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유저들이 많이 모이는 카린가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침이 있다.


주사위 하실 분 모십니다. 신용 보장, xx이상 2배! 최대 4배!


마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일 수록 더 자주 보게 되는 외침.
바로 다름이 아닌 주사위를 통한 일종의 도박과 관련된 외침이다.



사실 이러한 주사위 도박이 행해진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제법 오래 전에 퍼지기 시작하여 어느 순간 카린가 마을 메일 박스 앞마당에 자리잡고
특정 시간대에는 제법 사람들이 모여서 주사위를 굴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그 규모도 다양해서 적게는 몇십만부터 많게는 몇천만까지 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 생각보다 꾀 규모가 큰 주사위 도박. 사진 출처는 인벤 스크린샷 게시판 ]




과연 그들은 왜 주사위를 굴리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도박을 하게 하는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들 중 몇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주사위 전문 딜러 A




Q. 이 주사위 굴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그리 많지는 않고 예전보다 부쩍 줄었다.
사실 예전에는 제법 규모가 컸지만 요즘엔 전체적으로 게임내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나마 새벽에는 좀 나은 편이랄까.




Q. 주사위 굴리기 딜러를 하는 이유가 궁금한데?


이미 알다시피, 이번에 스킬 밸런스 패치가 있었다.
그 이후 덴덴도사인 본인은 정말 할 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드래곤볼을 9세트나 모을 만큼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도, 의욕도 없다.


그러다보니 여지껏 모아둔 돈으로 심심풀이 삼아 하게 되었다.
요새는 사냥보다 이쪽이 더 재밌어 져서 점점 더 사냥을 멀리하게도 되었고..
하루 접속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여기에 사용하는 것 같다.



[ 드래곤볼도 모을만큼 모아본 유저였다 ]




Q. 금전적인 부분은 어떤가? 규모라던지, 판돈이라던지?


평균적으로 하루에 1~3천만제니의 돈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
뭐, 요즘에는 하는 사람이 줄어서 딜러들끼리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도박이라기보다 정말 오락에 가깝다.




Q. 그래도 타 유저들이 싫어하는 부분도 있을텐데


도박이 다 그렇지 않은가?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 뭐라고 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사람들도 나중에는 할 것이 없어서 한번쯤 와서 주사위를 굴리곤 한다.




Q. 이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확률에 따른 주사위를 굴리고 그 결과에 따라 돈이 오간다는 점에선 분명 도박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한 몫 챙겨보겠다는 사람들보단 심심한 사람들이다.


무언가 하려고 해도 유저의 숫자가 받쳐줘야 할텐데
신규 유저의 유입은 없고 상위 유저들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얼마 전에 했던 신규 컨텐츠 업데이트는 긍정적이었지만
스킬 밸런스 패치도 함께 병행함으로써 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락하고 지내던 사람들 대부분이 검술가를 키운다며
부 캐릭터 육성을 시작했거나 아니면 게임을 접었다.
최근에는 답답한 마음에 파티찾기 채팅같은 전체 채팅에 주사위 광고글을 올린다.



[ 계정 압류를 각오하고 외치기도 한다고.. ]




운영자가 좀 보고 찾아와서 제재당할 때 당하더라도 얘기좀 나눠보고 싶기 때문이다.
적절한 패치만 된다면 얼마든지 게임을 즐겁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할 것이 있다면 이렇게 멍하니 주사위만 굴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다시 광고하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보였다 ]







이후 주사위 굴리기에 참여한 익명을 요청한 한 유저와도 인터뷰를 진행해 볼 수 있었는데,
그는 채팅창에 올라오는 광고를 보고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며 재미를 붙였다고.
처음엔 사냥을 하다 지루할 때만 와서 했었지만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다보니 돈 쓸 곳도 마땅히 없고
사냥도 지루해져서 이야기하면서 노는 재미로 모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몇 유저들과 이야기를나누며 왜 주사위 굴리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들어보았으나
대부분 위의 인터뷰와 유사한 상황임을 언급했다.



현재 드래곤볼 온라인에서의 주사위 굴리기는 유저들끼리의 즐길거리라는 쪽에 더 가깝지만
게임위로부터 12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게임이기에 어린 유저들도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런 도박이 불러올 사행심 조장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 접속시에 확인 가능한 12세 이용가능 마크 ]



게임사도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나 아직까지는 특별한 제재가 없는 상태.


이는 지금까지 이 주사위 굴리기로 인한 큰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일것이나
전문적이고 큰 규모의 말 그대로의 '도박'이나, '사기'로 이끄는 일부 유저들이 생겨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며
하루 빨리 유저들이 게임내 주어진 컨텐츠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