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조금 일찍 취재를 했어야 했다.

3, 4개월 전 4성연합 구도가 확정되면서 바시드 서버에 예전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안정세로 들어선 곳 보다는 급박한 다른 서버들을 다니는 게 급했다. 그런데 R2라는 게임은 안정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마치 바닥이 둥근 술잔마냥 균형을 잡고 움직이지 않는가 싶어도 조그만 충격에 한쪽으로 기울고 만다.

손잡고 있던 4성에 균열이 생긴 것도 한 달이 훨씬 지난 이야기다. 이반 먹자 사건이 일어난 후 이반 분배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기면서 푸리에 성의 베스트연합이 손을 놓은 것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푸리에 성을 향한 나머지 3성의 움직임에 활로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베스트연합은 맥스연합과 동맹을 맺고 3성 연합과 전쟁 중이다.

조용하기만 했던 바시드 서버 공성전이 드라코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 한 달 동안 두 세력은 성을 뺏고 뺏기면서 자웅을 겨뤄왔다. 그리고 기자가 바시드 서버를 오랜만에 찾은 것은 이 때 즘. 공성전이 끝나기 직전 잃었던 로덴을 다시 되찾으면서 4성 연합이 된 한아발이 2주 연속 4성을 유지한다면 긴 전쟁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리라.


[ 지난 주 공성 상황. 4성은 계속될 것인가 ]

공성전에 투입된 인원이 적었다. 모든 성에 충분한 바리인원을 세울 수는 없었던 한아발은 로덴과 푸리에는 척후병을 배치하는 선에서 그쳤다. 블랙랜드 입구에 적의 공격을 지연시킬 약간의 바리인원을 세우고 나머지는 모두 최전선에 투입하기로 한 모양.

토요일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 때문이었다. 이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아발과의 전쟁에서 전환점을 구하고 있는 맥스베스트는 이번이 용략을 떨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격하는 입장인 맥스베스트도 인원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 인원수대로 성을 나눠 갖는다면야 어느 한 성을 차지하고도 남겠지만, 한아발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여러 군데의 성을 동시에 게릴라하면서 목표성 하나를 파죽지세로 뚫어버리는 성동맹을 깨뜨리는 데 유용한 전략도, 인원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한 것. 맥스베스트는 온 힘을 기울여 먼저 바이런을 쳤다.


[ 맥스베스트의 예봉은 바이런을 선수쳤다 ]

공성전이 시작하기 불과 몇 분 전까지 홀에서 이 날의 전략을 논의하던 한아발은 맥스베스트의 빠른 공격에 공성초기 바이런을 내주고 말았다. 오랜 전쟁을 거치면서 서로의 투지는 더욱 불타오른 모양이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공성전이 시작하자마자 보여준 맥스베스트.

한아발은 그러나 전체적인 전력차이에서 자신있는 듯 여유로웠다. 바이런 수호탑을 지키고 있던 맥스베스트를 그리 어렵지 않게 몰아내고는 이어진 봉인석 전투에서도 승리했다. 부활의 적별 군주는 봉인석 파괴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듯 오히려 선봉에 나서 칼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 주로 전투가 일어난 치열한 바이런 ]

푸리에와 로덴은 정찰임무를 담당한 군주 한 명이 지속적으로 수호탑을 깨면서 기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바이런 1차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맥스베스트가 일단의 병력을 파견해 푸리에의 봉인석을 깨자마자 이미 푸리에 성은 한아발의 병력이 가득 차 있었다. 법 군주는 언제 뺏기기냐 했냐는 듯 봉인석 버프를 달고 달려 내려왔다.


[ 정찰 군주 한 명이 수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

한아발의 전략은 말하자면 뺏기지만 않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푸리에 성 전투로 생긴 바이런의 공백이 맥스베스트 일단의 선발대 군주들의 수호탑 파괴로 이어졌지만, 이 소식은 바로 첩보로 전해졌다. 한아발의 이반팀을 선두로 봉인석은 물샐틈없이 둘러싸였다. 봉인석 버프를 받은 맥스베스트측 군주는 드라코를 타고 틈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 맥스베스트의 공격은 거셌지만, 전력차이를 극복하긴 어려웠다 ]

맥스베스트의 몇 번의 공격이 모두 무산되면서 이번 공성도 이대로 끝나나 싶었을 때. 9시 40분을 기점으로 이제까지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던 블랙랜드로 맥스베스트의 총공세가 펼쳐졌다. 얇은 바리를 무너뜨리고 수호탑을 점령했던 맥스베스트는 그러나 곧이어 달려온 한아발의 병력과 맞부딪혀야 했고 결국은 병력규모에서 밀려 퇴각해야 했다.


[ 마지막 공격은 블랙랜드 ]

이렇게 4성 연합 구도는 그대로 이어지나 했는데, 공성 끝이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로덴 수호탑 파괴 메시지가 올라왔다. 병력의 공백을 이용하는 전략은 속도가 중요하고 그 속도를 결정지어 주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공성전이 끝나는 10시 정각. 그러나 수호탑이 깨졌다는 메시지를 보고 이반팀이 출발해 봉인석을 둘러싸면 게임은 끝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을 확인하고 싶어 열심히 드라코를 몰아갔는데 웬걸 몇 분 남지 않은 시간 로덴성의 봉인석이 파괴되어버렸다.


[ 마지막 순간에 로덴 입성 ]

한아발은 남은 시간 다시 수호탑을 깨고 봉인석으로 달렸지만 그대로 공성전은 끝. 2주 만에 맥스연합은 로덴을 되찾았다. 추석을 맞아 한아발 쪽은 푸리에, 블랙랜드, 바이런 3성의 세금을 연휴 기간동안 0%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길었던 공성이 끝나고 양 측과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먼저 한아발 쪽.



* 마지막에 로덴 봉인석 상황이 어땠나.
- 운이 좋으신 건지 컨트롤이 좋으신 건지 봉인석 주변의 바리 인원을 뚫으셨던 것 같다. 갑자기 나타나셔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결과가 그러니 미련은 없다.

* 쟁이 오래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어떤지.
- 초반에 밀고 밀리다가 요 근래 공성이나 필드나 적분들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우리도 힘들지만 그만큼 상대도 힘들지 않겠나. 오랜 쟁경험이 있다 보니 근성에 있어 우리가 유리한 게 아닌가 싶다.

* 추석이라 인원이 평소보다 적었을 텐데.
- 상대 쪽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본다. 그 정도는 감수하고 성을 내줄 생각도 하고 있던 차였다. 운이 좋았다.

* 4성 연합이라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겠나. 쟁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이제 와서는 구차한 부분 아니겠나. 일일이 해명하고 싶지는 않다. 큰 흐름은 게임상의 문제니 유저들이 해결해 나갈 것이다. 또 중립분들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 공성하면 쟁이라는 것과 모든 보스탐을 독식한다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오해를 풀어줬으면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1년 동안 함께 해 온 분들이다. 성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 무필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추석 전날 4성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움은 송편으로 달래겠다. 재미있는 2서버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한다. 또 추석을 맞아 연휴기간 동안 푸리에, 블랙, 바이런의 세금을 0%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유저분들이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란다.





아래는 맥스베스트 연합과의 인터뷰다.



* 로덴 입성 축하한다.
- 인벤 기사가 썰렁할 뻔 했는데 다행이다.

* 쟁이 5주 정도 되었지 않나. 어떤가.
- 매너쟁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길원분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기운이 난다. 4성 통일 후 보스탐 독식과 중립 압박 등의 이유로 쟁을 하고 있다.

* 4성 통일, 보탐 독식 문제는 어느 서버나 볼 수 있다. 쟁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 보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치겠다, 공성하면 치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중립들이 고민했지만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중립이 스팟만 해야 하고 보탐도 못한다면 게임의 의미가 적다. 누구라도 성혈과 전쟁을 생각했을 것이다.

* 추석이라 인원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 총군님도 추석이라 공성전에 참석하지 못했다. 평소 인원의 절반정도가 참여했는데 워너비 군주가 지휘를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워너비 군주는 바로 전연합원이 합심한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 마지막 로덴성은 어떻게 된 것인가.
- 9시 40분 블랙성을 공략해서 지킬 예정이었는데 여의치 않다가 51분에 로덴에 올인했다. 랙이 심해 진입이 어려웠는데 떡국 50개 들고 그냥 돌진했다.

*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 길원분들 군주진들 모두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 적이라 칼질은 하지만 마음에 상처 주는 쟁은 하지 않았으면 하고, 이 기회에 적분들에게도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 모두 즐쟁하는 활기찬 바시드 서버가 되었으면 한다.




Inven Niimo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