 3:0 스코어를 만들어내자 김민철은 셧아웃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민철은 1세트, 2세트를 따내더니 기어이 3세트까지 승리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트까지 승리한 김민철은 패패패승승승승이라는 대역전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역스윕으로 우승을 거둔 사례는 이 날이 GSL 역사상 처음이었다.


■ 백동준과 어윤수, 상대전적은?



13-05-07 프로리그 5R SKT vs STX 3세트 / 백동준(P) 승 : 패 어윤수(Z) / 밸시르 잔재
13-06-04 프로리그 6R SKT vs STX 2세트 / 백동준(P) 승 : 패 어윤수(Z) / 돌개바람

두 선수는 개인리그에서 맞붙은 기록은 없다. 소울이 프로리그를 출전하던 시절에 두 선수는 서로 격돌한 적이 있었다. 한번은 승자연전제로 진행되는 5라운드, 또 한번은 엔트리예고제로 진행됬던 6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여기서 백동준이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상대전적은 2:0으로 백동준이 앞서 있다.

5월 7일에 있었던 경기에서는 백동준의 노련한 심리전이 돋보였다. 거신을 1기만 생산한 뒤 실제로는 불멸자를 모아 어윤수의 바퀴러시를 막아내고 역공을 가해 승기를 잡았고, 6월 4일에 있었던 경기에서는 백동준이 공1업 병력을 이끌고 어윤수의 확장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고 이 때의 어윤수는 바퀴가 준비되기 직전의 타이밍이었기에 이 공격을 막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었다.



■ 세트별 맵성적으로 보는 결승전 예상


1세트 맵이 프로스트인 것은 백동준에게 분명한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식전 전적을 보면 무려 5:2로 프로토스가 앞서있어 71%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어윤수 본인도 32강전에서 서성민에게 패배를 기록한 적이 있기에 더욱 좋게 볼 수 없다.

다만 이 맵에서 백동준이 저그전 실전 경험이 없는 것은 어윤수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래도 프로토스가 매우 유리한 전장은 맞는 만큼 어윤수쪽에서 보다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선취점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킬론 황무지의 경우 얼핏 보면 밸런스가 비슷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가깝다. 아킬론 황무지는 초반에 프로토스가 좋은 성적을 냈지만 현재는 반대로 저그가 더욱 높은 승률을 기록하면서 밸런스가 맞춰진 형태다. 즉, 현재는 저그가 더욱 좋은 기록을 내고 있어 어윤수에게 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킬론 황무지의 최근 프로토스 대 저그전 10경기을 보면 무려 저그가 8번을 승리해 8:2의 스코어를 기록했고, 15전까지 늘려 보아도 10승 5패로 저그가 유리한 전장이다. 심지어 어윤수는 이 전장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면서 이 맵에 자신이 가득한 상태다. 반면 백동준은 김성한을 16강에서 제압한 기록밖에 없기 때문에 어윤수의 유리함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폴라 나이트 역시 어윤수에게 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맵도 아킬론 황무지와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프로토스가 다소 유리했으나 후반에는 저그가 연승을 거두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여기서는 백동준의 출전 경험이 없는 반면, 어윤수는 서성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기에 출전 경험에서도 어윤수에게 우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폴라 나이트란 전장 역시 프로토스에게 딱히 불리할 것이 없는 전장이다. 맵 전체가 넓어서 프로토스가 돌발적인 전략을 걸 여지도 충분하다. 3세트는 다전제 승부에서 먼저 앞서나갈 수 있는 분수령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양 선수는 이 맵에서의 전략을 보다 세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돌개바람은 저그의 강세가 확연하다. 최근 프로토스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면서 저그가 할 만한 전장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윤수가 무작정 우세라고는 평가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번 32강전에서 돌개바람에서만 1승 2패를 기록, 전체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2승 2패를 기록해 기량에서 다소 기복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백동준은 돌개바람에서의 저그전 성적이 2승 1패로 비교적 호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백동준 역시 할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도 최근 트렌드는 저그가 강세를 띄고 있기에 방심할 수 없다. 어윤수의 입장에서는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이후의 경기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기에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연수에서는 백동준이 약간 유리할 수 있다. 성적 자체는 저그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어윤수는 이 맵에서 프로토스를 상대한 기록이 없다. 반면, 백동준은 저그를 상대로 2승 1패를 거두어 실전 경험에서도 백동준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백동준의 입장에서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바로 어윤수가 연수에서 어떤 플레이를 준비할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윤수는 이 점을 노려 경기를 준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성적 자체도 저그가 좋은 전장이기에 어윤수 역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세트.



어윤수의 입장에서는 6세트 이전에 경기를 끝내는 것이 좋을 정도로 프로토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장이 벨시르 잔재가 되겠다. 7월 19일 부터 이 맵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저그가 이긴 역사가 없다. 총 9번의 경기가 열려서 9번 저그가 모두 패배했고, 어윤수 본인도 김준호, 원이삭에게 2패를 당했기에 자신감도 떨어져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프로토스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장이란 점을 역으로 이용해 어윤수가 승리를 거둔다면 심리적 효과는 배가 된다. 특히 6세트를 어윤수가 승리하고 7세트로 경기가 이끌리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어윤수가 심리적으로 몇 배는 유리해지기에 어윤수의 집중력이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다.



어윤수가 프로토스가 매우 유리한 전장인 벨시르 잔재를 지나 외로운 파수꾼까지 경기를 끌고 왔다면 어윤수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저그들이 거둔 성적도 좋거니와, 어윤수 본인도 2승 1패를 거두면서 선전을 펼쳤다. 그래도 백동준 역시 박수호를 상대로 1승을 거둔 경험이 있어 실전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다.

경기가 7세트까지 이끌려왔다면 사실 기존의 성적보다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6세트를 승리한 선수가 기세가 더욱 좋을 가능성이 높기에 승부의 마지막 문턱에서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