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스타에서 프로젝트 NT의 게임 시스템을 듣고 기대감이 생겼고, '페리아 연대기'라는 이름을 얻은 영상을 보자 몇 배로 기대가 증폭되었다. 그런데 정상원 대표의 이야기는, 그 기대 이상이었다. 하나의 세계가 창조될 수도 있는 시스템이었다.

14일, 넥슨은 지스타 2013이 진행되는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페리아 연대기' 인터뷰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게임 및 영상 소개와 함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으며,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가 직접 단상에 올라 설명을 진행했다.

▲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페리아 연대기'는 인간이 살던 세계와 '키라나'라 불리는 요괴가 살던 세계가 부딪쳐 일어나는 내용을 서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신들의 전쟁 끝에 신이 힘을 잃어 사멸되고, 삶의 터전을 잃은 키라나들이 자기 세계를 구성하던 파편에 탑승해 인간의 세계에 착륙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투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각종 키라나를 조합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실시간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키라나는 전투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키라나와의 친교 활동을 통한 친밀도 상승 및 그에 따른 보상획득도 존재한다.

유저가 지형과 아이템, 마을을 제작할 수 있는 '크래프팅 시스템'이 뜨겁게 주목을 받았다. 유저들 스스로 법을 만들어 마을의 규칙을 정할 수도 있고, 던전 패턴과 AI 등을 구성할 수도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유저들이 많은 것을 바꾼 MOD를 제작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정상원 대표는 말했다.

MMORPG에서는 혁신적이라 할 만한 시스템에, 당연하게도 뜨거운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개발 진척 상황은 어떻게 되나?

지금쯤 클로즈베타 테스트(CBT) 정도는 하려고 했는데,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만들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생긴다. 기반을 닦아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어서 늦어졌다. 내년 중에는 CBT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저가 관여할 부분이 많은데, 전체 콘텐츠의 몇 퍼센트나 가능한가.

조절을 생각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갈수록 상당히 많은 유저의 관여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는 공성전 같은 것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유저 참여가 엔드 콘텐츠에 가깝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유저가 만든 것들이 쌓이게 되고 비중이 늘어갈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개발하는 양이 덜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맵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맵 지역을 이동하는 스타일로 지정해 개별적으로 자기 맵을 갖는 방식이다. 그 개별 맵들은 메인 맵과 연결된다. 맵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오브젝트의 크기 제한이 있나?

맵 크기 제한은 조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아서 못 쓸 정도는 절대 아니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문제일 텐데, 한 유저가 일반 마을을 구성하는 데 걸리는 소모 시간은?

시간은 오래 걸리진 않는다. 맵 형태를 만들고 로직을 집어넣는 과정이 어렵지 않다. 어려운 점은 자기 마을을 크게 만들려면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와서 힘을 모아야 하는 부분이다. 한 마을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300~500명 이상의 유저가 접속해 마을을 번영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보다는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게임 후반부에 유저가 모드를 개발한다면, 유저의 모드에 대해 개발사에서 어떤 공유 정책을 갖고 있는지.

돈을 떼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퀘스트 하나를 '공주를 구해라!'라고 만들었다 치면, 퀘스트를 패치할 수도 있도록 하려 한다. 예를 들어 공주를 30분 안에 구한다고 내걸고 더 큰 보상을 설정하는데, 대신 실패하면 돈을 내도록 한다면 유저가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게임머니도 벌게 되는 것. 디펜스 맵이나 도타류 맵도 가능할 것 같다. 자신은 몬스터를 잡지 않고 맵을 열심히 만들겠다 하는 것도 이 게임에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만들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 부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있나?

부수는 것도 만드는 것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실제로는 마을을 형성하고 다리를 놓는 등의 행동은 민주주의처럼 투표 방식이다. '다리를 부수고 싶다'라면 사람들이 모여 투표를 얻어 결정할 수 있다. 몇 명이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지만 다수의 착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착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물론 이상한 사람만 모여 마을을 만들면 이상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마을은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성인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저까지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만화풍으로 그런 걸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웃음), 대사로 할 수는 있을것 같다. 자기가 만들어서 친구에게는 공유할 수 있고, 대신 일반 모든 유저들에게는 사측에서 검수를 거친 다음 전체 공유로 넘어간다. 불건전한 콘텐츠가 막 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크린샷 같은 것은 막을 수 없지 않나?

이를테면 맵에다 크게 욕을 써놓기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텐데, 50명이 작당하고 모여서 '씁시다' 하면 쓸 수는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 50명 이상이 모여 없애자고 결의한다면 그것은 바로 사라지게 된다. 또한 인기 없는 마을의 유동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면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외곽부터 집에 사라지고 원래 재료로 돌아간다.



MMORPG의 경우는 게임의 큰 줄기를 하나씩 가지고 흘러가는데, '페리아 연대기'는 어떤 것을 핵심으로 가지고 있는지.

MMORPG가 스토리를 따라간다고 하지만, 비유하자면 입시 학원에서 찍어주는 문자만 따라가는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 몇 년 걸려 만든 콘텐츠를 몇 달만에 끝내곤 한다. 우리는 그것보다 빈둥댈 수 있는 RPG를 표방한다.

왜 롤플레잉 게임은 모든 것을 다 깨고 나면 할 게 없다고 할까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을 무한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때에는 전투 역시 하지만, 필요한 돈을 전투에서 벌지 아이템을 만들어서 팔지 예쁜 춤을 퍼트려서 팔 것인지는 유저의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스토리도 있다. 두 신이 부딪혀서 싸우고 거기서 벌어지는 메인 스토리도 이어진다. 하지만 그 외에도 유저들이 다양한 바깥 부분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이 역사가 되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실질적으로 유저가 만들 수 있는 자유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자유도는 우리가 만든 수준과 앞으로 만들 수준이 있다. 지금은 아이템 만들기, 생각지 못한 것들까지 만들어보기까지 되어 있다. 앞으로 준비할 부분에는 유저가 던전을 직접 만들어보기, 디펜스 게임이나 도타류(MOBA) 등 다양한 장르의 유즈맵 게임을 만들기 등이다. 그 토대에는 맵을 만들고, 아이템을 제작하고, 각자 재료의 기능을 조합해서 다른 것을 만드는 것들이 있다. 내년 지스타에는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맵을 만들 수 있고 심사를 한다고 했는데, 고정적으로 잘 만드는 유저에 대한 장려 정책도 있는지.

90%의 즐기는 유저와 10%의 활발한 제작 유저가 있을 것 같다. 1차적으로는 즐기는 것, 2차적으로는 남들이 그 콘텐츠를 쓰면서 게임의 재화로 모이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자기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들이 모바일 앱과 연동이 많은데, 준비하는 것이 있나?

키라나는 하나의 생명체이기도 해서 밥을 줘야 한다. 게임을 오래 들어가지 않으면 배를 곯게 되는데, 그런 것을 모바일로 연동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투 같은 건 힘들겠지만, 그외 상당히 많은 부분을 모바일에서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마을에서 만드는 규칙이 정확히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간단하게는 이 마을 세금이 얼마고, 특정한 키라나들의 유지비를 싸게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겠다. 유저가 콘텐츠를 패치할 경우 아까 말한 공주를 구하는 이벤트에서 '마법을 쓰지 말라'는 조건을 걸 수 있는데, 유저들이 힘을 합쳐 이런 것을 반대할 수도 있다. 자체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셈이다.

이 마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난다고 정의를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하면 제재를 받는 것이 기본 규칙이다. 너무나 착한 동네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을 죽이면 상금을 준다는 동네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모두 마을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유저 대 유저의 전투도 생각하는 것이 있는지.

우리 전투가 일반적인 게임과 상당히 다르다. 다른 게임은 내가 갖고 있는 능력치가 있고, 내가 갖고 있는 장비로 싸우는 것이었다. 능력치가 아이템에 붙어 있기 때문에 어떤 곳에 가면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게임에서는 직업의 제약이 없고, 키라나 조합 방식에 따라 어떤 전투인지 결정된다.

쉬운 상대와 싸울 때는 대충 해도 되겠지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면 생각을 해야 한다. 키라나가 서로 갖고 있는 상호작용이 있고, 내 소환을 상대가 취소시킬 수도 있다. 상대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바뀌므로 머리를 써야 한다. PvP를 테스트해보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다. 카드배틀 방식과 핵앤슬래시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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