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이 멍멍해졌다.
맹렬한 폭발의 굉음이 울려나간 뒤 먼지사이로 적의 모습이 흘끗 보인다.
혀에서 비릿하고 찝질한 녹슨 쇠 맛이 느껴진다..


[뭐가 가상체험이야, 뻥쟁이 교관. 죽어나게 아프구먼.]



[ 좀 더 굴러야 돼! ㅋㅋㅋ ]



남은 탄환이 거의 떨어져 간다. 적과 조우했을 때 적의 쉴드를 무력화 시키는 레귤레이터를 너무 많이 쐈다.
덕분에 덥쳐온 한 놈은 그럭저럭 해치웠지만, 나머지 한 놈은 빠른 몸놀림을 구사하면서 플링어를 마구 갈겨 대고 있다.
실드도 닳아 없어진지 오래다. 폐는 산소를 요구하고, 뇌에서는 아드레랄린이 쏟구친다.



[ 레귤레이터는 쉴드 깎아먹는 괴물]



철컥!!!!






놈의 총신이 고요하다.
아마도 채 탄환 보급을 받지 않은채 갑자기 마추친 적에 놀라 마구잡이로 갈겨대다가 탄환이 떨어졌으리라.


[퓨슝]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얻었다.
흥분한 상태면 적에게 지기 쉽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려 벽에 기대었다.


[빌어먹을 사피엔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그 날. 나를 웃으며 죽이려고 하던 그 원 녀셕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목숨을 구해준 그녀가 없었으면 지금의 신병 교육소의 가상 전투 체험기에서 이렇게 구르는 내 모습도 없을 것이다.












이 곳 훈련 캠프에 있는 가상 전투 체험기는 실전을 직접 투입되는 B.R.T 대신,
아군끼리 모의 교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계로 문제는 빌어먹을 적들의 모습도 똑같이 배껴 온다는 점과
너무 생생한 고통이 느껴질정도로 잘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훈련소에는 두가지 훈련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외곽 숲지역에 나가 돌연변이들을 잡아
루나라이츠 등 등의 자신의 장비를 좋은 것으로 바꾸면서 전투경험을 쌓는 방법,


두번째는 가상 모의 전투 체험기에 접속해, 같은 훈련원들끼리 모의전을 경험하는 방법,
두가지 방법중 아무것이나 적당히 선택해 자신에 맞는 훈련을 하면된다.



[ 버려진 도시는 돌연변이가 우글대는 숲으로 변했다.]




[ 클래스 별로 훈련 강도를 높일 수 있다. ]



숲에 들어가 사냥을 한다면 실제적인 장비를 좀 더 고급으로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아무래도 움직임이나 두뇌 회전이 느린 돌연변이를 상대하다보면 실전감각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고,
모의 가상체험을 주로 하면 아무래도 같은 인간을 상대하다보니 실전 경험은 쌓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장비를 찰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 대부분 훈련생들은 숲에서 자신에게 적당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한 뒤에야
모의 가상 체험에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






에.. 이번 훈련과제의 목적은 레이더 점령전입니다.
레이더를 점령한 상태부터 해당 진영에 지속적인 점수가 추가됩니다.
목표 점수를 가장 먼저 달성한 진영이 승리하게 됩니다.
10번 올빼미 알겠습니까?



이등병 주제에 고참이라고 훈병들에게 매번 훈계를 가하는 조교다.

레이더 점령전.


지역의 레이더를 자신의 진영의 것으로 점령해 가는 것으로,
달이 파괴된 이후 폐허가 된 지구의 자원이나 중요 지점을 점령 유지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것으로
이번 주차 훈련의 주요 목표라 할 수 있다.



[ 야 이번 훈련만 잘하면 드디어 수도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구먼!]

[ 원래 2주 훈련만 마치면 도시로 간다는 것이 중간에 무슨 버그인지,
하여간 돌연변이한테 습격을 받아 오더가 늦게 내려왔다더군].

[ 대신 이번 훈련은 빡실꺼랴. 못하면 바로 재 입소라고.]





목숨을 구해 줬던 그녀가 있는 얼터너티브의 수도 에스카, 다시 한번 그녀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래 다시 한번 그녀를 보기 위해 목숨을 걸어보련다.....





[위잉]

다시 쉴드가 재 충전 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적과 우리 사이 중앙에 위치한 레이더를 먼저 점령하는 것이 목표다.


점령 방법은 동그란 원판같은 압력감지 장치위에 올라가 일정시간을 버티면 레이더 점령이 되고
자동적으로 아군의 표식이 떠오른다. 그 후에 초장 2점의 아군의 점수가 상승하게 되는데
일정한 점수를 먼저 도달하는 쪽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오랜시간 점령하고 적은 점령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
문제는 적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자꾸 방해를 놓으려 하고있다는 점이다.






[ 목적지가 보인다. 동그란 원판 겨우 다다랐다. 이제 버티기만 하면된다. 점령 완료!]




[ 주위 사방 경계 철저 요함. ]



퓨슉!


어디선가 날라온 레귤레이터의 음산한 발사음 옆의 동료의 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앗차! 급한 마음에 아까 교전이 끝난 후 탄환을 충천하는 것을 잊었다.
머신건을 마구잡이로 갈겨댔지만 바로 깜깜해지는 눈앞...
가상 이라해도 죽을 때는 온몸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찌르르한 느낌이 온몸을 점령한다.



[ 충전을 잊었다! ]




[ 재투입 시간 1초전!]



급하다. 적은 무주공산인 레이더를 바로 점령하려 할 것이다.
지금 재 투입장소에서 뛰어가면 느리다. 점수차이는 약 30점차로 우리 팀이 우세.
남은 시간은 30초 1초에 2점씩 얻게되니 역전의 위기이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문득 재 투입 장소에서 가까운 방의 창문을 통해 중앙 레이더 점령지가 보이던 것이 생각났다.






[ 한시가 급하다! 가속 스킬 발동!]




[ 놈은 경계가 많은 모양인지.. 주위를 돌아보며 천천히 점령지역으로 다가가고 있다. ]



줌 인 OK. 조금만 옆으로 와라.
흣날리는 눈발이 조심스레 조준을 하는 내모습을 가려준다.



[ 적이 몬스터의 모습으로 바껴보인다.]




레이더 점령 장치가 조용히 멈췄다.






자신의 남은 탄환 수를 항상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실전이라면 이미 병풍뒤에서 향불 냄새 맡을 겁니다. 알았습니까?
22번 올빼미. 연병장 10바퀴 돌고나면....
다음 주에는 에스카로 투입되는 것을 허락합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그녀를 만날 수 있겠다. 멋진 신세계로의 돌입 성공이다!








2월 22일 부터 23일 까지 열렸던 3 주차 헉슬리 테스트의 주요 목적은 레이더 점령전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 첫날인 22일. 레이더 점령전을 할 경우
잦은 강제 종료 현상이 일어나거나 전장에 늦게 투입되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사피엔스 종족의 우세에서 비롯된 인구 불균형 현상은 해결 되지 않았고
하루에 한 종족씩 진영별 집중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첫 날의 튕김 현상과 여러가지 패치로 인해 다음 날인 23일 오후에나 제대로 테스트에 몰입할 수 있었다.


※ 짧은 시간. 캐릭터를 만들고 가상 전투 장치를 통한 레이더 점령전, 팀 섬멸전, 섬멸전을 접했습니다만
이번 테스트의 목적인 레이더 점령전을 플레이 해보고 느낌 개인 경험을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iNVEN Curry
(curry@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