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평화. 그 폭풍의 전야


클로즈베타 기간의 물고 물리는 난전을 기억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선제공격이 얼마나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제갈공명이 융중에서 유비를 앉혀놓고 읊어댔던 그 유명한 정족지세.
적의 적이 우습게도 적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절대 쉽사리 침공을 감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겨대던 그 논리.

질풍과 피가 씻어버렸던 클로즈베타를 지내고나서 그 논리는 창천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래서 도원결의 서버 오나라에서 촉나라의 남만 공략작전이 오후 1시 경 이야기되었을때,
전반적인 논리는 부정 일색인 것 역시 당연한 노릇이었다.

촉나라와 대판 싸움난 사이 위나라가 오나라의 뒤통수 치지 않을 거라는 낙관주의 보다는
촉나라와 대판 싸움난 사이 위나라가 오나라의 뒤통수를 반드시 치고야 말거라는 걱정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걱정에서 기인한 애국애민 평화주의는 오후를 물들인채 석양과 함께 저물어 갔다.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야말로 폭풍 바로 전에 볼 수 있다



산들바람에서 광풍으로


앞선 기사에서 언급되었다시피, 장강의 강적(?) 출신인 오나라 유저들은 유달리 집단성과 호전성이 강하다.

공포에서 기인한 반전여론이 아무리 대세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오나라의 유저들인 것이다.
호전성에 호소 당한데다가 상대국에 대한 약간의 흑색비방까지 곁들여진 정책제안에 저항하기란
적어도 오나라의 유저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무리였다.

국경전에서 승리한 국가에 대한 보상이 있을 거라는 정체불명의 소식까지 곁들여지면서 대세는 굳어졌고,
선제공격에 대한 정책은 20시를 아슬아슬하게 남기고 가결되었다.



남만에 몰아치는 태풍. 과연 전면전으로 퍼질 것인가



작전 개시


한때 멸망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너무 컸기에 수비에 대한 열망 역시 워낙 강했던 오나라.
대다수 유저에게는 선공정책의 가결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비와 내실을 다지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장수들은 전쟁을 위한 배치로 전환되지도 못한 시점이었고
남만 공격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하는 남해 역시 군량은 평균에 준하는 삼만 정도에 지나지 못하던 판이었다.

많은 군량수송정책이 제의되었으나 수비 역시 공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신중론의 논객들도 상당했기에
실제로 가결되어 수송된 군량은 삼만의 사분의 일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나라의 첨병들은 야간기동타격작전을 개시했다. 당시 시간 23시 40분.



사진은 특정 현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전투의 서막


10분이 지나 23시 50분 약간 넘자 촉나라 남만의 지역전장은
오나라의 특수부대들에게 상당수 점령당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촉나라에서 보고를 접수하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던 듯 하다.

촉나라 역시 되도록 선제공격을 자제하고 내실을 기하는 중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오른 따귀맞고도 왼 따귀를 내밀 수 있는 성인군자는 결코 아니다.

그들은 반격 전의 기본준비을 시작했다.
남만 부근에 군량이 수송되었고, 결국 자정 무렵에는 본격적인 전투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남만



불리함을 딛고 평수로


아무리 선제공격이 위험하다고 해도 함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만이 기습의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은하영웅전설의 라인하르트 역시 선제공격에 목숨걸었고,
방어에 치중하던 스파르타는 결국 소리만 지르다 볼장 다 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촉나라는 늦은 시간에 기습을 당한 나머지 많은 군량을 투입하지는 못하고
겨우 오나라 수준 정도만 유통시키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선빵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남만 각지의 지역전장을 다 털린 이후라서
촉나라 군량차단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나라는 끝까지 유리한 상황을 사수하려고, 점령했던 지역전장 4곳 가운데 3곳은 끈질기게 유지했고
그들을 밀어버리기 위한 촉나라의 끈질긴 공격은 국경전장과 지역전장에서 화끈하게 벌어졌다.

점차 가열되어가는 전투의 상황과 늘어나는 전사자(칼맞아 죽은 전사자가 아니라 팅사자)들은
곧 이 작은 지역의 분쟁이 촉오의 전면전으로 이어져버릴 거라는 확신을 점점 굳혀주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오나라의 야전사령관격이자 영웅장수를 지휘하던 유저가 비오듯 쏘아지는
랙의 홍수 속에서 팅하더니 그만 비장하게도 최후를 맞고 말았다.

이로써 오나라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던 군세는 곧바로 교착되어 가기 시작했고,
촉나라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을 얻을 수 있었다.
기습당한 자의 불리함를 딛고 얻어낸 전황은
서로간의 군량이 다할 때까지 무한으로 싸워야 하는 소모전으로 늘어져버렸다.

군량이 두배 이상 많았던 데다가 작정하고 덤벼든 오나라와
악에 받쳐 싸우지만 군량이 모자랐던 데다가 적의 군량도 차단하지 못한 촉나라.

촉나라의 상대방 영웅장수 사살은 분명히 오나라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행위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실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시간을 벌어내는데 성공했고
귀중하게 벌어낸 시간을 알차게만 사용할 수 있다면
적어도 그때까지는 패배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었다.



일명 참호전으로 정의될 정도로 지루했던 1차대전.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반전과 승리



위나라가 슬슬 소매를 걷어부치고 오나라와 촉나라 가운데 누구의 뒤통수를 먼저 후려갈길지 고민할 무렵,
갑자기 촉나라의 전투인원이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모든 전장에서 오나라의 유저들에게 파죽지세처럼 밀리기 시작했다.


촉나라가 취침하러 가기 위해 전쟁을 포기한건지,
아니면 위나라가 결국 촉나라의 뒤통수를 먼저 때린건지 알 길이 없는 오나라 유저들은 의아해졌지만
뭐 어떠랴.


땅바닥에 떨어진 떡이라도 떡은 떡이다. 이런 것은 일단 주워먹고 봐야 하는 것이다.


남만은 오군의 손에 함락당했다.



이기긴 이겼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실 그때, 촉나라를 보우하던 서버신께옵서 잠시 화장실 가셨던 건지 모르겠지만,
촉나라는 당시 이 전대미문의 사태에 말을 잃고 있었다.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고 공석이 나기만 기다리면서
남만 상공에서 양군의 전력차를 중계해 주시던 분들이 말씀하신 이 전력차.

[촉 10 vs 80 오]



촉나라 윤하화팅 유저가 공식홈에 올린 게시물(발췌)



전투에 참가하고 있던 양측 인원들 가운데 촉군 80 명이 거의 다 튕겨버린 것이다.

실로 주력부대급에 달하는 대병력이었고 이로써 전황은 결정적으로 기울어 버렸다.

남만 상공에서 조계경보를 발령하던 유저들에 의하여 확인된 바에 의하면
물론 오나라의 유저들 역시 튕기긴 했지만 이 결정적인 전황변화의 순간에는
오나라가 입은 천재팅변의 타격은 촉나라에 비하여 미미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실 이 정도 전력차이라면 목표를 함락시키지 않기가 더 어려운 병력 차이이다.
당연하게도 촉군은 팔팔한 오나라의 병력을 막지 못하고 중상을 입은 채 패잔병이 되어버렸다.



남만방면 촉군 진영의 한복판에서 폭발한 팅의 버섯구름




포고


한번이라도 팅기면 몇시간동안 접속 불가라거나,
전장에서 목숨을 모두 흩뿌리고나서 동네 황건적을 아무리 잡아도 목숨이 생기지 않았다거나
피리나 각적을 꺼내어 연주를 하려 해도 악보가 사라지거나
이동불가상태에서 굳어버린다거나

이런 여러가지 천재지변은 전쟁당사국 모두를 덮쳤다.

기습의 이점을 위해 늦은 시간에 인적이 드문 변두리를 택하고
그 전까지는 세작으로 인한 정보의 누출을 염려하여 일언반구 없다가
전쟁정책이 가결되자마자 남만의 공격준비를 착착 진행시키던 오나라의 그 치밀함.

일단 결정난 전쟁에서 전광석화처럼 군량미를 조달하고
마치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전쟁에 참여하여
쉽사리 뒤집기 어려운 전황을 만들어버렸던 오나라의 유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술적으로 결정타에 가까운 기습까지 당하고
위태로운 보급선을 부여잡은채 악전고투를 벌이다 팅에 당해 산화한 촉나라의 병사들.

기습으로 인해 제대로 된 장수도, 넉넉한 군량도 없이 싸우며
전의 하나로 급기야 평수에 비슷할 정도까지 전황을 회복시켰던
투지넘치던 촉나라 유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엄청난 지각변동에 비견될 정도로 여파가 컸던 저 튕김현상만 아니었다면
늦은 시간에 발발한 이 남만 전투는 창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기습의 표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촉나라는 겨우 발가락 하나를 밟혔을 뿐이고,
오나라 역시 자신들의 전략카드를 하나 뽑아들었을 뿐이다.
북방의 강국 위나라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은 상황.

창천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추신 : 애초 정책을 가결시키시 위하여 살포되던 풍문,
"승전국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란 것은 살포자불명/출처불명의 유언비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