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전장인가? 대규모 잠수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참여가 가능한 대규모 전장은 두 진영 유저들이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곳이다. 대규모 전장에 참여하면 승패에 따라 철 훈장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데, 철 훈장으로 PvP에 특화된 명성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어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다 보니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승패에 상관없이 오로지 보상을 얻기 위해 전장에 참여한 후, 끝날 때까지 마네킹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잠수 유저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보통 한산한 오전 12시의 대규모 전장은 알렉사르 서버 기준 약 100명 정도의 규모가 격돌한다. 이들 중 약 30명 정도의 인원이 잠수 유저. 사람이 많은 오후 8시 이후의 전장은 200~300명의 대규모 인원 중, 적게는 약 70~80명, 많게는 100여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잠수 유저로 둔갑한다.

그러다 보니 인구수가 적은 서버는 대규모 전장 참여 인원이 적어 몇 명의 잠수 유저들 때문에 승패가 좌우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잠수 유저는 아무런 제재를 받고 있지 않아 보란 듯이 '나도 잠수!'를 외치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유저들은 대규모 전장인지, 대규모 잠수인지 모르겠다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비교적 한산한 오전 12시의 대규모 전장 내부, 약 80명의 유저 중 20명 정도가 잠수 유저



대체 무엇 때문에 잠수를?

잠수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전장 참여 보상으로 얻는 '철 훈장'이다. 철 훈장은 명성 아이템을 구매할 때 필요한데, 명성 무기는 PvP 추가 공격력 옵션이 있어 값비싼 제작 무기의 대용으로 쓰인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명성 무기 구매를 목적으로 전장에서 잠수를 타고 철 훈장만 얻어가고 있는 상황.

전장이 너무 빨리 끝나는 점도 유저들에게 잠수를 부추기고 있다. 참여 인원이 많다 보니 목표물이 너무 쉽게 파괴되어 짧게는 5분, 길어도 10분 정도면 승패가 결정된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나 하나 없어도 빨리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장에 참여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다.


▲ 인벤 가족 '황금잉어킹'님의 스크린샷 - 전투가 시작되면 대부분 마네킹으로 돌변한다.


또한, 전장을 열심히 플레이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장 승리 시 200의 명성 포인트를, 패배 시 160의 명성 포인트를 받는데, 특출나게 활약하여 20위 안에 들지 않는 이상 추가 명성 포인트를 얻기 어렵다. 수백 명의 유저 중 상위 1% 정도만 추가 명성 포인트를 받고, 남은 99%는 엇비슷한 명성 포인트를 받기 때문에 열심히 전장을 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현 전장 시스템은 유저들로 하여금 전장 참여 알람이 활성화되면 참여만 해놓고 다른 일을 하는 등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잠수 유저에 대한 패널티나 제재가 전혀 없어 보란 듯이 다음 전장, 그다음 전장에서도 연이어 잠수를 타기 때문에 유저들의 불만은 계속 쌓이고 있다.



▲ 전장 잠수 유저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




■ 잠수 유저에 대한 해결책은?


- 전장 기여도 획득 방법 개선과 기여도에 따른 차등 보상

유저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열심히 전투에 참여한 유저와 잠수 유저와의 보상이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기여도에 따라 명성 점수가 차등 분배되지만, 특출나게 활약을 하지 않는 이상 추가 보상을 얻긴 힘들다.

게다가 전장 내부에 등장하는 몬스터나 점령 등으로는 기여도를 획득할 수 없고, 적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주거나 처치해야 기여도를 획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장에 승리하기 위한 점령이나 주요 몬스터 처치는 안중에도 없고 대부분 적 플레이어만 노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결국, 적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처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유저와 기여도가 큰 차이가 없어 잠수를 타는 유저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 공격 수치와 치유 수치로만 상승하는 기여도, 개선이 필요하다.


와우(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아이온의 경우 점령지를 점령하거나, 주요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추가 기여도를 획득할 수 있다. 적 플레이어를 처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장 내 다양한 구조물과 NPC를 이용하는 게 전략의 핵심이므로 힐러 뿐만 아니라, 딜러, 탱커 모두 균등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초창기부터 이러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잡혀있던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패치와 유저들의 의견으로 개선되었고, 자신의 진영이 패배해도 노력에 따라 승리한 진영의 어중간한 유저보다 더 많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아크로드2에서도 전장의 핵심 구조물과 오브젝트, 몬스터 등 기여도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을 늘리고, 기여도와 노력에 따라 보상이 차등 분배되면 잠수 유저들이 '잠수를 탈만한 이유'가 사라지지 않을까?


▲ 아이온은 버프 구조물인 '아티팩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요새전의 승패가 좌우된다.



- 잠수 유저에 대한 패널티와 처벌 강화

와우의 경우 대규모 전장인 알터랙에서도 잠수 유저 때문에 수차례 골머리를 앓았었다. 초기에는 유저들의 신고와 GM의 판단으로 이용 제한 등의 제재를 가했고, 이후 '제자리 디버프'와 '탈영' 시스템을 적용하여 고의적인 잠수 유저를 줄여나갔다.

제자리 디버프란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전장에서 이탈되고, 탈영 디버프까지 적용되어 일정 시간 동안 전장에 참여할 수 없는 패널티를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테라도 와우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장 잠수 유저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 테라의 탈영병 시스템, 잠수 유저는 전장에서 추방당하고 패널티를 받게 된다.




잠수 유저에 대한 제재와 시스템 개선 필요

지속해서 대규모 전장 잠수를 악용하는 유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잠수 유저에 대한 처벌과 시스템적인 패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말한 WoW의 경우, 수차례의 패치와 잠수 유저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졌고, 이후 안정적인 전장 플레이가 가능해진 바 있다.

테라와 아이온도 마찬가지. 초기에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전장 잠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패치와 패널티 부여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유저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신고와 잠수로 이득을 취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전장 잠수 유저. 이로 인해 전장 시스템 본연의 목적이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크로드2가 어떤 방향의 변화를 선보일 지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