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주는 재미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캐릭터를 뽐내는 재미로 게임을 하는 사람 또는 각자의 컨트롤에 따라 항상 변화하는 PVP에, 잘 짜여진 퀘스트를, 혹은 방대한 맵을 탐험하는 것 등 각 추구하는 재미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떤면으로든 재밌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이 개개인이 느끼는 게임이 재미는 다르다. 그래서 특정 소수에게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다수의 게이머들에게 그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특정 소수의 호응은 잊혀진 기억이 될 수 밖에 없다. 단지 그에 대해 재미를 느꼈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일부 게이머들의 뇌리속에만 아쉬움으로 남을 뿐.


기자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는 게임중 하나가 하나가 바로 2006년 액토즈에서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RPG 게임, 어니스와 프리키(보통 줄여서 어프, 공식 명칭은 서기2030, 어니스와 프리키)이다.






어프를 다시 손에 잡은 것은 무언가 할만한 게임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릴 때였다. 왜 없었냐고 ? 알지 않은가. 요 근래 과연 할만한 게임이 나왔었던가를.


무언가를 하나 다시 손에 잡고자 할 때, 클로즈 베타 테스트 때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던 어니스와 프리키가 문득 머리에 떠올랐었고, 다시 어니스와 프리키의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은 것이었다.


무조건 이쁘기만 했던 대부분의 캐릭터속에서 정말 독특하고 개성있던 캐릭터의 모습과 새로운 시도였던 큐브라는 시스템.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클로즈베타와 오픈베타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운영진의 자세 또한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특한 캐릭터 - 어니스와 프리키]



또, 어프는 어드벤처 RPG를 표방하여 큐브라는 독특한 컨셉을 이용해 단순 사냥으로만 그치지 않고 맵에 많은 모험요소들을 내재했다. 다음 레벨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거나 내려온다던지 이동하는 상자를 타고 건너거나 점프를 하고, 불길을 뚫고 지나가는 것들이 단순히 클릭해서 이동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오픈 베타 이후 불과 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어프는 거의 잊혀진 게임이 되어 있다. 그리고 더 이상 국내 서비스를 지속할지도 사실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오픈베타 서비스 중 대대적인 리뉴얼을 하긴 했지만, 이후 가장 최신 공지가 2월 하순의 이벤트와 공성전에 관련된 내용 뿐. 100일간 공지가 없는 게임이라면, 게임사에서도 거의 손을 놓은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물론 정기점검을 실시했다는 짧은 공지는 1주에 한번씩 꼬밖꼬박 올라왔지만.





[5월 30일에 찍은 스크린샷 - 아직도 화이트데이 이벤트중?]




왜 일까?


지금은 풀네임조차도 다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게 되어버린 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지금 나열한다고 해서, 이제는 거의 사그라든 게임이 다시 부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런 목적을 가지고 리뷰나 체험기성의 글을 작성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문득 생각난, 괜찮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옛(?) 게임을 새로이 플레이를 해보면서 들었던 일종의 아쉬움이라고 보아주길 바란다.





[로딩화면과 서버선택화면 - 지금은 서버와 채널이 하나뿐..]




■ 어려웠던 조작법


어프의 컨셉은 액션 어드벤처 RPG.


같은 컨셉을 가지고 있는 여타 게임들과는 달리 어프에는 정말 모험적인 요소가 많다. 그 이유인지 조작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긴 어드벤처를 표방했는데 조작법에 난이도가 있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리라,


그런데 기자가 근래 다시 어프를 해보면서 재확인한 어려움이 바로 조작에 관련된 문제이다. 어드벤처를 표방해 맵 속에 많은 모험요소를 넣은 것은 독특한 발상이었지만, 움직이다보면 손을 키보드에서 뗄 때가 종종 있다. 즉, 각 주요 키들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다리를 타고 오르거나 내릴 때 Ctrl키를 눌러줘야 하는데 이 때 기존 키를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해당 키를 누르려면 손을 많이 꺽어서 불편하게 누르거나 아예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키를 눌러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Ctrl키의 위치 자체가 사실 쉽게 누르기 쉬운 위치는 아니다. 마우스로도 이동이 가능하긴 하지만 단지 클릭한 곳으로 이동하는 정도의 수준이라 사실상 한 손으로 이동 및 사다리타기를 모두 해내야하는 것이다.





[모든 맵은 사다리를 오르내리거나 점프 등의 액션이 필요하다.]



이런 조작은 익숙해진다면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초반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물론 쉽지 않은 만큼 어려운 난이도의 길을 뚫고 다음층을 향한 입구에 도착할 때의 쾌감도 있다.


다행히 이런 조작법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난이도가 높은 길을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기자 역시 특정한 층을 뚫지 못해 수십번 재시도한 끝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올라가지 못하면 렙업을 할 수 없으니 기어코 올라가야만 했다;;



■ 무척 더딘 느낌의 렙업 시스템


어프의 렙업은 우선 캐릭터 옆의 캡슐이 차는 것부터 시작한다.


캡슐이 가득 차게되면 10%가 오르며 총 10번으로 100%를 채우면 1Grade가 오른다. 이렇게 8Grade를 채우면 1Rank가 오르게 되고 전직은 3Rank부터 가능하다. 즉 캡슐이 1번차면 10%가 되며, 1Grade가 오르기 위해서는 캡슐이 10번차야만 한다. 그리고 Grade 를 8번 달성하게 되면 랭크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캡슐이 하나 차면 10% - 렙업을 위해선 10개의 캡슐이 필요하다]



이 렙업 시스템은 초반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를때는 캡슐이 빨리 차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렙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면 렙업이 무척 더딘 느낌을 들게한다.


각 Rank마다 8Grade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각 Rank가 오르는 시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프의 레벨업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은 것이다. 또 대부분의 게임 유저들이 전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3Rank까지의 체험 플레이시간이 독특한 렙업 시스템으로 인해 실제 플레이 시간보다 더디게 느껴지게 함으로 쉽게 지루해지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레벨업 장면 - 1Grade는 1포인트, 1Rank는 5포인트를 준다]




■ 다양하지 못한 아이템


어프의 두 캐릭터의 얼굴과 머리모양은 초반보다 많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4Rank 가까이 기자가 플레이하면서 볼 수 있는 방어구 장비는 2Rank까지는 남, 여 하나씩이고 3Rank부터는 물리방어 위주의 상점용 방어구와 마법방어 위주의 몬스터 드랍 방어구 뿐.





[초보 장비부터 각 Rank마다 착용할 수 있는 옷]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 외에 보는 재미도 매우 중요시 생각하는데, 와우의 경우만 보더라도 빠른 렙업이지만 방어구와 무기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컨텐츠의 재미뿐 아니라 아이템을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게 주는 것이다. 또 캐쥬얼 게임에 속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어프인만큼 그만큼의 다양한 꾸밈의 재미가 갖추어져 있어야만 했다.


허나 어프의 경우는 각 Rank에 머무는 시간이 길 뿐더러 하나의 방어구만 입고 버텨내야 한다. 물론 좀 더 상위 Rank까지 간다면 좀 더 많은 아이템들을 만나보겠지만, 중요한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초반 레벨이다.


또한,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이라 하면 누구나 옵션이 붙는다던가 좀 더 특이한 모양이라던가 하는 레어아이템을 기대할 것이다. 아이템의 드랍율은 높은편이지만, 약 98%의 아이템이 상점용 아이템이고 나머지는 일반 상점용 아이템이거나 상점에서 팔지않는 무옵션 아이템이고, 매우 낮은 확률로 옵션이 달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사냥 시 나온 아이템 - 대부분 상점용에 무옵션이다]



아이템의 드랍율을 좀 낮추더라도 옵션이 붙는 다거나 상점에 팔지 않는 다양한 아이템을 드랍했더라면, 사냥의 지루함도 덜고 좀 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 낯설지만 곧 익숙해지는 사냥터와 잦은 이동


어프는 크게 3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테마는 로비와 던전으로 나눠진다.


또 각 던전은 여러 층과 세부 플로어로 나뉘는데 각 층마다 약 10개이상의 플로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사냥터가 매우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3Rank가 되기 전까지 보통 처음 시작 지점인 신전테마에서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이 곳에서 만나는 모습은 하나의 테마여서인지 비슷한 던전의 분위기와 어딜가든 비슷한 모양의 몬스터들뿐이다.





[3Rank까지 키울 수 있는 신전테마 던전의 1층 ~ 3층]



기자가 신전테마의 3Rank 사냥터인 3층까지 올라가면서 만났던 몬스터는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렙업의 지루함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비슷한 배경의 장소에서 같은 몬스터만을 전직전까지 꽤 긴시간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어찌 지치지 않겠는가.


이를 보안하기 위해 존재하는 퀘스트 시스템은 스토리를 이어가는 메인 퀘스트와 각 신전의 퀘스트 수령기에서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로 나누어지는데 이 퀘스트가 또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퀘스트는 총 2개로 메인 퀘스트 하나와 서브 퀘스트 하나로 진행 할 수 있는데 퀘스트의 진행이 어디의 몬스터를 잡고 로비로 오라던가, 어디의 엔피씨를 만나고 로비로 오라 등이라 무척 짧은 시간에 던전과 로비를 오가야하는 것이다.





[퀘스트 창의 모습 - 사냥은 잠시.. 곧 돌아와야 한다]



각 던전과 로비 중간중간 웨이포인트라는 연결고리가 있어 쉽게 이동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이도 한계가 있어 넓은 사냥터를 자주 이동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필요한 일.



■ 전직을 통한 변화가 별로 없었던 어프


각 게임마다 레벨업 목표의 중간단계로 상정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직이다. 보통 전직을 생각하면 좀 더 강한 캐릭터나 혹은 색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바라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된다.


와우의 경우 전직이란 개념은 없지만 40렙에 이동수단을 가질 수 있게 한다던가 예전 라그나로크의 경우 전직시 캐릭터의 모습이 바뀐다던가 하는 등의 전직이나 일정 레벨에 캐릭터가 강해지거나 바뀌는 모습은 여러 게임에서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전직이라는 특별함으로 사냥을 반복하게 만드는 목적성을 가지게 하는데, 기자도 역시 전직을 기대하면서 꽤 열심히 어프를 플레이했었다.






어프는 전직의 개념을 보조직업으로 잡고 탱커형의 포서, 치유 및 보조마법 등의 댄서와 바드, 트랩을 이용한 트래커로 총 4가지 보조직업을 갖추고 있다.


3Rank가 되고 방어가 높다는 포서로 전직을 하게 됐는데 스킬 몇 개 배우는 것 빼고는 전혀 변함이 없다. 캐릭터의 외향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건강에 포인트를 투자해도 다른 직업보다 방어가 강해진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즉, 변하는 것을 거의 체감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전직 후 바뀌는 것은 캐릭터창의 보조직업 표시뿐..]



전직하나만 보고 달려왔던 기자가 무척 허탈해했던 순간 중 하나다. 보조 직업이라 해도 각 직업별로 착용할 수 있는 방어구를 구입할 수 있다던지 아니면 포서는 HP가, 댄서나 바드 등은 MP가 확연히 늘어난다던지 하는 눈에 띄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상점의 모습]




■ 잊혀지지 않는 게임이 되길 바라며..


기자가 근래에 플레이를 하면서 느꼈던 몇가지의 아쉬움들이 고쳐져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 혹은 게시판에서 많이 올라왔던 그런 지적사항들이 반영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지금의 모습은 어니스와 프리키가 최초에 기획했던 시스템 그 자체가 지닌 한계인 것일까 ? 온라인 보다는 패키지 형태의 게임 스타일에 더 맞지 않았을까 ? 등등 기사를 쓰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 ...


거진 과거가 되어버린 게임에 다시 이런 평가를 들이댄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의미하달 수 있다. 기자 역시 근래에 다시 게임을 해보면서 느꼈던 점들만을 간략히 서술한 것이기에. 아마도 클로즈 베타나 오픈 베타 초반기의 리뷰나 체험기를 생각하고 글을 썼다면 사뭇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유명 만화인 원피스의 괴짜 의사 히루르크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에 총알이 뚫렸을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때? 아니.
맹독스프를 마셨을 때? 아니!!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이머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 게임이 점차 게이머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때 그 게임이 사라지는 날인 것이다.


비록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독특한 발상으로 즐거움을 주었던만큼 기자의 마음속에, 그리고 한때 어니스와 프리키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들의 기억속에, 게임의 성패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어프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