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펑펑 내렸던 1월 12일 저녁. 서울 종로 5가 4번 출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쌀쌀한 추위에 손발이 시릴 정도였지만, 멀리서도 들릴 정도로 야구 이야기를 꺼내며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들.

바로 프로야구 매니저 페넌트레이스 서버 잠실구장 유저들이 주축이 된 [Ace] 이사회 유저들이다.


▲ 페넌트레이스 서버 [Ace] 이사회 메인 화면


사실 이날은 [Ace] 이사회 신년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른 게임들로 따지자면 길드나 혈맹 같은 게임 시스템인 이사회는 앞으로 생겨날 연고지 쟁탈전 등을 위해 프야매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친선 대회를 제외하고는 이사회 가입 유저들이 즐길 거리가 없다 보니, 친구들끼리 뭉치거나, 같은 채널에서 봐왔던 지인들 혹은 프야매 카페 유저들끼리 뭉쳐 이사회를 구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많은 유저들이 단편적인 이사회 활동만 해오던 게 사실.

평소 열혈 프야매 유저라고 자부하는 기자 또한 이사회 가입 없이 선수들을 육성하며 게임을 즐겨 오던 중, 며칠 전 우연히 채널 창에 이사회 오프라인 모임 이야기가 나오는 걸 확인하곤 이내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제까지수많은 게임을 즐겨왔고, 오프라인 모임 또한 많이 참석해 봤지만, 레이드나 PvP, 공성전 등 같이 즐길 거리가 아직은 부족한 프야매는 과연 어떤 오프라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린 단순한 이사회 모임이 아니다!




예전부터 몇 차례 오프라인 모임을 한 적이 있다는 그들은 종로 5가 곱창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운 날씨임에도 곱창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에, 여기저기를 서성이다가 겨우 한 음식점에 자리를 잡고 앉고 나서 이내 본격적인 프야매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Ace] 이사회 멤버들의 아이디는 페넌트레이스 서버 유저들이라면 그리 낯설지가 않다. 네이버 프로야구매니저 유저 모임 카페 회원들로 구성된 [NePU] 이사회와 더불어 명예의 전당, 랭킹전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바로 [Ace] 이사회 유저들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팀인 LG를 응원하는 유저들이 많은 편이지만, 이 밖에도 한화, 기아 등을 응원하고, 프야매에서 각종 단일 년도 구단팀 덱(94' LG, 08' SK, 07' LG, 00' 현대, 97' LG)을 운영하는 이들은 학교 선생님, 프로그래머, 쇼핑물 운영, 개인 사업, 대학원생 등 20대부터 40대까지 유저들로 구성되어 있다.


▲ 먹음직스러운 곱창도 야구 이야기에 찬밥 신세로 전락

"94' LG는 LG 팬들의 로망인데, 왜 이리 프야매에서는 성적이 안 나오는 거야?"
"11' 롯데는 정말 강력해 보이던데, 11' 롯데 풀덱을 상대로 만나본 적 있어?"

자신의 운영하는 팀에 대한 이야기와 최근 업데이트된 11년도 구단 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이 피고 있을 무렵, 뒤늦게 한 명 두 명씩 이사회 유저들이 음식점으로 속속 도착하면서, 이날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9명 유저들이 전부 도착하게 되었다.

사실 여태까지만 해도 야구를 좋아하고, 프야매를 즐기는 유저들이다보니 그저 프야매와 2012년 프로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단순한 친목 자리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강원도 춘천에서 이 자리를 위해 합류한 유저가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색다른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장비 가격은 대충 얼마나 되는 거야?"
"은행 통장 개설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가입비와 월회비는 얼마씩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봤어?"
"제일 중요한 건 팀 이름인데, 각자 생각한 거 이야기해 보자."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프야매 구단팀덱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치고,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던 이들이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순간.


▲ Ace 이사회 총재 Kazuya님

페넌트레이스 [Ace] 이사회 총재인 Kazuya님이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좀 당황스러우시죠? 사실 이 자리는 [Ace] 이사회 신년 모임 자리이기도 하지만, 사실 프야매 사회 야구인 동호회 창설을 위해서 바쁜 시간을 내어 만나게 되었어요."

말을 듣는 순간 그저 멍하니 Kazuya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해마다 높아지면서, 어느새 프로야구는 말 그대로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와 함께 사회 야구인 동호회 인원 또한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엔트리브에서도 야구 클리닉을 개최해 현실 야구를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들에게 기회를 제공한 적도 있었지만,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회인 야구팀을 창설한다는 건 처음 접하는 소식이었기에 어느새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 구단명 PBM 매니아!




"팀에 필요한 장비(포수 장비와 방망이)를 구매하는데, 중고 제품을 알아봤더니 대략 2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 같아요. 그 외에 유니폼을 제작하는 비용도 있고요."

"야구팀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려면, 정관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야구팀에 대한 정관을 만들고 있는 중이고요. 빠르면 3일 내로 통장 개설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회인 야구팀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바탕으로 전국 각지에는 수없이 많은 리그가 존재한다. 이 리그들은 상반기, 후반기로 나뉘어 자체 리그를 펼치기도 하고, 연습 경기를 갖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들 리그에 참여하려면, 적지 않은 참가비(대략 300만 원)를 내야 한다.

더군다나 야구 장비를 포함해 유니폼, 팀 운영비 등 일정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사회인 야구팀에 참여하고 더군다나 팀을 만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 선뜻 팀 장비를 마련하겠다고 밝혀, 구단주가 된 LG.유지현님

"팀 장비 구매 비용은 내가 부담을 할께. 필요한 금액 알아보고 연락해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Ace] 이사회 큰형님으로 불리는 LG.유지현님.

다들 팀 장비 구매 비용을 혼자 부담하는 건 안 좋다고, 회비를 통해 마련하자고 했지만,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야구를 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기꺼이 팀 장비를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말에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만장일치로 이렇게 외쳐댔다.

"그럼 우리 구단 구단주는 지현 형님이네." (일동 박수)

그렇게 엉겁결에 구단주가 되어버린 LG.유지현님을 시작으로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최성희님 등 각자의 역할이 나뉘게 되었고, 이후 회비와 아직은 부족한 선수수급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구단 명을 정해야 할 차례. 사회인 야구팀이다 보니 회사명을 사용하거나, 지역 이름 혹은 재미있는 문구들을 사용해 구단 명을 정한 사회인 야구팀이 많이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구단 명을 정하게 될까?

최성희(감독) "우리가 페넌트레이스 서버 잠실구장에서 만난 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서로 연락하며 지내오고 있으니, 꼭 JS(잠실 영문 약자)라는 말은 들어갔으면 좋겠어. 그래야 우리가 사회인 야구팀을 만들게 된 계기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이후 많은 이들에게서 구단 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뜻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지금 이사회 명칭인 [Ace]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흔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LG.유지현(구단주) "우리가 만나게 된 건 프로야구 매니저 덕분인데, 그걸 잊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PBM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 그리고 사용할 수 있다면 프로야구 매니저 로고 달고, 유니폼도 연습경기에서 볼 수 있는 프야매 고유 유니폼으로 만들어서 입고 말이야."


▲ 프야매 전통 유니폼! 아 현실에서 이걸 입고 뛴다니 설레인다. :D

승천한다LG "PBM 매니아는 어떠세요? 우리 프야매를 열광적으로 즐기는 유저들이잖아요. 그리고 제 유니폼에는 꼭 EX 마크 붙여주세요. 정말로요." (웃음)

EX 마크 붙여달라는 말에 순간 전부 폭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프야매에서 그 해에 최고의 선수에게만 수여한다는 EX 마크. 그런 EX 마크를 본인에게 붙여달라고 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PBM 매니아! 들을수록 [Ace] 이사회 사회인 야구팀 성격에 가장 들어맞는 구단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와 같은 생각인지 다들 PBM 매니아 이상의 구단 명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결국 이들의 출범시킬 (비공식)프야매 최초의 사회인 야구단 명은 "PBM 매니아"로 정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가장 힘들었던 구단 명을 정하고 나니, 이내 프야매를 빗대어 농담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와! 그러고 보니 PBM 매니아 현재 멤버를 자세히 보면 유학 가능 선수가 많네. 지현 형님부터 시작해서 감독 등등 우리 유학 다녀오면 PBM 매니아 전력 급상승하겠는걸?"


▲ 이분들이 빠르게 유학을 성공하고 와도, 유학을 가야할 분들이 더 많다. :D

"우리와 뜻을 같이할 분들 모시고 와서 25인 팀 구성하고 S급 팀 컬러 적용하고 싶네요."

이런 농담을 던지는 그들을 보면서, '참 잘 어울리는 구단 명과 선수들이구나!'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PBM 매니아 구단의 큰 틀이 마련되어,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호프집으로 장소를 이동해 본격적으로 구단에 대한 이야기와 프야매 이야기 그리고 사는 이야기 등의 어우러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 PBM 매니아 초대감독 최성희님의 깜찍 포즈 1탄

▲ PBM 매니아 초대감독 최성희님의 깜찍 포즈 2탄

PBM 매니아 초대 감독인 최성희님이 기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던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기자님. 남자가 살아가는데 누구나 가슴 속에 로망을 하나씩은 품고 살아가잖아요. 저흰 그 로망이 야구입니다. 어릴 적 MBC 청룡을 응원하면서 시작되었던 야구에 대한 사랑은 지금 40대가 넘어서고, 두 딸의 아빠가 되었지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프야매를 시작하게 되었고, 제가 좋아했던 선수들 그리고 팀을 운영하면서 지내오다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흔 살이 넘어서야 드디어 야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승천한다LG "체력관리 열심히 하면서, 나이 50이 넘어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거에요.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쳤으니 활동도 열심히 할 거고요. 그리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서 한 가족처럼 지낼 겁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야구! 그게 PBM 매니아 구단의 정신이 될 겁니다."




새벽 1시,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르고...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프야매 최초 사회인 야구 동호회 'PBM 매니아' 창설 모임 자리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별안간 PBM 매니아 구단주인 LG.유지현님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피쳐 월드가 종로 근처에 하나 있을 텐데, 한번 찾아봐~."
"날씨도 춥고, 시간도 많이 되어서 연 곳이 있을까요?"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

아무리 야구를 좋아한다지만, 어느 한 명 만류하는 사람 없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더니, 모임 자리를 정리하고 나갈 채비를 하면서, 분위기에 휩쓸린 기자 또한 따라나서게 되었다. 종로 5가에서 출발해 야구 연습장이 있다는 종로 3가까지, 영하로 내려간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일 쓰러지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공을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연신 수다를 떨면서 걸어가길 20여 분.

TK뽐뿌님이 다 왔다는 말과 함께 도착한 곳은 인사동 골목.


▲ 추운 날씨 속에 20분간 걸어서 찾아간 그 곳의 정체는...

다들 쩍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20여 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그토록 찾았던 '피쳐 월드'가 아니라, 그냥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구 연습장. 500원을 넣고 날아오는 공을 칠 수 있는 타격 연습장이었던 것. 그러나 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으니, 쌀쌀한 추위와 이미 새벽 시간이 되었기에, 타격 연습장의 멋진 간판만이 우리를 반겨줄 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비록 공을 던져볼 수도, 타격 연습을 해볼 수도 없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결국, 이날 사회인 야구팀 창설 모임은 새벽 1시 30분이 되어서야 정리가 되었고, 1월 28일(토)에 야구 연습장을 빌려 PBM 매니아 구단 첫 연습을 하기로 정하고는 헤어지게 되었다.

아직은 PBM 매니아 구단이 기틀을 잡아야 하는 시기라, 지인들의 추천이나 이사회 중심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인원을 모을 예정이지만, 조간만 프야매 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함께 하고 싶어하는 유저들과 함께 당당히 프야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서 승리하던 지든 간에 자신들만의 야구를 할 거라는 그들.


▲ PBM 매니아 분들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열정과 노력이 부디 프야매 유저들을 대표하는 사회인 야구팀으로 거듭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많은 유저들의 응원을 받는 PBM 매니아 사회인 야구단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주말마다 녹색과 흰색이 절묘하게 조화된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는 이들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프야매 유저라면 지체없이 달려가 반갑게 인사하고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라.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왠지 정감 가는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바로 프야매를 즐기고 야구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모인 PBM 매니아 사회인 야구팀 선수들이다.

끝으로 신년 모임 자리에 참석을 흔쾌히 허락해준 Kazuya님과 취재를 허락해 준 LG.유지현, 최성희, monom, 승천한다LG, TK뽐뿌, 아쿠마주디, 레쯔, 락덕후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유학이 성공하고, 25인 S급 팀 컬러가 적용되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길 꿈꿔본다.


※ 좌충우돌 PBM 매니아 구단 유저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따뜻한 응원 메세지 부탁드립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