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카르타2', 전작인 PC용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으로부터 8년, PS2용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으로부터 5년만에 등장한 Xbox360용 타이틀이다.


한국의 올드게이머들에게는 창세기전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한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마그나카르타2는 반다이-남코, 반포레스트사의 원조로 일본에 선발매 후 한국에 자막, 음성까지 완전 한글화를 통해 발매된 작품으로 한국 콘솔 시장에 몇 없는 소중한 국산 게임이다.


사실, 마그나카르타의 전작들은 그리 좋은 게임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소프트맥스다운 충실한 세계관과 시나리오는 확실한 장점이었지만, 게임 곳곳에서 드러나는 화려한(?) 버그들 때문에 마그나카르타라는 정식 타이틀 대신 '버그나깔았다', '만들다말았다' 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한국의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이 축소되고, 마그나카르타2의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대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앞서기도 했던 마그나카르타2.


여러가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마그나카르타2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에서만 발매 후 보름만에 1만장 판매라는 성적을 거둔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개발되어 흥행에 성공한 콘솔 타이틀인 셈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그나카르타2를 살펴본다.






■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의 독백이 시나리오를 망쳤어.


마그나카르타2는 꽤나 치밀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마그나카르타2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제 스토리는 전작들과는 관계 없는 독자적인 내용으로 진행된다. 게임 내내 느낄 수 있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전개는 마그나카르타2의 특징이랄 수 있는 부분이다. 깔끔한 기승전결과 반전을 보여주는 시나리오 또한 매력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주인공(주토)이 원수를 갚기 위해 모험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라는 어떻게 보면 뻔하게 예상되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과거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시리즈, 마그나카르타 전작들에 비해 다소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과도할 정도로 친절한 대화, 독백, 감정 묘사로 드러나는 복선들이랄까. 바보가 아니라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어야 할 장면에서 임팩트를 느끼기 힘들다. 반전이라 할 만한 몇 개 장면에서 ‘이럴 줄 알았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정상은 아니니까.



[ 과도한 독백과 감정 묘사, 반전을 미리 알고 있는 것 만큼 허무한 것도 없는데.. ]





■ 너무나 친절한 시스템, 장점 혹은 단점?!


마그나카르타2는 기본적으로 ‘전통 일본식RPG’라고 불리는 직선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별다른 고민이 필요치 않다. 거기에 엄청나게 친절한 인터페이스 및 튜토리얼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고민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스토리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들어간 튜토리얼, 퀘스트 NPC/오브젝트들도 맵만 열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지역 이동, 멤버 이탈 등으로 서브 시나리오가 불가능해질 경우, 미리 포기할 것인가를 물어오는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그 흔한 공략집이 전혀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레벨링 노가다도 필요치 않고, 길을 잃고 헤매는 일도 없다. 게임의 등급은 15세 이상이지만 단순히 인터페이스, 시스템만 살펴보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디자인되어 있다. 입문용 RPG라고 할 수 있으려나..


알기 쉽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장점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다. 뻔히 보이는 스토리, 공략 방법과 노하우가 필요 없는 게임 진행, 여기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투 난이도도 낮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참 심심하다.




[ ▲ 한국 최고,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시스템을 자랑하는 마그나카르타2 ]




■ 어쨌거나 이건 분명히 재밌어.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


일직선 구조를 따르는 전형적인 일본RPG에서 전투마저 재미 없다면 그건 정말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 시스템은 조금씩은 아쉬운 단점들을 확~ 뒤집을만큼 잘 만들어져있다.


마그나카르타2는 일반 필드에서 전투가 그대로 진행되는 심리스 방식의 실시간 전투모드로 진행된다. 이동하다가 적을 발견하면 버튼 하나로 전투모드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 공격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칸'을 생성하는 일반기, 특정 상황에서 발동하는 고유기, 일반기를 쓰면서 모았던 칸을 소모하며 강력하고 화려한 비쥬얼을 자랑하는 스킬까지 크게 세 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스태미너' 게이지가 있어서 '턴제 전투'의 느낌을 주고 있지만, 마그나카르타2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인 '체인 시스템'을 통해 잠시도 쉴 틈 없는 전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기나 스킬로 스태미너를 모두 소모하면 '오버 드라이브' 상태가 되면서 짧은 시간동안 공격력이 강력해지지만, 그 직후 '오버 히트' 상태가 되어 공격 뿐 아니라 이동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스태미너 소모를 유의하면서 공격하는 방식의 뻔한 전투가 될 뻔했지만, 마그나카르타2에서는 한 캐릭터가 오버 드라이브 상태가 되었을 때 다른 캐릭터로 조작권을 넘길 수 있는 '체인 시스템'을 선보이며 박진감 넘치는 전투 스타일을 자랑한다.


조작권을 넘겨받은 캐릭터가 다시 오버 드라이브 상태가 될 때까지 공격하면 '체인 드라이브 상태'에 돌입하면서 평소보다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으며, 체인 드라이브 상태에서 스킬을 사용하면 체인 브레이크가 발동되면서 두 캐릭터 모두 스태미너를 회복할 수 있다.


살짝만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스태미너 계산을 잘못하면 두 캐릭터 모두 오버 히트 상태가 되어서 엄청나게 두들겨 맞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러나 이 '체인 시스템'을 익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전투 중에 패드에서 손을 놓는 짓은 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몰아치는 공격을 가능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 마그나카르타2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이 체인시스템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




또한 캐릭터마다 두 종류의 무기 스타일이 있고, 각 스타일마다 고유기와 스킬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라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실 그렇다곤 해도 큰 의미는 없다. '방어구 파괴' 등 몇몇 특정 고유기를 제외하면 그게 그거라는 느낌이라서...



[ 말도 안되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일부 몬스터 공략에 필요한 방어구 파괴 ]



스킬을 사용할 때의 그래픽이나 이펙트도 화려하기 때문에 확실히 초반에 느껴지는 재미는 탁월하다. 그러나 '스킬 이펙트 스킵' 옵션이 없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 수록 화려한 스킬을 매번 봐야 한다는 점은 지겹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더군다나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는 평균적으로 난이도가 낮은편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후반으로 갈 수록 얕아져만 간다.


또 한 가지,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에서 치명적인 약점은 파티 캐릭터의 '부족한 인공지능'이다. 총 세 명의 캐릭터가 있고 체인시스템으로 세 캐릭터 모두를 사용한다고 해도, 한 번에 조작하는 캐릭터는 단 하나 뿐. 나머지 두 캐릭터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전투를 보조하는데 참 답답한 짓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전투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좀 더 개선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 엔진은 언리얼3, 그래픽에 대한 점수는..


마그나카르타2의 일러스트는 지금은 엔씨소프트로 이적해 `블레이드 앤 소울'을 맡고 있는 김형태씨가 담당했다. 마그나카르타2에서는 일반 대화창 연출을 3D캐릭터 모델링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러스트와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일부 유저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HD로 움직이는 쭉쭉빵빵 3D캐릭터들은 감동이었다.



[ ▲ 원작 일러스트와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캐릭터들 ]




마그나카르타2의 그래픽은 언리얼3 엔진을 사용하며, 전반적인 그래픽의 수준은 평균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 편이다. 일반적인 필드 이동시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투시에는 만족할 만큼 화려한 비쥬얼을 보여주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PS3/Xbox360용 게임들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그래픽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그나카르타2의 그래픽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마그나카르타2는 심리스 방식의 월드에서 페이즈의 변환 없이 전투가 이뤄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그래픽 사양으로 프레임이 떨어지는 일을 막기 위한 타협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마그나카르타2를 하면서 로딩 때문에 답답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 확실히 전투에서 볼 수 있는 필살기 컷신들의 연출은 화려하다. ]




■ 플레이 시간은 약 40시간, 더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다?!


마그나카르타2가 소프트맥스의 지난 여러 작품들과 여러가지 면에서 차별성을 보이며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2회차나 추가 콘텐츠에 대한 배려는 준비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콘솔 RPG는 한번 엔딩을 보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목적성을 부여하며 게임 플레이를 요구하게 된다. 1회 엔딩을 본 것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게이머들을 붙잡는다고나 할까. 그러나 마그나카르타2는 이런 요소들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단순하게 스토리(필수퀘스트)만 따라가 엔딩을 보면 전체 게임 컨텐츠의 90% 이상은 완료되며, 엔딩 이후에는 파고들만한 요소들이 급격히 사라진다. 물론 몇몇 미니게임들도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컨텐츠일 뿐이다.


일부 유저들은 ‘소프트맥스가 2회차까지 생각해주길 바란거야?’ 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게임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2회차 특전이나, 파고들기 요소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40시간 동안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보듯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한 번 엔딩 보고 나면 폐기 대상’ 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유료 다운로드 컨텐츠 마저도 짧막한 드라마 세 편뿐 ]




■ 충분히 지를만한 국산 콘솔 RPG, 마그나카르타2


마그나카르타2는 음성 한글화는 커녕 자막 한글화 타이틀도 보기 힘들어진 현시점에서 국산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특징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여기에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수준 이상의 비쥬얼과 전투 몰입도도 높고, 스토리도 깔끔한 수작이다. 특히 전작을 기억하는 유저들에게는 확실히 대단한 완성도로 재평가 받을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1만장 이상만 판매되면 성공했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작은 콘솔 시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 비디오 게임시장. 마그나카르타2는 이 기준에서 분명 성공한 게임에 속하고 있고, 북미, 유럽으로의 수출까지 결정되면서 대표적인 한국 콘솔 게임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개발된 콘솔 게임이라는 가산점(?)을 빼놓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대작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들도 있다. 그리 길지 않은 플레이 시간에서 더 이상 파고들 요소가 없어 1회차에 공략이 완료되는 점이나, 밋밋한 느낌의 스토리 전개, 너무나 쉬운 난이도, 특징 없는 전형적인 일본식 RPG 방식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평을 내리자면, '엑박이 있다면 질러라. 적어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