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있었던 정식서버 업데이트 후 다시 찾아온 4월 17일 정식서버 업데이트. 업데이트 패치노트를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문장을 유심히 보셨는지... 60레벨 변신 몬스터가 본섭에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신 분도, NPC의 위치변화나 상점물품의 변화를 주목하신 분도, 변신목걸이 추가에 대한 내용을 주목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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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자는 다른 의미에서 마음을 졸이며 패치노트를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갔다. 혹시 설마 그 패치가 이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지난 3월 5일 테스트 서버에 적용된 몬스터의 HP가 5개의 칸/3단계로 실시간 출력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나 없나 아래 위로 몇 번이고 훑어보았던 것이다.


다행히 이 번 패치노트에는 그 내용이 없었고, 기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패치가 안 되어 다행이라니 묘한 기분이다.





딱 2년이 지났다.


NHN게임스가 2년에 걸쳐 몰래몰래 준비한 새로운 MMORPG, R2 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한 날이 2006년 4월 3일이니 말이다. 김대일 당시 PD의 설명으로 나이트 캐릭터가 대검으로 고블린을 사냥하는 장면 등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동료 기자와 나눴던 이야기가 있다.


아이템을 강화해도 빛이 나지 않는다는 것. 상대방의 아이템을 볼 수 없다는 것. 몬스터의 체력을 알 수도 몬스터의 레벨을 볼 수도 없다는 것. 상대방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이렇게 닫힌 정보가 주는 게임플레이의 재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이 어떤 재미를 주는지에 대한, 그리고 닫힌 정보로 인해 발생하고야 마는 게임 내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 2006년 4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R2의 모습 ]



새로운 필드의 어떤 몬스터를 만났다. 공격했다. 그 몬스터의 레벨도 남아있는 체력도 알 수 없다. 공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자신의 체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낸다.


물약을 마시면서 계속 사냥할 것인가, 아니면 마을로 귀환해 생명을 보존할 것인가. 매 1초 1초가 고민의 연속이다. 어느 새 피가 간당간당. 더이상 남아있는 물약도 없다. 도저히 안되겠다. 할 수없이 귀환을 누르려고 키보드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팍 소리와 함께 돈을 떨구며 쓰러지는 몬스터. 이 때의 희열!


그런데 옆에 있던 어떤 유저의 캐릭터. 내가 17방을 때려야 죽었던 몬스터를 그는 15방에 죽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와 무기가 똑같은 모양이다. 아마 강화수치가 조금 더 높기 때문이리라.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그와 검을 겨룬다면 이길 수 있을까? 검을 겨뤄보기 전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물약을 내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랜타가 높은 악세사리를 차고 있지만 대신 체력은 더 낮을 지도 모른다.



[ 테섭에서는 몬스터 체력이 나오니 사냥에 도움이 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



그 당시 개발팀을 만나면 다른 MMORPG 의 빛나는 인챈트 무기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게임에서 더 좋은 장비를 착용한 사실을 다른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데, 아이템에서 빛이 나면 시각적으로 이미 어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당시의 의견은 '그러면 재미가 없다'였다. 모르는 상태여야 칼을 겨뤄보고 승자와 패자가 나오는 것이며 겉으로 보기엔 같은 장비를 입고 있어도 그렇게 한 번 두 번의 결투를 겪고 전장에서 뼈가 굵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지는 게 더 재밌다며 주거니 받거니 한 기억이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인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 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컨텐츠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커뮤니티를 유도했던 게임들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리니지에서 + 무기의 랜타에 대한 수많은 실험과 논란, 토론. 리니지2 클로즈베타 시절 상점에서 팔던 가격이 같은 두 가지 무기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들. R2는 처음부터 '비공개'의 편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있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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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테스트 서버에 적용되어 있는 것은, 몬스터의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체력바의 추가 뿐 몬스터의 체력이 수치적으로 정확히 얼마인지 어떤 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이번 정식서버 패치에서는 누락되어 있어 어떤 테스트의 일환으로 테스트 서버에만 적용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조금 우려가 된다. R2 가 제일 처음 만들어질 때 추구했던 어떤 가치에 대한 분명한 목적성과 비타협의 자세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다 나중에 러쉬 확률까지 게임 내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 러쉬 확률을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SP1 ]



Inven Niimo
(Niimo@inven.co.kr)