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유저 모씨는 마을로 베르하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름대로 서버 지존급 방어구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3명 이상의 일점사도
쉽게 버텨내곤 했던 그였다. 늘 보아왔던 이름의 캐릭터와 늘 그래왔듯 칼을 섞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한 방에 200 이 넘는 평타 공격이 들어왔을까.


무기를 바꾼걸까... 서버 내 고인챈 장비들의 동향은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던 그였다.
랙 때문에 생긴 표시 착오일까. 연창에 급박한 메시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놈들 이상한데. 갑자기 너무 아프게 들어오네.'
'핵 아냐 핵?'
'어제까지 안 그러더니, 왜 이렇게 아퍼'
'나 한 번에 250 빠졌잖아'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정말 데미지 핵일까? 있기는 있나?


핵을 찾는 사람들, 그들을 노리는 사람들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통해 R2 데미지 핵을 검색해보면 몇 개의 사이트들이 검색된다.
'이게 바로 데미지 핵이다', '여기서 다운받을 수 있다'며 데미지 핵이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는 유저, 데미지 핵을 사용하려는 유저들을 유혹한다.


데미지 핵을 구할 수 있다는 몇몇 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먼저 한 블로그에 첨부파일로 올라온 데미지핵 파일이다.
R2 게임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네티즌이 설명서가 들어있다며
압축파일을 올려놓았다. 실행이 안 될 때는 V3 등 백신프로그램을 꺼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첨부된 파일을 다운받으려고 하자 백신프로그램이 경고창을 띄운다.
Win32:SCkeylog 라는 트로이 목마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트로이 목마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모르게 설치되어서 어떤 정보를 빼가곤 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KeyLog 를 빼돌리는 프로그램이다.


게임에 접속할 때 키보드로 입력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물론 주타겟이며
이렇게 얻은 정보는 당연히 해킹에 이용될 것이다.
데미지 핵에 대한 관심을 미끼로 해킹을 하려는 게시물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R2 오토, 광렙, 득템자리, 명당, 버그, 핵, 데미지핵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곳은
그런데 회원가입을 해야 했고,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월 5000원의 이용료를 내야했다.


이용료를 지불하고 가입하자 메인 페이지에서 '쌍칼 러쉬확률 백프로 가깝게 올리기'
'딱정벌레구덩이 3층몹 스파이크 버그' '데미지핵 제작중 DB파일 체크중' 등의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 살펴보았다.


7월 17일자로 작성된 쌍칼 러쉬확률 관련 글의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미늘갑옷과 쌍칼의 순서를 적당히 조절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내용.
'되긴 뭐가 되냐'는 항의 댓글에 '데이터 실험 스크린샷을 올리겠다'는
운영자의 답변이 달려있었지만 데이터 실험 관련 글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있는 다른 정보들도 2006년 버전의 육성기나 R2 인벤에 올라온 기사를
무단으로 복사해 올린 내용들이 대다수였고, 올라와 있는 오토 프로그램도 작년 10월 버전.


데미지 핵을 기대하며 이용료를 지불하고 가입했을 유저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기약 없는 '제작중' 표시뿐이다. 좋게 말해 과장광고, 나쁘게 말하면 사기였다.



[ 이걸 보자고 5천원을 낸 것은 아닐 것... ]



이처럼 한국에 개설된 대부분의 R2 핵 관련 사이트들은 실제 내용이 없이
무작위 광고를 통해 가입비 명목으로 부당한 수입을 얻으려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소문만 무성한 데미지핵


R2 에서 데미지 핵과 관련된 루머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지만
오토프로그램과는 달리 데미지 핵의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R2 초창기부터 데미지 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왔기 때문에
오토 프로그램에 그러했듯 개발사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입수해 분석하려 했을 터.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사실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중요한 순간에만 데미지 핵을 사용한다면 G.O. 의 감시로도 확인이 어렵고
한 방 한 방의 데미지가 얼마나 나왔는지 따로 로그로 남기지 않기 때문에
사후에 신고를 받아도 조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당해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써봤다'는 사람이 없는 데미지 핵.


다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핵을 이용해서 게임을 플레이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데미지 핵을 미끼로, 이용자들의 돈과 시간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 호기심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


* 데미지 핵을 '사용'해보신 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Inven Niimo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