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태종이 신하들과 창업과 수성의 어려움을 논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창업과 수성 중 무엇이 어렵겠냐는 당태종의 물음에


현령은 적을 공파하여 항복을 받고 싸워 이겨야
세상을 평정할 수 있어 창업이 더 어렵다고 하였지만,


위징은 전대의 권위가 쇠퇴하고 어지러운 일들을 이어받은 자를
뒤엎으면 백성은 즐겨 천자를 추대하기 마련이므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수성의 어려움'은 R2에서도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 메테오스 서버 7월 22일 공성전 ]



메테오스 서버의 4성에 모두 같은 유령 마크가 올라간 것은 6월 10일.
이 후 6주 동안 4성통일 상태가 유지되어왔는데, 칼을 갈고 있던
전신 길드가 지난 주 공성에서 푸리에 성을 탈환하였다.


전신 길드는 유령연합에 푸리에 성을 내주기 전까지 5회에 걸쳐
푸리에 성을 지켜왔던 길드.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힘을 길러온 전신은
여러 다른 길드들과 힘을 모아 동시다발적인 성 교란 작전으로
유령연합의 전력을 분산시키면서 푸리에 성을 탈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


지난 주에는 공성을 하는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자유로웠지만
이번 주에는 푸리에 성을 지켜야 하는 '수성'의 입장이 된 전신에
푸리에 성을 내주는 것은 일주일 뿐이라는 듯 유령은 거센 공세를 펼쳤다.





이 부분이 공성과 수성의 차이가 아닐까.


적의 공세를 정확하게 막을 만큼의 병력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른 전장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어느 정도의 공격이 올 것인지, 어느 정도의 군세일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총력수비를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다른 성 ]



계속된 성문 공방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전신은 온 힘을 뭉쳐야 했고
수많은 인원이 좁은 성문에서 싸우길 1시간여.


두터웠기에 쉽게 뚫리진 않아 보이던 전신의 바리게이트는 무너졌다.
다른 성에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전 병력을 집중한 유령이
끝내 수비라인을 무너뜨린 것이다.


성 내부를 점령한 유령은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수호탑 주변에
수비병력을 꼼꼼하게 배치해, 적의 1차 진격을 물리친 다음에야
수호탑을 깨고 봉인석을 무너뜨렸다.









이후 전신은 병력을 정비하고 한 번에 치고 올라가 수호탑 계단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던 유령과 다시 한 번 전면전을 벌여
다시 푸리에 성을 되찾았지만, 공성전 종료를 10분 남겨두고 다시
유령 연합이 푸리에 성을 점령하면서 수성의 어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 전신의 대역습 ]



[ 다시 성을 되찾기는 했지만 ]



[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난전 속에서 ]



[ 10여분을 남기고 다시 봉인석을 내주고 만다 ]



위징은 수성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는데


'천하를 얻은 뒤에는 제왕의 지향하는 바가 교만해지고 방일해집니다.
백성이 안정을 되찾고자 하나 부역이 그치지 않습니다.
백성은 지칠대로 지쳤건만 사치한 사업은 그치지 않습니다.
나라가 쇠퇴하는 것은 언제나 이런 일로 일어납니다.'


공성전 한 번의 승패를 결정짓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 같은 이유로 한 연합이 쇠락하는 것을 R2 여러 서버에서 본 적이 있다.


거꾸로 말해 '천하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교만과 방일을 경계'하는 것이 수성의 기본일 터.


오늘따라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는 옛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Inven Niimo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